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문화

한강 (韓江) 에세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2007 비채) │ 冊

리차드 강 2013. 2. 6. 20:58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2007 비채)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중 3번 CD

한강(韓江,1970년 11월 27일~ 전남 광주生)

1. 12월 이야기 - Track 전곡 연주

 

제목: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지은이: 한강
출판사: 비채
출판일: 2007
페이지: 179
소장: 국립중앙도서관
판형 A5, 148*210mm
정가 11,000원

     
     
     

     
     
     

책 소개
생의 아픔과 찬란함을 담담히 응시하는 노래!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만들고 부른 노래 이야기,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누구나 느닷없이 귓가에 꽂힌 노래 한 곡에 감정이 휘둘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노래는 우리의 삶과 함께 흘러가며 한 시절의 특별한 경험이나 정서와 만나면서 기억에 새겨진다.

이 책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노래에 담긴 그리운 시절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산문집이다. 기억에 새겨진 22곡의 노래와 이야기가 정갈하고 섬세한 문장에 실려 공명을 일으킨다.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삶을 버티게 해준 고마운 노래들과 그리운 사람들, 그리고 고통조차도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저자의 애틋한 헌사가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직접 만든 노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는 노래들의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하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생의 아픔과 찬란함을 담담이 응시하는 그 노래들의 내면에는 생에 대한 열정이 숨어 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저자의 노래에 귀기울이면 세상과 손잡고 용기있게 나아가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져온다. 양장제본.

☞ 소설가 한강이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 10곡을 담아낸 CD 1장 증정. [네이버]

     
     
     

     
     
     

저자소개
한강 (韓江,1970년 11월 27일~ )
197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이 되던 겨울,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수유리에서 자랐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졸업한 뒤 3년쯤 책과 잡지 만드는 일을 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을 냈다.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버리고 싶은 것은 한숨 쉬는 습관, 얻고 싶은 것은 단순함과 지혜, 잃고 싶지 않은 것은 길을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이다. [인터파크 도서]

     
     
     

     
     
     

목차

1. 흥얼거리다
노래의 날개
종이 피아노
저녁 여섯 시, 검고 긴 바늘
밤의 소리

2. 귀기울이다
보리수
엄마야 누나야
짝사랑
당신에게 내가 필요했다니 You needed me
쑥대머리
황성옛터
Let it be
청춘
행진
새로운 시작 New beginning
담배가게 아가씨
혜화동
인생이여 고마워요 Gracias a la vida
밤에 떠난 여인

사랑하는 이에게
500 miles
초승달
내 사랑 내 곁에
편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Bondade e maldade
보리밭

3. 가만가만, 노래 (CD 삽입곡)
1. 12월 이야기                           1:00
2. 내 눈을 봐요                          2:52
3. 나무는                                   2:03
4. 휠체어 댄스                           2:38
5. 추억                                      3:19
6. 새벽의 노래                           1:20
7. 햇빛이면 돼                           1:58
8.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2:35
9. 가만가만, 노래                       2:31
10. 자장가                                 1:20

4. 추신; 검은 바닷가, 그 피리 소리
다시, 인사; 새벽의 노래

     
     
     

     
     
     

책 속으로

<노래의 날개 위에>라는 가곡도 있지만, 정말 노래에는 날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없이 아래로 무겁게 강하하든, 물방울처럼 허공을 향해 튀어 오르든, 짧게 흩어지든, 멀리 있는 당신을 향해 끈질기게, 부드럽게 유영하든…… 노래는 날개를 달고 우리 삶 위로 미끄러져간다. 노래가 없어서 그 날개에 실려 삶 위로 미끄러져가는 순간도 없다면, 우리 고통은 얼마나 더 무거울까. --- p. 14

내가 울 때 눈물을 닦아주거나, 내가 영혼을 팔았을 때 그걸 되사서 나에게 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일어날 힘이 생기고, 온몸이 터져나갈 듯한 만원 지하철 속으로 다시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어떤 종교도, 위로해줄 애인도 없을 때, 때로는 그렇게 노래 하나가 거짓말처럼 일상을 버텨주기도 한다. --- p. 49

