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드뷔시: 전주곡 1집 7~9곡 -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프랑스 인상

리차드 강 2015. 3. 15. 06:00

Debussy Preludes Vol.1 - No.7~No.9

드뷔시 전주곡 1집 7~9곡

Debussy, Claude Achille 1862-1918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piano

8. La Fille Aux Cheveux De Lin
7. Ce Qu'A Vu Le Vent D'Ouest
9. La Sereade Interrompue

     

드뷔시 전주곡집

드뷔시(1862-1918)는 파리 근교 생 제르망 레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이 뛰어나 10세 되던 해부터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1884년 로마대상을 받기까지 이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로마에서 의무적으로 2년간 머물다가 귀국하여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파리의 생활은 드뷔시의 창작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하였으며, 특히 상징파 시인들과의 만남은 드뷔시의 창작에 강한 충동을 주었다. 그리하여 인상파 회화수법에 적합한 표현을 감각적인 음악으로 새롭게 음계를 창안, 대담한 화성을 사용하여 인상주의 음악을 확립하게 된다.

32세 되던 해에 작곡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인상주의 음악을 확립하는 결정적인 곡이다. 피아노 독주를 위하여 만든 전주곡집은 2권으로 만들어졌으며, 각 권마다 12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들은 1910-1913년 사이에 작곡 되었다고 한다. 음으로 엮어진 시집이라는 전주곡집은 드뷔시가 보고, 듣고, 읽고, 상상한 대상들의 인상을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표현하였고, 인물과 풍경 그리고 시, 소설, 신화 등 모든 예술장르에 걸쳐 받은 인상들을 드뷔시만의 화법으로 그려놓은 화집이라 하겠다.

     

     

특징

1. 각 곡의 제목을 앞이 아닌 뒤에 붙였다.
2. 이 제목들은 상당히 시사적이며 인상파적인 색채가 짙기 때문에 작곡자의 의도를 평가하기 힘들다.
3. 각 곡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4. 12개 그리고 2집을 합쳐서 24의 수가 나타내듯이 쇼팽을 염두에 두고 썼다.

 

드뷔시 전주곡 1권

1. Danseuses de Delphes 델피의 무희

아폴로 신전에서 춤을 추는 여신을 그린 곡으로서 조용하면서도 품위 있고 신비스러움이 감돈다. 사라반드를 연상케하는 3박자의 완만한 움직임이 억제된 음량(전 31마디 중 4마디 밖에 mf를 넘지 못한다)으로 온화한 포물선을 그리고 총체적으로 고대풍 동방적인 분위기

     

     

2. Voiles 돛

청명한 바다에 순풍을 받으며 돛단배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풍경을 느끼도록 그려졌다.

제목이 '돛'이 라고 되어 있지만 다른 전주곡들과 마찬가지로 드뷔시는 곡을 완성한 다음 제목을 붙였기 때문에- 드뷔시 또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제목의 'Voiles'(돛 혹은 베일)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는 드뷔시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혹자는 관능미라고도 했습니다).C온음음계.. 왼손 aug코드들과 Db키(?)에서의 5음계.. 다시 C온음음계 글리산도... 이 곡을 들어보면 파도의 출렁임과 펼쳐지는 '돛'이 연상되긴 하지만, 돛이든 파도든 갈매기든, 베일에 가려진 '여인의 몸매'든 드뷔시는 그냥 'Voiles' 한마디 했을 뿐...악보에는 '엄격하지 않고..', '매우 부드럽게..', '표정이 풍부하게..', '더욱 유연 하게..', '상냥하게..', '조심스럽게..', '옅은..', '더욱 가라앉히고 약하게..' 등 의 지시가 적혀있답니다. 이 지시대로 연주 하려면 건반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들릴랑 말랑 속삭이는 목소리로 매우 여리게 내지 여리게로 연습해야 하는데, 소리를 크게 내는 것보다 이렇게 작게 표현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실 것입니다.

 

3. Le Vent dans la plaine 광야를 건너는 바람

풀잎과 보리이삭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지나가는 바람을 그렸다.

