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Variation 2 | 바흐의 음악

리차드 강 2014. 1. 20. 04:26

Goldberg Variation G Major, BWV988 Variation 2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Variation 2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Rosalyn Tureck, piano

 

 

로잘린 투렉 (피아노)

투렉 여사의 최신 녹음이다. VAI에서 발매된 연주와 비교해 볼 때 보다 더 여유로워지고 사색적인 깊이가 더해진 큰 바다를 연상케 하는 뛰어난 연주이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린 아리아는 굴드의 1981년 녹음보다도 더 느리며 다른 곡들도 전반적으로 매우 느려서 때때로 생동감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투렉의 트릴은 다른 사람과는 달리 느릿느릿하면서 어딘가 엉성한 느낌을 주어서 언뜻 듣기에는 서투른 초보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처음에는 그다지 신통찮은 연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이 느릿한 음의 흐름에 계속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단점이라고 생각되던 각각의 특성들이 모여 종국에는 하나의 거대한 바다와도 같은 작품을 이루어 내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이때 비로소 그의 어설픈 터치와 느릿한 해석이 실은 안정된 기교와 깊은 통찰력에 바탕을 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노년의 투렉은 이 연주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작품이 가질 수 있는 사색적 깊이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굴드가 마지막으로 들려주었던 것보다도 더욱 심오한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사색의 깊이는 느린 템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지나치게 깊은 사색적 표현으로 곡 전체의 생동감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몰론 투렉의 진행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느릿함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만의 독특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기는 하나 이는 듣는 이의 사변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만큼 감상의 피곤함을 더할 수도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이와 같이 연주될 수도 있다는 것을 들려주는 점에서는 굴드의 연주에 전혀 쳐지지 않는다. 또한, 굴드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또다른 세계를 열어주므로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애호가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판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가 최고의 음반이라고 평가받기는 곤란하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사색적 깊이만이 최고의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렉은 노인의 지혜와 심오한 명상을 위해 생기발랄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희생하였다. 이것이 이 음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며 또한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 곽규호

 

Stuttgart Chamber Orchestra

The Goldberg BWV988 S.C.Orche Var2

 The Goldberg Var BWV988 Stuttgart Chamber Orche Variatio 2

 

Stuttgart Chamber OrchestraㆍKalman OlahㆍMini Schulz

현대 음악을 연구함에 있어서 바흐의 존재는 특별하다. 바흐의 음악들은 요즘 대중음악(또는 실용음악)을 공부하는 지망생들에게 있어 재조명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팝/재즈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나타냄에 있어 바흐의 곡들을 재편곡하여 보여주는 기현상을 낳았고, 결국 바흐의 존재는 꼭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필자를 비롯한 모든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가로 남았던 것이다. 왜 초중생들이 배우는 음악교과서에 그 이전세대들의 작품들을 뒤로하고 16세기 바로크 음악부터 기재가 되며(이전 음악가들인 기욤 듀파이와 조스켕 데 프레 등의 위대한 음악가들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일컬어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지는 바흐가 남긴 역작들(후세대의 어느 음악가도 따라 올 수 없는)의 세련미와 특유의 종교성에서 기인한다.

본 음반에서 연주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당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 완화를 위해 만들었던 곡으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마태 수난곡 등의 바흐의 작품과 더불어 가장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바로크 시대의 걸작중의 걸작이다. 그중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이야기할 때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은, 비록 한 개인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일지언정 바흐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종교성과 장엄함, 세련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크음악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특징은, 현악이 중심이 되는 연주와 템포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 등이 이야기될 수 있겠는데, 이 골드베르그 변주곡도 당시의 전형적인 바로크 음악의 특징을 많이 닮아 있다.