막막하던 마음으로 흥겨운 기타 소리, 타악기의 소리, 코러스들의 목소리, 깊고도 낮은 그녀의 목소리가 스며들어오면, 잠들어 있던 생명이 서서히 요동치며 꿈틀거린다. 살 거야. 살아야지. 살고 싶어. 춤추고 싶어. 더 무릎을 꺾어야지. 더 리듬을 타야지. 더 부딪혀야지. 더 껴안아야지. 더 담대하게 무너져야지. --- p. 125

저는 제 운명을 알지 못하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빛을 던지는 것뿐일까요. 아주 찬란한 빛이 아니라 해도. 어슴푸레한, 빛의 어린아이 같은 무엇이라 해도…… 오직 생의 가운데에만 있는 무한한 기쁨이, 어렴풋한 따스함으로라도 제 서툰 노래들에 배어 있기를 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적으로 의미 없는 바람이라는 걸, 하지만 바로 그 의미 없음으로써만 가까스로 살아남는 바람이라는 걸…… 이젠 조금은 알 것 같아서요. ---p. 179
[YES 24]

 

     

추천평

음악을 잘 모른다. 평소에 특별히 조예가 깊었던 것도 아니다. 특별히 노래를 잘했던 것도 아니다. 이런 책과 음반을 내게 되리라고는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많이 놀라지만, 실은 자꾸만 놀라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리 멀리 돌아나온 건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을 쓰기 전부터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온 거니까. 노래를 만드는 일이 아주 낯설거나, 글쓰는 일과 아주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진 않는다고.
한강

     
     
     

     
     
     

한강 (소설가)

출생: 1970년 11월 27일 광주광역시
직업: 소설가
국적: 대한민국

한강(韓江,1970년 11월 27일~ )은 광주광역시에서 출생,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1994년 서울신문 '붉은 닻' 이란 작품으로 등단했다. 등단이후 꾸준하게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5년 심사위원 7인의 전원일치 평결로 한강의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으로 선정되었다. 이상문학상 역사상 1970년대 생 작가로는 첫 번째 수상자인 한강은, 여타의 70년대생 문인과 달리 진중한 문장과 웅숭깊은 세계인식으로 93년 등단 이래 일찌감치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 중 한 명'으로 지목받아 왔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이 작품에 대해 “한강의 「몽고반점」은 기이한 소재와 특이한 인물 설정, 그리고 난(亂)한 이야기의 전개가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차원 높은 상징성과 뛰어난 작법으로 또 다른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라고 평한바 있다.

연보
1970년 11월27일 광주광역시에서 출생.
1989년 풍문여자고등학교 졸업.
1993년 연세대 국문과 졸업.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당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붉은 닻"으로 문단 데뷰.
1995년 한국일보가 뽑은 우수 소설가.
1998년 아이오와 대학 주최 국제창작 프로그램에 참가.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2000년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

작품
1995년 여수의 사랑 322쪽 문학과지성사 장편
1999년 아기부처 외 336쪽 개미 중단편
2000년 내 여자의 열매 328쪽 창작과비평사 장편
2002년 그대의 차가운 손 330쪽 문학과지성사 장편
2002년 내 이름은 태양꽃 112쪽 문학동네 동화
2003년 붉은 꽃 이야기 122쪽 열림원 동화
2005년 몽고반점 외 378쪽 문학사상사 중단편
2005년 검은 사슴 440쪽 문학동네 장편, 98년 1쇄
2007년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179쪽 비채 산문집
2007년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32쪽 문학동네어린이 그림동화
2007년 채식주의자 247쪽 창비 중단편
2008년 눈물상자 71쪽 문학동네 동화
2009년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250쪽 열림원 산문집, 미국생활
2010년 바람이 분다 가라 390쪽 문학과지성사 장편
2010년 자전 소설. 3/ 357쪽 강 장편
2011년 희랍어 시간 194쪽 문학동네 장편
2012년 노랑무늬 영원 310쪽 문학과지성사 단편집, B6

     
     
     

     
     
     

작가 한강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다.

