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24 봄 우리는 일반적으로 베토벤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또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다. 베토벤은 젊은 시절에 본의 궁정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연주했는데, 그의 바이올린 연주 솜씨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베토벤의 열광적인 숭배자였던 페르디난트 리스(Ferdinand Ries, 1784~1838)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연주에 대해 흥미로운 증언을 남겼다. “그는 정말 용감하더군요. 그는 바이올린을 너무 열정적으로 연주한 나머지 엉뚱한 포지션에서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깨닫지 못했어요.” 베토벤의 바이올린 연주 솜씨는 피아노에 비해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베토벤이 남긴 바이올린 작품을 통해 그가 바이올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고,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베토벤이 남긴 바이올린 작품들 가운데 총 10곡에 달하는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독창적인 다루고 있는 점을 잘 보여준다. 10개의 작품들은 베토벤 음악 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거대한 스펙트럼이라 할 만하며 각각의 작품을 따로 떼어서 보면 그 하나하나가 지닌 견고하고 독창적인 구조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각 소나타들이 강한 개성과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기에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러한 다채로움 덕분에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에 도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한 곡 한 곡마다 새로운 음악적 문제에 직면하고 도전해야 한다.
총 10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그 탄생의 배경 뛰어난 독창성을 보여주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탄생 배경은 의외다. 베토벤은 단지 많은 수입을 가져다 준다는 이유로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당시 각 가정에서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는 인기있는 장르였다. 1801년 6월, 베토벤은 본에 있는 그의 친구 프란츠 베글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는 일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수입을 보장해주는지를 이렇게 쓰고 있다. “내 작품은 수입이 아주 좋아.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주문을 받아도 될 것 같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경제적 이유로 탄생하게 되었지만, 순수한 창조적 충동에 의해 작곡되었든 경제적 이유에 의해 작곡되었든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한 작품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베토벤으로 하여금 이렇게 훌륭한 바이올린 소나타들을 작곡하도록 만들었던 당시의 상황이 오늘날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대개는 베토벤이 바이올린에 대해 잘 모르고 곡을 쓴 게 아니냐는 식의 평이 많았다. 1799년 당시 가장 권위있는 음악 전문지인 ‘일반음악신보’(Allgemeine musicalische Zeitung)에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12]의 세 곡에 대해 혹평하며 베토벤을 “괴상한 전조를 해대며 우리에게 어떠한 재미도 느끼게 해주지 않는 고집쟁이”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그는 심지어 정상적인 화성을 싫어하는 듯하다.”고 썼다. 그리고 “만일 베토벤이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자연의 길을 따라 모든 재능과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는 분명히 이 악기에 있어 뛰어난 대가임을 입증하는 좋은 음악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조언 아닌 조언까지 덧붙이고 있다. 베토벤은 이런 평가에 대해 무척 상심했지만 결코 붓을 놓지 않았고, 뒤로 갈수록 독창적인 바이올린 음악 어법을 개발해냈다. 