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1941년 9월 10일 영국 노팅검(Nottingham, England)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가 원전연주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된 것은 1964년 캠브리지의 펨브로크 대학(Pembroke College)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이다. 원래 그는 이 학교에서 음악과 고전문학을 전공하였으나 써스턴 다트(Thurston Dart)와 레이몬드 레파드(Raymond Leppard)로부터 고음악 수업을 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휘와 연주도 배웠다. 후에 콜럼비아 태생의 하프시코드 연주자 라파엘 푸야나( Rafael Puyana)와 네델란드 태생의 오르가니스트아지 하프시코드 연주자 구스타프 레온하르트(Gustav Leonhardt)에게 하프시코드를 배웠다, 이어 영국 문화원(British Council)의 장학금을 받아 체코 프라하로 가 1년 동안 공부하였다.
1967년 호그우드는 고음악에 있어 천재적인 음악가였던 데이비드 먼로우(David Munrow)를 만난다. 당초 지휘보다는 하프시코드 주자로서 더 많은 활동을 벌여온 그는 먼로우와 함께 고음악 아카데미의 전신(前身)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음악 콘소트(Early Music Consort of London)'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먼로우는 천재적인 고음악가로서 바로크 리코더 주자로,지휘자로 눈부신 연주활동을 벌이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요절한다.
1973년 그리스토퍼 호그우드는 시대악기(period instruments)로 바로크와 초기 고전주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Academy of Ancient Music)을 창단하였다. 이미 먼로우의 죽음으로 인하여 1976년 'Early Music Consort of London'는 해체되었지만, 이후로도 고음악에 대한 연주와 녹음을 계속해 온 호그우드의 노력의 결실이 바로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는 또한 네빌 마리너 경이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에서 쳄발로 주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1981년 이후로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지휘하였다. 1986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보스톤 시의 "Handel and Haydn Society"의 예술고문으로 일하였으며, 이후 명예지휘자의 칭호를 받았다.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영국 런던의 바비칸 센터에서 열린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Mostly Mozart Festival)의 음악감독으로 일하였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는 미네소타의 '세인트 폴 챔버 오케스트라'(Saint Paul Chamber Orchestra)의 음악감독을 역임하였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수 많은 오페라를 지휘했으며, 1983년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모짜르트의 오페라 <돈 죠반니(Don Giovanni)>를 지휘하면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였다. 이후 베를린 국립 오페라(Berlin State Opera),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La Scala), 스톡홀름 로열 오페라(Royal Opera Stockholm),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랑쥬 합창제(Chorégies d'Orange),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Houston Grand Opera), 호주 오페라(Opera Australia) 등과 함께 일하였다. 1994년에는 1781년에 작곡된 모짜르트의 오페라세리아 <이도메네오(Idomeneo)>를,1997년에는 1791년에 작곡된 모짜르트의 오페라 세리아 <티토황제의 자비(La Clemenza di Tito)>를 연주하였다.
2004년에는 홍콩 신포니에타(Hong Kong Sinfonietta), 도쿄 필하모닉(Tokyo Philharmonic Orchestra), 갈리치아 레알 필하모니 오케스트라(Real Filharmonia de Galicia) 괴테보르크 심포니(Göteborgs Symphoniker),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Tonhalle-Orchester Zurich), 뮌헨 바흐 콜레기움(Bach-Collegium Munchen),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협회(Frankfurter Museums-Gesellschaft), 바르셀로나 오케스트라(Orquestra Simfonica de Barcelona) 등을 객원지휘하였다.
2006년 9월 1일,하프시코드 주자인 라챠드 이가(Richard Egarr)는 호그우드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 오브 앤션트 뮤직'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였고,호그우드는 명예감독의 칭호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호그우드는 "적어도 해마다 하나의 메이저 프로젝트를 지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주 시리즈의 일환으로 2007년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과 함께 헨델의 오페라 <아마디지(Amadigi)>를, 2008년에 역시 헨델의 오페라 <플라비오(Flavio)>를 지휘하였고,2009년 5월 헨델의 <크레타의 아리안나(Arianna in Creta)>를 지휘하였다. 2009년에는 다시 로열 오페라로 돌아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Orchestra of the Age of Enlightenment)를 지휘하여 헨리 퍼셀의 <디도와 아이네아스(Dido and Aeneas)>, 헨델의 <아시스와 갈라테아(Acis and Galatea)>를 연주하였다.