 

 

 

본 작품은 독일의 칼 뮌힝거에 의해 설립된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협주곡 작품 연주집이다. 하지만 단순한 연주작품은 아니다. 곡 중간중간에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만이 연주하는 재즈연주가 담겨 있는데, 이것은 슈튜트가르트 오케스트라의 두 멤버, Kalman Olah(피아노)와 Mini Shulz(콘트라베이스)가 연주하고 있는 멋진 버전이다. 이 듀오는 같은 레이블에서 발표된 또다른 바흐의 변주작품 'Sketches From Bach Cello Suites'라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을 변주한 연주집에서도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재즈적인 감수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특히, Mini Shulz의 경우는 국내에서도 몇 번의 내한공연을 통해 재즈매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크로스오버 재즈밴드 Saltacello의 멤버로서도 유명한데, 그런 음악적인 역량을 음반 전체에 걸쳐 이끌어 나가고 있다. 실로 대단한 시도라 생각하는데, 이것은 클래식 매니아와 재즈 매니아를 동시에 겨냥해보겠다는 오케스트라의 의지가 담긴 시도이고, 그 시도는 일단 좋아보인다. 일부 완고한 클래식 매니아들에게는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일단 하나의 작품전체를 재즈적인 감성을 넣어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필자와 같은 재즈매니아들에게 크게 각광받을 만한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또 이 작품에서는 글렌 굴드 등이 지휘한 바흐연주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Aria' 가 맨 첫 번째로 등장한다. 마치 카이저링크 백작에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속삭이는 차분하고 감상적인 선율은, 이 앨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한 메타포이다. 이어지는 연주는 바로 Aria를 피아노와 클래식의 재즈 소품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앨범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이런 구성들은 비단 클래식에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슈투트가르트 오케스트라의 아량어린 포석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높은 벽으로 인해 아무리 이렇게 유명한 작품이라도 앨범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슈투트가르트 오케스트라는 이 작품을 통해 클래식음악이 주는 어려움의 선입견을 낮추고자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은 이 음반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과거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Keith Jarrett,Jacques Loussier 등)이 보여주었던 바흐 음악의 해석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들은 바흐의 멜로디를 재즈화시켜 완전히 재즈로만 연주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이었다. 그들이 재즈 아티스트인 연유로 재즈 안에서 계속적인 발전을 이루었을 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그 작품들은 클래식 매니아들이나 재즈 매니아들이 모두 외면하는 참패를 당했다던가, 아니면 재즈 매니아들만이 그 음반에 집중하는 벽이 생성되었던 좋지만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그 중심에 바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연주자들의 중심은 연주자들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 음반은 바흐가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클래식 연주가 주는 어려움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강력한 오케스트라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마치 "바흐는 클래식 연주자들만이 점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작품 전체에 걸쳐 새로운 감성을 입혔고, 정말로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두 연주자의 재즈연주는 이 명작에 환하고, 밝은, 그러면서도 스위티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만이 가지는 종교성, 세련미를 절대 버리지 않고 있다. 재즈버젼에서의 Kalman Olah와 Mini Shulz의 연주는 연주자 자신들이 바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의식의 흐름을 자신들의 연주로서 이야기한다. 본작의 최대 의의는 바흐 음악의 새로운 재해석이자, 바흐 음악의 단순한 편곡이 아닌 바흐 음악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미학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앞으로 이 앨범은 앞으로 21세기 클래식 연주자들의 '크로스오버 연주' 음반 또는 연주활동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골드베르크 변주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될 명작이다.

 

Glenn Gould, piano

Recorded June 10.16.1955 at New York City

 The Goldberg Var G Major BWV988 Glenn Gould Variatio 2

 

굴드의 컬트적 면모가 1982년 녹음보다 더욱 잘 드러나 있는 음반이다. 이 연주가 처음 발매 되었을 때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경악과 함께 온갖 비난과 찬사가 뒤섞인 대혼란이 있었다 한다. 처음과 마지막의 아리아를 제외하고는 엄청난 빠르기로 밀어부치는 속도감에서 먼저 압도되며, 전곡에 걸쳐 전통적인 연주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독창적이고 특이한 액센트와 과격한 리듬, 숨쉴 틈없이 몰아부치는 이상야릇한 열기 등이 가득하여 마치 광인의 연주를 듣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매우 과격하며 듣는 사람을 전혀 편하게 하지 않는 연주이다.

처음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는 분들은 이 음반을 피해주시기 바란다. 전혀 바흐적인 연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오히려 이 음반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굴드만의 독자적 세계가 이 음반에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불과 23세의 젊은 나이에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그의 천재성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역사적인 명반이다.

