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Variation 4 | 바흐의 음악

리차드 강 2014. 1. 20. 04:33

Goldberg Variation G Major, BWV988 Variation 4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Variation 4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Andras Schiff, piano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안드라스 쉬프의 신반은 ‘평범한 범생이 연주’라는 구반의 평이 무색할 정도로 바하 스페셜리스트로써의 독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미세한 잔향도 놓치지 않는 ECM의 녹음 기술은 정말 예술이다. 또랑또랑하고 청명하게 울리는 피아노소리는 쉬프의 연주 탓인지, 피아노가 특별한지, 녹음기술때문인지 잘 모르지만, 너무너무 예쁘다. 속도도 적절하고, 반복도 빼놓지 않고 연주하고 있다. 귀를 시리게 만드는 피아노 소리는 또다른 개성의 명반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굴드의 연주는 완벽한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 바흐의 의도와 얼마나 부합할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쉬프의 연주라면 바흐가 원했을 법한, 정격적이면서도 무난한 연주가 아닐까 싶다.

 

Rosalyn Tureck, piano

1998 Digital BWV988 Rosalyn Tureck

 

로잘린 투렉과 골드베르크 변주곡

골드베르크 변주곡'인가 '굴드베르크 변주곡'인가

이 말은 굴드가 이 작품의 해석에서 어떤 존재인가를 알려 주는 것이리라. 그러나 정작 바흐 해석에서 굴드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군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굴드는 로잘린 투랙이라고 대답했다. 그에 의하면, 자신이 공부하던 시절 바흐 연주의 지침으로 받아들여지던 연주가들은 피셔, 란도프스카, 카잘스 등이었는데, 그들의 바흐는 '최면술을 거는 듯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후기 낭만주의 연주 스타일'에 기반을 둔 것이었고, 이러한 스타일은 바흐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자신은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그의 나이 열여섯 살 때 투랙의 바흐를 들었다는 것이다.

투랙이라.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은 굴드의 녹음과 함께 바흐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특유의 느린 템포 위에 얹어지는 정연한 흐름, 투명한 텍스처, 소박한 듯 하지만 정교하게 조절되는 청명한 음색 등을 절묘한 필치로 섞어내는 그의 바흐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매력을 쉽사리 지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그가 이미 네 번이나 녹음을 했건만,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다시 한 번 녹음을 시도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의 간판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레온하르트, 피노크, 앙타이, 길버트 등의 원전연주자들의 쳄발로 연주가 바흐 해석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이에 관한 한 피아니스트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싶다. 그리고 이들 연주가들이 그간 이룩한 성취 또한 대단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피아노는 끝인가? 투랙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쇼팽, 리스트, 브람스, 스크라빈 등에서 보는 것과 같은 '풍부하면서도 감미로운 음향'의 피아니즘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의 입장은 100년의 전통으로 300년의 역사를 대신할 수 없으며, 특정 시대, 특정 양식, 특정 작곡가의 해석에 19세기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 형상화하는 독자적인 어법과 독창적인 음향을 발견하고 스스로 성숙시켜갔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그가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들을 비교해 볼 때 여실히 드러난다. 이를테면 1988년의 녹음(VAI)에서는 청명하면서도 산뜻한 울림으로 엮어가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교한 흐름을 살려내고 있으며, 전체 연주 시간만도 90분이 넘어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홀의 두번째 라이브 녹음(VAI)에서는 개개의 음표를 찍어내는 듯한 울림으로 중후한 흐름을 끌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이치 그라모폰의 최근 녹음에서는 '마음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달관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0대 시절 이미 자신이 바흐 연주가라는 사살을 깨달았다는 투랙! 1914년 생이니까 이제 그의 나이 84세... 아직도 바흐를 연주하는 그에게 바흐의 약동하는 리듬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바흐는 그때 그 바흐인가? 아니면 인생의 황혼기에서 만난 새로운 바흐인가? 뫼비우스의 띠는 끝나지 않는 법... -박성수/음악칼럼니스트

.

Stuttgart Chamber Orchestra

The Goldberg BWV988 S.C.Orche Var4

BWV988 Stuttgart Chamber Orchestra

 

국내의 소장 음반사가 바흐연주 전문단체이자 세계 4대 실내악단으로 꼽히는 독일 스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에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의뢰,한국 레이블로 음반을 출시했다.금주부터 미국과 유럽,일본,한국시장에서 동시발매된 굿인터내셔널사의 ‘골드베르크 변주곡-현악버전’(레이블명 모노폴리)과 ‘골드베르크 변주곡-재즈버전’(굿GOOD) 등 2개 앨범.

이 앨범들은 국내 레코드사가 발매했다는 사실보다 건반악기용으로 만들어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현악기와 재즈피아노 등으로 편곡,연주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의가 있다

 

 

바흐가 쉰일때 자신의 제자 골드베르크가 봉사하고 있는 카이젤링 백작의 불면증을 치유하기 위해 작곡한 이 작품은 기본 주제곡(아리아)과 이 주제곡에서 변용된 30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돼 있다.슈바이처 박사가 “현대 피아니즘에 가장 완벽히 근접한 곡”이라며 극찬했을 정도로 피아노 표현의 온갖 묘미가 압축된 작품.이 작품에 관련된 앨범이 전세계적으로 200여개가 넘지만 현악이나 재즈용으로 발매된 것은 손꼽을 정도.29일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자크 루시에 트리오도 이 곡을 재즈피아노와 타악으로 연주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단체.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당초 피아노 초기형태인 체임발로용으로 작곡,건반악기이외 다른 악기로 연주하기가 수월치 않다.바흐곡 특유의 성스러움이 남아있고 변주진행도 까다로워 다른 악기로 연주할 경우 원곡의 분위기를 훼손하기 일쑤.20세기 초반 부조니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했지만 너무 어려워 연주가 거의 되지 않다 1932년 피아니스트 란도브스카가 원전악기(체임발로)로 연주,일대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이후 피아노곡으로 종종 연주됐으나 20세기 후반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연주이외에는 딱이 언급될만한 연주가 없는 상태.

