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 Anne-Sophie Mutter│베토벤 음악

리차드 강 2014. 2. 8. 11:13

Violin Sonata No.9 in A Major, Op. 47 - Kreutzer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A장조 Op.47 크로이처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1. Adagio sostenuto - Presto

Anne-Sophie Mutter, violin - Lambert Orkis, piano

     

베 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에서는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숨가쁘게 펼쳐지는 피아노 파트가 특히 화려하다. 너무나 화려한 나머지 마치 바이올린을 위협하듯 공격적이다. 그러나 바이올린 파트 역시 만만치가 않다. 바이올린은 불을 뿜는 듯한 스타카토와 강렬한 악센트를 선보이며 피아노와 접전을 벌인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이 곡이야말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진정한 의미의 듀오 소나타로 보기도 한다.

     

 

작품개요

개설 : 베토벤의 전10곡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중 가장 뛰어난 작품일 뿐 아니라, 프랭크나 브람스의 동종의 작품과 더불어 , 이 종류의 악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서 널리 애호 받고 있는 이 소나타 는 1803년 5월에 완성되었다. 당시, 영국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브리지타워(George Augustus Polgr- een Bridgetower 1779?-1860)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는 흑인이 고 어머니는 폴란드인인 혼혈아였는데, 아홉살 때 이미 파리의 콘세르 스 피리튜에르에서 연주하였을 만큼 솜씨가 뛰어난 사람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명성이 자자하였다. 베토벤은 당시 여행도중, 빈에 체재 중이던 브리 지타워와 만나, 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소나타를 작곡하게 되어, 처 음에는 그에게 헌정할 생각으로 쓴 것이 이 소나타였다. 제3악장은, 1802년에 완성된 A장조 작품 30의 1의 소나타의 종악장을 위해서 작곡된 것이었으나, 이것이 곡 전체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이라는 이유에서, 이 소나타쪽으로 전용되었다. 전곡이 완성된 것은 그 이듬해 인 1803년이었는데, 이것은 베토벤이 「제3교향곡」을 완성한 해이며, 이듬해에는 「발트시타인 소나타」, 「열정 소나타」등의 걸작이 완성되었다. 즉, 베토벤이 낡은 양식에서 해방되어 독자적인 양식을 수립하였던 시대의 소산이었다. 베토벤은 출판에 즈음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부 연했다. 「거의 협주곡처럼, 매우 협주적 스타일로 씌여진, 바이올린 조주가 있는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이 말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이 소나타는, 일반적인 바이올린 소나타 와는 동 떨어진 화려한 연주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외면적인 효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음침한 그림자와 박력을 가지고 강렬하게 호소해 오는 동적인 정서 및 그것에 대응해서, 사이에 삽입된 제2악장의 조용하고도 우아한 음조는, 이 시대 특유의 극적인 정신의 기 복을 나타내고 있다. 베토벤의 웅변적인 작곡 기술이 가장 자유롭게 발휘되어서, 성숙한 베토벤의 의욕에 찬 내면의 세계를 크고 풍부하게 표 현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연 : 완 성의 해인 1803년의 5월 24일(17일설도 있음), 빈의 아우가 르텐(Augarten)에서, 바이올린은 브리지타워가 맡고, 피아노는 베토벤 자신의 연주로 개최되었다. 제3악장은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구작이었으므로 깨끗이 정서되어 있었으나, 다른 악장은 완성되자마자의 상태였으므로 제1악장은 연주회에 임박해서 제자인 리스(Ferdinand Ries 1784- 1838)가 바이올린 파트를 정서했고, 제2악장은 그럴 겨를조차 없어서, 끝내 초고 그대로 연주에 임하지 않으면 안되었었다고 전하고 있다. 초 연의 결과는 일반적으로는 대 호평이었으나 일부 체르니와 같이 브리지타 워의 연주가 딱딱했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헌정은 완성 당시의 생각과 달리, 베르사이유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로이체르(Rodolphe Kreutzer 1766-1831)에게 바쳐졌다. 이것은, 초연 후 베토벤과 브리지타워 사이의 우정에 갑자기 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 불화의 원인은, 한 소녀를 둘러싸고 일어났다고도 하나, 후에 베토벤 이 이 곡을 출판함에 즈음하여 짐로크에게 보낸 서한에서, 굳이 크로이체르의 인간성을 극찬하고, 그가 오만하지 않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 을 강조하고 있어, 이러한 사실과 앞에서 말한 체르니의 평을 종합해 볼 때, 베토벤이 브리지타워의 성품이나 그 연주솜씨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가 있다. 「크로이체르」라는 통싱이 이 바이올 리니스트의 이름에서 딴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작품구성

제 1악장 Adagio sostenuto - Presto

묵 직한 느낌의 서주에 이어서 강한 제1주제가 터져 나오면서 곡이 시작된다. 정열적인 이 테마는 전체에 지배적인 구실을 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서 화려한 카덴자를 거쳐 아름다운 제2주제가 E장조로 연주된다. 여기에서 violin과 piano는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화를 엮어 가면서 발전하면 코다에서 화려하게 장식되며 끝난다.

