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악장 Grave-Allegro di molto e con brio
Emil Gilels, piano - 25 Oct 1990 DG
그레베, 알레그로 디 몰토의 제1악장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본질적인 풍부함을 더한 곡으로 유명하다. 곡의 첫머리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장중하고 비장한 정서를 담은 느린 템포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 곡의 제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반음계 적으로 점점 상승 하면서 이 악장은 마침내 웅대한 자태를 나타내고 빠른 속도의 재현 부에 의해 분위기가 고조된다. 서주는 점차 고조되어 오른손의 레치타티보, 빠르게 하강하는 선율로 변화하면서 Allegro di molto e con brio의 소나타형식 제시부로 돌입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서주의 재료가 소나타형식의 발전부와 코다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왼손의 맹렬한 트레몰로를 타고 등장하는 1주제는 그 예가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며, 이 주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더욱 극적이다.
2주제는 1주제의 분위기와 대조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며, 정석대로라면 C단조의 관계장조인 E-flat장조로 작곡되어야 하지만 e-flat단조를 취해 어두운 느낌을 지속시키고 있어 소나타 작곡양식의 전형적인 형태를 조금 벗어나 있다. 하지만 2주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국 E-flat장조가 나타나게 된다. 곡의 마무리부분에 다시 서주의 주제가 등장하고 제 1주제만을 이용해 악장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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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 비창 2악장
We get Classical Request vol.1
2. Adagio cantabile- Emil Gilels, piano | |
2악장 Adagio cantabile
아다지오 칸타빌레, 2/4박자의 구성으로 감격스러운 남성미와 깊고도 아름다운 여성미를 같이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이 이상 깊고 엄숙하며 아름다운 곡은 없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극히 아름다운 주제로 시작되는 이 부분은 짧지만 만족할 만한 탄탄한 구성으로 듣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전형적인 가요 형식의 악장으로 나른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A-B-A의 전형적인 세도막형식, 주제의 멜로디는 대중음악에서도 자주 인용하는 친근한 것이다.
2악장은.. 듣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지상 천국의 평온의 노래로 들릴 수도 있고... 혹은 슬픔의 기도로도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느낌이면 어떠하고... 저런 느낌이면 어떠하리.. 평온하고 차분하게 들리던 이 노래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슬프도록 내 마음을 적셔오면 어떠하리.. 내 마음에 각인되어 오는 그 어떠한 형태로서도 아름다움은 그 깊이를 더해갈 뿐이다... 이 노래를 치다 보면 너무나 아름답고... 가슴 깊이 뭉클해져... 단 한번으로 끝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그 느낌을 지속하고파... 다시 첫 멜로디를 위하여 건반을 고요히 어루만질 지라면.. 더욱 새록 새록 피어나는 간절함에 가슴이 저려오곤 하는걸... 그러나.. 그 가슴 저림도 순식간에 물러나 앉는다.. 내 두 손가락에 온전히 마음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나는 환상의 날개를 타고.. 높이 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과연 이 노래를 잊을 수 있을까... 내 마음이 한없이 넘치고 흐를 때... 종일토록 간절함이 지워지지 않을 때... 그때마다 마음 안의 것들을 주저 없이 풀어 헤쳐 쏟아 부었기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들을... 내 작은 두 손가락을 빌어서... 풀어낸다면... 듣는 사람 역시도.. 그 느낌에 마음 동할 수 있을까...
3악장 Rondo Allegro
Emil Gilels, piano - 25 Oct 1990 DG
전형적인 론도이다. A-B-A-C-A-B-A-coda라는 명확하고 교과서적인 론도이며 첫 악장과 같은 조성이지만 어둡고 비극적인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선율은 어떤 것이나 쉽고, 화성적으로 교묘한 지연(delay)이 이루어져있기는 하지만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해도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론도 알레그로, 2/2박 자의 부분으로 교묘한 대위법 적인 기법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완벽한 발전을 갖춘 론도이다. 아름다움의 경이와 과감한 작곡가의 의지도 이 속에 담겨 있다고 한다. 잘 정돈되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흐르는 유연함은 찾기 힘든 이 피아노 소나타 ≪비창≫은 극 적인 긴장감과 웅대한 구성으로 힘이 느껴지는 베토벤다운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곡 ≪비창≫의 악보는 당시 빈의 피아노를 배우던 음악 학도들이 앞 다투어 입수하려 했을 정도로 큰 충격을 준 곡으로 이 소동으로 인해 베토벤의 명성이 전 유럽에 널리 퍼지기도 했다.
3악장... 마음의 변화가 꽤나 가볍다... 단조로 시작되어... 경쾌한 듯 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의 주제가... 순식간에 산뜻함을 불러 오기도 하고... 다시 쓸쓸한 멜로디로 돌아오더니... 더없이 밝아져 들뜬 마음으로 기뻐하는 듯한 인상을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쓸쓸함은 좀처럼 삭여지질 않는다... 갈수록 오히려 더우기 깊게 자리하여.. 마음의 파도를 몰고 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