- 곽규호

 

글렌 굴드와 골드베르그 변주곡

그렇다면 왜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언급할때 항상 글렌 굴드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굴드 이전에는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로잘린 투렉이라는 아줌마가 있긴 한데...참고로 로잘린 투렉의 씨디는 펭귄 씨디가이드에 의하면 누구 생일잔치연주를 녹음한것 같던데...VAI라는 레이블에서 출시되어 소량 수입되어있습니다. 꼭 들어보시길...) 대부분은 바흐시대의 악기인 하프시코드로만 연주하여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굴드가 연주하기 전에는 이 곡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사람들이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도 크고, 무엇보다도 굴드 이후 수많은 연주자들이 시도한 이 곡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굴드의 골드베르그를 최고로 치기 때문일 겁니다.

캐나다가 배출한 몇 안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면서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글렌 굴드는 1955년에 이 곡을 첨으로 연주했습니다. 상당한 기인으로 알려진 그는 한여름에도 코트차림에 손가락부분을 잘라낸 장갑을 끼고 다녔으며, 연주 전에는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근 후에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굴드의 골드베르그 레코딩

제가 알고 있는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레코딩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가장 유명한 1955년의 데뷔 레코딩입니다. 여기에서 그는 변주곡에 있는 모든 반복을 삭제하고 총 33분정도 밖에 되지 않는 초 스피드로 연주룰 끝내고 있습니다. (보통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변주곡까지 해서 한시간 내외로 연주)

그리고 두 번째는 1958년 잘쯔부르그 페스티발에서 연주한 라이브 레코딩입니다. 라이브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55년과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그의 마지막 레코딩이 되어버린 1982년의 연주입니다. 여기에선 총 시간을 51분에 걸쳐 하고 있고, 처음 아리아 주제의 제시에서부터 엄청나게 느리게 시작합니다. 거의 30년만에 이 곡의 속도를 그렇게 달리한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세 연주 모두 소니의 글렌 굴드 에디션 시리즈로 나와있으니 꼭 들어보세요. 첨 들으시는 분은 1955년의 연주를 추천하고 싶군요. 아 그리고 굴드의 판을 사신 후 혹시 이상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여도 바꾸러 가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원래 굴드는 연주중 웅얼거리는 걸로 유명하니까요.

Andras Schiff, piano

DECCA

 The Goldberg Var G Major BWV988 Andrass Schiff Variatio-02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쉬프의 골드베르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굴드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일단 쉬프의 음색 자체가 단정하면서 은은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편인데, 이는 탱글거리면서 톡톡 튀는듯하고 때때로 방정맞은 느낌까지도 주는 굴드의 개성적인 아티큘레이션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게다가 전통적 연주와는 전혀 다른 강렬한 해석, 특히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템포 설정이나 예상을 깨는 거친 액센트를 보이는 굴드와는 달리 쉬프의 골드베르크는 단정한 템포를 바탕으로 우아한 기품과 유연함을 언제나 잃지 않는다. 이것은 쉬프가 연주한 바흐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개성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연주는 항상, 그리고 너무나 귀에 달콤하게 들리기 때문에 바흐를 과연 이렇게 연주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쉬프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율 전집을 들어보면 평균율의 선율이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들리는데, 때때로 도가 지나쳐 평균율의 엄숙함을 저급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골드베르그 변주곡에 임하는 쉬프의 자세는 어떠한가? 바흐를 대하는 그의 기본적인 태도는 거의 항상 비슷한 것 같다.

중용을 취하는 템포설정과 섬세하고 우아한 아티쿨레이션, 예쁘장한 장식음 등등의 모습들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들이다. 골드베르그 변주곡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아주 성공적으로 작용하여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러한 연주는 그다지 많지 않다. 단정함에서는 켐프와 비교할 수도 있겠으나 켐프의 연주가 노인의 품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쉬프에게서는 젊은이의 생동감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차이라 할 수 있다. 반복구를 충실히 재현하고자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첫 부분과 재현부분의 멜로디를 다른 옥타브에서 연주함으로써 마치 쳄발로에서 포르테와 피아노의 두 단을 번갈아 연주하는 듯한 효과를 들려주는 부분이다.

아쉬운 것은 하나의 트랙에 다섯 곡씩을 묶어놓아서 각각의 변주를 독립적으로 듣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 곽규호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