 

4. "Les sons et les parfums tournent dans l'aif du soif"

저녁놀 대기 속에 떠도는 소리와 향기

보들레르의 시에서 암시를 받았다고 하는 이 곡은 오묘한 화성을 자아내는 음의 색채가 놀랍다. 3/4 박자이지만 부분적으로 2/4를 가미해서 5/4로 한다든가 왼손의 3박자계에 오른손의 2박자계를 짜맞춘다든가(드뷔시가 좋아했던 리듬법)등 불확정한 리듬이 보인다. 또한 '약간 활기를 띠고서'라든가 '억제하여'라고 세심한 지시를 많이 주고 템포에도 풍부한 음영을 요구한다. 마지막이 되는 곳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풀피리의 가락처럼'과 같은 음색상의 지시도 있다. '리듬을 가진 시간과 색채'를 음악에서 찾아낸 드뷔시의 기본적인 자세가 잘 나타난 곡이다. 보들레르의 시 '황혼의 노래'의 1행이다.

 

5. Les cellines d'Anacapri 아나카프리 언덕

나포리에 있는 아름다운 언덕 아나카프리를 그린 것으로, 타란델라의 리듬이 실려 있다. 타란텔라와 나폴리 민요선율이 나온다.

 

6. Des pas sur la neige 눈 위의 발자국

단순한 음형 속에 무한한 내용이 담긴 이 곡은, 작곡자 자신의 설명에 의하면 왼손의 반복적인 리듬이 아무도 찾지 않는 한적한 곳의 얼어붙은 눈의 경치를 나타낸 것이라 하였다. 너무 외롭고 쓸쓸해 몸서리쳐지는 이 곡은 전주곡집 중 명작이다.

 

7. Ce qu'a vu le vent d'Ouest 서풍이 본 것

풀이나 수목 등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강한 서풍을 그렸다. 드뷔시의 곡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곡이라 한다. 포물선을 그리는 중심 음을 저음으로 한 분산화음으로 시작되는 곳은 3곡과 비슷하지만 그 포물선이 크고 두텁게, 그리고 전체에 격동이 넘친다. pp에서 ff까지 급격한 움직임을 통해서 음향의 융해를 한다. 두드러진 색채의 불협화음을 썼다. '서풍'은 프랑스인에게 있어서 흉폭한 바람을 뜻한다.

 

8. La fille aux cheveux de lin 갈색머리 아가씨

시인 르콩드드 리르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인데, 수채화 같이 담담한 색조로 표현된 매우 사랑스럽고 신비한 곡이다. 곡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네이던의 소설(제니의 초상화)의 제니가 나타나듯 신비롭다. 7번과 아주 대조적인 음악이다. 평온한 곡선을 그리는 선법적인 선율과 병행 4,5 화음이 조화를 이룬 곡.

아마 빛 머리의 처녀 (La fille aux cheveux de lin) 다정한 화음이 티없는 감미로움으로 귀를 간지럽힙니다. 드뷔시는 이 곡을 옛날 그가 가곡으로 만든 적이 있는 르콩트 드 릴의 시에 나오는 소녀에게 바쳤습니다. “여름의 밝은 햇빛을 받으며 종달새와 함께 사랑을 노래하는 앵두 같은 입술의 아름다운 소녀에게”라는 헌시와 함께 이 곡은 1910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아마 빛 머리의 소녀'는 제1권의 8번 곡으로 르콩트 드 릴의 시에 나오는 소녀에게 바쳐진, 다정하고 감미로운 화음의 곡이다. 이 곡은 드뷔시의 첫번째 프렐류드 모음집에 있는 작품 중에 하나로 원래는 피아노 곡이지만 바이올린 곡으로도 연주되기도 하고 또 그 선율의 아름다움과 정적인 분위기가 하프의 음색과 어울려 하프로도 많이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습니다. 이 곡에서 드뷔시의 독특한 인상적인 색채는 하프의 아르페지오에 의한 음의 분산을 통해 마치 인상파 화가의 경계가 불분명한 그림처럼 풍성하고 여유롭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드뷔시는 `아마 빛 머리의 소녀'에서 긴 속눈썹과 부드러운 금발의 곱슬머리를 가진 처녀를 그리고 있습니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구름 속 선녀의 머리처럼 부드럽고 따사로우며, 그녀의 입술은 붉은 체리빛깔의 달콤함을 머금고 있으리라 상상됩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이 음악을 감상하노라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곡을 작곡한 드뷔시가 틀림없이 당시 새로운 가치의 예술적 지평을 열었던 인상파 화가 르노와르의 유명한 작품 "이레느 깡 딘베르 양의 초상"(1879년)을 보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런 제목의 작품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위 에서 감상하시는 대로 여러분도 잘 아시는 이 명화는, 당시 별로 많지 않았던 르노와르의 후원자 가운데 가장 그를 잘 이해하던 은행가 루이 깡 딘베르의 귀여운 막내딸 "이레느" 양을 모델로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자꾸만 르노와르의 이 아름다운 그림과 드뷔시의 아름다운 음악을 서로 연계시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군요.^^ 물론 전혀 정설은 아닙니다.

