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Fandango De Candil
Jeanne Golan, Piano | |
<고예스카스>는 명쾌한 <스페인 무곡집>과는 달라서 대단히 복잡하고 고도한 멜로디 라인의 짜맞춤으로 되어 있으며 음영이 짙은 아름다운 모음곡이다. 제 1집 <사랑의 말>,<창너머 이야기>, <등불의 판당고>.<탄식 또는 마하와 밤꾀꼬리>, 제2집 <사랑과 죽음>, <에필로그 /유령의 세레나데>--이상의 6곡은 모두 고야의 그림에서 받은 인상에 의해서 태어났다. 아니 보다 좋게 말하자면 '초(超)'자가 붙는 로멘티시스트인 그라나도스가 일생동안 사모하고 있던 '고야와 그 시대'에 보내는 음으로 쓴 사랑의 글이었다. "나는 고야의 마음과 팔레트에 반했다"라고 그라나도스는 편지에 쓰고 있다. '그와 알바공작 부인에게, 그의 모델들에게, 그 싸움에, 정사에, 사랑의 말에, 장식용 끈이 달린 검은 빌로드나 비단 레이스에 비치는 볼의 백장미, 유연한 허리, 진주 같은 손, 흑옥 같은 머리결에 꽂은 자시민이 나를 매혹시켰다"라고. 그라나도스가 마음을 쓴 것은 고야라고 하는 복잡한 화가의 로멘틱하고 풍속적익 감미로운 일면에 대해서 였다고 일단은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동시에 그를 진정으로 끌어들인 것은 고야의 붓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어둑어둑한 숙명의 냄새였다.
1. Goyescas : Los Requiebros
2. Goyescas : Coloquio En La Reja
3. Goyescas : El Fandango De Candil
4. Goyescas : Quejas, O La Maja Y El Ruisenor
5. Goyescas : El Amor Y La Muerte : Balada
6. Goyescas : Epilogo : Serenata Del Espectro
가장 잘 알려진 <마하와 밤꾀꼬리>를 비롯하여 이 모음곡 전체에 넘치는 무한한 탄식과도 같은 도취감과 애수는 달리 없다. 미묘하게 반음계 취향을 집어 넣은 선율선과 화성 때문에 첫인상이 수수하게 느껴질런지 모르지만 두 번, 세 번 들을 수록 다시 없는 매혹에 마음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스페인의 민족색과 그라나도스 고유의 꿈의 빛깔이 여기에서 절묘하게 융합되고 있으니까.

The Nude Maja, 1800, Oil on canvas, 97 x 190 cm, Museo del Prado, Madr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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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othed Maja, 1801-03, Oil on canvas, 95 x 190 cm, Museo del Prado, Madrid |

고야의 그림들을 그린 음악 고예스카스
19세기 스페인의 화가 고야는 누드 사진과는 달리 그지없이 신비로운 빛깔과 구도로 된 나체 그림 <마하(마야)>를 그려 모를 사람이 없을 만큼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더욱 뛰어난 명화를 많이 남겼다. 그의 그림을 누구보다도 사랑한 사람은 같은 나라의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일 것이다.
그는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된 고야의 여러가지 그림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1911년 일곱 곡으로 이루어진 ‘고야풍’이란 말의 <고예스카스>란 피아노 작품을 썼다.
당시 스페인 작곡계에는 그라나도스의 선배인 알베니스와 후배인 탈랴들이 활약하고 있었으나, 누구보다도 색채적인 표현에서 뛰어난 솜씨를 가진 그는 고야의 미술적인 색채보다 더 강렬한 음악적인 색채를 나타내기 위하여 이 <고예스카스>를 작곡한 것이다. 그는 이 피아노곡으로도 만족치 못하여 똑같은 이름으로 4년 뒤 오페라를 작곡한다.
이 오페라는 고야의 여러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피아노곡을 고스란히 인용한 것으로, 줄거리는 근위사관(군인)과 투우사가 결투하여 치명상을 입은 사관이 애인의 품에 안겨 죽는다는 것인데, 특히 오키스트레이션(관현악 기법)이 고야의 그림처럼 색채적이다. 19세기 스페인의 위대한 화가 고야를 소재로 한 오페라인 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아 애초에는 파리에서 공연하기로 하다가 1915년 정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어 크나큰 화제를 낳았다.
그라나도스는 아내와 함께 이 오페라 공연에 참석했다가 같은 해 3월 말, 고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영불해협 연락선인 서섹스호를 탔다. 당시는 1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서섹스호는 영국의 포크사토운과 바로 남쪽인 프랑스의 디프 사이에서 독일 잠수함이 쏜 어뢰를 맞아 침몰했다. 그라나도스는 뗏목에 올라탔으나 아내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살리려고 달려들었다가 건져내지 못하고 함께 죽고 말았다. 이 서섹스호의 침몰로, 슬프게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에 출연했던 스페인 성악가들이 함께 희생된 것이다.
오페라 <고예스카스>는 작곡가인 그라나도스의 죽음을 가져왔지만 이보다 4년 전에 쓴 피아노 음악으로서의 <고예스카스>는 이러한 비극과 관계없이 초연되어 그림을 보는 듯한 색채성을 기막히게 나타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때 화가 고야가 살아 있었다면 으레 “이 피아노곡 <고예스카스>를 화가 고야에게 바친다”고 했을 텐데 대신에 ‘사랑을 하는 마호(젊은이)들’이란 부제를 붙여서 연주한 것이다. 이 피아노곡은 처음엔 여섯 곡이었으나 나중에 <짚인형>이 보태져 일곱 곡이 되었다.
첫째 곡 <사랑의 말>은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 D. 스칼라티와 그에게서 배운 스페인 작곡가 A. 솔레르우 장식음(한 소리를 장식하기 위한 것)을 연상시키는데, 사랑의 속삭임을 그린 듯하지만 신랄하며 연주하기가 어렵다. 둘째 곡 <창가의 대화>는 저음부가 현악기인 기타를 연상시키는데, 사랑과 비극의 분위기가 표현되어 있다.
셋째 곡 <등불의 판당고>에는 판당고(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춤곡)의 격렬한 춤이 그려져 있으며, 작곡자의 독특한 세련미와 우아함이 돋보인다. 넷째 곡 <슬픔, 또는 마하와 밤에 우는 휘파람새>는 제목 자체가 로맨틱하고 정열적인데, 휘파람새란 바로 사람의 휘파람처럼 운다는 새이다. 재미있게도 과부의 슬픔이 아니라 여자의 질투를 그린 만큼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다섯째 곡 <사랑과 죽음>은 아름다움을 애타게 찬양한 곡으로서 “고통 속의 행복을 충분히 표현하라”는 도움말이 붙어 있다. 제목에 죽음이란 말이 있지만 사랑의 아름다움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여섯째 곡 <유령의 세레나데>는 다소 빠른 곡으로, 유령이 기타의 가락에 맞추어 사라져가는 것을 그린 것이다.
일곱 번째 곡 <짚인형>은 마드리드 광장에서 고야의 그림에 의한 무대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들이 공주에게 짚인형을 던져 올리는 상황을 나타낸 곡이다. 토나딜랴(18세기 스페인에 있었던 작곡 형식)의 음악처럼 씩씩한 성격을 띤 곡이다.
이 일곱 곡은 물론 고야의 그림에서 얻은 이미지를 다루고 있지만, 작곡자 자신의 문학적인 표현도 곁들였기 때문에 미술적이고도 문학적인 표현이 넘쳐 흘러서 복합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