어른을 위한 동화인 <눈물상자>를 읽고, 한강이란 작가가 좋아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간다. <희랍어 시간>, < 붉은꽃 이야기>. 그리고 이번에는 작가의 사생활이 궁금해져서 산문집을 읽기로 했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산문집이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작가의 성격이나 생각그리고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하기에... 그래서 고른 책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이다.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에 페이지 수가 400 페이지를 넘어가면 은근 부담감이 생긴다. 그런데, 한강의 책들은 아주 얇다. 이 책 역시 200 페이지가 채  안된다. "한강 산문집, 노래 CD 수록" 이란 책표지 귀퉁이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즐겨 듣는 CD려니 했더니, 한강 작사, 작곡, 보컬 이라고 하는 CD가 책 뒷표지 안쪽에 고이 들어 있다.

     

     

한 권의 산문집을 샀는데, 이게 무슨 횡재란 말인가!!
그녀는 "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왔으니까." (p.6)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만 소박하게 담자고.... 이 책 속에는 흘러간 추억 속의 노래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 노래에 얽힌 오래되어서 빛바랜 추억담까지.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음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꿈 속에서 선명한 피리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그 노래의 소절을 적을 수 있으니. 어느날은 가사없이 피아노와 첼로, 목관악기의 합주를 꿈 속에서 듣고 오선지에 그려 넣을 수 있으니. " 아직도 새로운 노래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잠깐 지나가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걸까. 한두 마디 가사가 입술에 붙고, 다음의 선율과 가사가 한 몸으로 딸려 나오는 순간의 느낌은 그때마다 신비롭다. " (p. 32)

     

     

노래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여, 가곡, 소리, 가요, 팝송 등의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노래인 <황성옛터>,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인 <짝사랑>. 그 부분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  엄마의 추억 속의 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노래는 <찬송가>가 아니었을까? 그 이외의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기억하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노래는 여러 곡이 떠오른다. 거나하게 술을 드시고 오신 날에 <메기의 추억>이나 <베사메무쵸>를 몇 소절 부르시던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 음악에 대한 추억은 그 보다 더 많이 있다. 아버지의 학창시절에 모으고 모은 돈으로 사셨다는 음악가들의 명곡이 담긴 레코드판, 그리고 틈틈이 마련하신 가곡이나 가요 레코드판. 일요일 아침이면 온가족은 골목청소, 화단청소, 마당 청소에 동원되고, 아버지는 그 레코드판을 크게 틀어놓으셨다. 그때 들었던 곡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였다.  간혹 <동백 아가씨>나 <황성옛터>를 트실 때는 우리 딸들은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가슴 속에 꼭꼭 간직하고 있었던 오래된 추억이 이 책을 읽으니 솔솔 가슴 속에서 튀어나온다. 한강이 이 책에 소개하는 노래들과 함께 추억을 되새겨 보듯이.... Let it be, You needed me, 황성옛터, 보리수, 엄마야 누나야, 보리밭,  짝사랑,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 정태춘, 박은옥의 촛불 등.

     

     

아마도 젊은 세대들은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노래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노래들도 여러 곡이 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유행했던 노래들이기에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깃든 노래들인 것이다.

     

     

오래된 노래가 왜 좋을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한강은 이런 글로 답한다.

" 가끔 그렇게 옛날의 감각으로, 아주 오래 모니터에 앉아 이메일을  쓴다. 문자 메세지를 보낼 때도 이렇게 쓸까, 아니면 저렇게 쓸까, 고민하여 몇 분을 보내 버릴 때가 있다. 글쓰는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편지를 쓰던 습관 탓이지 싶다. 오래된 노래가 좋은 까닭은, 혹시 오래된 마음이 좋아서 일까?" (p. 119)

     

     

한강의 글이 다소곳한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듯이,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10곡의 노래도 그녀를 닮아 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작품들, 그 속에는 작가의 서정적인 문장들이 돋보이고, 그 문장들은 모여서 읽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듯, 그녀의 노래도 그렇게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글 출처: 라일락 2012. 02. 11.

