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的 노랫말에 여성감성 가득/박인희
박인희(1946年生) 노래의 매력은 문학적 낭만이다. 인생과 사랑을 부드러운 어조로 얘기하는 듯한 그의 노래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빛깔이 바래지 않는다.
<모닥불 피워 놓고 / 마주 앉아서 / 우리들의 이야기는 / 끝이 없어라 / 인생은 연기속에 / 재를 남기고 / 말없이 사라지는 / 모닥불 같은 것…>
(모닥불, 박인희 작사 작곡, 1971년)
「모닥불」은 박인희의 시적 감성을 잘 드러내는 노래이다. 감정을 차분하게 절제한 그의 목소리는 서정시 같은 여성적 감성을 아름답게 전해준다. 아직도 사람들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은 인생에 대한 상념과 예감을 부담없는 노랫말과 멜로디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박인희는 숙명여대 불문과에 다니던 1970년 이필원과 함께 혼성 듀엣 「뜨와에 므와(불어 : 너와 나)」를 결성해 가요계에 데뷔했다.「약속」「세월이 가면」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 그룹은 72년 박인희의 결혼으로 해체되고, 두 사람은 독립했다.
박인희는 76년까지 여섯장의 앨범과 한 편의 시낭송 음반을 발표 했다. 시낭송 음반에는 「얼굴」과 <한잔의 술을 마시고…>로 시작되는 「목마와 숙녀」등이 담겨 있었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이 음반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DJ와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71년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로 시작한 DJ생활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등 두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방송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크다.
『가수로 활동했던 기억이 아련할 정도로 DJ로서 더 오랫동안 대중과 만났죠.「가수 박인희」가 오래 기억된 것처럼 방송인으로서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한국일보 권오현기자 1995.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