결국 베토벤을 혹평했던 비평가들도 [바이올린 소나타 4번]과 [5번]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달콤하고 유려한 도입부와 신선한 활력이 넘치는 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 10곡을 시기별로 분류해 본다면 모차르트의 영향이 짙게 나타난 초기의 소나타(1, 2, 3번)와 베토벤의 개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두 개의 대조적인 소나타(4, 5번 ‘봄’), 멜로디와 반주 구조를 탈피한 새로운 길을 모색한 세 곡의 소나타(6, 7, 8번), 그리고 후기의 걸작 소나타 두 곡(9번 ‘크로이처’, 10번)으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당대의 비평가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 5번] ‘봄’은 신선한 활력으로 넘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 매력으로 인해 오늘날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이 되었다. '봄’이라는 별명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지만 곡의 신선하고 선율적인 느낌에 매우 잘 어울린다. 별명의 기원은 1악장의 도입 주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멜로디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클레멘티의 작품에서 베낀 것이라는 혐의를 받기도 했을 정도로 베토벤의 선율답지 않게 달콤하고 유려하다. 그러나 주제가 발전되는 방식은 다분히 베토벤적이다. 베토벤은 도입 악장인 알레그로 악장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그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바이올린이 먼저 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것은 아마도 이 아름다운 제 1주제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인 듯하다. 유려하고 아름다운 2악장에서는 1악장의 선율이 베일에 싸인 채 신비스럽게 제시된 후, 3악장에 이르러 이윽고 리드미컬한 스케르초가 이어진다. 베토벤의 [‘봄’ 소나타]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과 마찬가지로 전 4악장 구성을 취하지만 브람스의 소나타처럼 심각하고 장대한 결말을 의도하지는 않는다. 밝은 분위기의 4악장의 론도 주제는 여러 차례 색다른 리듬으로 변장을 하며 새롭게 등장해 변화무쌍한 느낌을 전해준다. 출처 : 네이버 오늘의 클래식
작품개요 베토벤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총 10개의 소나타를 썼는데, 그 중 5번 ‘봄’은 9번 ‘크로이체르'와 더불어 가장 유명합니다. 우리가 흔히 '베토벤' 하면 '운명'이나 '합창', '영웅', '전원'등의 교향곡을 떠올리며 고뇌와 격정에 가득 찬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처럼 즐거움과 따사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곡 초반의 멜로디는 저 유명한 운명 교향곡의 첫 멜로디처럼 우리 귀에 익숙합니다. 명쾌한 바이올린 선율에서는 베토벤 음악이 통상 안고 있는 무거운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주를 하는데 때론 바이올린이 반주를 하며 피아노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등 다양한 표현이 돋보입니다. 전 악장에 걸쳐서 봄의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베토벤은 이미 귀를 완전히 먹은 후였음에도 어떻게 이렇듯 뛰어나면서도 동시에 낙천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이 곡은 제 4번<작품23>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작곡되었다. 베토벤은 같은 시기에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작품을 자주 썼는데 작품23과 작품24도 전자가 어둡고 반항적이며 정열을 내불 향하고 있는데 비해 후자는 밝고 부드럽고 여유롭고 따뜻하여 서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작곡 당시에는 이 5번도 작품23에 포함되어 작품23이 제 4번과 제 5번이 두 곡으로 이루어졌다. 1801년 10월에 빈의 모로사에서 출판되었으며 모리츠 폰 프리스 백작에게 헌정 되었는데 1802년 이 두곡은 제 4번이 작품23,제 5번이 작품24로 작품번호가 고쳐진다. 또한 <봄>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라 이 곡을 들은 사람이 나중에 붙인 별명이다. 그러나 이 애칭은 곡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 주는 것으로 아주 적절하다. 제 5번은 4악장으로 이루어진다. 제 1번에서 제 4번까지는 3악장 구성이었다. 따라서 베토벤이 이 곡에서 바이올린 소나타로서는 처음으로 4악장 구성을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이후 제 7번과 제 10번 소나타가 4악장 구성으로 작곡되었고 그 외는 3악장이다.)
작품구성 제 1악장 Allegro F장조4/4 소나타 형식.첫머리에 흐르는듯한 상쾌한 선율로 연주되는 것이 제 1주제이며 이것을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 하는 것이 연주자들의 최대 고민이기도 하다. 4째 마디와 6째 마디에서 하강 음형이 나타난다 이 두개의 음에 의한 하강 음형은 바로크 시대로부터 하나의 기법으로 정착된 것으로 (희망의 동기)라고도 불린다. 베토벤은 이 동기를 좋아하며 많은 작품에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교향곡 제 9번의 제 3악장 25번째 마디부터 제 2바이올린과 비올라에 의한 안단테 모데라토의 테마(교향곡 제9번)와 같은 것은 이 희망의 동기만으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이 동기에 대해 가진 애착은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 동기는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도 제 5번뿐만 아니라 제 1번의 제 1악장 제 2주제에서도 발견되므로 주목할만하다. 