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즈, 블루스

하모니카를 부는 남자 - 전제덕

리차드 강 2014. 1. 28. 05:41

하모니카를 부는 남자 - 전제덕

 

 

 

전제덕씨를 알게 된 것은...정확히 그의 하모니카 소리를 듣게 된 것은 malo 의 음반 '벗꽃지다'를 통해서입니다. 말로라는 가수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벗꽃지다'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하모니카 소리는 남도의 정취와 재즈의 결합이라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내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전제덕씨는 태어나 보름만에 시각장애인이 되었지만 음악적 재능은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장구를 전공하던 그가 투츠 틸레망의 연주를 우연히 듣고 하모니카의 매력에 매료되어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의 음반이 출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얼근 구입하였습니다. 요즘 꼭 듣고 싶은 음반이 있는 데 품절이 경우가 왕왕 있네요. 음반은 레게. 펑크. 라틴등 다양한 장류를 두루 연주하고 있으나 '벗꽃지다'에서 느꼈던 따스함은 그대로 입니다.

아래 곡 해설은 웹진에서 퍼왔습니다..

01. 우리 젊은 날 (Intro)

전제덕 음악인생의 ‘1막1장’에 해당하는 데뷔음반의 첫머리를 무반주 하모니카 연주로 시작하고 있다. 2번 트랙의 C section에 나올 멜로디를 미리 빌려와 루바토(rubato, 자유로운 템포로 연주하는 형식)로 연주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하모니카 리프 (riff, 반복적인 악절)는 2번 트랙에서 베이스와 기타가 받아 바로 이어간다. 원래는 1,2번 트랙이 하나의 곡으로 구상되었으나, 독립적 인트로를 만들기 위해 별도의 트랙으로 나눴다. 1,2번 트랙간에 시간적 간격이 없이 편집돼 연속해서 들으면 마치 하나의 곡으로 들리는 다소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다.

02. 우리 젊은 날

하모니카는 ‘호흡이 유장한 서정적 악기’라는 통념을 여지없이 깨고, 음반의 처음부터 아주 펑키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베이스와 기타의 리프가 문을 열면 그 위에서 하모니카가 화려한 테크닉을 뽐내며 약동한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멋진 그루브를 만들어내며, 하모니카도 어떤 관악기 못지 않게 뛰어난 솔로 악기임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중반부의 뮤트 트럼펫 솔로와 후반부의 힘찬 하모니카 솔로가 매력적이다.

03. 여름이 지나간 자리

제목처럼 한편의 그림을 보는 듯한 서정적인 발라드. 느리지만 격정적이고 기복이 큰 음악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소편성 오케스트라(5 strings+ 4 Woodwinds)를 동원하고, 클라이막스에 일렉 기타 솔로를 입혔다. 오케스트라 선율 위에 실린 하모니카가 더 없이 맑고 투명하다. 중반부의 키 변화가 일반적이진 않지만 최대한 일반적 사운드를 갖추기 위해 전제덕의 연주가 비교적 뚜렷한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04. 바람

음반 타이틀곡. 화려한 라틴리듬의 5분33초짜리 곡. 음반 중에서 가장 길며 전제덕이 직접 작곡했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 숨돌릴 틈 없이 하모니카가 질주한다. 격정이 넘치면서도 짙은 애상이 묻어난다. 하모니카 연주라고 믿기 힘들만큼 화려한 속주를 선보이고 있다. 원래는 로젠베르그-짚시 풍의 사운드를 원했지만, 녹음을 앞두고 라틴 재즈 구성으로 선회했다. 우수에 찬 정광진의 트럼펫과, 1분여에 달하는 정수욱의 어쿠스틱 나일론 기타 솔로가 눈부시다. 곡 후반부 하모니카와 트럼펫의 ‘트레이딩(주고 받는 연주형식)’이 곡을 대단원의 절정으로 이끈다.

05. 시들은 꽃

포크듀오 ‘해바라기’의 숨은 명곡을 리메이크했다. 이번 음반에서 유일하게 미디 프로그래밍된 곡이며, 어쿠스틱한 다른 곡들과 사뭇 다른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음반의 프로듀서이자 기타연주자인 정수욱의 서정적인 기타 연주와 기타 리듬패턴이 인상적이다. 하모니카의 연주는 더 없이 쓸쓸하고 처연하다. 후렴 부분은 전제덕이 3번의 오버더빙을 거쳐 굵고 화려한 하모니카 소리를 연출하고 있다.

