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달빛처럼 일렁이는 사랑의 두근거림- 베토벤 [월광]소나타

리차드 강 2014. 2. 12. 23:07

달빛처럼 일렁이는 사랑의 두근거림- 베토벤 [월광]소나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Op.27-2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1. Adagio sostenuto

Alfred Brendel Plays Beethoven Piano Sonatas Vol. III

     
 

달빛처럼 일렁이는 사랑의 두근거림- 베토벤 [월광]소나타

베토벤에게 과연 후손이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점은 그의 음악 이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흥미롭게 해주고 있지만, 그의 사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확실한 결론은 내려지지 못한 채 한 세게 반의 세월이 흘러갔다. 물론 외형적인 여건으로 보면 베토벤은 57년간 독신으로 살다 죽었기 때문에 그에게 자식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베토벤도 한 사람의 남자였는지라 그에게 인간적 욕정이 없을 수 없고 실제로 그의 생애를 통하여 상당수의 여인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베토벤과 연인관계를 맺고 있었다. 다만 결혼이라는 형식과 절차를 밟지 않았을 뿐, 베토벤의 독신생활 57년간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은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베토벤과 사랑을 주고받은 여인들이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연정의 주인공들이다.

베토벤의 후손 이야기는 테레제 폰 브른스비크라는 헝가리 태생의 연인 사이에 거의 확증적인 사실로 남아 있다. 이 여성과의 사이에 태어난 딸이 베토벤의 자식이었을 것임에 틀림없는 정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끝내 베토벤의 따로 기록되지 못한 것은 그녀 스스로가 모든 사실들을 철저하게 부인하고 일생을 숨어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여자아이가 죽은 뒤로는 현재까지 하나의 미스테리 정도로 그 사실여부가 전해져 올 따름이다. 이것은 베토벤의 중년 나이쯤에 해당하는 때의 이야기이다.

그보다 훨씬 전에, 즉 베토벤이 30세의 청년기를 맞고 있을 때에 쥴리엣타 귀챠르디(Giluietta Guicciardi)라는 16세의 소녀와 격렬한 사랑을 나눈 적이 있다. 이때의 베토벤은 이미 빈 음악계에서 당당한 존재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특히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는 베토벤을 능가할 자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귓병이 도져 청각장애가 점점 심해지고 있을 때여서 내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야만 했었다. 귓병을 비관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빈 교외의 하일리겐슈타트 숲 속에서 저 유명한 [유서]를 썼던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곧이어 음악사상 최대의 걸작이라 일컫는 [운명]교향곡과 [전원]교향곡을 작곡해 냄으로써 불굴의 인간의지를 나타내 보인 것이다.

이처럼 베토벤이 30세 청년기를 맞아 창작의 절정기를 향해 뜨거운 자의지(自意志)를 불태우고 있을 무렵,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트에서 태어난 귀족 귀챠르디 백작이 빈으로 이사를 왔다. 귀챠르디 백작은 엄청난 거부인데다 훌륭한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고 태어난 음악애호가로서, 그의 슬하에는 여러 명의 아름다운 딸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쁜 딸이 쥴리에타 귀챠르디였는데, 이 아름답고 교양 있는 소녀가 아버지를 따라 빈으로 이사왔을 때 그녀는 16세의 갓 피어난 청초함을 지니고 있었다.

귀챠르디 백작은 빈에 정착한 즉시 쥴리에타의 음악교육을 위해 피아노 선생을 물색한 끝에, 당신 빈 음악계에 명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베토벤을 스승으로 삼고 피아노 수업을 받게 했다. 이렇게 해서 30세의 베토벤과 16세 쥴리에타 귀챠르디와의 운명적인, 너무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쥴리에타는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답고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천사 같은 소녀였다. 그런데 이때의 쥴리에타는 16세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귀챠르디 백작의 요청에 따라 갈렌베르크라는 귀족 청년과 약혼을 한 뒤였다. 불같은 의지 이외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30세 노총각 베토벤과 이에 약혼자를 가진 16세의 아름다운 소녀 쥴리에타와의 만남. 그것은 어느 모로 보나 도저히 결합할 수 없는 사이였다. 그래서 이들의 만남은 애초부터 불행을 안고 시작된 숙명적인 만남일 수밖엔 없었던 것이다.

