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갈망

가짜와 진짜.... 정호경 신부 (안동교구)

리차드 강 2011. 6. 21. 14:48

가짜와 진짜....

1987년 1월 21일 ‘믿음과 민족자주 생활운동’이라는 주제로 정호경 신부(안동교구, 당시 가톨릭농민회 전국지도신부)가 강의한 내용에 따르면, 먼저 ‘하느님을 어디서 만날 것인가?’ 묻고 있다. 정 신부는 가짜종교와 진짜종교를 먼저 갈라서 말한다.

정호경 신부는 지금 현직에서 물러나
경북 봉화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
다. (사진/한상봉 기자)

1987년 1월 21일 ‘믿음과 민족자주 생활운동’이라는 주제로 정호경 신부(안동교구, 당시 가톨릭농민회 전국지도신부)가 강의한 내용에 따르면, 먼저 ‘하느님을 어디서 만날 것인가?’ 묻고 있다. 정 신부는 가짜종교와 진짜종교를 먼저 갈라서 말한다.

가짜종교는 하느님, 거룩함, 좋은 것은 저 높은 곳에 있다고 가르치며, 제상의 위치도 저 높은 곳이나 벽을 향해 놓으며, 주요 교리는 일방적으로 바치라는 착취구조,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억압구조로 되어 있는 당시 소유지배층의 지배이데올로기의 성격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들이 강요하는 윤리는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이며, 암세포처럼 뭐든지 일부 사람이 독점한다. 성과 속을 분리하고, 제상(祭床)과 밥상을 분리하며, 하느님 말씀과 사람 말씀을 분리시킨다. 그리고 교리와 윤리가 모두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이들이 전달하는 하느님은 억누르고 길들이고 일방적 봉헌을 강요하는 무서운 분으로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하느님이다.

한편 진짜종교는 하느님, 거룩함, 좋은 것은 저 낮은 곳에 있으며,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것처럼 거룩함은 보잘 것 없는 이들 속에서 발견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제상도 사람들 가운데 놓으며, 바침(봉헌)과 나눔이 하나라고 가르치며, 평등한 섬김을 강조하기 때문에 듣기와 말하기 역시 평등하게 주어진다. 즉, 평등과 자유가 구현되는 순환 및 공생논리다. 그밖에도 성과 속이 일치하며, 예수가 밥상에서 성체성사를 세웠듯이, 성체성사와 가난한 이들과 나눠먹어야 할 밥을 일치시켜 제상과 밥상을 나누지 않고, 가르침이 구체적이며 역사적이다. 이들이 전달하는 하느님은 해방하시는 하느님이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과 겨레 사랑은 하나

정호경 신부는 이어 ‘하느님 사랑과 겨레 사랑은 하나’라면서, “예수가 ‘나는 이스라엘 백성만을 찾아 돌보라고 해서 왔다’(마태 15,24)라고 말했다고 해서 국수주의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그분은 동족 사랑 없는 인류 사랑은 허구요 기만이며 지배논리임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바오로 사도가 “내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한이 없겠습니다”(로마 9,3)라고 말한 것처럼 동족 사랑은 그리스도 사랑과 이어지고, 이게 곧 하느님 사랑과 연결된다고 믿는다. 분단된 겨레의 아픔을 외면해 왔던 한국교회의 과오도 이 점을 외면했기 때문에 드러난 잘못이다.

‘구체적인 겨레 사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 정호경 신부는 “먹고 입고 말하고 노는 일상의 삶에서 겨레의 주체성을 파괴하는 것들의 정체를 보다 정확히 읽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전하면서, “의식주 생활, 특히 소비생활에서 외제를 멀리하고, 밥상운동을 통한 도농간의 생활연대를 이룩해 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의 역사, 우리의 말, 노래, 몸짓들을 사랑하고 이 겨레의 아픔과 보람을 송두리째 껴안고 더불어 해결해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호경 신부는 특히 이 운동에서 “살림의 주 담당자인 여성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겨레 사랑 운동은 “개인과 겨레를 누룩처럼 변혁시켜 가는 하느님나라 운동이며, 겨자씨처럼 작은 삶의 공동체 운동을 통해 가능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참고: <하나되어> 1987년 2월호-창간호)지금은 사라진 ‘인성회’(한국카리타스)에서 발간하던 <하나되어>라는 소식지에 실렸던 글이다.


▲ <하나되어>는 타자로 친 원본을 마스터 인쇄해서 인성회에서 발행했다.(사진/한상봉 기자)

1987년 2월에 창간호를 낸 <하나되어>는 ‘천주교민족자주생활운동’(일명 천민자생)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 글 가운데 우리시대에 다시 읽어야 하는 복음적 시선을 되새김질하려는 것이다.

당시 인성회가 표방한 ‘천민자생’은 1986년 10월에 준비위원회가 발족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예속의 현실 속에서 이웃 사랑 계명을 좇아 우리의 민족, 민중 사랑을 실천하고 가치관, 사고관, 생활방식을 변화함으로써 삶과 신앙이 하나가 되고 모두가 참다운 인간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천민자생 운동을 하면서, 먼저 ‘목표를 항상 분명히 인식하고’ 비판과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긍정적인 태도와 자세로 누룩의 역할을 하며, 조급해 하지 말고 서서히 조용히 실천하고, 판단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기도하면서 식별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과 겨레 사랑이 하나라는 근거에서 시작하고, 교회운동이므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일하며, 용기 있고 과감하게 일할 것을 다짐했다.


인성회(仁成會)란 무엇인가?

인성회는 지학순 주교(원주교구)의 발의로 "국내외의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교회 공동체가 사랑으로 봉사하는 일을 전국 차원에서 총괄 협의하는 기구"로 1975년 7월 6일 주교회의 총회 의결로 설립된 한국 카리타스다.

인성회는 1991년 11월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로 개칭될 때까지 사회운동과 복지를 합적으로 관리하고 활성가들을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활동해 왔다.

인성회는 기본적으로 긴급 구호, 자선활동, 복지 사업, 개발 활동뿐 아니라 사회 운동과 관련된 의식계발 등의 활동을 하면서, 특히 1970-80년대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톨릭농민회와 노동사목 운동 등을 지원해 왔다. 또한 아시아주교협의회(FABC)이 문헌 등을 번역해서 한국교회에 보급해 왔으며, '사회사목활성가 연수회'를 주도하고, <하나되어>라는 소식지를 통해 일상적인 의식계발과 정보공유를 꾀했다.

글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기자>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