06. 가을빛 저무는 날

(Vocal Feat. Bmk) 노래와 연주가 대화하듯 진행되는 곡. 가수 BMK가 보컬 피처링을 했다. BMK특유의 파워풀한 창법과 섬세하면서도 서정적 보컬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전주 없이 바로 노래가 시작되는 곡 형식이 독특하며, 1절 노래가 끝나면 2절은 전제덕이 하모니카 연주로 대답한다. 보컬과 하모니카가 어울려 멋진 절정을 만들어낸다. 원래는 하모니카 연주곡으로 작곡되었으나, 전제덕의 제의로 가사와 보컬을 덧입혔다.

07. 추억

느린 템포의 보사노바곡. 과거를 회상하는 시선이 쓸쓸하면서도 따뜻하다. 드럼 없이 기타,베이스, 피아노와 키보드만으로 잔잔하게 연주했다. 마음을 파고드는 하모니카 소리와 함께 곡 중반부의 신디사이저 솔로가 애절함을 더해준다.

08. 나의 하모니카

전제덕이 작곡한 또 다른 곡. 레게곡이지만 레게 특유의 공격적 분위기를 줄이고 비교적 차분한 편곡으로 모던한 느낌을 살렸다. 같은 제목인 12번 트랙의 보컬버전과 같은 멜로디의 연주곡. 최근 음악적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애시드 소울 밴드 ‘커먼 그라운드’가 혼섹션의 편곡과 연주에 우정 참여해 한층 풍성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전제덕은 ‘커먼 그라운드’의 데뷔음반에 하모니카 피처링을 한 바 있다.

09. 혼자 걷는 길

가벼운 펑키곡. 리듬의 완급이 교차되는 형식이 독특하다. 혼자 걷는 길의 ‘쓸쓸한 고독’이 아니라 ‘즐거운 고독’을 그리고 있다. 들숨과 날숨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하모니카의 주법의 특성상 연주하기 쉽지 않은 멜로디 라인이지만, 전제덕은 그만의 깨끗하고 정확한 연주로 이 곡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고 있다.

10. 편지

김광진의 히트넘버를 리메이크했다. 피아노와 하모니카 만으로 연주해 전체 트랙중 가장 단촐하나 감동은 그 어느 곡보다 크다. 민경인의 섬세한 피아노 터치와 슬픔의 심연에서 퍼올린 듯한 전제덕의 하모니카는 원곡이 주는 애틋함을 더 크고 깊게 만들어내고 있다. 녹음당시 피아노와 하모니카가 서로 음 간섭을 막기 위해 각각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차례 연주했다가, 마지막에 피아니스트 민경인의 제의로 음 간섭을 무릅쓰고 두 연주자가 나란히 붙어앉아 연주했다. 그 마지막 녹음의 감정표현이 너무나 뛰어나 단 한 곳의 편집이나 수정도 없이 이번 음반에 그대로 실리게 됐다.

11. 허풍 같은 사랑 이야기

제대로 사랑해보지도 못한 어느 남자가 허풍처럼 자기 이야기를 떠든다는, 조금은 익살스럽지만 페이소스가 넘치는 곡이다. 가벼운 삼바 리듬에 "브라질리언"효과를 위해 소프라노 색소폰과, 스캣, 퍼커션 등을 채워넣었다. 재즈보컬리스트 말로가 부른 중간의 스캣은 약간의 신비감을 위해 아무런 기교 없이 한번만 불러 넣었다.

12. 나의 하모니카 (Voc.)

전제덕이 직접 노래한 보컬곡. 자신의 첫 음반의 문을 하모니카 독주로 열고, 노래로 닫고 있다. 8번트랙 연주곡 멜로디에 자신의 음악과 인생을 함축적인 내용으로 담아 노래하고 있다. 원래 연주곡은 레게곡이었지만 이 트랙에선 어쿠스틱 재즈 펑키곡으로 편곡이 바뀌었다. 하모니카 연주실력 못지않은 전제덕의 노래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의 화려한 피아노 연주가 음반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해주고 있다.

박준흠 2004/11/20

 

 

'이거 하모니카 연주 맞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하모니카 마스터'가 된 전제덕(31)씨가 첫 연주음반을 냈다. 전씨는 이미 조성모 박상민 조규찬 이적 김정민 등의 음반과 영화 '똥개' '튜브' OST 등에 세션으로 참가, 연주력을 인정 받은 하모니카 연주자다.