 

9. La serenade interrompue 끊어진 세레나데

여인의 창가에서 세레나데가 뜻하지 않는 방해로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엮어간다. 기타처럼 손톱으로 튕기는 듯한 반주 음형.

 

10. La Cathedrale engloutie 가라앉은 사원

옛날에 바다보다 낮은 ‘이스’라고 하는 작은 나라가 있었는데, 방벽의 수문을 여는 열쇠는 왕이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왕의 딸이 애인 때문에 열쇠를 훔쳐 수문을 열게 되고, ‘이스’는 바닷속 깊이 가라앉고 만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매년 한번씩 ‘이스’의 사원이 바다 위로 올라온다. 종이 울리고 승려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는 다시 서서히 가라앉는다. 종소리가 안개에 덮인 해면에 울리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안개가 걷히는 것과 동시에 성당은 해상에 위용을 드러내고 오르간이 힘차게 울려 퍼진다. 수도자들의 성가도 들린다.

 

11. La Danse de Puck 퍼크의 춤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요정을 그렸는데, 익살스러운 퍼크를 암시하듯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져 있다.

 

12. Minstrels 민스트렐

중세기 영국에서 활약한 음유시인을 나타낸 작품인데 전체적으로 리듬이 산듯하고 재치가 넘치는 곡이다. 당시의 뮤직홀에서 흑인 노래가 있고, 춤, 곡예가 있는 쇼를 가져왔다. 여기에는 밴조우(미국의 악기로서 재즈나 민속음악에 사용되는 기타의 일종)와 코넷이나 텝댄스의 구두소리나 노래도 드럼도 모두 피아노가 소리를 내서 들려준다.

     

     

드뷔시 전주곡 2권

1. Brouillards 안개

전주곡 제2권은 대담하고 참신한 곡으로 시작됩니다. 독일 작곡가 Dieter Schnebel는 이 곡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주제도 없고, 전개도 없다. 전통적인 형태도 없다. 대위구가 없지만, 그렇다고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화성이 더 있는 것도 아니다. 멜로디도 없고 반주도 없다. 주선율과 부선율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온음계도 아니고 반음계도 아니다. 음계라는 것 자체가 있을까? 쇤베르크나 말러와 같은 동시대인들을 연상시키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음향의 내적 변화가 여기 있으며, 그 프로세스가 전통적인 구조를 대체하고 있다."

 

2. Feuilles mortes 낙엽

이 곡의 섬세하면서도 단호한 구조는 아름답고 정묘한 화성으로 입혀져 있습니다. 무조성을 보이고 있는 ‘안개’와는 대조적으로, 상당히 확장된 조성의 예를 보여주고 있으며, 교묘한 리듬은 날카롭고 슬픈 화려함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3. La Puerta del Vino 라 푸에르타 델 비노

‘라 푸에르타 델 비노’는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포도주의 문’이라는 뜻인데, 스페인 알함브라 궁에 있는 문의 이름입니다. 드뷔시는 스페인을 여행한 적이 거의 없었지만, 팔야(Manuel de Falla)가 보낸 엽서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드뷔시는 엽서를 받았을 때, 사진에 나타난 명암 대비의 강렬함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걸로 뭔가를 만들어야겠어!"라고 말했습니다. 드뷔시는 이 곡의 첫머리에 "극도의 격렬함과 정열적인 달콤함의 갑작스런 대조와 함께"라고 지시해 놓았습니다.

     

     

4. Les fées sont d’exquises danseuses 요정들은 아리따운 무용수

이 곡은 로베르 고데(Robert Godet)가 드뷔시의 딸 슈슈(Chouchou)에게 1912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준 J. M. Barrie의 <켄싱턴 공원의 피터 팬>에 있는 Arthur Rackham의 삽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드뷔시가 이 곡에서 묘사한 삽화 ‘거미줄 위의 요정’입니다. 요정이 한 가닥 거미줄 위에서 춤추고 있고, 귀뚜라미는 클라리넷을 불고, 거미는 첼로를 켜고 있습니다.