또한 이 제 5번의 제 1악장 37째 마디부터 강한 힘을 느끼게 하는 제 2주제가 연주된다. 이 악장은 이 두개의 대조적인 주제로 이루어진다. 발전부에서 처음 나타나는 셋잇단음은 듣는 이들을 숨막히게 하는데 베토벤은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셋잇단음표를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 제 2악장 Adagio molto espressivo Bb장조3/4 느리게 연주하며 적절하게 아고긱을 덧붙이면 후기 낭만파를 연상시키는 악장이다. 이 무렵 베토벤의 낭만성은 아주 심화되었던 것 같다.2째 마디부터 9째 마디 까지 연주되는 피아노 선율이 주선율이며 이것을 바이올린이 반복하는데 연주자나 듣는 이들을 아주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게 한다. 20째 마디와 21째 마디에는 앞에서 얘기했던 (희망의 동기)를 사용하여 더욱 행복한 시간이 오기를 바라는 듯하다. 30째 마디부터 나타나는 피아노의 주선율 장식도 아름답다. 제 3악장 Scherzo F장조3/4 연주시간이 약1분 조금 넘는 짧은 악장이다.제 2악장에서 제 4악장으로 가는 다리역할,또는 간주곡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주부는 피아노로 가볍게 시작되며 트리오 부분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3도나 6도 음계의 상승과 하강이 특징적이다. 제 4악장 Rondo. Allegro ma non troppo 2/4 제 1주제로 시작하며 38째 마디부터c단조의 제2주제가 나온 후 다시 제 1주제가 나타난다. 이후 73째 마디부터 강한 싱커페이션의 제 3주제가 연주된다. A-B-A-C-A-B-A코다로 도식화할 수 있으며 마지막에는 셋잇단음의 연속으로 힘차게 마친다. 명곡해설 라이브러리 - 베토벤<음악세계>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18세기의 음악은 전적으로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새롭게 대두한 중산층의 예술로 확산되면서 그 예술적 수준은 예전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유지되었다. 폭 넓은 시민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베토벤은 열정적인 민주주의자이며 공화주의자였다. 정치적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나타냈고, 흔들리지 않는 정치적 이상과 열망을 지니는 서양음악 사상 최초의 음악가였다. 그 이전의 음악가들은 정치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베토벤은 프랑스 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이상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3개의 이상은 베토벤 자신의 미학적인 입장, 즉 그의 도덕적 이상이기도 했다. 즉 도덕적인 이상과 미학적 신조의 밀접한 연관은 베토벤의 예술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베토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고대의 호메로스, 페트라르카를 비롯해서 문호 셰익스피어, 쉴러, 괴테였다. 이들은 베토벤의 정신세계를 비추어준 등불이었다. 따라서 베토벤 예술의 도덕적 기초는 이들과 프랑스 혁명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베토벤의 작품이 지니는 가장 뛰어난 특질의 하나는 '숭고한 감동력'인데, 이것은 그 이전 시대의 어떤 작곡가의 작품보다도 우월한 것이다. 특히, 소나타, 4중주곡, 교향곡들 가운데 많은 작품들은 참으로 힘있는 도덕률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도덕률은 본질적으로는 종교적인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특정한 교회나 신조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특질의 일부는 괴테의 범신론적인 이상주의에서 유래한다고 여겨진다. 괴테의 위대한 정신과 풍부한 인격, 세계 시민적 이상이 베토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에게 칸트의 엄격한 도덕설을 알게 한 쉴러의 고매한 철학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베토벤의 느린 아다지오 멜로디가 숭고한 찬가를 노래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사실이 자주 지적되어 있지만, 수많은 소나타나 교향곡이나 4중주곡의 알레그로도 역시 마찬가지로 엄숙함과 깊은 감명에 가득차 있다. 이와 같은 기분을 적절히 정확하고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의 고결한 인격성 때문이다. 베토벤의 멜로디를 다른 모든 작곡가들의 멜로디와 뚜렷하게 구별 지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이러한 성질인 것이다. 베토벤의 작품은 거의 예외 없이 독특한 액센트와 색채와 감명의 심도를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은 궁극적으로 그 자신의 감정의 세계 --- 꿈, 초조, 정열, 야망, 감정과 인격의 高揚, 좌절, 저항, 슬픈 경험, 삶의 기쁨---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그릇인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기에는 그 당시 존재하고 있었던 음악으로서는 충분하지 못했기에 보다 새롭고 넓은 것을 개척하고, 자기 자신의 예술적 목적에 알맞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전 생애의 과제가 되었던 것이다. 