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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매미 - 박문옥│ 숨겨진 좋은 노래

리차드 강 2009. 4. 22. 21:12
사람들의 뜨거운 마음이 있는 곳에 늘 함께 있었다.

양철매미 (2000)

박문옥

Track.03 - 양철매미

       
     

양철매미 - 박문옥

 

창밖의 푸른 수풀향기가 나를 오라 손짓하는데
나는 저 책상서랍 속의 장난감 양철매미

널 위해 흘린 눈물 매말라 가슴조차 싸늘히 식어
나는 겨우 달깍 소리밖에 못내는 먼지낀 양철매미

아 ~ 잠시라도 아~ 눈꼽만큼이라도
눈물 흘릴 수 있다면 사랑 나눌 수 있다면

훨훨 날아오르리 고운 날개를 퍼덕이며
훨훨 날아오르리 저 푸른 숲을 찾아

훨훨 날아오르리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훨훨 날아다니리 저 푸른 하늘 높이

     
Introduction

5월 금남로 거리에서 그를 봤었다. '목련이 진들' '직녀에게' '누가 저 거미줄의 나비를 구할까' 같은 노래들이 거리에 울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뜨거운 외침과 마음이 있는 곳에 그도 늘 함께 있었다. 5·18 추모거리음악회, 양심수 겨울나기 거리공연, 전교조 탄압저지 공연, 망월동 통일미술제 공연, 장기수를 위한 모금 공연 등등.
박문옥(45). 그렇게 노래 하나로 시절을, 시대를 버텨온 그가 이번에 음반을 냈다. 음반 제목은 '양철매미'. 뜻밖에도 이번이 첫 독집이다. 노래생활 20여년만에? 알 만 하다. 그는 노래를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았던 것이다. '직녀에게'만 하더라도 노래를 부른 김원중은 많이 알지만 작곡자인 그에 대해서는 덜 알려져 있듯이. 작사 작곡 편곡 연주 엔지니어 연출 기획에 이르기까지 노래에 관해서라면 거의 전방위적으로 일하는 그는 어쩌면 자기 노래세계만을 공들여 쌓아나갈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후배 동료들의 음반작업, 이러저러한 공연 기획과 연출…그를 필요로 하고 그를 부르는 곳이면 마다 하지 않았다. 김원중, 정세현, 박종화, 노래패 '친구', 전교조 테이프, 농민회 테이프, 노래패 '희망새' 등 민중가요 음반작업을 도맡아왔다. 그러느라 훌쩍 세월이 갔다. 광주시 주월동 신천그린맨션 상가내에 있는 '소리모아 스튜디오'. 벌써 10여년째 이곳에서 그런 노래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그 스튜디오 안에서 그는 지금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얼굴을 하고 콘서트 준비를 하고 있다. 12월13일 오후7시 광주문예회관대극장에서 '양철매미' 발매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이번이 첫독집이라니...그렇게 음반 안내고 살다가 이번엔 새삼 무슨 계기라도 있었나.
=내가 만들고 내가 부르는 노래라는 게 죽을 때까지 해도 맘에 안 들수도 있으니까…. 이번엔 저지르고 보자,라고 마음먹었다. 앨범도 나오기 전 미리 앨범발매기념 콘서트 날짜부터 받아놓은 것 봐라. 늘 '조금만 더' 하면서 기다리고 미루는 성격인지라 이번엔 자신을 '속박'하고 다그쳐서라도 그간의 작업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음반 타이틀 '양철매미'에 담긴 뜻은.
="널 위해 흘릴 눈물 메말라 가슴조차 싸늘히 식어 나는 겨우 딸각소리밖엔 못내는 먼지낀 양철매미...".
'양철매미'의 노랫말이 그렇다. 마음을 닫아걸고 살면 우리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는 양철매미에 불과하지만 이웃과 함께 할 때, 서로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서 눈물흘릴 수 있을 때 진짜 매미가 돼 저 푸른 숲으로 날아갈 수 있으리라는 의미를 담았다. 잃어버린 진짜 마음을 되찾을 때 우리 사는 세상이 푸른 숲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음반에는 맑고 서정적인 노래로부터 현실에 대한 분노와 희망이 담긴 노래들에 이르기까지 12곡이 담겨 있다. 대표적인 오월노래 중의 하나로 꼽히는 '목련이 진들'은 광주MBC 특집 '시민군 윤상원'의 주제가로도 쓰여 귀에 익은 노래고 '누가 저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구할까'는 윤영규선생(현 5·18재단 이사장)이 감옥속에서 듣고 자신의 주제가로 삼았다는 노래이기도 하다. 통일염원을 담은 노래 '직녀에게'와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도 이 음반에서 만날 수 있다.
