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 즐거운 ..

책읽은 여자는 위험하다? │ 명화 속 책읽는 여자들

리차드 강 2006. 12. 7. 15:21

책읽은 여자는 위험하다?

왜 화가들은 책 읽는 여자에게 매혹되는가?

이브 아널드의 <메릴린 먼로가《율리시스》를 읽다>(p.251)라는 사진을 보자. 아름다운 금발머리에 풍만한 몸매로 시대를 풍미한 섹스 심벌 메릴린 먼로가, 20세기 고급 문화의 표상이며 많은 사람들이 현대 소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 평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너무나 열중한 채로 읽고 있다. 그녀는 정말 《율리시스》를 읽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읽고 있는 척 하는 것일까?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그녀만이 알겠지만,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은 책을 읽고 있는 먼로의 은밀한 매력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성경을 든 성녀 마리아에서 《율리시스》를 읽고 있는 메릴린 먼로까지 책을 읽고 있는 여자들의 위험한 매력을 그림과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책 읽는 여자’라는 모티브는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 중의 하나였다. 책을 읽고 있는 여자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쿠마이의 무녀>(p.66), 렘브란트의 <책을 읽고 있는 노파>(p.74), 베르메르의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p.79),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p.171) 등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명화들이다. 그리고 이 외에도 수많은 화가들이 책을 읽고 있는 여자를 그림들을 남겼다. 도대체 왜 화가들은 책 읽는 여자에게 매혹되는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자신의 책 《독서의 역사》에서 “인간은 다시금 자신과 관계를 맺고, 육체가 휴식을 취하도록 놔두고, 자기 자신을 세상 사람이 도달할 수 없으며 볼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고 서술하였다. 그의 말처럼 독서는 유쾌한 고립 행위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예의 바르게 자신을 접근하기 임든 존재로 만든다. 외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이 같은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마도 화가들이 오래 전부터 책 읽는 사람을 그리는 것에서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점일 것이다. 관람자가 현실 속에서 독서하는 사람에게로 다가서면 이런 상태는 순간적으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회화는 실제로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 혹은 파괴하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책을 읽고 있는 여자들의 그림이 화가들의 중요한 모티브였음에도, 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읽을 수 있는 자유를 갖기까지는 수백 년의 세월이 걸렸다. 처음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책은 소수만이 향유하는 사치품이었고, 책의 의무는 그저 진리를 담은 그릇, 신의 뜻을 전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책에서 진리뿐 아니라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였고, 따라서 권력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독서에 몰두하는 것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몰며 여자와 아이들이 책에 탐닉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여자들이 책을 통해, 가정이라는 좁은 세계를 상상력과 지식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세계와 맞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 순간, 책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을 얻게 된 순간 여자들은 달라졌다.

그녀들은 책 속에서 현실 너머의 세상을 발견했고 빠른 속도로 책에 매료되었다. 이제 책 읽는 여자들은 위험해졌다. 가정에 대한 순종을 벗어 던지고 독립적 자존심을 얻었기에 그녀들은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현실과 꿈속을 오가는 그녀들의 시선은 화가들을 매혹시켰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 수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것이다.

독서에서 자신감이 자라나고, 자신감에서 자신의 생각에 대한 용기가 자라난다. 남자는 생각하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고트프리트 벤은 한 편지에서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서 두뇌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곳이 자극받기를 원한다.” 우리 여자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에겐 때때로 책이 남자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의 심장이 감동받기를 원한다. 시인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추천의 말> 중에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이 아름답고 도발적인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 또한 너무나 위험한 여자가 될지 모른다.

 

이 책의 특징

1. 책 읽는 여자들의 매력에 빠진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베르메르, 마티스, 고흐, 호퍼 등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혹시킨 책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녀들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은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화가를 매혹시킨 그녀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한다.
베르메르의 푸른 옷을 입은 여자는 멀리 여행을 떠난 남편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는 걸까?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의 <무도회 이후>(p.148)에서 이 여인은 무도회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일까, 아니면 무도회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더 즐거워서 책을 펼쳐든 것일까? 찰스 버튼 바버의 <몹스 종 개를 안고 독서하는 처녀>(p.157)에서 화가를 왜 개를 안고 있는 여인을 그린 것일까?…… 그림 속의 여인들이 책 속에서 꿈을 꾸는 것처럼 독자들은 그녀들을 보면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될 것이다.