생후 보름만에 찾아온 원인 모를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전씨가 처음 음악적 재능을 드러낸 것은 사물놀이(장구). 1993년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대상을 받고, 김덕수 산하 사물놀이패 '천둥'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하모니카에 눈뜬 것은 지난 96년 세계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텔레망의 연주를 라디오를 통해 듣고 나서부터. 투츠의 연주에 깊은 감동을 받은 전씨는 이후 그의 음반을 모두 섭렵, 독학으로 재즈하모니카를 터득했다.

전씨가 사용하는 하모니카는 투츠 틸레망이 사용하는 '크로마틱 하모니타'. 일반 하모니카와 달리 반음 표현을 가능케 하는 버튼이 달려있어 하모니카 하나로 모든 키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모두 12곡이 담긴 이번 음반은 한마디로 '하모니카의 재발견'.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서정적이고 유장한 하모니카의 세계가 아니다. 때로는 호흡이 가쁠 정도로 역동적이고, 때로는 담배 연기 자욱한 카페가 생각날 정도로 '재지(Jazzy)'하다.

펑크('우리 젊은 날'), 라틴('바람'), 레게('나의 하모니카') 등 리듬감 넘치는 곡은 물론, 서정적인 발라드('여름이 지나간 자리' '편지')에서도 아름답고 섬세한 하모니카 터치를 보여준다.

특히 전씨가 직접 작곡한 타이틀곡 '바람'은 '전제덕표 하모니카'의 모든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곡. 5분33초 동안 몰아치듯 터져나오는 격정적인 하모니카 속주는 "이것이 정말 하모니카 연주일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

1분 넘게 숨가쁘게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정수욱)와 하모니카와 트럼펫(정광진)간의 절묘한 트레이딩도 매력적이다. 최소한 이 곡 '바람'에서 하모니카는 빠른 속주의 알토 색소폰처럼 들린다.

'시들은 꽃'은 해바라기의 동명 곡을 리메이크한 작품. 천천히 뿜어져나오는 전씨의 하모니카 소리는 그야말로 저녁놀을 배경으로 한 테너 색소폰의 굵고 찬찬한 저음의 울림이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도 반갑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한국의 정상급 재즈뮤지션이 대거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민경인 임미정 곽윤찬 등 내로라 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들과, 한국 펑키 베이스의 1인자 서영도가 거의 전곡 연주를 맡았다.

한 뼘도 채 안 되는 투츠멜로톤으로 그의 숨결이 드나들 때마다, 햇살보다 더 반짝이는 선율이 퍼져 나온다.

드디어 전제덕(30)이 첫 음반 ‘전제덕 1st’를 냈다.

이름 석 자 앞에 ‘시각장애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일쑤였던 그. 어떤 면에서는 그 같은 점이 강조되다 보니,그의 음악적 본령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기나 한 듯, 자칫 오해의 소지마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객관적으로 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 다섯 글자는 그를 이해하는 데, 아니 즐기게 하는 일에 방해만 될 뿐이었다는 진실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지금 그는 완벽한 재즈 뮤지션,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서 우리 앞에 서서 “자, 이게 진짜 내 음악, 한국에는 없던 하모니커 재즈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발매 jh). 어쿠스틱 하모니커 음악과 신디사이저로 합성된 하모니커 소리로 이뤄진 음악 사이의 차이가 뭐 그리 대수냐며 시큰둥하게 반응할 사람도 없지는 않을 터. 그러나 음반에 수록된 12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들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옥타브 반을 오가며 쏟아져 나오는 현란한 음의 향연. 자신의 본령인 재즈에서 살짝 비껴 나, 발라드에서 펑키를 소화한 팝적 정서까지 능란하게 주무른다.

취입을 위해 지난 8월 낙원상가에서 새로 산 21만원짜리 독일제 반음 하모니커(투츠 멜로톤)다.

노래 솜씨는 콘서트 등의 기회를 통해서 익히 알려진 터이지만, 이번에는 내친 김에 작곡까지 했다.

“하모니커 입에 물면 내 가슴엔 별이 뜨고…(중략)…내 맘 속 숨겨둔 많은 얘기, 떠난 그댄 알고 있겠지” 아직 작사까지는 그의 몫은 아니지만, 곡을 쓰고 부르기까지 한 ‘나의 하모니커’다.