'다시는…'은 이산가족상봉단으로 서울에 왔던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씨의 시를 작곡한 노래이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의 '직녀…'의 염원이 이 노래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는 간절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외 모두가 떠나가는 농촌의 쓸쓸한 풍경을 담은 '우물물 혼자 맑아요'를 비롯 '발자욱' '보리밥 먹고 방구 뀌고' '호수' '산' '첫눈' '바람이고 싶어' 등이 이 음반에 담겨 있다. 이번 콘서트는 이렇게 첫독집에 담긴 노래들로 꾸려지며 장사익씨가 찬조출연해서 '찔레꽃' '동백아가씨' 등을 들려준다.
-자신이 부르는 노래가 사람들에게 '무엇'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나.
=사람들에게 애써 무엇을 강요하거나 끄집어내고 싶지는 않다. 그냥 살면서 내가 느끼는 것들, 바라는 것들이 노래가 된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울분이나 희망, 책무…그런 것들을 내 스스로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일단 노래가 만들어지면 그다음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 된다. 각자의 상황이나 마음에 따라 같은 노래가 투쟁가가 될 수도 있고 연가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음악활동을 해오면서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있나.
=상업성을 좇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TV라는 게 가질 수 밖에 없는 물량적, 상업적 속성같은 것에 발디디지 않고 '지역'에서도 꾸준하게 좋은 음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돈안되는 노래판만 쫓아다니고 돈안되는 노래만 하고…어떻게 버티나?
=속이 없으니까(웃음)…그냥 살아진다.
-TV에 나오는 젊은 가수들의 노래도 듣는가. 요즘 노래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발랄경쾌하고 상큼한 것은 좋은데 너무 그런 것 일색인 게 아쉽다. 다양성이란 게 들어설 자리가 없이 '이것이 인기다'하면 문화의 생산자건 수용자건 모두 그쪽으로 몰려가는 것 같다. 이제 고3, 고1이 되는 우리 아이들은 한놈은 서태지, 한놈은 에초티 팬이다. 아빠 음악이 별로인가 보다. 그래서 서태지, 에초티에게 엄청난 라이벌의식을 느낀다(웃음).
"내가 살아온 삶 그대로 들어있는 게 노래"라고 생각하는 그. 모두가 앞만 보며 내달리고 있지만 왠지 그는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같다. 그래서 우리가 달리다 "근데, 왜 이렇게 달리고 있지?" 싶어 문득 뒤를 돌아볼 때 우리가 언젠가 떠나온 자리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듯한.
*박문옥씨는 지난 77년 전남대 미술교육과 친구 박태홍, 최준호씨와 '소리모아'를 결성해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저녁무렵'이란 노래로 입상하면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84년 소리모아, 김정식, 김종률, 김원중이 참여한 옴니버스 음반 '예향의 선율'을 연출했으며 이어 '직녀에게'가 수록된 김원중 음반을 연출하고 소리모아 음반 '십년만의 외출'을 발표했다.
87년 이 지역 최초로 '소리모아 스튜디오'란 녹음실을 연 이래 50여장의 민중가요 음반작업을 해왔으며 '소리모아' 구성원인 두사람이 노래를 그만둔 5년전부터는 솔로활동을 해오고 있다. 남신희 기자(miru@jeonlado.com)
2000-12-10 23:08:13 ⓒ 전라도닷컴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