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 Maurizio Pollini | 音香 클래식

리차드 강 2016. 7. 27. 00:31

Petruschka -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Igor Fyodorovich Stravinskii, 1882 ~ 1971

1경 중 러시아 무곡 / Danse Russe. Allegro Giusto

Maurizio Pollini, piano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명의 남자,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페트루슈카>는 스트라빈스키와 디아킬레프가 손잡고 만든 작품으로, <불새>이후에 작곡된 두 번째 발레음악이다. 현재까지 꾸준히 연주되고 사랑 받는 현대 명곡 가운데 하나이다.

1830년경, 러시아의 수도에서 열린 사육제를 배경으로, 세 개의 손가락 인형에게 생명이 부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발레니나 인형을 사랑한 페트루슈카 인형. 하지만 발레리나는 그의 고백을 거절하고 페트루슈카는 슬픔에 빠져 괴로워한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그녀에게 다가가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인형, 무어인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자서전에 의하면,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주연 인형의 개성을 표현할 만한 이름을 고심하던 중 ‘페트루슈카’라는 이름을 생각해내고 뛸 듯이 기뻐했다 한다. ‘페트루슈카’는 러시아 농민의 흔한 이름인 페터의 애칭이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결국 악한에게 비참한 말로를 맞는 주인공을 통해 당시 러시아 농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민족주의적 성향과 함께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스트라빈스키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담고 있는 곡으로 평가받는 <페트루슈카>는 민요선율의 차용과 더불어 전개 없이 반복되는 모티브가 특징적인 곡이다. 또한 작품명을 그대로 인용한 ‘페트루슈카 화음’은 스트라빈스키만의 음악어법을 탄생시켰다.

 

Degas - The Russian Dancers

 

작품구성 및 줄거리

1830년경, 제정 러시아 니콜라이1세 치하의 수도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사육제 주간에 중앙 광장에서 상연된 인형 페트루쉬카의 비극을 주제로 삼고 있다. 페트루쉬카라는 이름은 러시아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아주 흔한 이름인데 영어식으로는 페터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악한에게 맞아 비참한 최후를 맞는 피에로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러한 주인공 설정도 러시아 농민과 관련이 있는 듯 보인다. 페트루쉬카는 발레리나에게 진지한 사랑을 품고 있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잔인한 무어인의 방해로 마침내 살해된다.

초연

피에르 몽퇴(Pierre Montex)의 지휘로 1911년 6월 13일 파리의 샤트레 극장에서 초연되었다.(장치 /브노아, 안무 / 포킨Fokine) 모두 4경(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장의 익살스러운 대장면'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무대 세트는 이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무대는 마술적으로 치장된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마술사는 마술피리를 부며 구름 위에 앉아 있다. 이윽고 커튼이 올려지면 청중들은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를 보고 놀란다. 도시는 무대 양쪽으로 둘로 갈라져 있고 가운데는 인형극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 주변엔 맛있는 음식들과 빵을 파는 수레, merry-go-round(회전목마), 풍차가 보인다. 색깔은 한결같이 밝게 빛나는 모습이다. 브노아의 아이디어로 무대가 이렇게 만들어졌는데 도시의 모습은 페테르부르크를 거의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주안점이 주어졌다고 한다.

제 2경(막)의 세트는 페트루쉬카의 방이다. 검은 색깔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어둡게 세팅된다. 페트루쉬카라는 가난하고 불쌍한 인형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벽에는 마술사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인형 페트루쉬카가 복종적이고 순종적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게 된다. 그러나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그가 격노하고 마술사를 주먹으로 가격하고 무어인의 방으로 피신하는 장면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놀라지 않는다. 이미 그러한 조짐들이 충분하게 객석에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3막의 무대가 되는 무어인의 방은 밝은 톤으로 치장되어 있다. 붉은 색, 녹색, 푸른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있고, 토끼와 야자수, 이국적 꽃들로 벽들이 치장되어있다. 페트루쉬카는 마치 휴가라도 온 듯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청중들에게 전달된다. 그의 삶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보여주는 무대인 것이다.