제1 악장 :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프레스토, A장조, 3/4박자, 서주가 붙은 소나타 형식, 서주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바이올린만의 의해 무거운 f로 시작되고, 즉시 피아노가 이것을 되풀이한다. 그리고는 대화풍으 로 계속 진행하다가 마침내 pp로 사라진다. 주부는, 프레스토 A단조, 2/2박자로 변해, 즉시 바이올린이 스타카토로 육박하듯이 열정적으로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의 리듬은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곧 피아노로 되풀이 되고, 다음에 ff로 화려한 카덴짜가 나타난다. 경과구는 제1주제를 전개하여, 두 개의 악기가 서로 얽히면서 고조되고, 최후에 sf의 연속으로 기세 있게 하강해서 제1주제를 끌어낸다. 제2주제는 E장조로서, 처음에 바이올린에 의해서 우아하게 나타난다. 이 주제는 제1주제가 동적이고 강렬한데 비해, 조용히 기도하는 듯한 평화로운 정취를 지니고 있어, 현저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주 제가 즉각 피아노로 되풀이된 뒤, 템포는 순식간에 아다지오로 변해서 잠시 숨을 돌리지만, 또 금방 먼저의 템포로 돌아가 다시 곡은 격렬감을 더하여 분방한 악구가 나타난다. 이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주제가, 처음 에 피아노에 씩씩하게 나타나고 이어서 바이올린이 이것을 되풀이 한다. 이 주제는 후에 전개부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에 앞서의 경과구가 나와 고조되어서 소결미를 이루고, 제시부를 끝낸다. 이상의 제시부는 반복된다. 전개부는 피아노가 시작하고, 이후는 이 주제만이 화려하게 다루어진다 . 마지막에는 속도를 죽여 pp로 가라앉고, 다시 바이올린이 생각난 듯이 기운을 되찾지만, 재차 속도는 pp로 떨어져 조용히 재현부로 흘러 들어 간다. 재현부는 제1주제가 처음에는 D단조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되풀이해서 원조로 돌아가고, 경과구를 거쳐서, 제2주제가 A장조로 옮아가 재현, 규칙대로 진행한다. 코다에는 제1주제가 화려하게 나타나고, 이윽고 일단 아다지오로 되어 짙은 화음으로 나타낸 뒤, 다시 프레스토를 회복하여 찬연하게 끝을 맺는다.

 

제 2악장 Andante con Variazioni

Anne-Sophie Mutter, violin - Lambert Orkis, piano

피아노가 벽두에 서정적인 테마를 제시하면 violin이 이것을 받아서 반복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곡은 이 서정적인 테마를 모체로 해서 네 차례의 변주를 거친 후 조용히 끝난다.

제2 악장 : 안단테 콤 바리아찌오니, 안단테의 편안한 주제와, 네 개의 그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자는 주제 및 각 변주가 모두 2/4박자. 주제는 F장조, 피아노에 의해 서정적으로 흘러 나오고, 이것을 바이올린 이 받아서 되풀이 한다. 이어서 피아노가 중간 악절을 연주하고, 이하 두 개의 부분이 번갈아 나타난다. 제1변주는 피아노가 스타카토의 3연음을 연주하면서 마치 주제를 옥을 굴리듯이 묘사한다. 바이올린은 간결하게 조주한다. 제2변주는 바이올린이 시종 32분 음표로 주제를 연주한다. 제3변주는 F단조로 바뀐다. 지금까지의 화려한 변주와는 달리 어두운 정서로 되어, 두 악기의 선율이 암담하게 연주된다. 제4변주는 또 다시 F장조로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아름다운 변주로서 장식적이다. 제4변주 뒤에는 몰토 아다지오로 카덴짜가 연주되면서 코다로 들어가, 주제를 회상하면서 조용히 끝을 맺는다.