이 곡을 현악으로 녹음한 것은 클래식계의 일대 파격.이번 앨범은 굿인터내셔널측과 전속계약 관계인 독일 5중주단 ‘살타첼로’의 멤버인 미니 슐츠가 스투트가르트쪽에 다리를 놓아 녹음계약이 성사됐고 앨범작업 전체를 독일에서 진행했다.편곡은 러시아 출신 음악인 스코베츠키가 했고 편곡자의 개성발휘보다는 바흐의 맛을 유지하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원곡은 불면증 치료용 곡이기는 하지만 주제곡을 제외하고는 변주곡 상당수,특히 가운데 부분은 아주 요란한 편.하지만 이번 현악버전은 요란한 맛이 피아노보다는 덜하다.가운데 변주에서는 고음 현이 꽤 많이 사용되지만 건반의 시각차 있는 터치와는 달리 현악의 끊어짐없는 음색이 유연한 흐름을 유지해준다.재즈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로 연주된 재즈버전도 아기자기한 장식음을 곳곳에 심어 음 사이의 빈틈이 덜 느껴지고 경쾌한 효과도 냈다.앨범을 듣노라면 음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잠은 커녕 있던 졸음도 달아난다.손병호기자 bhson@kmib.co.kr

.

Glenn Gould, piano

Recorded June 10.16.1955 at New York City

 

굴드는 생전에 두 번 이 곡을 녹음했다. 자신의 데뷔 앨범[1955, CBS-SONY]으로 한번, 죽기 바로 전 한번[1981,SONY](애석하게도 굴드는 자신의 두 번째 음반을 들어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굴드를 포함해서 한 연주가가 같은 곡을 20년이 넘는 긴 시간차를 두고 두 번 녹음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인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두 녹음이 서로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 작품의 기념비적인 명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과 관련해서 더욱 굴드를 기억하는 이유는 갖자기 기행으로 떠들썩했던 그의 인생 자체가 마치 이 작품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곡은 32마디의 아름답고 애절한 선율의 아리아(Aria)로 시작한다. 감상자는 너무나 매력적인 이 아리아로부터 혼을 뺏기고 만다. 그리고 이 아리아를 주제로 해서 30가지의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지는데 독특한 점은 마지막 변주를 마치고 처음의 아리아로 돌아오면서 끝을 맺는데 있다. 마치 뫼비우스 띠와 같은 이 구조 때문에 곡은 ‘무한히’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처음과 끝을 하나로 맺어주는 이 신비한 아리아와 관련해서 연주가들마다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는 듯 한데 따라서 연주가들마다 이 아리아 연주에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30개의 변주곡 안에서도 대단히 의도적인 바흐의 규칙성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이 변주곡을 하나로 잇는 공통점이 ‘선율(melody)의 유사성’이 아니라 ‘32마디’ 아리아를 구성하는 ‘저음부(코드)의 공유’라는 데서 시작한다. 마치 곡의 모태가 되는 아리아의 DNA sequence를 그 변형체인 변주들도 똑같이 물려받은 꼴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변주곡 자체가 ‘32곡’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곡 전체는 32개 코드로 이루어진 시퀀스가 32번 반복되는 구조이다(이 곡의 매니아를 위해 마지막 변주는 예외로 친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런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변주 세 번마다 나타나는 캐논(canon). 하나의 선율이 다른 높이의 음정에서 시간차를 두고 동시에 진행하는 형식(돌림노래)인데 첫 캐논에서는 그 선율들이 1도 음정의 차이를 두고 두 번째는 2도 음정, 세 번째는 3도 음정을 두면서 그 차를 벌인다. 그러나 마지막 아홉 번째에서 그 사이가 9도 음정을 이루면서 원래 선율의 높이와 같아지게 된다. 이는 마치 아리아의 반복에서 곡 자체가 무한반복구조를 갖는 것처럼 캐논들도 그 안에서도 처음과 끝이 하나로 묶여지게 된다.

아마 여러 독자들은 이런 복잡한 구조 때문에 따분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그렇다. 중요한 건 이 곡의 이런 복잡한 규칙성에 앞서 단지 듣기에 너무나도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굴드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나 저절로 탭을 치며 그와 함께 흥얼거리게 된다. 유독 여기에 굴드의 연주라 지칭한 이유는 그의 연주야말로 가장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지식한 평론가들이 굴드의 연주에 비난한들 그의 연주가 가장 감동적이며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굴드 연주의 독특한 개성은 아마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노력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모두들 레가토에 페달 연주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음의 명료성을 위해 모든 음을 논 레가토(Non legato)로 연주하려는 생각과 그럴 수 있는 능력, 구애받지 않는 템포 설정이 독창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독창적인 연주로 세계를 경악케하며(찬사와 경멸 둘 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데뷔했던 그의 인생은 다시 더욱 정교해진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글 : 전재형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