의상은 1830년대와 1840년대에 유행한 것을 재현해서 초연 무대에 올렸다. 3명의 캐릭터에게 입힌 의상은 한결같이 화려한 색채로 연출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페트루쉬카의 의상이 유난히 눈에 뜨이는 것이었다. 술이 달린 흰색 면 블라우스, 붉은색 타이, 오렌지색과 붉은 체크무늬의 바지, 푸른 구두를 신겼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화려한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초연 때 페트루쉬카 역을 맡았던 니진스키(Vaslav Nijinsky)는 회색 의상에 주석 색깔의 분장, 삐딱하게 그린 눈섭 등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표현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도 페트루쉬카 분장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한편, 발레리나의 의상은 중국 정원사 풍을 선택했고, 분장은 흰색 톤을 강조함으로써 경박한 무희 인형의 이미지를 객석에 전달하고 있다. 무어인은 녹색 쟈켓에 금색 수를 놓은 바지를 입었다. 물론 얼굴 분장은 검은 톤 이다.

안무는 음악을 닮아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안무가 포킨은 음악을 춤으로 번역한다는 안무의 기본에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아울러 주인공 3명에 대한 캐릭터는 확연한 차별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기우렸다. 페트루쉬카에게는 인간적인 것과 인형적인 것의 춤사위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고, 발레리나에게는 '어리석지만 매력적인 인형'의 이미지를 요구한다. 발레리나에게는 인간적 몸짓은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있다. 무어인의 캐릭터는 '강하지만 바보스러운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페트루쉬카의 발이 안으로 구부러지는데 비해 무어인의 다리는 늘 밖으로 구부리도록 안무하고 있다. 그만큼 그에게 주어진 캐릭터는 코믹한 것이다(페트루쉬카를 죽이는 장면만은 제외).

 

Maurizio Pollini, piano

2경. Chez Pétrouchka

3경. La Semaine Grasse.

Con Moto - Allegretto - Tempo Giusto - Agitato

 

 

음악 구성

제1경
1) 聖灰 수요일의 바로 전의 3일간(shrove-tide) 축제
2) 군중들
3) 협잡꾼의 매점
4) 러시아의 춤

제2경
1) 페트루쉬카의 방

제3경
1) 무어인의 방
2) 발레리나의 춤
3) 왈츠

제4경
1) 聖灰 수요일의 바로 전의 3일간(shrove-tide) 축제의 밤
2) 유모의 춤
3) 농부와 곰의 춤
4) 집시여인의 춤
5) 마부의 춤
6) 가면쓴 사람들
7) 페트루쉬카의 죽음

전곡 연속감상 / 관현악

 

페트루슈카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947년 개작)

제1경 / 카니발이 열리는 시장 Der Jahrmarkt

제 1곡 대 사육제

플루트가 시장의 떠들썩한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이어서 사육제의 노래 선율이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힘차게 나타난다. 이렇게 흥겨운 시장 분위기가 그려지면서 오르간 연주자와 무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윽고 시끄러운 음악이 물러가고 2개의 클라리넷이 다소 쓸쓸한 분위기의 선율을 연주한다. 이것이 끝나면 무희의 춤이 시작되는데 트라이앵글의 연주가 춤의 시작이다. 러시아 민요가 여기서 등장하는데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이 가담하여 이 선율을 연주한다. 이 선율이 끝나면 다시 떠들썩한 음악이 등장하다가 갑자기 음악이 그치고 작은북과 팀파니가 등장하면 인형을 다루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을 알린다. 플루트의 선율에 따라 등장하는데 그의 손에는 페트루쉬카, 무어인, 발레리나 등 3개의 인형이 들려져 있다. 인형 다루는 사람은 인형을 만지작 거리면서 생명을 부여한다.