베토벤과 쥴리에타는 처음 얼마동안 피아노 선생과 제자라는 한계점을 넘어서지 않고 그야말로 순수한 사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6개월이 넘어서면서부터 베토벤은 쥴리에타를 사랑하게 되었고, 쥴리에타 역시 스승 이상의 존경과 사모하는 마음으로 베토벤을 대하게 되었다. 베토벤은 마침내 쥴리에타를 정식으로 구혼하기에 이르렀으며, 그녀도 모든 것을 뿌리치고 베토벤의 아내가 되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그러나 쥴리에타의 아버지 귀챠르디 백작은 이들의 결합을 절대 반대하고 나섰으며, 서둘러 갈렌베르크와 결혼식을 올려버렸다. 반강제적인 결혼이었지만 쥴리에타는 이 결혼에 항거하고 나설 힘이 없었다. 1803년 봄의 일이었다. 갈렌베르크와의 결혼은 허울뿐이었다. 그들은 가정의 불화가 그치지 않은 상태에서 못다 태운 열정을 불태우며 참으로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격정의 심리상태 속에서 태어난 작품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월광]이다. 흔히 [월광곡]으로 알려진 이 피아노 작품은 쥴리에타와의 격렬한 사랑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곡이다.

베토벤은 평생을 통해 피아노 소나타의 창작을 계속하여 32곡에 달하는 걸작을 남겨 놓았다. [월광소나타]는 초기에 속하는 걸작으로 베토벤의 모든 피아노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베토벤 스스로도 이 곡에다가 [환상적인 소나타]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뒷날 렐슈타브라는 시인에 의하여 [월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뒤로는 오늘날까지도 그렇게 불려져 오고 있다.

이 소나타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제1악장 아다지오이다. 그리고 베토벤의 쥴리에타에게로 향하는 사랑의 연정이 절실하게 토로된 것도 제1악장이며 이 곡이 [월광]이란 부제를 얻게 된 것도 제1악장 때문이다. 따라서 제1악장이야말로 [월광]소나타의 핵심이자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자기를 떠나버릴 것 같은 쥴리에타에 대한 베토벤의 사랑과 그리움이 끝없는 불안감으로 나타나 마치 호수 위에 비치는 달빛처럼 잔잔하게 일렁거리고 있다. 왼손의 반주에 의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이 세잇단음표의 흔들거림을 듣고 있노라면, 30세 노총각 베토벤의 연정이 잔물결처럼 밀려들어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랑했으면서도 끝내 어떤 여성과도 부부의 인연을 맺어보지 못했던 인간 베토벤의 마음이 이처럼 고독하게 나타난 음악도 없으며, 그래서 [월광]소나타는 더더욱 베토벤의 내심을 들여다보는 음악으로 존재한다.

베토벤은 쥴리에타 귀챠르디과 생애 처음으로 불타는 사랑을 맛보았고, 처음으로 결혼할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숙명과 인연은 그들을 비켜갔고 결과적으로 베토벤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벅찬 사랑의 결실로 남은 것은 [월광]소나타 밖에 없으며, 그래서 이 청명한 피아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청년 베토벤의 고뇌에 찬 모습과 쥴리에타 귀챠르디의 꽃다운 모습이 겹쳐져서 떠오른다. 인간은 가고 사랑은 가도 음악은 영원히 남아 오늘의 우리를 감동케 하는 것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너무나도 유명한 곡이다. 이 곡을 모르는 사람도 제목만은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곡이다. '월광(달빛)'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죽고 난 뒤인 1832년, 시인이었던 H.F.L.Rellstab가 이 곡의 1악장을 두고 '달빛에 물든 루체른 호반위를 지나는 조각배를 떠오르게 한다'는 발언을 한 데에서 연유된 것이므로 굳이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곡의 이미지를 연관시킬 필요는 없으며, 그렇다고 애써 거부할 필요도 없다. 1악장의 음악적 이미지를 시인이 이야기한 회화적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것은 분명 이 곡의 감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펴서 2악장과 3악장까지 연관시켜 보아도 재미있다. 이 곡 역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1악장과 3악장이 소나타형식이며 2악장이 짧은 미뉴엣이라는 의미에서는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다.

     

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 op.27-2 - Moonlight

1악장 Adagio sostenuto

사실, 보통 활기찬 느낌의 1악장과는 달리 꿈꾸는 듯이 느껴지는 나른한 선율이 지속된다는 점이 대단히 특이한 첫 악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첫 악장을 주제와 변주로 구성한 전례도 있었다). 또한 소나타형식의 화성전개도 매우 비전형적인 것이지만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악장전체가 숨막힐 것 같은 고요로 가득 차 있으며 선율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감상적이고 아름답다. 악장 전체를 통해 한 번도 감정의 기복이 고개를 들지 않는다.