호그우드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공연을 치루며 바쁜 스케쥴을 소화해내고 있으며, 데카/런던 산하 레이블인 르와조 리르(L’Oiseau-Lyre) 레이블에서 수많은 양의 레코딩을 남기고 있다. 호그우드와 AAM은 르와조 리르 레이블을 통해서 지금까지 200종의 음반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에는 계속되는 오페라 프로젝트와 함께 포르테 피아노 주자인 로버트 레빈(Robert Levin)과 함께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70년대 후반에 시작한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은 고악기를 사용해서 사상 최초로 녹음했고, 80년대의 주요 프로젝트인 베토벤 <교향곡> 전곡 원전연주 사이클 등을 들 수 있다.
호그우드가 '고음악 아카데미'와 녹음한 전곡 사이클 가운데 모차르트의 심포니는 모두 71곡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은 <쥬피터>로 알려진 41번이다. 모짜르트 교향곡의 숫자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18세기 모차르트 시대의 심포니란 현대 음악학자들의 일반적인 분류법에 따른 교향곡 이외에도 음악회용 서곡과 같은 형태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위의 해석에 따르면 모차르트의 <세레나데를 개조한 5개의 심포니>를 비롯한 많은 곡들이 새롭게 심포니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증을 바탕으로 호그우드는 오케스트라를 당시 규모에 맞게 편성하여 복제품을 포함한 고악기를 가지고 과거 주법을 재현하여 모두 70여 곡 이상의 많은 작품을 연주, 녹음하였다. 보스턴의 헨델·하이든 소사이어티 음악감독직을 역임하기도 한 호그우드는 헨델과 하이든 연구와 함께 그 성과를 음반작업에 담아냈다. 그리고 세인트 폴 챔버 오케스트라에서는 고음악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구의 조화를 이루면서 마르티누, 티펫, 스트라빈스키 등의 현대음악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또한 워싱턴 DC에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례 행사인 썸머 모차르트 페스티벌 예술감독에 재임중이며, 르와조 리르 레이블 내에서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과의 오페라 녹음 작업과는 별도로 오페라 지휘자로 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가 이때 발표한 음반 중 하나는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Cecilia Bartolii)를 기용해 작업한 모차르트의 <티토 황제의 자비(La Clemenza di Tito)>이다.
호그우드가 근래에 발표한 음반은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테너 우베 하일만(Uwe Heilmann)을 기용하여 녹음한 하이든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와 하프시코드 주자 크리스토프 루쎄(Christophe Rousset )와 함께 녹음한 바흐 <협주곡 제 2집>,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베즈노시우크(Pavlo Beznosiuk)와 함께 녹음한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알비노니 <협주곡 작품 9번 1-6>이 있다.
또한 그는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Emma Kirkby)와 함께 모차르트, 하이든에서부터 몬테베르디, 페르골레지, 그리고 퍼셀 등에 이르는 수많은 음반작업을 계속해왔으며,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Barbara Bonney)와 함께 하이든, 모차르트,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퍼셀, 다울랜드, 버드등 영국 작곡가의 가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하였다.
특히 호그우드가 '아카데미 오브 에인센트 뮤직'를 지휘하여 엠마 커크비가 노래한 모짜르트의 '엑술타테 유빌라테(Exutate,Jubilate)'는 아마도 모짜르트가 생각했던 <엑술타테 유빌라테>를 가장 잘 살려낸 연주이다. <엑술타테 유빌라테>는 릴리 폰스와 캐서린 배틀, 키리테 카나와 르네 플레밍,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등 많은 소프라노의 노래로 들을 수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노래는 역시 원전연주와 함께 듣는 엠마 커크비의 노래다.