세 인형은 갑자기 살아나서 러시아의 춤을 힘차게 추기 시작한다. 피아노가 주역이 되고 있는 매력적인 음악이 이 장면에서 연주된다. 이후 인형들의 우수꽝스러운 춤과 군중들의 떠드는 소리가 범벅이 된다. 이러한 소동이 그치면 작은북과 탬버린이 등장하고 클라리넷과 오보에의 어두운 모티브와 더불어 제1경의 막이 내린다.

1경 중 러시아 무곡 / 관현악

플릇의 힘찬 d단조의 선율과 뒤를 이어 현의 바쁜 반주는 사육제에서의 시장의 분위기를 묘사한다. 이후 떠들썩함은 정적을 맞게 되고 팀파니와 작은북의 소리는 곧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을 암시한다. 플릇의 선율과 인형(페트루슈카, 발레리나, 무어인)은 생명체로 탄생된다. 세 개의 인형은 러시아 민요에 맞춰 춤을 추고, 클라리넷과 오보에의 무거운 모티브와 함께 막을 내린다.

 

제2경 / 페트루쉬카의 방 Bei Petruschka

아주 기묘한 느낌을 주는 3잇단음표의 관과 피아노의 모티브가 강렬하게 연주되면서 제2경이 시작된다. 페트루쉬카가 인형의 방에 붙어있는 작은 문으로부터 인형 조종자에 의해 던져지는 모습을 그리는 대목이다. 클라리넷이 페트루쉬카의 주제에서 파생된 선율을 쓸쓸하게 연주하고 바순도 여기에 합세해서 페트루쉬카의 비애와 저주를 암시한다.(이 부분이 복조 부분이다. C장조와 F#장조의 복조)

피아노의 카덴짜가 페트루쉬카의 괴로움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최강주로 코넷과 트럼펫이 페트루쉬카의 주제를 연주하면서 페트루쉬카가 방에서 탈출하려고 맹렬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실패하고 피아노의 아르페지오가 희미해지는 모습으로 이를 표현한다.

이어서 페트루쉬카의 탄식을 나타내는 선율이 피아노가 중심이 되고 플루트가 오블리가토로 붙어 아름답게 연주된다. 그 뒤를 이어서 잉글리쉬 혼이 피아노의 반주를 받아 청중의 마음에 스며드는 선율을 노래한다. 이 때 페트루쉬카가 목마르게 연모하는 발레리나가 등장한다. 음악은 아주 천박한 무희를 묘사한다. 페트루쉬카가 자신의 마음을 호소하지만 발레리나는 천박한 몸짓 끝에 그대로 퇴장해 버린다. 클라리넷 솔로가 페트루쉬카의 탄식과 절망을 나타내면 하프와 다른 목관들도 여기에 합세한다. 페트루쉬카의 탈출시도가 또 다시 나타날 때 코넷과 트럼펫이 투티로 거칠게 등장하는데 이 부분도 페트루쉬카의 코드에 속하는 복조 부분이다. 페트루쉬카의 비탄은 2개의 클라리넷의 카덴자 형태로 묘사된다.

 

앞으로 쏟아지는 듯한 셋잇단음표의 모티브는 손가락 인형수에 의해 조그만 문간으로 던져지는 페트루슈카를 묘사한다. 이후 우울하게 이어지는 클라리넷과 파곳의 선율은 이후에 벌어질 페트루슈카의 비애와 저주를 암시한다.

 

제3경 / 무어인(검둥이 인형)의 방 Bei den Mohren

작은북과 탬버린의 트레몰로가 울리고 목관과 혼, 하프로 다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서주를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현악기들이 페트루쉬카의 실의를 잠시 나타내고 이윽고 탐탐과 팀파니가 등장하면 막이 오른다. 방에 누워있던 무어인이 3/4박자의 리듬이 새겨지기 시작하면 서서히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바순 2개가 무어인의 춤의 주제 첫 부분을 연주하고 이후 음울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계속된다. 코넷이 모티브를 연주하고 작은북이 가세하면 발레리나가 방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무어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박한 춤을 추고 이윽고 둘의 2인무왈츠가 시작된다. 코넷과 플루트의 솔로가 춤을 이끌고 이후 여러 악기가 가담한다.