앞 못 보는 그가 들여다 본 내면에는 할 말이 참 많은가 보다.

‘재즈 싱어 송 라이터’로 거듭난 셈. “제가 작곡한 노래가 (수록곡 중에서)역시 가장 애착 가는군요.” ‘바람’과 ‘나의 하모니커’를 특별히 지목한다.

 

- "폼 나는 음반을 내고 싶었다"

바람’에는 음악가로서의 자의식이 가득하다.

“대중지향적 음반이지만, 연주자로서 폼 나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

”이 음반을 본격 준비하던 4월을 돌이켰다.

재즈맨으로서의 자의식에 꿇리는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을 터. 하모니커와 기타가 빠른 선율을 똑 같이 연주하는 도입부는 팝이라기 보다는, 영락 없는 재즈다.

손가락 불구를 딛고, 재즈사에서 추앙받고 있는 집시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에게 헌정하는 심정으로 지었던 곡이다.

‘나의 하모니커’는 연주곡과 자신의 노래 등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을 만큼 특히 애착이 간다.

레게 스타인 밥 말리를 연상케 하는 레게 리듬이 힘차다.

“김현식이 하모니커로 연주했던 ‘한국 사람’류의 청승이 싫어요.”그러나 그가 사진을 찍는 동안 장난스레 연주한 뽕짝은 압권이었다.

“물론 이처럼 대중이 좋아할만한 것도 할 수 있지만, 나는 뭣보다 하모니커 하면 청승이라는 통념을 교정하고 싶은 거니까요.” 그런 것은 나중에 공연할 때, 여기 삼아 충분히 보여줄 수도 있다는 말. 요컨대 세계적 특별한 재즈 악기 취급을 받는 하모니커가 한국에서 한 사람의 달인을 만나, 자신의 위상을 처음으로 과시하게 됐다는 것. 현재 세계적으로 하모니커 재즈는 미국형과 유럽형, 둘로 나뉜다.

미국형은 거칠고 힘이 넘친다.

상당히 팝적인 연주를 들려 주는 윌리엄 갤리슨이 대표적. 한편 유럽형은 부드럽고 세련됐다.

투츠 틸레망, 안토니오 세라모 등이 발표하는 음반에는 모던 재즈의 대표곡이 한 두 편씩은 실려 있어, 자신들이 재즈의 적자임을 과시하고 있다.

수록곡들은 평소 존경해 온 틸레망 풍의 하모니커 연주가 가득하다.

이번 음반은 진작부터 화제였다.

10월 25일 출시를 앞두고, 그는 언론으로부터의 인터뷰 홍역을 톡톡히 치렀다.

9월, 모 신문사가 그의 음반 제작 소식을 듣고는 달려 와서 예외적으로 큰 머릿기사로 다룬 이래, 그는 지금껏 열두어 곳의 일간지와 긴 인터뷰를 했다.

여타 군소 매체와는 말할 것도 없다.

“인터뷰가 쇄도해 오면서, 제 생각도 달라졌어요. 이제는 남들이 제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때라는 거죠.” 분명, 인기를 즐기는 모습이 아니다.

 

- 전재덕 밴드 결성, 기념공연도 계획

그는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스타로 떴다는 사실보다는, 뜬 데 대한 책임감이 훨씬 큰 비중으로 다가오는 말이다.

하여튼 확실한 것은 앞으로 많이 바빠지게 됐다는 점이다.

‘전제덕 밴드’(가칭)를 결성, 내년 2월부터 서울과 지방에서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펼칠 작정이다.

그는 진작부터 ‘얼굴 없는 인기인’이었다.

영화 ‘튜브’와 ‘똥개’, 몇몇 단편 영화 楮【?팬들의 기억에 남는 음악을 들려준 사람이 바로 그다.

이제 그는 대중과의 본격 접촉을 앞두고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음악을 너무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응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음반과 콘서트 등 나의 캐리어가 이제 본격 축적돼 가는 때가 온 것 같아요. 잘 생각해야지요.” 갓 서른을 넘겼지만 어떤 연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물놀이도 했고, 양악도 했으니, 저는 두 가지를 모아서 뭔가 새로운 걸 해야죠.”조금은 뜻밖에도, 그는 우리의 고유한 음악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흔히 그러하듯 한낱 수사가 아니다.

국악을 비롯, 다양한 음악 장르와의 만남을 가능케 한 구체적 경험의 결과다.