자기의 감정을 완전하고도 충분하게 담을 수 있는 표현을 찾아서 그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고, 또한 그러한 세계를 뒤따르는 그의 후배 음악가들에게 넘겨주었다. 따라서 그의 음악은 19세기의 모든 음악적 수법을 의미하는 不動의 기초인 것이다. 슈베르트를 비롯해서 로맨티시즘의 대가들, 베버, 슈만, 멘델스존, 베를리오즈, 리스트, 바그너, 브람스, 브루크너 등은 모두 이런 의미에서 베토벤의 제자이다. 베토벤은 음악가운데서 유머, 그것도 셰익스피어적 의미의 유머를 사용한 첫 번째 사람이었다. 셰익스피어적인 유머라는 것은 다만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영혼에 맞닿아서 상냥하게 웃음 짓게 하는 고급스러운 유머인 것이다. 이런 종류의 유머는 인간 노력의 대부분이 허무한 것임을 깨닫고 동정 어린 웃음으로써 인생의 허무함을 이겨내는 결과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런 성격의 유머는 베토벤 이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베토벤의 유머는 선배 음악가들의 폭 좁은 그것과 차별된다. 그의 유머는 인간 감정의 진실성에까지 미치고 있다. 베토벤은 선배로부터 이어받은 소나타 형식에 새롭고도 독자적인 해석을 담았다. 소나타 형식을 통해서 베토벤은 새로운 결론을 찾아내고 커다란 목표를 실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전형적인 빈(Wien) 소나타의 명확하고 엄격한 틀 안에 그러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던 음악가는 오직 베토벤 한 사람 뿐이었다. 즉석에서 새로운 멜로디를 생각해내는 힘이나 요령 있게 음악을 다듬어내는 솜씨 따위를 그는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이전에는 아무도 성실하게 다루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음악상의 문제에 대결하는 정신이었다. 하나의 문제를 풀면 그는 곧 다음의 새로운 문제에 착수했다. 이와 같은 휴식 없는 활동, 차례차례로 새로운 문제와 맞부딪치는 태도가 그의 창작방법인 것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작업은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작품을 척척 쉽게 만들어내지 못했다. 수많은 스케치북은 그가 하나 하나의 새로운 작업에 얼마나 정열적인 노력을 기울였던가를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근면 성실한 노고의 단 하나의 목적은 樂想에 대해서 가장 명확하고 완전한 표현을 부여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찾아낼 때까지는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은 베토벤 음악의 여러 가지 특질들을 비교적 고르게 지니고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 5번 '봄'이다. 말할 나위 없이 이 작품은 베토벤이 쓴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크로이처 소나타'와 더불어서 가장 유명하다. 물론 이 표제는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들이 지니고 있는 성격이 다소 어둡고 우울한 데 비해서 이 작품만이 유독 밝고 명랑한 기분을 지니고 있는 것에 착안한 누군가가 지은 이름인 것이다. 썩 어울리는 작명인 셈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모방하는데서 출발했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들이지만 이 작품에서 비로소 선배들의 영향을 말끔히 지우고 있다. "베토벤답다"고 말할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작품인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유롭고도 로맨틱한 기분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흔히 '베토벤의 제2기'라고 일컬어지는 시대적 특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구성에서는 제 3악장과 4악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 전개부를 쓰는 기술이 현저하게 진보되어서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나타가 지니는 으뜸가는 매력은 누구에게나 아주 친밀하고도 개방적으로 다가서는 아름답고도 명랑한 로맨티시즘이다. 제 1악장 주제의 그 밝고 투명하면서도 톡톡 튀는 듯한 건강함, 제 2악장 주제의 서정적이면서도 전혀 낯설지 않은 친화력, 제 3악장의 약동하는 리듬 감각, 제 4악장 피날레의 화사함 등등 그 어떤 악장도 어눌한 구석이 없다. 속내를 활활 들어내 보이는 티없고 아름다운 젊은이의 모습을 보는 듯한 그런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일 게다. 이런 의미에서 그 어떤 바이올린 소나타도 이 작품과 같은 친화력을 지니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악보는 1801년에 출판되었고, 모리츠 백작(Moritz von Fries)에게 헌정 되었다. 글 :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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