     
     
     

▲ 소설가 한강(왼쪽)이 대학 1학년 때 서울 우이동 집에서 아버지 한승원과 함께 찍은 사진.
서정시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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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몽고반점’, ‘검은 사슴’, ‘내 이름은 태양꽃’ 등으로 지친 일상을 따뜻하게 위로했던 소설가 한강(37세). 한동안 그에게는 ‘문학신동’이라는 애칭이 따라 다녔다. 1994년 등단할 때부터 신세대 소설가답지 않은 영민함과 치밀함, 풍부한 상징과 빈틈없는 어휘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문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등단 시기로만 보자면 시대를 읽는 통찰력과 자기 주장이 뚜렷한 중견작가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이거다’라고 추천할만한 글을 쓰지 못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 소설가 한강

“노래를 부르셨네요?”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와 함께 직접 노랫말을 쓰고 작곡한 노래 10곡을 모아 음반을 냈다. 자신도 음반을 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어버린다. 아무렴 어떠냐. 훌륭한 노래 실력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매한가지인 것을.

악보를 제대로 옮기는 법을 몰랐던 그에게 작곡은 무척 힘들었다. 때문에 그는 가슴속에 맴돌았던 음을 테이프에 옮겼고, 작곡가 한정림 씨의 손을 통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됐다.
“녹음할 때 목소리가 너무 떨려 다시 부르고 싶다 했더니 작곡가 한정림 씨가 ‘그냥’이 더 좋겠다고 하더군요. 가수들이 부르는 것처럼 기교가 들어가면 매력이 없다고요. 부족한 노래였지만, 한정림 씨가 많이 격려해줘서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한강의 노래는 여느 가수들이 주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그의 바람이 아름다운 선율에 절절하게 숨 쉬는 까닭이다. 그의 노래에는 작은 씨앗을 심는 농부의 마음처럼 진실하고 성실한 영혼이 담겨져 있다.
“‘햇빛이면 돼’ 라는 노래가 있어요. 어두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 햇빛을 쫓아 몸을 구부리는 ‘향일성’처럼 밝고 따뜻한 마음을 서로 나누며 살자는 의미에요.”

     

     

문득 세상사는 모습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기자는 고개를 쳐들고 황량한 겨울경치를 연출하는 창밖을 얼빠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 시대를 돌아보면 기억이 나는 노래가 있다”는 얘기처럼 그의 노래와 글도 누군가의 추억 속에 얽혀 살아 있으리라.

어정쩡한 감동을 주는 노래가 으레 있다. 바로 소설가 한강의 노래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정다운 여운이 남아 다시 듣게 된다. 노래가 멈추고 난 뒤에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서 계속되는 것 같다. 그의 노래는 사치스럽고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이 아니라 꾸밈없고 수수한 미소를 풍기는 여인을 닮았다.

특히 이런 노래는 혼자 있을 때 더욱 간절하다. 늘 곁에 앉아 말을 붙이는 벗처럼 시리고 우울한 마음을 잔잔하게 위로한다.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모두 비슷했다. ‘듣기 편해요.’, ‘질리지 않아요.’, ‘잠 잘 때 듣기 좋아요’, ‘가수 맞아요? 여동생 같은데...’, ‘멜로디가 소박해요’

“음반에 ‘내 눈을 봐요’라는 곡이 있어요. 이 노래는 연극 ‘12월 이야기’에서 오랜만에 만난 남녀가 옛이야기를 나누다 싸우는 장면을 보고 만든 노래에요. 다툼 끝에 여배우가 ‘안아주기에도 우리 삶은 너무 짧잖아요’라고 말하면서 암전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객석에 앉아 있던 한 50대 중년 남자가 눈물을 주르룩 흘리더라구요.”

녹음을 끝내고 글을 쓰면서 마음이 참 따뜻하고 좋았다는 그의 얘기가 선뜩 가슴에 와 닿는다. 겨울에 글을 몰아 쓰기로 유명한 한강은 아이들 앞에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는다. “아이가 섭섭해 할 것 같아서”란다.

출처: 월간 말 2007

월간 말은 1985년 6월 15일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 기관지 형식으로 창간하여 1989년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진보적 성격의 월간지이다. 250쪽 분량의 4x6 배판으로 발행되었며 2009년 3월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