1악장은 이 곡이 '환상곡 풍의 소나타' 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를 느끼게 해주는 몽상적인 분위기입니다. 매우 섬세하고 우울한 분위기로 다가오지요.. 우울하다기 보다는 우수에 차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네요..

어떤 한 사람을 짝사랑합니다. 아직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한 상태이지요.. 멀리서 바라보면서 그 사람은 가슴아픔을 느끼겠지요.. 짝사랑이란 감정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가슴이 저리고 안타깝기만 하죠.. 마음이 스산해 옵니다.. 스산한 마음.. 이것은 밤에 달빛을 받으며 냉정하게 반짝이고 있는 호수의 이미지와도 비슷합니다. 냉정하기는 하지만 호수가 차갑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왜냐.. 짝사랑이란 것도 사랑은 사랑이죠.. 그것으로 인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려 해도 분명 그것으로 인해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을 수는 있으니까요.. 때문에 세상이 차갑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분명 외로울 때 생각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세상이 따스해 보일 테니까요..

자, 이제 그 호수 속으로 뛰어 들어가 봅시다.. 역시 호수는 차갑지 않죠? 이제 마음껏 호수 속을 헤집어 보세요.. 물 속은 매우 고요합니다. 또한 가끔씩 수면위로 올라와 보면 둥그런 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지요.. 이제 물의 고요한 흐름에 몸을 맡겨 보세요.. 가끔씩 제법 커다란 물의 파고가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부드러운 파고이기 때문에 물보라는 일지 않습니다. 어쩌면 인어공주가 떠올라지기도 할 것입니다. 밝은 달밤에 바다 속에서 육지의 왕자님을 그리워하는 인어공주.. 산산이 분해되어.. 물 분자가 되어.. 밝은 달밤에 고요한 수면 위를 떠도는..

세도막형식(불완전 소나타 형식으로 볼 수 있다.)인 문자 그대로 환상풍인 악장이다. 고요히 셋 잇단음의 움직임으로 시작되는 1악장은 적막하며 명상적이다. 많은 시인 묵객들이 문학적 해설을 꾀하고 있으나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는 음악을 듣는 길만이 현명한 일이라 본다. 따라서 제 1악장에는 명곡이라는 곡이 지니는 선율도 없고 시종 동일한 리듬으로 진행되는데 무슨 까닭으로 우리 마음을 끄는지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 곡 첫 부분에는 베토벤은 Senza Sordino로 지시하고 있어 지금과는 해석이 다른 약음기 없이 (소프트 페달을 밟지 않고)가 아니고 오른쪽 페달을 사용해서 충분한 음향을 내라는 뜻이 된다 당시의 피아노 대부분이 페달이 없고 무릎으로 밀어 올리는 '크니히 벨'이 달려 있어 하이든 시대부터 사용되다 이때에 드디어 밟은 페달이 등장한다. 이를 보면 페달의 기능이 많이 진보된 데 대한 베토벤의 배려가 십분 활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이 소나타도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에 속하며 첫 악장인 알레그로가 제외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베토벤은'소나타 형식'을 환상곡'으로 바꾸어 놓은 것일까! 이는 그의 창조하려는 의욕이 무언가 새로운 것에 필요를 느끼고 고전에 대한 반항,전통에 대한 탈피를 꿈꾸게 된 때문이라 본다. 이런 경향은 이 소나타 뿐만 아니라 작품 26의 장송 소나타의 제 1악장에서 여태까지 잘 지켜오던 고전 소나타의 규칙에 변주곡을 사용한 것이다. 이것은 작품 27의 24곡과 같이 대담한 개혁은 아니지만 분명한 방향 전환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음악가들의 동경, 이 곡을 쓴 1801년에는 10세가 되는 체르니가 제자가 되기 위해 베토벤의 방에 찾아온 때이며 그 때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발터제의 피아노가 베토벤의 방에 놓여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베토벤은 이 피아노에 만족하지 않고 발터제의 피아노 제작소에 30다가트를 지불할 것이니 용제는 마호가니와 우나코다(지금의 약음페달)장치를 구비해야 한다고 강요한 것을 보아 베토벤은 당시의 최고의 피아노로 4곡의 소나타를 쓰게 되어 이런 동기들이 그를 자극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이라 보아야 하겠다.

작품 (28전원)에 가서는 다시 고전형에 복귀,알레그로로 소나타 형식에 의한 1악장, 가요형식인 안단테의 2악장,경쾌한 스케르쪼의 3악장, 종악장은 론도 작품 26,27,을 잊은 듯 고전 소나타로 돌아가고 있다.