2. 그림을 통해 본 책 읽는 여자의 역사
이 책은 그림 속에 나타난 책 읽는 여자들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시대별로 변하는 책 읽는 여자들의 모습을 통해 독서의 역사, 그 중에서 책 읽는 여자의 역사, 여성에 의한 독서의 역사를 섬세한 시각으로 조명한다는 점 또한 독특하다. 그림을 통해서 독서의 역사를 추적한다는 주제가 있는 그림 읽기는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책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지적인 호기심까지 충족시켜 준다. 특히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 읽기》, 《위험한 그림의 미술사》의 저자로 독특한 그림 읽기를 시도했던 조이한과 전문 번역가 김정근이 번역은 물론 독서와 여자에 대한 글을 직접 수록하여 더욱 흥미롭게 독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 화가를 보는 또 다른 시선
똑같이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을 그렸지만 화가마다의 독특한 화풍과 시선으로 포착해내서 서로 다르게 그려내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고흐의 <아를의 여인>에서 보이는 비명을 지르는 듯한 배경의 노란색, 표현주의 화가인 에리히 헤켈의 <책을 읽는 여자>(p.219)에서는 에밀 놀데의 그림에서 즐겨 사용하는 아프리카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여인의 표정을 볼 수 있고, ‘터키 화가’라고 불렸던 장 에티엔 리오타르는 <마담 아델라이드>(p.108)에서 모델에게도 터키옷을 입혔다. 이런 유명 화가들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그림을 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작가는 각 화가들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화가들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시대별로 그림을 수록하고 있어서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예술 사조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
고대에는 책을 소유한다는 것이 극소수에게만 허용된 아주 특별한 사치였다. 책을 만드는 것은 대단한 노고를 필요로 하는 수작업이었고, 그것을 감당할 만한 재화를 지닌 소수의 사람만이 책을 소유할 수 있었다. 중세에도 종교의 권위를 의심하게 만들고 회의를 유발하는 지적 호기심과 지적 능력의 표상인 책은 허용할 수 없는 금기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인류의 원죄가 이브의 호기심에서 생겼다고 믿는 당시 사람들에게 여성이 책을 읽는 것은 ‘천성’을 거스르는 것으로 여겨 엄격히 금지되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성녀 마리아와 기타 성녀들만이 책을 든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책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물건이 아니라, 묘사된 인물의 특성을 드러내는 부차적인 역할 뿐이었다. 휘고 반 데르 후스의 <포르티나리의 제단화>(p.60)에서 성녀 마르가리타 역시 책을 들고는 있지만 책을 읽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여기서 책-신의 진리를 담은 성경-은 전적으로 신앙을 나타내는 상징이고 그 밑의 십자가의 액막이 기능을 강화시키는 존재였다.

중세 후기로 접어들면서 인문주의자들의 노력으로 책은 점점 교회의 후견 상태에서 벗어나 독자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여전히 이 당시 그림 속에 드러난 책은 종교와 관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물과 종교 서적이 맺고 있는 관계에는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렘브란트의 <책을 읽고 있는 노파>에서 바로 그런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노부인이 읽고 있는 책은 《구약성서》로 보이지만 그녀는 손으로 읽을 부분을 짚으면서 읽고 있다. 이 태도는 책 읽는 노부인이 성경의 말과 맺고 있는 친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즉 이전 시기에 책이 단순히 기독교 신앙을 나타내는 외면적 징표에 불과했다면 1631년에 그려진 이 그림에서 책에 몰두한 노부인은 책과 인물이 내면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제 책은 독자와 내면적인 관계를 만드는 동시에 자아를 돌아보는 성찰의 도구로 기능하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성경 외에 세속적인 책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피터 얀센스 엘링가의 <책 읽는 여인>(p.77)에서 등을 돌리고 책을 읽고 있는 하녀는 《유명한 명마 바이아르트를 얻고, 놀랍고도 진귀한 모험을 겪는 기사 말레기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감정의 동요를 체험하는 즐거움은 여자에게 사회적 역할을 달성할 때에는 결코 생겨날 수 없는 새롭고 행복한 자의식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부주의하게 떨어진 방석이나 정돈되지 않은 신발과 여주인의 책을 몰래 훔쳐보는 것으로 짐작되는 모습은 독서에 몰두하여 가정의 질서를 위협하는 여자의 모습에 대한 시대의 경고이기도 하다.

