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 겸 가수 김현성의 세 번째 음반.
모처럼 포크의 향기가 가득한 음반이 나왔다. 앨범의 타이틀로는 다소 이색적인 <몸에 좋은 시, 몸에 좋은 노래> 대중들에게는 영화<공동경비구역JSA>에 실려 알려진 노래 '이등병의 편지'의 작곡가 겸 가수 김현성의 3집 음반이다. 1998년 두 번째 음반 발매 이후 6년만의 새 음반. 한국문화 컨텐츠 진흥원의 공모에 뽑혀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타이틀의 맛을 드러낸 음반커버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색색깔의 조각보가 조화롭게 장식되어있다. 조각보의 미술적인 가치와 아름다움을 미처 보지 못한 이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이다.
-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스물 두개의 시에 붙여진 음악들
모두 두 장의 음반에는 민족시인이라 일컫는 윤동주, 이육사부터 우리 시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지용, 김수영, 한하운, 신경림. 대중적 지지도를 함께 얻고 있는 지금의 김용택, 정희성, 정호승, 나태주, 곽재구, 도종환, 이해인, 류시화, 안도현, 그리고 소장파 함민복, 이대흠 시인 등 스물 두곡의 시 노래가 잔치를 열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중가요에는 시를 노랫말로 한 가요가 더러 있었다. 정지용의 '향수' 고은 시인이 쓰고 김민기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 정호승의 '이별노래'가 그것이다. 이런 시 노래들은 우리말의 서정성을 확연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느 히트가요의 생명력 못지않게 우리 곁에 남아 노래의 풍성함을 더해주고 있다.
'몸에 좋은 시, 몸에 좋은 노래'는 두 장의 음반 가득, 시의 아름다움과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아울러 그동안 낭송으로만 접한 아쉬움이 남았다면, 이젠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었다는 점이 기쁘게 한다. 전곡 대부분, 시 전문을 노래로 살리고 있어 국어를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교범이 될 것이다.
- 시와 노래를 비교해보는 이색적인 즐거움
첫 번째 트랙의 윤동주의 '서시'는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만의 단촐함이 시의 맛을 더해준다. 결코 노래로 만들기에 녹록치 않은 분량의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노래로 처음 접하게 될 김수영의 '풀'은 이 음반이 지닌 가치를 높여준다.
음반 내내, 담백한 편곡은 시 본래의 맛을 훼손치 않고 노래와 조화롭게 손을 잡았다. 가수 송창식의 노래로 잘 알려진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이 새로운 곡으로 실려 있다. 하나의 시에 두 개의 노래를 비교해보는 것 또한 이색적인 즐거움이다. 마지막 트랙에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로 부른 우리민요 '아리랑'도 신선하게 들린다.
- 프로듀서, 디렉터, 작.편곡, 연주와 노래를 스스로...
김현성은 이 음반의 프로듀서, 디렉터, 편곡, 연주, 노래를 거의 혼자 해냈다. 그동안 SBS<책하고 놀자>, KBS<책마을 산책>, 케이블TV<시처럼 노래처럼>등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시 노래 작업을 해온 결과이다. 지난해, 문학을 주 내용으로 한 그의 '북 앤 송 콘서트'에서는 황석영, 신영복, 공선옥, 황지우, 정호승등의 문인들이 초대 손님으로, 아울러 그들의 문학세계를 노래로 조명하는 다채로운 작업이었다.
- 김현성, 음악인임과 동시에 문학인
김현성의 이번 음반이 있기 전에, 그는 이미 세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낸 글을 쓰는 음악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동안 월간 <샘터>, <베스트셀러>와 최근 한국일보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면에 글을 싣고 있다. 음반속지에 그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시인에게 이 노래를 드린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더욱 혼탁해져가는 인터넷언어와 대중가요의 노랫말에 대한 고민처럼 들린다. 헨리 데이빗 솔로우의 '월든'과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한대수의 질박한 한국적인 포크를 그리워하는 김현성. 그는 이번 음반을 통해 우리말의 참모습과 대중가요의 조화를 꿈꾸고 있다.
