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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Op.54 - Martha Argerich, piano (2010 CD Accord) | 音香 클래식

리차드 강 2016. 1. 28. 07:39

Piano Concerto in A minor, Op.54

   

슈만: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Op.54

Robert Schumann (1810 - 1856)

3. Allegro vivace - 1, 2 전악장 연주

 

     

Martha Argerich, piano

Warsaw 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or: Kazimierz Kord

     

Album Title: Martha Argerich: Tchaikovsky, Schumann Piano Concertos
Composer: Robert Schumann (1810-1856)
Conductor: Kazimierz Kord
Performer: Martha Argerich (Piano)
Orchestra: Warsaw Philharmonic Orchestra
Audio CD (2010-12-01)
Physical Release: 1980
Number of Discs: 1
Label: CD Accord
Genres: Concertos

     

     

   Piano Concerto in A minor, Op. 54  (29:26)
   Common Name   Piano Concerto
   Composer   Robert Schumann (1810 - 1856)
   Conductor   Kazimierz Kord
   Performer   Martha Argerich (Piano)
   Orchestra   Warsaw Philharmonic Orchestra
   Genre   Concerto / Romantic Period
   Date Written   1841-1845; Germany
   Period   Romantic
   Country   Germany
   Date of Recording   01/10/1980
   Venue   Live  Warsaw Philharmonic Hall, Poland

04 I. Allegro affettuoso  14:16
05 II. Intermezzo: Andantino grazioso  05:00
06 III. Finale: Allegro vivace  10:10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음악가, 특히 연주가들의 경우, 그들의 생활은 이른바 ‘예술가’의 그것과는 실제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는 예술가의 정의나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지만, 다시 말해 연주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예술적 영감이나 감흥이 허락하는 대로 자신을 그 세계에 던지는 경우보다 규칙적인 훈련과 규범 속의 절제된 생활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이다.

여기까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도 많겠지만, 로베르트 슈만이야말로 음악가 중의 음악가, 예술가 중의 예술가다운 삶을 살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음악에의 열정 하나만으로 법률학교를 뛰쳐나와 프리드리히 뷔크를 사사했으나,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욕심이 지나쳐 그만 손가락을 다치게 된다. 또 존경해 마지 않았던 뷔크 교수의 딸 클라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스승과 법정에서의 싸움도 서슴치 않았으며, 작곡에의 몰두와 집착이 정신병으로까지 번져, 45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지게 되는 슈만의 일생은 그야말로 ‘예술가의 일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슈만답게 작곡을 하는 방식 역시 영감의 흐름과 즉흥적인 시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피아니스트의 꿈을 아쉽게 접어야 했던 청년 시절의 작품이 대부분 피아노곡이었다는 점이나, 클라라와의 결혼에 골인한 뒤 이른바 ‘가곡의 해’를 맞아 <리더크라이스>, <시인의 사랑> 등 수많은 사랑의 시를 쏟아낸 사실들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하겠다.

그러나 슈만은 결코 두서없이 작품을 양산해내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무척 신중한 타입의 작곡가였다고 보여진다. 그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 a 단조에도 그런 슈만의 성품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원래 이 협주곡의 1악장은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이라는 독립된 작품으로 구상되어 1841년에 씌어졌으며, 1845년 정규의 협주곡 형식에 따라 2악장과 3악장이 완성되었는데, 슈만다운 꼼꼼한 마무리와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 끝에 악장 사이의 4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작품이 탄생했던 것이다. 또한 슈만이 1839년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도저히 비르투오소를 위한 협주곡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다른 것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점 역시 흥미를 끈다. 당시 초기 낭만주의 물결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작곡가들(베버, 멘델스존, 피일드 등)은 다분히 인기적이고 화려한 외면적 효과에 중점을 둔 협주곡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슈만의 논리적이고 신중한 성격으로 보아 이는 장시간의 숙고 후에 도달한 결론이었음에 분명하며, 결국 그는 다른 사람들과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 협주곡은 동시대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에 비해 더 ‘논리적’이다. 정연한 논리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이 늘 그렇듯 그의 협주곡은 베버나 멘델스존, 그리고 쇼팽의 협주곡들이 운문적인 데 반해 매우 산문적이기도 하다. 운문은 시상을 먼저 전달하며 산문은 의미를 먼저 전달하는 성격이 있는데 이는 음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이 작품은 동기와 동기, 주제와 주제, 악장과 악장 사이의 연계성이 마치 특정한 언어가 갖고 있는 문법체계와 같은 강한 상관관계로 맞물려 있어 그 어느 협주곡보다도 짜임새가 느껴지는 명곡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협주곡 A단조는 가히 독일 낭만파 협주곡의 최고봉이라고 불릴 만 한데, 반대로 이런 탄탄한 논리성이 작품으로의 손쉬운 접근을 막는 효과를 가져와 초심자들이 친해지기는 다소 어렵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슈만의 협주곡을 감상할 때 느껴지는 어려움 혹은 ‘다름’은 바로 그의 독특한 작곡 언어상의 ‘문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특히 3악장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리듬과 단위 박자의 뒤엉킴 등은 그가 꽤 특이한 문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익숙함과 낯설음이 문제일 뿐이며, 개인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 단조는 이 곡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도 오래지 않아 깜짝 놀랄 만한 매력의 선물을 전달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는 필자 뿐 아니라 한 번 중독되면 좀체로 빠져나오기 힘든 슈만의 세계에 매료된 전 세계의 수많은 슈만 매니어들이 증명해주는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월간객석 1997년 10월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