18세기 이후 문맹 퇴치 운동과 더불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여성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사적 공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책을 통해서 자신만의 ‘사적 공간"을 갖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도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자유공간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독립적인 자존심 또한 얻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꿈>(p.177)에는 머리를 힘차게, 거의 반항적으로 치켜든 모습을 한 정열적인 한 여자가 앉아 있다. 방금 읽은 《캉디드》의 내용을 반추하고 있는 것일까? 책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게 된 여자, 상대방을 꿰뚫어 보는 듯한 여자를 남성들이 위험하게 생각한 것은 당연하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마담 보바리》, 《돈 키호테》 등 책에 빠져서 현실을 혼돈한 주인공들의 예를 들면서 책은 현실 감각을 잃게 하며, 몸이 허약해지고 여자들의 경우 생식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독서에 너무 몰두하는 사람은 일종의 정신병이라면서 독서를 경계하기까지 했다. 앙투안 보두앵의 <책 읽는 여자>(p.17)는 감각적 몽상에 빠져서 음탕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에서 얻을 수 없었던 새롭고 기분 좋은 자아의식을 독서에서 얻게 되면서 여자들은 독서의 즐거움에서 빠지기 되었다. 프란츠 아이블의 <독서하는 처녀>(p.127)는 독서에 몰두하여 블라우스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여자의 내면적 흥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테오도르 루셀의 <책 읽는 처녀>(p.164)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는 한 젊은 여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책에, 그것도 잡지로 보이는 책에 몰두한 이 여인은 당시 사람들의 엄청난 분노를 샀다. 하지만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감각적 즐거움에 빠진 책 읽는 여자의 모습은 여성들의 책 읽기가 금지와 억압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테의 《신곡》의 한 장면을 그린 안젤름 포이어바흐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p.140)는 책 읽는 남자의 모습이 여자와 함께 그려진 희귀한 그림 중의 하나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올로는 책을 읽지 않고 팔과 다리로 은근히 프란체스카에게 접근하고 있는 반면 프란체스카는 파올로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건지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에는 관심없이,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과 자신의 세계에만 몰두하는 여성들에 대해서 남자들이 경계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목차

옮긴이의 말
저자의 말 - ‘책 읽는 여자’와 ‘화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슈테판 볼만)
1. 진리가 담긴 그릇 - 은총을 받은 독서가들
2. 내밀한 순간 - 책에 매혹된 여자들
조이한·김정근의 책 읽기와 여자 1
3. 즐거움이 머무는 곳 - 책 속에서 꿈을 꾸는 여자들
조이한·김정근의 책 읽기와 여자 2
4. 열락의 시간 - 책을 읽는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들
5. 자신을 찾아서 - 열광적으로 책을 읽는 여자들
조이한·김정근의 책 읽기와 여자 3
6. 짧은 도피 - 책을 읽는 고독한 여자들
추천의 말 - 여자가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을 때 생기는 위험에 관해서(엘케 하이덴라이히)
참고문헌

저자소개

슈테판 볼만
1958년 생으로 독문학, 연극학, 역사, 철학을 전공했으며, 토마스 만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그는 뮌헨에 살면서 출판 원고 심사 위원과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고 편집했다.

옮긴이 조이한
1989년 성신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까지 노동자 문화운동 연합에서 활동가로 일하다가 독일로 유학,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미술사와 여성학(남성학)을 공부했다. 저서로 《천천히 그림읽기》와 《위험한 그림의 미술사》가 있다. 2004년 귀국하여 전시 기획자, 미술평론가, 아트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옮긴이 김정근
1991년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문학과 연극학을 공부했다.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2004년 귀국해 전문 번역가로 일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02년에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을 독일의 헬가 피히테와 함께 번역했다. 《Pak Kyongni: Markt und Krieg》 (Helga Pichte와 공동 번역, 2002, Secolo Verlag, Osnabruck)

출처 : 인터넷 영풍문고

     

명화 속 책읽는 여자들

18세기 사람들이 대체로 만족스럽게 즐겼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과장이다. 하지만 로코코와 계몽주의 시대에 사람들은 즐거움을 생각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무겁고 커다란 2절판 크기의 책 위로 긴장한 채 몸을 숙이던 시기는 지나갔다. 이제 책은 가볍게 손 안에 놓이게 되었고, 시나 소설은 읽는 것이 사적 생활이 제공하는 새로운 소일거리 중 하나로 등장했다. 독서는 지루함을 몰아낼 뿐만 아니라, 개인적 자유를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장 에티엔 리오타르, 마담 아델라이드, 1753년, 우피치 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에 열광했던 제네바 시만 장 에티엔 리오타르는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 궁정에서 저 궁정으로 옮겨다녔다. 그는 오직 자신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에만 골몰했던 18세기의 예술가 전형에 속하는 화가였다.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에서 5년 동안 체류하고 난 다음부터 그는 터키식 옷을 입고, 터키 모피 모자를 쓰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수염을 길렀다.