가슴 2004/02/15
김현성의 '몸에 좋은 시, 몸에 좋은 노래'는 노래를 통한 문학 운동이다. 시 전문 그대로 한 곡의 노래가 되어있다. 이번 3집에는 ‘맛있는 시 노래’가 있어 한층 시의 미각을 살린다. 나희덕 시인의 '두부'와 곽재구 시인의 '고등어'.
따뜻한 김이 나는 두부를 / 부서질까 조심스레 들고 와서 / 기름에 부쳐먹고 된장찌개에도 넣고 / 으깨어 아기 입에도 넣어 주었지(중략) - 나희덕 '두부' 중.
기존의 대중가요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어떻게 노래가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노래를 듣는 순간 바로 사라진다. 우리가 매일 먹는‘두부’가 이렇듯 대중가요로 바뀌어 듣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곽재구의 '고등어'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듣듯 삶의 깨달음을 알려준다. 김현성은 그의 대표곡 '이등병의 편지'로 시대의 아픔을,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통해‘희망’을 이야기하는 서정 시인이다. 음반 전체에 대중들에게 익숙한 우리 시인들의 고운 시 노래가 빼곡하다. 정호승의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는 이색적으로 어머니에게 들려주는 아들이 부르는 자장가이다. 안도현의 '눈보라'는 한 편의 단편소설을 듣는 듯 단 한 대의 기타와 노래가 어울려 있다.
그 동안 꾸준하게 작업을 해온 김현성의 <노래로 듣는 독후감>은 이번 음반에 황석영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과 공선옥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를 노래로 들려준다. 같은 책을 읽은 이에게는 또 다른 독후감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은 우선 노래로 듣는 계기이다.
김현성은 문학과 음악을 접목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문학콘서트 나눔과 기쁨’을 ‘Book & Song 콘서트’를 통해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콘서트로 선보였다. 1회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시작으로 신영복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등 황지우, 정호승 등의 작가들이 출연하여 콘서트와 문학이 잘 어울릴 수 있음을 많은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최근 11월 1일 서울 YWCA 마루홀 에서는 ‘녹색문학콘서트’로 <야생초 편지>의 작가 황대권의 무대를 만들었다. 이 공연 또한 매달 첫째 주 목요일 마다 이어질 예정이다.
음반[몸에 좋은 시, 몸에 좋은 노래] 전곡에 걸쳐 어쿠스틱 악기들이 가득하여 시가 본래 지니고 있는 자연스러움을 잘 살리고 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이들에게도 김현성의 이번 음반은 한층 편안하게 책을 소개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번 음반과 <몸에 좋은 시, 몸에 좋은 노래 1,2,3>의 전곡이 악보와 사진이 담긴 악보집이 함께 나왔다. 윤동주의 [서시] 이육사의 [청포도] 김수영의 [풀] 정지용 [고향] 오장환 [어린 누이야]등 악보와 시 전문이 실려 있어 문학을 공부하는 이들과 애호가들에게 한층 도움이 될 것이다.
-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졸업 ('84) : 대학 입학과 동시에 노래모임 '단기 4312년의 길에서 만난 소리패' 활동. ('이등병의 편지 창작) '90 겨레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선정 (전인권, 김광석 노래) '92 노래동인 '종이연' 창단, 윤도현등의 가수 배출 (김현성 1집과 종이연 1집 발매) '93 예당음향 레코드사 제작팀장 역임 '94 전인권 BAND 활동 '96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상설공연 '창작과 실험' 총감독 & 음악감독. '97 포크그룹 '혜화동 푸른섬' 창단 '97 첫 시집 <그대 어서와 그리움 나누고 싶다>출간 '98 현재 노래모임 '혜화동 푸른섬'의 리더로 인디 레코드사 '푸른섬'의 공동대표이며 한국민족음악인협회의 부설 음반기획사 '까치호랑이'의 음반사업팀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