 

제 3악장 Finale. Presto

Anne-Sophie Mutter, violin - Lambert Orkis, piano

곡 전체를 화려하고 흥분된 무곡풍의 선율이 지배하고 있는 악장이다. 이처럼 화려한 악장이기 때문에 처음엔 violin sonata 작품 30-1을 위해서 작곡 됐다가 이 곡에 편입된 것이기도 하다. 피아노의 Fortesimo로 주제가 연주되면서 전개되면 발랄한 주제를 violin이 소박하게 제시하게 된다. 페시지를 거친 후 비슷한 성격의 제2주제가 나오면 이 선율이 클라이막스로 인도되면서 화려하게 끝을 장식하게 된다.

제3 악장 : 피날레 프레스토, A장조, 6/8박자, 소나타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이 악장이, 작품 30의 1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악장을 위해서 쓰여졌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데, 그 예정이 변경된 이유로 는 너무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악장은 약동하는 타란테라 풍의 리듬이 지배되어, 그야말로 놀랄 만큼 화려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제시부는, 벽두에 피아노의 ff로 연주되는 주화음을 서주로 해서, 바이올린으로 훨훨 날듯이 연주되는 제1주제로 시작된다. 이것은 피아노에 인계되어 전개된 후, 경과구가 만들어져 ff의 정점에 도달하고 sfz의 연 속이 있은 뒤 pp로 되어서, 제2주제가 E장조로 나타난다. 다음에는 갑자 기 2/4박자로 변해서 완전히 새로운 악구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이상의 두 격렬한 주제로 일관된 이 악장 속에 교묘히 배치된 진정제와도 같은 것이다. 또 다시 6/8박자로 되돌아가, 트릴이 연주되어 제2악장에 의한 소결미에서 제시부를 끝낸다. 제시부는 반복된다. 전개부는 제2주제를 바이올린이 연주하면서 개시되고, 계속해서 제2주 제도 다루어지는데, 이 두 주제는 자유롭게 전개된다. 재현부는 완전히 정석대로 쓰여져, 우선 제1주제가 원조로, 이어서 제2 주제도, 5도하에서 재현된다. 코다는 제시부 소결미와 마찬가지로 트릴 에 시작되어, 마찬가지 형식으로 진행된 뒤, 제1주제를 회상하면서, 4소 절씩 두번 아다지오로 템포를 바꾸는데, 최후에 제2주제에 의해서 찬란 하게 끝을 맺는다.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에 서는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숨가쁘게 펼쳐지는 피아노 파트가 특히 화려하다. 너무나 화려한 나머지 마치 바이올린을 위협하듯 공격적이다. 그러나 바이올린 파트 역시 만만치가 않다. 바이올린은 불을 뿜는 듯한 스타카토와 강렬한 악센트를 선보이며 피아노와 접전을 벌인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이 곡이야말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진정한 의미의 듀오 소나타로 보기도 한다. 베토벤 이전, 또는 베토벤 초기의 바이올린 소나타들은 사실 '바이올린 오블리가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라고 할만큼 피아노의 비중이 매우 컸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도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전통을 따르고 있다.

이 곡의 초판본을 보면 악보에 "거의 협주곡처럼, 극히 협주곡과 같은 스타일로 작곡된 바이올린 오블리가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라 고 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협주곡의 스타일'로 작곡되었다는 말이 특히 강조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주곡 스타일로 작곡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마치 협주곡처럼 바이올린이 독주를 하면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처럼 반주를 한다는 뜻일까?

Beethoven이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가장 널린 알려지고 친근한 것이 이 '제9번'과 '제5번'의 2곡이다. '제9번'은 'Kreutzer', 그리고 제5번은 '봄'이라는 애칭으로 각각 알려져 있다. '봄'의 경우는 과연 봄을 생각하게 하는 2곡의 느낌으로부터 애칭이 붙여졌는데 대해 '크로이쳐'는 곡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 곡이 헌정되었던 프랑스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로이처의 이름을 따서 붙인 제목이다. 이 '제9번'은 '제5번'의 2년 후인 1803년에 작곡되었다. 결국 교향곡 제3번 '영웅'과 같은 해로서 이 무렵의 Beethoven은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그 이전과는 다르게 스케일이 커졌다. 바이올린 소나타의 작곡상에도 그것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 큰 특색은 Beethoven 자신이 붙인 타이틀이 가리키는 것처럼 '거의 협주곡처럼 서로 겨루어 연주되는 바이올린 조주부(助奏付)의 피아노 소나타'로서 쓰여져 있다는 점이다. 요컨데 대부분 사람들은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하면 바이올린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피아노는 반주를 맡는 식의 음악형태를 머리에 떠올리지만 Beethoven 이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것과는 반대로 주체는 피아노이고 바이올린은 단순히 조주의 역할만 하는 '바이올린 조주부의 피아노 소나타'였던 것이다. Beethoven 시대에는 이 두 악기의 관계가 점차 대등해져 왔으나 이 '제9번'에서 Beethoven은 바이올린 협주곡과 같이 바이올린이 피아노와 대등히 연주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완성했 던 것이다. Beethoven이 붙인 타이틀은 바로 그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은 Beethoven의 건강상태가 좋았던 무렵에 작곡한 것인 만큼 전체가 당당한 내용의 작품이 되어 있다. 전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제1악장은 변화가 뛰어나고 정열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훌륭한 곡이다.<'클래식 명곡이야기'>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전투