 

2악장 Allegretto

Alfred Brendel, piano

완전한 악장의 기능을 한다 기에는 앞 뒤의 악장이 너무 대규모적이어서 고요한 첫 악장과 격렬하기 이를 데 없는 종 악장 사이를 이어주는 간주곡 같은 인상이다. 멜로디는 우아하고 리듬은 재미있다. 두 가지의 미뉴엣, 그리고 첫 번째 미뉴엣의 반복이라는 매우 고전적인 형식이며 미뉴엣의 반복이 끝나는 순간 단절 없이 3악장으로 돌입한다.

2악장은 이런 꿈꾸는 분위기를 살짝 바꾸어 주는데, 대중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1악장과 3악장 사이에 끼어 빛이 나지 않아 보이지만 나름대로 교량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드디어 상대방이 나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들뜨지만, 또한 불안합니다. 꿈을 꾸는 것일까요? 마치 상대방과 나들이라도 나온 느낌입니다. 언덕배기에 피어 있는 꽃들 사이로 나와 상대방이 거닐고 있고.. 바람은 참 시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슴 뛰기에 충분합니다. 아무 말없이 걷다가 가끔씩 힐끔힐끔 상대를 쳐다보고.. 그러다 눈이 잠시 마주치고, 살풋이 미소 짓고.. 오늘따라 유달리 상쾌한 바람에 아름다운 꽃들.. 발걸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어느 오후의 산책길..

악보상으로 얼마되지 않는 분량의 작은 곡.. 고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이쁜 곡..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불안한 고요함을 나타내는 듯 짧고 가볍게 3악장을 준비합니다..

Allegretto 작은 세도막 형식 미뉴엣 성질을 띠고 있다. Db장조로 C#장조와 엥하모니 수법을 써 음향을 이용한 악장으로 전후가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으나 내용은 애매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리스트가 "2개의 깊은 못 사이에 핀 한 송이 꽃"이라 형용하듯이 적절한 평이라 본다. 속도 표시만 되어 있을 뿐 스케르쪼나 미뉴엣이라는 지시도 없고 따라서 내용을 분간하는데 무리가 뒤따르고 있다. 실은 미뉴엣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쾌활하게 치면 소극적은 섬세한 표정이 흐려질 우려가 있는 때문이다.

간결하게 짜여져 있는 간소한 아름다움이 이 악장이 지닌 특징이라 보아야 하며 동시에 폭풍을 예상시키는 일말의 불안이 속에 감돌고 있다. 이 소나타를 억지로 줄리에타와의 연정에 결부시키려는 마르크스는 이 악장을 <이별의 노래>라 부르며"오 나를 잊을 건가 나를! 잘가오 부디"라고 풀이하고 있다.

     

달과 꽃 / 1988 / 32.5x30 황규백

     

3악장 Presto agitato

Alfred Brendel, piano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속도기호가 붙어있다. 대규모의 소나타형식이며, 기존에 존재했던 어떤 음악보다도 격렬하고 열정적인 음악이다. 서 두의 격한 16분음표들의 돌진은 1악장의 서두주제와 분명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분위기는 완전히 반대이다. 숨막힐 듯 긴박한 1주제에 이어 선율선이 제법 살아있는 제 2주제가 등장하는데 관계장조를 취한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1주제의 급박한 분위기는 2주제에 와서 더욱 고조되고 비극적인 느낌까지 준다. 1악장이 가지고 있던 팽팽한 긴장을 3악장에서 분노의 표출에 가까운 형태로 무너트리고 있는 것 같다. 발전부 역시 긴박한 선율의 연속이며 이 급속한 진행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다가 곡이 가장 크게 요동치며 현란 오른손의 아르페지오, 트릴이 나타나는 순간에 갑작스레 adagio로 돌변하면서 한 숨을 돌리게 된다. 이어 다시 presto의 템포가 돌아오고, 2주제를 소재로 한 짤막한 코다로 들어간다. 코다는 두 개의 동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2주제를 소재로 전반부를, 1주제를 소재로 후반부의 종결을 짓고 있다. 역시 두 주제 사이의 타협은 조성적인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나타나지 않는다.

3악장은 그 당시 피아노곡들로서 상상하기 힘든 격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유의 격렬함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지요.