그것 때문에 그는 '터키 화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으며, 그것은 그림 판매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초상화로 그린 여자들, 특히 책을 읽고 있는 미녀들에게도 그는 자주 터키 복장을 하도록 했다. 13년 후 결혼하게 되어서야 그는 그 복장을 벗었다. 리오타르의 파스텔 그림이 지닌 장점은 오스만 제국의 매력과 여자의 아름다움을 매혹적인 방식으로 조합한 것에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장르화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전통과 같은 선상에 있다. 덧없는 순간을 포착하고 귀중한 순간을 재현하는 것이 선배들보다는 그들에게 훨씬 중요했다. 그림은 완벽한 순간을 찍은 사진처럼 되었다. 몸짓과 자세, 생기에 찬 시선이 여자다움이 지닌 비밀을 포착하고 있다. 편지는 분명 연애편지다(열린 보석합 뚜껑 뒷면에 보이는 남자의 초상화가 그 사실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림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랑의 순간(사랑의 눈빛)을 보여주려 할 뿐이다.

     

Jean-Honoré Fragonard, A Young Girl Reading, c.1770, Oil on canvas 32 1/4 x 25 1/2 inches (82 x 65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USA

시대의 유행에 맞는 옷차림을 한 젊은 여인이 찻잔을 든 것처럼 얌전하게 손가락을 펴고서 책을 든 채 읽고 있다. 네 개의 손가락만 사용하고 새끼손가락은 살짝 펼친 모양으로, 책을 읽은 것은 이제 가벼운 것, 거의 공중을 떠다니는 것이 되었다. 글의 숨은 의미를 탐구하려는 노고의 흔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화가는 독서의 순간에 보이는 두 개의 시선, 즉 주의 깊게 책의 행간에 고정된 시선과, 독서 때문에 생겨난 감정과 꿈 속에서 자신을 잊은 채 자유롭게 떠다니는 시선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François BOUCHER, Portrait of Marquise de Pompadour, 1756 Oil on canvas, 201 x 157 cm, Alte Pinakothek, Munich

심한 낭비벽 때문에 국민의 경멸을 받았던 루이 15세의 후궁 퐁파두르 후작 부인은 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파리 상인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24세가 지나면서부터 프랑스 궁정의 취미를 결정적으로 좌우했다. 1756년 왕비의 시녀로 임명되자 그녀는 나중에 '왕실 수석 화가'가 될 프랑수아 부셰에게 공식적인 초상화를 그리도록 주문했다.

이 그림에서 우연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흩어져 있는 악보, 동판화 그리고 필기도구는 나태함을 증언한다. 사치, 취미와 더불어 나태함은 화려한 개인 방을 장식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세 번째 기준이었다. 이 방에 동시대인에게 '즐거움이 머무는 방'으로 보인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주인공은 현란한 궁정 복장을 한 채 거울이 달린 벽 앞쪽에 놓인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다. 방 안에 값비싼 장식의 책장이 보인다. 책등에는 소유자의 문양이 찍혔다. 그림 속의 모든 것이 내밀함을 드러내고 있고, 세세하게 연출되어 있다. 대중매체가 탄생하기 오래 전에 그려진 이 그림은 소망과 열정이 드러난 세계를 우리에게 부여준다. 즐거움의 제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여전히 책이다. 후작 부인은 책에서 눈을 떼고 위를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오른손 검지는 방금 읽은 책장 사이에 끼운 채 책을 펼쳐 들고 있다. 오른팔 아래쪽과 책이 접힌 선은 정확하게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이미 다른 책이 떨어져 흩어진 곳까지 연결되는 대각선 위에 놓여 있다. 이 책이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게 되면 그녀의 무릎은 비게 될 것이다. 그 자리는 후작 부인의 발치에 앉아 있는, 그녀의 머리 위에서 이어져 또 다른 대각선을 이루고 있는 개를 위한 자리일까? 하지만 그것도 왕이 올 때까지일 뿐이다. 항상 정확한 순간이 언제인지 잘 알고 있던 이 아름다운 여인은 지금 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Gustav Adolph Hennig, 독서하는 소녀, 1828년, 조형예술미술관, 독일, 라이프치히

헤이니의 그림은 간결함을 통해서 효과를 발휘한다. 동시에 이런 간결함은 그림에 현대적 특성을 부여한다. 단색조의 배경으로 인해 그녀의 출신과 책을 읽은 동기에 관한 것을 드러낼 만한 모든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연관에서 소녀는 벗어나 있다. 남녀 모두에게 무난한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연관에서 소녀는 벗어나 있다. 짧은 머리의 검은색은 소녀가 가슴 앞에 든 책 표지에서도 되풀이 된다. 겸손하게 내리깐 소녀의 눈과 책 읽는 자세가 무의식적으로 기도서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여기에서는 특별한 책이 문제라기보다는 추상적 관념으로서의 책이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끌어당겨 세운 무릎 위에 십자로 포갠 손은 소녀의 좁은 얼굴 특징과 꽉 다문 얇은 입술에서 다시금 나타나는 심한 수줍음을 표현한다.