본디 시각장애인 학교인 인천 혜광학교에서 교회 음악만 하다, 고졸 후에는 모친의 손을 꼭 잡고 방송, 음반, 콘서트장 등을 쏘다녔다.

하모니커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소울, R&B, 록을 특히 좋아 했던 그가 결국 만난 것이 재즈. 작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 길로도 뛰어들게 된 것은 1992년부터 4년간 벌여 온 장애인 사물놀이반 다스름 활동에서 였다.

그 무렵, 손가락 불구의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를 알게 되고 그를 존경하게 됐다.

 

- 사물놀이 활동하며 재즈의 깊이에 매료

그러던 1996년, 사물놀이 콘서트장이었다.

한껏 신이 오른 그가 팬 서비스 차원에서 팝과 가요를 신나게 불렀다.

그렇게 2002년까지 사물놀이 천둥에서 리더인 장구잽이로 활동하면서 그는 재즈를 보다 깊이 알게 됐으나, IMF 외환 위기가 몰고 온 불황의 그늘 아래서 고전하다 2002년 천둥을 해체해야만 했다.

그 시기는 그의 음악적 모색기이기도 했다.

사물놀이 한울림을 통해 알게 된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인연이 닿아 ‘수요 예술 무대’ 등 TV 프로에 출연하게 됐던 때다.

그의 얼굴이 어딘지 낯에 익다고도 할 사람이 있는 것은 그래서다.

아니면 재즈 가수 정말로의 음반 ‘벚꽃지다’ 발표 기념 콘서트장에서 보았을 수도. 말로가 무대에서 갑자기 노래를 청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던 자리다.

당시 그런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하나의 팬 서비스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제덕 본인에게 이 음반은 오래된 숙제로 나아가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비밥을 주조로 해 하모니커 음반을 만들기 위한 중간 디딤돌이라는 것. “찰리 파커에서 존 콜트레인까지, 투츠가 제대로 하지 못 한 진짜 재즈를 내 하모니커로 취입하고 싶은 마음이죠.”

 

- 관행 거부한 녹음방식, 빛나는 예외

제작 여담 하나. 녹음 스튜디오라는 데는 어떻게 보면참으로 삭막한 곳이다.

참여 뮤지션들이 각각 코딱지만한 방에 들어가 자신이 할 만큼씩을 녹음해 두면, 뒤에 녹음 엔지니어가 각 트랙을 조정 편집해 다시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보편적 모습이다.

편집과 수정 작업을 위해서, 너무나 당연시 된 일이다.

“엔지니어가 왕”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피아노와의 듀엣곡 ‘편지’를 취입할 때, 작은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제덕아, 우리 서로 얼굴 마주 보면서 연주해 보자.” 피아니스트 민경인이 7차 녹음에 앞서 불쑥 건넨 제의였다.

사실, 뮤지션들이 한 방 안에서 가까이 앉아 연주하게 되면 서로의 녹음 마이크에 상대방의 소리가 그대로 실리므로, 편집이니 수정이니 하는 작업이 애초에 불가능해 진다.

두 사람은 관행을 거부했고, 멋지게 성공했다.

일곱번째는 그야말로 둘이서 대화하듯 일사천리의 녹음이었다.

한 사람은 나안(裸眼)으로, 또 한 사람은 심안(心眼)으로. 그렇게 다시 한 번, 전제덕은 빛나는 예외가 된 것이다.

그는 11월 안으로 개설될 홈 페이지(www.jeduk.co.kr)에 많이 들러줄 것을 당부했다.

10월 20일 다음카페 내에 개설한 팬 카페에도 사람들이 제법 몰려 들었으니, 본격 홈 페이지는 또 다른 화제가 될 터이다.

그런데 현재의 가장 큰 소원이 있다면? “음반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전반적 불황속에 몇몇 가수들의 음반 시장 독식 현상이 은근히 그를 짓누르는 듯. 이번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옛 노래 팬이라면 추억의 듀엣 해바라기가 남긴 숨은 명곡 ‘시들은 꽃’이 반가울 지도 모른다. 겨울의 초입, 침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명징한 하모니커 음을 소편성 클래식 오케스트라 반주가 감싸 주는 ‘여름이 지나 간 자리’가 더 다가올 수도.

장병욱 차장 aje@hk.co.kr

 

앨범: 1집 우리 젊은 날 (2004 Universal Music)

전제덕 1974 -

Track 전곡 연주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