이윽고 현의 불안한 트레몰로를 타고 트럼펫이 페트루쉬카의 주제를 여리게 연주한다. 페트루쉬카가 나타나 둘의 사이를 질투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페트루쉬카와 무어인이 서로 발레리나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벌어진다. 오케스트라의 절정에서 페트루쉬카는 싸움에 지고 쫓겨난다.

 

탬버린과 작은북의 트레몰로로 시작되는 서주는 현의 애절한 선율을 통해 발레리나에게 거절당한 페트라슈카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후 탐탐과 팀파니의 불규칙한 리듬과 함께 무어인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밝고 경쾌한 춤곡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의 불안한 트레몰로와 함께 빠른 곡조로 변환된다. 이것은 발레리나와 무어인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을 목격한 페르루슈카의 심리적 표현을 묘사한 것으로 질투심에 불탄 감정을 보여준다.

 

제4경 / 카니발이 열리는 시장, 그리고 페트루쉬카의 죽음

제1경과 같은 무대. 음악도 떠들썩하게 시작한다. 바순의 유모러스한 반주를 타고 바이얼린 솔로가 경쾌한 스타카토를 연주하면 이를 받아 '아기보는 여인 춤'의 주제를 오보가 연주한다. 이 역시 러시아 민요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음악의 분위기가 바꿔지면서 클라리넷 솔로로 '곰을 데리고 온 농부'의 등장을 알린다. 곰이 뒷발로 서서 재주를 부리는 모습을 튜바가 익살스럽게 묘사한다.

이번엔 '두 명의 집시여인을 동반한 행상인'이 등장해서 지폐를 뿌리는데 현악기군이 이를 묘사한다. 갑자기 팀파니와 튜바가 조급한 리듬을 새기면 '마부의 춤'이 시작된다. 주제는 현의 피치카토와 금관의 주고받기 형태로 연주된다. 이후부터 아기보는 여인의 춤, 마부의 춤이 한데 휩쓸리고 군중 모두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달려 올라간다. 군중의 춤이 한창일 때 갑자기 코넷과 트럼펫에 의해서 외치는 소리가 등장하고 페트루쉬카가 무어인에 쫓겨서 가설 무대에서 뛰어 나온다. 페트루쉬카의 주제가 단편적으로 불안하게 나타나더니 이윽고 발레리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어인이 칼을 휘둘러 페트루쉬카에게 일격을 가한다. 페트루쉬카의 죽음은 클라리넷과 바순으로 묘사되고, 바순의 스타카토는 경관과 인형조종인의 등장을 알린다. 인형조종인은 페트루쉬카의 시체를 일으켜 흔든다. 4개의 혼이 반음게적 음형으로 이 동작을 나타낸다. 군중들이 흩어지고 페트루쉬카의 시체를 끌고가는 인형조종인의 움직임은 오보의 음형으로 나타난다.

약음기를 붙인 트럼펫이 페트루쉬카의 주제를 음울하게, 그러다가 점차 무시무시하게 변형시키면 페트루쉬카의 유령이 나타난 장면에 이른다. 인형조종인은 무서워서 시체를 버리고 도망가고, 혼의 둔탁한 음형과 현의 피치카토가 서서히 꺼지듯 곡을 모두 마친다.

 

제1장과 같은 곡으로 D장조로 전조되어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만든다. 익살스럽고 재치있는 선율은 사육제의 분위기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할 때, 코넷과 트럼펫의 소리로 긴장을 주고, 페트루슈카의 주제 모티브가 여러 악기에서 조급하게 반복되면서 페트루슈카의 죽음을 절박하게 표현한다. 이후 클라리넷과 파곳의 연주는 죽음을, 호른의 반음계적 진행과 셋잇단음표로 군중들이 사라짐을, 약음기를 사용한 트럼펫이 모티브를 음울하게 연주하며 페트루슈카의 유령을 묘사한다. 둔한 호른의 선율과 현의 피치카토는 점점 꺼져간다.