     

Franz Eybl, 독서하는 처녀, 1850년, 벨베데레 박물관의 오스트리아 회랑, 오스트리아, 빈

젊은 여자는 독서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블라우스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녀는 가끔씩 가느다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던 오른손을 가슴에 가져다 댄다. 책이 그녀의 숨을 멈추게 한다.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서가 그녀의 감정이입 능력을 자극하고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독서하는 여자의 내면적 흥분은 헝클어진 책 테두리의 모습에 반영되어 있다. 넘겨진 책장은 정확하게 위로 겹쳐 있지 않다. 그리고 책장 사이로 벌어진 미세한 틈새는 빛의 유희에 자신을 내맡기도 있다.

     

Vittorio Matteo Corcos, 꿈, 1896년 국립현대예술미술관, 이탈리아, 로마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뒹구는 나뭇잎과 책 옆에 놓인 여름용 밀짚모자와 양산은 이 그림의 첫 번째 존재의 덧없음을 나타낸다. 여름에 뒤이어 가을이 왔지만 젊은 여자의 생각은 과연 어떤 대상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일까? 말라버린 나뭇잎 사이에 붉은 꽃잎이 보인다. 꽃잎은 책 더미에 눌려 의자에 매달려 있는 장미에서 떨어진 것이다. 장미, 더구나 붉은 장미는 사랑의 상징이다. 사랑도 시들고 지나가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막 작별한 여름은 젊은 처녀를 자의식이 강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아마도 독서가 그 일에 일정한 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장미는 책갈피로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책 읽은 여자가 머리를 힘차게, 거의 반항적으로 치켜든 모습은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순진한 상대로 되돌아가려는 동경이 아니다. 그림의 제목이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책 읽는 이 여자는 결코 꿈꾸는 사람이 아니다

슈테판 볼만의 "책읽은 여자는 위험하다" 中

     

Adolphe Piot , A Little Girl Reading

     

Adolphe Piot, A Blonde Beauty Holding a Book

     

Adolphe Piot, Young Girl Reading A Book

     

James Jacques Joseph Tissot, October, 1877, Oil on canvas, 85 x 42 3/4 inches (216 x 108.7 cm), Montreal Museum of Arts, Montreal, Canada Gift of Lord Strathcona and Family

     

James Jacques Joseph Tissot, Quiet, c.1881,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James Jacques Joseph Tissot, Room Overlooking the Harbour(private)-1878

     

James Jacques Joseph Tissot, In The Greenhouse(private)-1869

     

James Jacques Joseph Tissot, A Widow(private)-1868

     

James Jacques Joseph Tissot, Hide & Seek(National Gallery, W.S.D.C.)-1882

     

James Jacques Joseph Tissot, Le Dimanche Matin, Translated title: Sunday Morning.
1883, Etching and drypoint, 15 3/4 x 7 3/4 inches (40.01 x 19.94 cm)
William Weston Gallery, London

     

James Jacques Joseph Tissot, Kathleen Newton In An Armchair, 1878
Oil on panel, 12 x 17 inches (30.5 x 43.2 cm), Private collection

     

암브로시우스 벤손, 책을 읽는 마리아 막달레나, 1540년

     

Edward Hopper, Compartment C, Car 293

     

Edward Hopper, Hotel Lobby

     

Edward Hopper, Hotel By A Railroad

     

Edward Hopper, Hotel Room

     

Edward Hopper

     

Alfred Stevens, Reverie

     

Alfred Stevens, The Bath

     

장 자크 에네르, 책 읽는 여자, 1880/90년경

     

James Jebusa Shannon, Mother and Child

     

Ather Hughes, Mrs. Norman Hill and Children, 1897,
Oil on canvas, Bruce Castle Museum, Tottenham

     

Ather Hughes, The Compleat Angler, 1884, Oil on canvas

     

Peter and the Wolf, children''s tale for narrator & orchestra, Op.67

프로코피예프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

Sergei Sergeevich Prokofiev 1891~1953

Introduction & Story

 

프로코피에프 피터와 늑대-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