     

     

5. Bruyères 히스가 무성한 황무지

조용한 황야에 울리는 목동의 평화롭고 단조로운 갈대피리 가락과도 같은 곡입니다. 고요하고, 순수하며, 투명한 것이 제1권의 ‘아마빛 머리의 소녀’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6. General Lavine - eccentric 괴짜 라빈 장군

이 곡의 제목은 당시 마리니(Marigny) 극장에서의 공연으로 유명했던, 미국인 광대 Edward La Vine에서 온 것입니다. 곡의 첫부분에 "케이크-워크의 스타일과 움직임으로"라는 지시어가 있지만, 음악은 오히려 래그타임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고 합니다. 피아노의 음향은 재즈 밴드를 연상시킵니다. 드뷔시는 이 곡을 너무 빨리 연주하는 것을 금하였고, 기계적인 엄격함으로 연주하는 것에 집착했습니다.

케이크-워크가 어떤 걸음걸이인지 보여주는 그림을 하나 올려봅니다.

     

     

7.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달밤의 알현을 위한 테라스

이 곡의 제목은 피에르 로티(Pierre Loti)의 <영국인 없는 인도>에 나온 ‘달빛 아래서 회의를 하기 위한 테라스’에서 온 것일 수도 있고, 르네 퓌오(René Puaux)가 <Le Temps>지에 기고한 영국왕 죠지 5세의 인도 황제 대관식에 관한 기사 내용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벨기에 음악학자 Harry Halbreich에 따르면, 가끔 사람들이 이 곡의 제목을 잘못 읽어서 ‘달빛 아래에서의 알현(audiences au clair de lune)’으로 생각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하며, ‘달빛의 알현(audiences du clair de lune)’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테라스는 달빛이 비치는 순간의 그 어떤 알현 테라스도 아니고, 밤에만 알현이 이루어지는 테라스를 뜻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내용은 Edward Lockspeiser의 드뷔시 전기 프랑스어판의 부록에 있는 Harry Halbreich의 악곡 해설을 참고한 것입니다.)

물론 이 곡에 ‘달빛’의 분위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위의 설명에 따른다면 이 곡의 제목을 ‘달빛 비치는 테라스’와 같은 식으로 번역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밤의 알현을 위한 테라스’라는 번역을 제안해 봅니다. 저는 좀 덜 낭만적이더라도 정확한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영어로는 ‘The terrace for moonlight audiences’라고 번역하는군요. 알프레드 코르토(Alfred Cortot)는 «이 꿈의 그림, 이 환상의 테라스는 언제라도 사라져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라고 말로 이 곡의 느낌을 요약했습니다. 스페인에도, 인도에도 가 보지 못했던 드뷔시는 다음과 같은 농담을 했다고 합니다. "여행갈 돈이 없으면 상상으로 대신해야지."

 

8. ondine 물의 요정

이 곡은 푸케(De La Motte Fouqué)의 <Undine>에 들어있던 Rackham의 삽화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라벨의 ‘물의 요정’에 대한 드뷔시의 대꾸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장황함과 기술적 화려함을 경계했던 드뷔시의 ‘물의 요정’은 대담한 기교가 없다는 점에서 라벨의 작품과 차이를 보입니다.

Rackham의 삽화 두 점을 올려 봅니다.

     

     

9. Hommage à S. Pickwick Esq. P.P.M.P.C. 사무엘 피크위크씨를 찬양하며

사무엘 피크위크는 디킨스의 <피크위크 클럽의 기록 Pickwick Papers>에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디킨스의 소설에서 피크위크씨는 원래 ‘G.C.M.P.C. (General Chairman-Member Pickwick Club)’인데 드뷔시가 살짝 실수를 한 듯 합니다. 참고로, 소설의 다른 등장인물들 중에 ‘P.V.P.M.P.C.(Perpetual Vice President-Member Pickwick Club)’인 스미거스씨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P.P.M.P.C.’는 ‘Perpetual President-Member Pickwick Club’을 뜻하겠지요. 이 곡은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King’을 사라방드 리듬에 실어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10. Canope 카노푸스 항아리

옛날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만들 때, 장기들은 방부 처리를 하여 따로 4개의 항아리에 담아 보관하였다고 하는데, 이 항아리를 카노푸스라고 부릅니다. 드뷔시의 집에 카노푸스 항아리 2개가 장식품으로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곡의 쓸쓸한 느낌은 제1권의 ‘눈 위의 발자취’의 분위기를 생각나게 합니다.