독일의 음악학자 아놀드 셰링은 그의 저서 <베토벤과 시>에서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의 협주곡적인 스타일에 착안하여 흥미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그 는 16세기 이태리 시인 토르콰토 타쏘의 <예루살렘의 해방> 중 제 12가에 나오는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 의 이야기를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1악장에 그대로 대입하여 이 곡이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싸움'과 같다고 설명한다.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은 특히 몬테베르디가 그의 마드리갈에서 가사로 채택하여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십자군의 용사 탄크레디는 아름다운 클로린다를 사랑하지만, 안타깝게 도 그녀는 적국의 회교도 여전사이다. 클로린다가 사라센의 전사 아르간테와 더불어 십자군 성채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자 이를 뒤쫓은 탄크레디는 자신이 뒤쫓고 있는 전사가 클로린다인 줄도 모른 채 그녀에게 1대 1의 결투를 신청한다. 셰링은 크로이처 소나타 1악장의 느린 도입 부가 싸움이 시작되기 전의 긴장된 분위기를 암시한다고 설명하면서, 피아노는 탄크레디를, 바이올린은 클로린다를 상징한다고 보고 이 이야기를 음악에 대입시킨다.

이 윽고 프레스토가 시작되면 바이올린이 먼저 a단조의 제1주제를 연주하여 클로린다가 먼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나타낸다. 탄크레디도 이에 지지 않고 맞받아 치며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이루어진 멋진 카덴차로 훌륭한 칼 솜씨를 과시한다. 그들의 싸움은 점차 격렬해지고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진다. 잠시 제2주제의 온음표들이 연주되는 동안 그들은 잠시 싸움을 멈추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상대를 노려보다가, 다시금 칼날을 번쩍이며 상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 러나 재현부의 500마디 부근에서부터 클로린다가 난조를 보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517마디에서 탄크레디의 칼끝이 클로린다의 아름다운 가슴을 꿰뚫고 만다. 바로 피아노의 스포르찬도에 바이올린이 맥을 못 추고 Bb 음을 길고 여리게 연주하는 부분이다. 클로린다의 괴로운 숨결이 방황하듯 표류하는 화성으로 표현된다. 클로린다는 몽롱한 정신으로 탄크레디 에게 세례를 받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탄크레디는 이 간청을 받아들여 시냇물을 길어가다 클로린다에게 세례를 주기 위해 그녀의 투구를 벗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죽음으로 내몬 사람은 다름 아닌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클로린다였다. 이 부분이 바로 1악장의 마지막 아다지오 부분에서 피아노가 연주하는 세 개의 코드이다. 긴 늘임표에 이어 클로린다는 숨을 거두고 탄크레디의 절규가 빠른 템포의 코다로 표현되면서 비극의 막은 내린다.

탄 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크로이처 소나타의 1악장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그것은 아마 이 소나타가 그 음악만으로도 너무나 드라마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성격 덕분인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는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의 영감을 자극하여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소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성욕의 문제를 다루면서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매우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아내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함께 연주하며 그와 사랑에 빠진다.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를 향한 참을 수 없는 질투와 증오심 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그녀를 칼로 찌르고 만다. 그녀의 코르셋 밑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새빨간 피. 그것은 이미 그녀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의 프레스토를 연주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이렇게 절규한다.

" 당신은 그 프레스토를 아십니까? 아신다구요? 아아! 소나타는 정말 무서운 곡입니다. 특히 그 첫 부분이… 대체로 음악이란 무서운 것입니다. 대체 그것은 무엇 하는 것입니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음악이란 대체 뭐냔 말입니까?"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