 

작품해설 페트루슈카 Petrouchka

미국 작곡가 I.F.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전 4악장. 스트라빈스키와 A.N.브누아의 대본에 의한 4개의 정경으로 이루어진 벌레스크풍 발레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911년 6월 파리 샤틀레극장에서 S.P.디아길레프가 이끄는 러시아발레단(주연;나진스키)의 공연과 P.몽퇴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니콜라이 1세 치하의 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세인형 사이에 펼쳐지는 사랑의 비극이 그 내용으로, 러시아 하류계층의 비극·불행을 다루었다.

음악은 근대감각을 살린 홀수박자와 폴리리듬을 사용한 러시아민요를 도입한것이 특징이다. 이 음악의 기교·미학은 같은시대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인류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씌어져 왔고,상대적으로 힘없는 이들은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권력과 무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이중성은 우리의 또다른 얼굴이며,이러한 모습을 심도있게 보여주는 발레 작품 중의 하나로 ‘페트르슈카’를 들 수 있다.

3개의 커다란 인형을 극중 인물로 등장시킨 이 작품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음악에,미하일 포킨 안무로 1911년 디아길레프 러시아발레단에 의해 처음 공연되었다.

1830년,부활절이 며칠 남지 않은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광장의 사육제 시장은 인파로 붐빈다.

가설흥행장과 수레 상점 그리고 각 계층의 사람들. 가설흥행장의 주인인 인형 조종사가 등장해 피리를 불며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페트르슈카’는 극중극의 형태로 시작된다.

막이 열리면 세 개로 나누어진 방에는 부동자세의 인형이 있다. 새빨간 의상의 발레리나가 가운데 방에 있고,그 오른쪽 방에는 창백한 얼굴의 페트르슈카,왼쪽 방에는 칼을 찬 늠름한 체격의 무어인이 있다.

페트르슈카는 발레리나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발레리나는 오히려 무어인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제1경이 끝난다.

제2경에서는 방에 갇혀 있는 페트르슈카가 고독과 고뇌,발레리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연적인 무어인에 대한 증오심을 호소한다. 이때 발레리나가 나팔을 불며 들어오고 페트르슈카는 너무 기뻐서 자신의 사랑을 전하려 하지만 서투름으로 인해 발레리나는 도망쳐 버린다.

제3경에서 무어인이 코코넛으로 장난을 치다가 가지고 있던 신월도(新月刀)로 코코넛을 깨려한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코코넛에 신(神)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고서 마루 위에 놓고 엄숙히 회교도식의 절을 한다.

이때 무어인의 위풍당당한 풍채와 힘에 반한 발레리나가 들어와 진묘(珍妙)한 파드되가 시작된다. 페트르슈카는 사랑하는 발레리나를 지키려 하지만 무어인은 자신의 신월도로 그를 쫓아버린다. 페트르슈카가 나가자 무어인은 발레리나에게 구애를 시작한다.

제4경은 다시 눈 내리는 황혼의 사육제. 축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으면서 군중의 수도 늘어난다. 곰사육사들이 재주를 부리는 가운데,우아하면서도 경쾌한 러시아 농민의 춤과 마부들의 힘있는 춤이 시작된다.

이때 갑자기 무어인에게 쫓기고 있던 페트르슈카가 군중 속을 헤치며 뛰어들어 온다. 발레리나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무어인은 칼로 페트르슈카를 쓰러뜨리고 만다. 삽시간에 군중들이 쓰러진 페트르슈카를 에워싸고 급히 달려온 경관은 쓰러진 페트르슈카가 인형임을 알고 안심한다.

하지만 군중들이 흩어지고 주인이 페트르슈카를 옮기려할 때 흥행장 지붕 위로 페트르슈카의 영혼이 나타난다. 놀란 인형 조종사는 급히 달아나 버린다.

