1악장 Grave-Allegro di molto e con brio
그레베, 알레그로 디 몰토의 제1악장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본질적인 풍부함을 더한 곡으로 유명하다. 곡의 첫머리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장중하고 비장한 정서를 담은 느린 템포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 곡의 제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반음계 적으로 점점 상승 하면서 이 악장은 마침내 웅대한 자태를 나타내고 빠른 속도의 재현 부에 의해 분위기가 고조된다. 서주는 점차 고조되어 오른손의 레치타티보, 빠르게 하강하는 선율로 변화하면서 Allegro di molto e con brio의 소나타형식 제시부로 돌입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서주의 재료가 소나타형식의 발전부와 코다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왼손의 맹렬한 트레몰로를 타고 등장하는 1주제는 그 예가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며, 이 주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더욱 극적이다.
2주제는 1주제의 분위기와 대조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며, 정석대로라면 C단조의 관계장조인 E-flat장조로 작곡되어야 하지만 e-flat단조를 취해 어두운 느낌을 지속시키고 있어 소나타 작곡양식의 전형적인 형태를 조금 벗어나 있다. 하지만 2주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국 E-flat장조가 나타나게 된다. 곡의 마무리부분에 다시 서주의 주제가 등장하고 제 1주제만을 이용해 악장을 끝맺는다.
2악장 Adagio cantabile
Glenn Gould, piano
아다지오 칸타빌레, 2/4박자의 구성으로 감격스러운 남성미와 깊고도 아름다운 여성미를 같이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이 이상 깊고 엄숙하며 아름다운 곡은 없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극히 아름다운 주제로 시작되는 이 부분은 짧지만 만족할 만한 탄탄한 구성으로 듣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전형적인 가요 형식의 악장으로 나른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A-B-A의 전형적인 세도막형식, 주제의 멜로디는 대중음악에서도 자주 인용하는 친근한 것이다.
2악장은.. 듣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지상 천국의 평온의 노래로 들릴 수도 있고... 혹은 슬픔의 기도로도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느낌이면 어떠하고... 저런 느낌이면 어떠하리.. 평온하고 차분하게 들리던 이 노래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슬프도록 내 마음을 적셔오면 어떠하리.. 내 마음에 각인되어 오는 그 어떠한 형태로서도 아름다움은 그 깊이를 더해갈 뿐이다... 이 노래를 치다 보면 너무나 아름답고... 가슴 깊이 뭉클해져... 단 한번으로 끝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그 느낌을 지속하고파... 다시 첫 멜로디를 위하여 건반을 고요히 어루만질 지라면.. 더욱 새록 새록 피어나는 간절함에 가슴이 저려오곤 하는걸... 그러나.. 그 가슴 저림도 순식간에 물러나 앉는다.. 내 두 손가락에 온전히 마음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나는 환상의 날개를 타고.. 높이 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과연 이 노래를 잊을 수 있을까... 내 마음이 한없이 넘치고 흐를 때... 종일토록 간절함이 지워지지 않을 때... 그때마다 마음 안의 것들을 주저 없이 풀어 헤쳐 쏟아 부었기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들을... 내 작은 두 손가락을 빌어서... 풀어낸다면... 듣는 사람 역시도.. 그 느낌에 마음 동할 수 있을까...
3악장 Rondo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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