아... 어찌할까요.. 그 사람과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까요? 어찌 보면 슬픔이 승화되어 자기자신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눈물이 가끔 맺히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격렬하게 자신을 몰아칩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의 불타는 듯한 안타까움을 상상해 보세요. 내부의 모든 것을 밖으로 토해내 버릴 것 같이 격렬하게 상승하고 또 상승하는.. 그러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잠시 깨닫고 망연히 하늘을 쳐다보고.. 그러다 다시 울화가 치밀기 시작해 상승하고 또 상승하고..

이 곡을 듣고 있다보면 괜시리 '하일리겐시타트 유서'가 떠오르면서 그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고뇌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3악장은 음악을 잘 이해 못하는 사람이나 감상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느낀 것을 적어보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문장이나 표현법은 졸렬할지 모르나 그들이 말 하고자 하는 것은 평론가가 쓴 해설내용과 차이가 없으리라 누가 들으나 같은 느낌으로 불과 같은 열정을 느낄 것이다.

흥분의 한계를 분간 할 수 없는 완벽한 절도감과 형식은 단순하나 조화가 이루어진 수법으로 미의 극치를 이룬 악장이다. 베토벤이 운명과 싸우며 말하듯이 "아니다 나는 참을 수 없다 운명의 여울에다가 손가락을 집어넣어 비틀어주어야 한다"라는 당시의 기분이 감돌아 우울한 제 1악장에 비해 비극적인 기분이 잘 대조를 이루고 연조기교나 내용면에서도 베토벤적인 위력이 넘쳐 흐르고 있다.

 

Moonlight

베토벤이 이 곡을 만들게된 사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전부 36곡이나 되는데, 그는 생애를 통해 초기의 작품에서 만년의 작 품에 이르기까지 그때 그때의 피아노의 기능에 순응하여 최대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 작품들은 그의 음악 생애를 세로로 잘라서 보았을 때 양식 적인 변화의 축도이기도 하다.

그의 소나타들이 오늘날까지도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많이 연주되는 것을 보면 그의 피아노 음악들의 중요성은 설명 안해도 될 듯 싶다. 이러한 그의 피아노 소나타들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제 14번은 흔히 ≪월광≫이라고 불려지는데, 이 곡만큼 많은 사연을 간직한 곡도 드물다. 베토벤이 눈 먼 처녀를 위해 달빛에 잠긴 채로 만들었다던가, 빈 교외에 있는 어떤 귀족의 저택에서 달빛에 감동되어 만들었다던가, 또는 연인에 대한 이별의 편지로 작곡한 곡이라든가 하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베토벤 본인은 단지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고 불렀을 뿐, ≪월광≫이란 이름은 비평가 렐슈타프가 이 작품의 제1악장이 스위스의 루체른 호반에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 같다고 비유 한데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제1악장이 자유로운 환상곡풍이고, 제3악장에서는 소나타 형식이라는 특이한 방식을 썼다는 점이다. 세도막 형식에 2/2박자, 환상적이며 단순한 제1악장은 아름다운 가락이 낭만성과 정열의 빛을 더하고 있다.

고요한 호수 위에 창백한 달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말이다. 스케르초 풍의 3/4박자 곡인 제2악장은 전원의 무곡으로서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맛이 감돈다. 정 열과 원숙한 구성의 제3악장에서는 무겁게 떠도는 암흑 속에서 섬광을 일으키는 천둥과 번개처럼 격한 분위기가 힘차게 전개되어 당시 베토벤이 지니고 있던 청춘의 괴로움과 정열을 연상시킬 수 도 있다. 1801년에 완성이 된 이 곡은 줄리에타 귀차르디라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바쳐졌다.

그녀는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운 제자였는데, 두사람 사이에는 여러 가지 염문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베토벤의 '영원한 여인'의 정체가 이 여성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줄리에타는 이 곡이 완성될 때쯤 젊은 멋쟁이 백작과 결혼했다. 돈도 없고 신분도 낮고 더욱이 귀까지 나쁜 음악가와는 결국 헤어지고야 만 것이다. 줄리에타가 이런 명곡을 바칠 만한 가치가 없는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베토벤은 크게 실망했고 마침내 그 유명한 '하일 리겐시타트 유서'를 쓰게 된다.

     

베토벤은 서른 살에 열여섯 살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사랑했지만,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켰다.실의에 빠진 베토벤은 「월광」을 작곡했다. 베토벤이 그 소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월광」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베토벤이 사랑의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그 소녀와 행복하게 살았다면, 우리는 「월광」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일인가. 베토벤이 행복한 것과 「월광」을 듣는 것.

황경신 님의 그림 같은 세상* 가운데.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