‘페트르슈카’는 9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현대인이 겪는 소외의 비극적 상황을 그리고 있다. 또 표현에 있어서도 발레만의 독자적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포킨의 안무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존재의 이중성으로,강자와 약자,아름다움과 추함,대담함과 소심함,거침과 부드러움,고독과 분주함,성스러움과 탐욕,코믹함과 광기,관능과 공포,현실과 상상 등에서 보여주는 유기적 비극성이다.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http://www.kjsballet.com

 

스트라빈스키 / 페트루쉬카(Petrushka)

예술형식에 있어서 발레는 마치 오페라의 경우처럼 여러 장르의 예술이 모여서 하나로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은 춤으로 나타나고, 미술은 무대세트와 의상을 통해서 보여지고, 문학은 이야기를 만드는 형태로 나타난다. 청중은 이러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통해서 정서적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막강하게 다가서는 부분은 춤이다. 게다가 춤이 錚?이야기의 틀 속에서 추어지게되면 청중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정서적 반응을 보이게된다.

사랑을 거절 당하고, 감금당하고, 쫓겨 다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페트루쉬카는 청중들을 사로잡는 엄청난 매력에 넘치는 발레 작품이다. 청중들이 그들의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거의 충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심지어는 청중들 자신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스스로가 속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상연이 모두 끝나고 나면 자신들이 한낮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이 작품은 인형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지녔기 때문에 갖가지 고통과 비극을 겪어야하는 인형 '페트루쉬카'의 심리적 묘사를 음악의 주제로 삼은 발레음악이다. '불새'를 발표하고 일약 세계적인 작곡가로 부상한 이 작곡가가 어느때보다도 자신감과 불타는 의욕을 지니면서 1911년 로마에서 페트루쉬카를 완성시켰다.

이미 정평이 내려졌다시피 '불새'와 더불어 그의 불세출의 걸작이기도한 이 작품은 처음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순수 기악곡으로 착상되어 일단 완성되었다가 디아길레프가 '발레 루스(Ballet Russes)'를 위한 새로운 발레작품을 의뢰하자 발레곡으로 형태가 변경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의 제1경과 2경에서 피아노가 마치 협주곡의 경우처럼 중심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발레음악 장르에서 '예술성'에 있어서는 그의 어떠한 작품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도시에 살고 있었던 여러 예술가들의 협동이 있었다. 당시 스트라빈스키는 로잔느·페테르부르크·로마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대본작가인 브노아(Benois)는 페테르부르크에서 대본을 썼고, 안무가 포킨은 파리와 로마에서 이 작업에 참여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초연 수주 전까지도 완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스트라빈스키의 자서전에는 "곡을 쓰는 동안 내 마음에 갑자기 생명이 주어진 인형에 대한 명료한 그림이 들어왔다. 그것은 악마적인 아르페지오의 폭포를 동반한 오케스트라의 울림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트럼펫의 맹렬한 응수가 더해진다. 그 결과 가엾은 인형의 의기소침과 슬픔을 오케스트라의 총주 속에서 클라이맥스가 엄청난 소음으로 표현된다"라고 쓰고 있다. 결국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박진감 넘치고 익살스럽고 즐거운 작품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이 곡이 초연될 무렵 음악가들은 '아주 거친 작품'으로 인식했다. 실제로 처음 악보를 받아본 연주자들은 비웃거나 연주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사실상 이 작품은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페트루쉬카 코드'라고 불려지는 복조의 조성이 늘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동시에 존재하는 2개의 조성을 말하는 것인데, 스트라빈스키는 C major와 이와는 가장 먼 F# major를 동시에 연주하는 2개의 코드를 즐겨 쓰고 있다. 이것은 페트루쉬카가 지니고 있는 2개의 캐릭터, 즉 인간적인 것과 인형적인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페트루쉬카는 마술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고 동시에 발레리나를 사랑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가 한낱 인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페트루쉬카 코드는 바로 이러한 2개의 입장을 아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에 러시아 민요들을 도입하거나 다른 작곡가들의 도움을 얻어 그들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베버의 플루트 협주곡에서 빌려온 선율이 마술사의 프루트 음악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 : 곽근수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