     

     

11. Les tierces alternées. 교차하는 3도

이 곡은 전주곡이라기 보다는 연습곡 같은 느낌입니다. 제목도 24개의 전주곡 중 유일하게 풍경 묘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곡의 스타일은 ‘피아노를 위하여’의 ‘토카타’를 연상케 합니다.

 

12. Feux d’artifice 불꽃놀이

곡의 마지막에 라 마르세예즈의 조각들이 인용된 것으로 보아, 이 곡은 7월 14일 혁명기념일 축제의 불꽃놀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알프레드 코르토(Alfred Cortot)는 이 불꽃놀이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벵갈 불꽃의 잔잔한 연기, 그로부터 나오는 외로운 반짝임, 불꽃탄의 쉬익 소리,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내려오는 별들, 차륜 꽃불들의 소리, 가지각색 불꽃 다발들의 찬란함, 밤에 반짝이고 빛나는 그 모든 것들, 빛들의 모든 환상적인 풍경이 이 음악에 있다." 하지만, 이 곡의 끝맺음은 축제가 끝난 후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드뷔시 전주곡 2집 해설 출처 : http://www.goclassic.co.kr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미켈란젤리

미켈란젤리의 이름에는 '축복' (Benedict)과 '천사 미카엘' (Michelangelo)이 이름 속에 포함되어있다. 이름처럼 그의 음악세계도 종교의 엄숙함과 많이 닮아있다. 철저한 악보분석, 악보에 근거한 만큼의 낭만주의,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는 기교. 미켈란젤리는 한 세대를 풍미했던 거장의 시대에서도 유달리 돋보이는 존재였다.

그는 항상 완벽으로 통했다. 그의 음반이 대부분 라이브 녹음임에도 음질을 제외하면 언제나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는 미켈란젤리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는 미비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그의 삶이 칩거와 은둔으로 가득 찬 삶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스위스 루가노에 정착하여 평생을 살았던 그는 그가 사랑했던 스위스의 산들처럼 언제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타협의 여지는 전혀 없는 피아니스트였다. 언제나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고, 그 길만을 묵묵히 걸었던 미켈란젤리였다. 누가 그랬던가 ! 천재는 고독하다고... 그렇게 그는 험난한 고독의 길을 혼자서 걸어간 위대한 예술가였다.

     

     

