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마음이야!

형제이며 친구야 잘가라 │ 이승엽 빈첸시오를 떠나보내며.

리차드 강 2013. 9. 13. 11:58

 

 

 

제목: 청천벽력이란 이런게 아닐까?

9월 9일 어제 오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저 너머에서 ○○이니.? 요즘 뭐하고 지내니?
...
○○○ 아니? 동창 맞지? 네....
걔가 위암으로 죽었단다.
경기 이천성당에 장례식장이란다.
.
.
.

그 친구를 기억한다. 키가 멀대처럼 크고 공부를 좀 했고, 착한놈이었지.
오래전 그가 용산 전자상가에서 일할때 영업사원으로 있었나 그랬지.
그 친구 50도 안됐는데, ...
근데 막상 그 친구와의 옛날 일을 기억하려니까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

너무 오래된 것일까?
너무 세상에 더럽혀진 것일까?
너무 험난하게 살아와서 그런걸까?

그 저 너머의 전화속 친구 죽음의 소리에
갑자기
내 삶의 종착지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그 친구를 안타까워해야 하고
위로할 말을 고민해야 하고
장례식장에 갈 일을 생각해야 하고
우리 친구들에게 연락할 방법들을 찾았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보다 먼저 든 것이
모든 것이 내 속마음으로 모아졌다.

그럼 난 언제 가게 될까?

제작년인가? 가톨릭노동장년회 다리팀에서 회합 주제로.
50살 이전까지의 인생을 그래프로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회합이 끝나갈 즈음 실천약속에서 어떤이는
난 아이들 학교 잘 다니니까 관광 영어 공부를 해서 늦은 50에 관광 가이드가 될 거야.
또 어떤 이는 난 :컴터 못하는 원시인인데 이번에 한글 워드 공부하면서 영어도 병기할 것이야.. 라고 했다.
그럼 난 어떤 실천 약속을 해야 하지?
그 당시 문뜩 든 생각!
제일 급한게 건강, 결혼,.. 뭐 이런건데, ☜ 이런건 남들이 일상적으로 다 하는 건데
난 왜 이리 어려운거야~..
그러다가 이런 질문을 해봤다. 우리 팀 중에서 누가 제일 빨리 죽을까?
그러자 모두들 날 쳐다 봤다.
.
.
.

그랬다. 우리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제일 빨리 하늘나라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구나. 그럼 내 순서는 언제일까?
절대로 기다리고 싶지 않은 ...

아~ 친구의 극락왕생을 생각해야 하건만
내 생각만 하게 되는 내가 ...

오늘 오후에 이천성당으로 친구를 만나러 간다.
친구이기에 또 형제이기에 눈물이 날 것이다.
인생이 허탈해보일 것이고 무상이라 생각하겠지?

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과거에 많은 선인들이 순교해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것이고
신앙을 악세사리 삼아 재밌게 살고 있다.
그런데 나에겐 순교가 없었으면 좋겠고 그런 것도 하기 싫다.
죽기 싫다는 얘기.
쇠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던데...
어떤 사람은 죽지 못해서 산다지만.
나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삶에 안달이 났고 더 집착이 간다.

내가 배운 삶은 나보다 남을 내 가정보다 내 이웃을
나와 직장동료를 그리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최종 적인 목표는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난 오늘 나 개인의 삶에 대해 집착한다.
악착같이....

우리의 행복이 돈이 아니고
더 많은 재물을 갖고 산다는 남과 비교되는 재산의 양이 아니고
복음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예수의 말처럼..사는 신자들은 거의 없다.

다 나처럼 산다. 그게 다행이다. 같은 뜻을 갖고 사는 사람이 많아서.

 

 

 

제목: 9월 10일 고속버스를 타고 이천으로 내려가면서

 

강변을 달리고 있어요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달려요
비가 내리고요
옆에는 고딩여학생이 앉아있어요

어제 한통의 전화를 받았어요...
어릴때 친구가 위암오로 투병하다가 어제 아침에 하늘나라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20년만에 들었죠

그때 문득 든 생각
혹시 내가 그다음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그가 떠난다고 비가 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나대신 흘리는 하늘의 눈물이라고

지긍 버스가 빗속을 달리고 있어요
오늘은 슬픈날입니다

나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하는 날입니다
그는 잎으로 죄를 짓지 않겠지만 전 살아있는 동안 계속 죄를 짓고 있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 혼자만 살아 있는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있다는거지요
까짓거 죄짓고 고백성사보고 살때까지 사는 거지요

오늘을 비가 오네요
원래 일기예보에선 조금 오다 만다고 했는데 일기예보가 안맞는 거 보면 세상은 그래도 돌아간다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