그리고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는 모두 15집으로 기획된 또 하나의 커다란 프로젝트인 하이든 교향곡 전곡 사이클에 도전하여 고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과 정열이 결코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현재 호그우드와 고음악 아카데미는 하이든 협주곡 108곡 전곡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오고 있다. 2004년부터는 아르테 노바(Arte Nova) 레이블에서 신고전주의 작곡가들(Martinu,Stravinsky,Honegger,Britten,Tippett) 작품들을 녹음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음반으로는 2003년에 발매된(Chandos 레이블) 덴마크의 작곡가 가데(Niels Gade)의 교향곡(덴마크 방송교향악단)이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지금까지 40여년간 정격연주의 현장을 지켜오면서 동시에 20세기 작품의 연주에도 대단한 열정을 바쳤다. 그는 바로크와 고전주의의 레퍼토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트라빈스키, 마르티누, 힌데미트 등 ‘신바로크(neo-baroque)’와 ‘신고전주의(neoclassical)’에 속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의 연주 프로그램에서 바로크와 현대음악 작품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는 일이 많다.
아르칸젤로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와 마이클 티펫트(Michael Tippett, 1905~1998), 아놀드 쇤베르그(Arnold Schoenberg, 1874~1951)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 안톤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과 요한 세바스챤 바흐(Johan Sebastian Bach, 1685~1750) 등의 작품들이 같은 무대에 올려지는 일은 호그우드의 경우엔 아주 흔한 일이다.
호그우드는 음악학에서도 상당한 저서를 발표하고 있다. ‘하이든, 모차르트, 헨델의 전기적(傳記的) 연구’, ‘트리오 소나타의 역사’, ‘16세기 영국의 건반악기 작품과 오케스트라 음악의 다양한 판본들’ 같은 저서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또한 고음악 전문가로 그로브 음악사전의 9개항을 집필했고, 18세기의 음악 생활에 관한 [궁정 음악], [하이든의 영국 체류] 등의 연구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바쁜 스케쥴 가운데에서도 수많은 연구를 거듭하고 있데, 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는 '테임즈 앤 허드슨'(Thames & Hudson) 출판사에서 발간된 헨델의 전기이다. 또한 호그우드는 지휘자로서 뿐만 아니라 하프시코드 주자, 클라비코드 주자로서도 명성을 쌓고 있으며, 음악적 토픽에 관해서는 가장 넓은 영역을 자랑하는 대중적인 방송인으로서의 명성도 있다.
1992년 이후로 호그우드는 영국 왕립 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에서 고음악 연주 분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캠브리지 대학교의 명예음악교수, 런던 킹스 컬리지의 방문교수(Visiting Professor) 등의 직함도 갖고 있다. 그리고 지저스 컬리지와 펨브로크 컬리지의 명예회원으로 있다. 1989년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았다. 1999년 호그우드는 체코 음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르티누 메달’을 받았다. 2008년에는 'Halle Handel Prize'를 수상하였다.
호그우드는 현재 캠브리지에 거주하면서 16세기에 제작된 하프시코드와 19세기에 제작된 피아노를 소유하고 있는 수집가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쪽으로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 참고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The Academy of Ancient Music)
1973년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가 정격연주를 하기 위해 세운 합주단으로,바로크음악과 고전주의 음악 연주에 정평이 나 있다. 1726년 런던에서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 이 결성됐다. 주로 팔레스트리나.퍼셀 등 르네상스 음악을 재발굴해 연주하는 단체였다. 생존음악가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꾸미던 당시에 사후 1백년이 넘는 작곡가의 작품을 복원해 연주한다는 것은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이들은 원전연주를 고수하며 악기 또한 고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출신 음악학자 겸 하프시코드 주자인 크리스토퍼 호그우드는 1973년 새로운 연주단체를 만들면서 이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 이란 이름에 걸맞게 연주 프로그램은 주로 17~18세기 관현악.오페라다. 악보.악기편성.연주법 등 모차르트 당시의 연주 관습과 해석을 최대한 복원한 정격연주(authentic performance) 여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헨리 퍼셀(Henry Purcell)의 트리오 소나타(trio sonatas)를 연주한 4명의 연주자로부터 시작되어, 180명에 이르는 관현악단과 합창단으로 성장했고,하이든(Franz J. Haydn)이 빈의 부르크테아터(Burgtheater)에서 초연한 <천지창조>를 재현하였고,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당시 관현악단의 규모에 맞추어 원곡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6년부터 폴 구드윈(Paul Goodwin)이 부지휘자, 앤드루 맨지(Andrew Manze)가 부감독 겸 악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맨지 이후 음반은 주로 고음악 전문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에서 출반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250여장의 음반을 발표해왔다.
글 출처: 네이버 블러거 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