Claude Debussy - Prelude vol. 1 by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드뷔시 '전주곡 1권' (1977년 녹음, DG 413 450-2) , 아루트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새삼 거론 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유명한 미켈란젤리의 대표적인 명반이다. 미켈란젤리의 노년기의 녹음이지만 녹슬지 않은 기교와 곡의 정곡을 찌르는 정확한 해석으로 지금까지 이 곡의 최고의 명반자리에서 내려 올 줄을 모르는 음반이다. (물론 강력한 도전자인 짐머만이 있기는 하지만...) 이 음반의 가치를 두고 어떤 이들은 기적이다, 다시는 태어날 수 없는 불후의 명반이다...등등 온갖 수사적 찬사들을 동원해 이 음반의 가치를 매기고 있다. 글쓴이 역시 이 의견들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에 속한다. 왜냐면 미켈란젤리에 대한 애정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리의 별스런 기행이나 독특함 그리고 완벽주의는 역사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굴드정도... 그러나 이처럼 별난 미켈란젤리의 음악세계는 전혀 별나지 않다. 굴드가 별난 삶처럼 그의 음악도 초개성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미켈란젤리는 정확한 악보 해석, 빈틈없는 기교, 과장 없는 루바토등 소위 말하는 정통파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미켈란젤리가 남들보다 눈에 뜨는 점은 정확한 악보해석과 무서울 정도의 치밀하고 차가운 기교였다. 이러한 미켈란젤리의 특성에 잘 맞는 곡이 어렵기로 소문난 드뷔시의 전주곡이다. 그래서 미켈란젤리의 전주곡이 Best of Best로 꼽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드뷔시의 전주곡이 오늘 날 그래도 이 정도의 대중성과 지명도를 갖게 된 데에는 미켈란젤리의 막대한 공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나역시 미켈란젤리를 알기 전까지는 이 멜로디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운 이 곡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우선 이 곡은 위대한 바하의 영향을 받은 선배 작곡가인 쇼팽처럼 바하의 영향으로 24개의 조성에 따라 작곡되었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각 곡마다 매력적인 표제들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제목만 높고 보면 얼마나 멋진 곡일까 하는 환상을 불러일으키지만 불행이도 제목처럼 쉬운 곡이 아니다. (나는 이 곡을 얼마나 더 들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 하지만 피아노의 음향적인 측면으 보았을 때 이 곡처럼 효과적인 곡도 없다고 한다. (남들이...) 어쨌든 당시에 이러한 곡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 것은 분명하며 피아노의 기능적인 측면을 확장시킨 이 곡의 위대함은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위대한 작곡가의 이 명곡은 미켈란젤리라는 걸출한 피아니스트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드뷔시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많은 음반을 사고 들어왔지만, 미켈란젤리만큼의 충격을 가져다 준 음악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첫 곡부터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소리는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 정교한 페달링과 핑거링을 통해서 울려 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불순물이라고는 전혀 없는 순도 100%의 물처럼 맑고 투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음반을 들을 때마다 미켈란젤리라는 인간의 위대함을 물론이고 똑같은 피아노로 어떻게 남들과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내는지 궁금해진다. 미켈란젤리가 이 곡을 녹음 할 당시의 나이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아무리 위대한 피아니스트라도 노년에는 기교는 예전같지 않다. 그리고 드뷔시의 이곡은 노년의 여유과 원숙함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니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리는 완벽에 가까운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개인적으로 참 무서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이 드뷔시의 전주곡을 들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졸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재미없는 곡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듣다 보니 하나 하나 귀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피아노의 세계였었다. 리스트의 말년 작품이나 스크리아빈의 몇몇 작품에서도 이 것과 비슷한 것을 느끼지만 드뷔시의 피아니즘은 완벽하게 드뷔시만의 것이였다. 그제서야 나는 드뷔시라는 위대한 천재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현대음악까지 귀동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슈만의 시인의 사랑에는 분덜리히의 음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처럼 드뷔시의 전주곡에서는 미켈란젤리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짐머만이나 베로프의 뛰어난 연주가 빛을 잃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 인간이 완성한 이 놀라운 명반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 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드뷔시가 생존해있다면 미켈란젤리에게 절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스크리아빈과 호로비츠도 그렇지만 드뷔시와 미켈란젤리, 작곡가와 작곡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연주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왜냐면 천재는 늘 시대를 앞서가기 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천재를 발견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드뷔시의 전주곡 1권 표제들.

1. 델피의 무희들 2. 돛 3. 들을 지나는 바람 4.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5. 아나카프리의 언덕 6. 눈 위의 발자국 7. 서풍이 본 것 8. 아마빛 머리의 소녀 9. 끊어진 세레나데 10. 물에 잠긴 사원 11. 푸크의 춤 12. 민스트렐

글 : http://kojiwon.com/41

     

Debussy Preludes 곡의 특성에 따라 나누어 보면...

1. 병행화음과 페달 효과로 된 인상주의적인 녹턴

- "Les sons et les parfums tournent dans l'aif du soif" 저녁놀 대기 속에 떠도는 소리와 향기

-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

2. 계절이나 날씨로

- 겨울의 청각적인 영상이 두드러지는.. Des pas sur la neige 눈 위의 발자국

- 가을을 위한.. Feuilles mortes 마른 잎

- 안개를 그린..Brouillards 안개

3. 2개의 물결 같은 곡들

- Voiles 돛

- ondine 물의 요정

4. 섬세하고 예민한 아르페지오를 사용하고 약간 변덕스러운 면이 특징인 곡

- La Danse de Puck 퍼크의 춤

- Les F'ees sont d'exquises danseuses 요정은 착한 무용수

5. 기교 과시적인 명기성을 요하는 대곡들

- Le Vent dans la plaine 광야를 건너는 바람

- Ce qu'a vu le vent d'Ouest 서풍이 본 것

- La Cathedrale engloutie 가라앉은 사원

- Les tierces alternees 교대하는 3도

- Feux d'Artifice 불꽃

6. 여러 나라의 독특한 고유 음악을 인용

- 스페인

La serenade interrompue 끊어진 세레나데, La Puerta del Vino 포도밭의 문

- 스코틀랜드

La fille aux cheveux de lin 갈색머리 아가씨, Bruyeres 에리카가 우거진 황야

- 미국의 흑인 음악

Minstrels 민스트렐

- 이탈리아 타란텔라

Les cellines d'Anacapri 아나카프리 언덕

7. 고풍스럽고 의례적인 무곡

- Danseuses de Delphes 델피의 무희

- Canope 카노프 ......사티의 영향을 받음

글 : 김동환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