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유익종│그리움

리차드 강 2009. 5. 14. 06:04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유익종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나팔꽃 1집 (2001)

2.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나팔꽃 1집 -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시, 백창우 작곡, 유익종 노래).

1. 또 기다리는 편지 (작사:정호승 작곡:류형선 편곡:류형선) 유익종
2.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작사:정호승 작곡:백창우 편곡:백창우) 유익종
3. 북한강에서 (작사:정호승 작곡:김현성 편곡:김현성) 김현성
4. 내가 사랑하는 사람 (작사:정호승 작곡:유종화 편곡:김현성) 김원중
5.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작사:정호승 작곡:이지상 편곡:이지상) 이지상
6. 슬픔으로 가는 길 (작사:정호승 작곡:한보리 편곡:한보리) 배경희
7. 분홍지우개 (작사:안도현 작곡:한보리 편곡:한보리) 배경희
8. 살구꽃 (작사:안도현 작곡:이수진 편곡:이수진) 이수진
9. 이 바쁜 때 (작사:김용택 작곡:김현성 편곡:김현성) 김현성
10. 내 사랑은 (작사:김용택 작곡:이지상 편곡:이지상) 이지상
11. 깊은물 (작사:도종환 작곡:백창우 편곡:백창우) 백창우
12. 섬 (작사:도종환 작곡:류형선 편곡:류형선) 김원중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유익종

(정호승 시, 백창우 작곡, 유익종 노래).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난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나팔꽃은 1999년 봄, 시인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과 작곡가이자 시인인 유종화 그리고 가수이자 작곡가인 백창우, 김원중, 배경희, 김형성, 류형선, 이지상, 이수진 등이 모여 만든 시 노래 모임입니다.

시와 노래의 만남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변방으로 밀려나던 시가 새롭게 존재의 의의를 찾으며 대중을 만나는 작업이며, 신세대 문화의 홍수속에서 본래의 노래다움을 잃고 있는 노래가 새로운 시정신으로 무장하여 서정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시인은 시를 쓰고 작곡가는 곡을 쓰고 시인과 가수가 함께 노래 부르는 것, 아니면 가수들이 시를 쓰고 시인들이 노래부르는 것, 그렇게 해서 시의 정신과 노래의 몸이 시의 몸과 노래의 정신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 그렇게 한몸이 된 시와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때로 힘차게 고동치면서 조용히 또는 뜨겁게 울려퍼지는 것..."

시와 노래가 만나 빚어낸 아름다운 울림...
시인들이 시를 쓰고, 작곡가는 곡을 쓰고 시인과 가수가 함께 노래 부르는 것, 아니면 가수들이 시를 쓰고 시인들이 노래 부르는 것, 그렇게 해서 시의 몸과 노래의 정신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 그렇게 한 몸이 된 시와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때로 힘차게 고동치면서 조용히, 혹은 뜨겁게 울려 퍼지는 것... 시노래모임 나팔꽃이 만들고 나누는 시노래는 아름다운 서정성 그 자체이며 삶을 관조하는 듯 깊고 투명한 울림을 주는 노래들입니다.

정호승 시인 특집 음반으로, 시의 숲길을 걷다가 얻은 노래들 입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등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정호승 시인 외, 김용택, 도종환, 안도현 시인의 시에 붙인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아침에 피는 나팔꽃처럼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시노래들입니다. 마음이 착하다는 것이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행복하다는 걸 다들 알아차렸으면 좋겠습니다.

     

팬들의 일상과 함께 흘러가는 가수, 유익종

나팔꽃과 함께 한 가수 유익종

글/권대웅(시인. 도서출판 이레 주간)

거슬러올라가 본래 시와 노래가 하나였다는 것을 접어두고서라도 요즘처럼 너무도 자극적이고 즉물적이며 저속하게 치닫는 대중가요의 흐름 속에 좋은 시와 좋은 곡들이 만나 여러 사람들에게 불려진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마다 빨리, 높이, 많이만을 지향하는 상업주의의 속도감에 브레이크를 걸듯 작게, 낮게, 느리게라는 슬로건을 걸고 작년 나팔꽃은 첫공연을 가졌다. 이어 그들의 첫작업의 산물인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이 음반과 책으로 묶여져 나온 것은 2000년대 방황하는 우리의 시와 우리의 정서를 잃어가는 현 대중가요의 현실에 새로운 물꼬를 튼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참여한 나팔꽃의 시인과 작곡가, 가수들이 하나의 몸과 하나의 영혼으로 어우러져 만든 이 음반과 책에는 동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독 나팔꽃의 이런 작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가수가 있었다. 이번 음반과 책의 표제인 정호승 시인의 시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과 「또 기다리는 편지」 두 곡을 부른 가수 유익종.

솔로 앨범으로 잘 알려진 곡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이전에 유익종은 이주호와 함께 해바라기를 처음 결성한 멤버였는데 80년대 초 「모두가 사랑이에요」 「내 마음의 보석상자」를 불러 386세대들에게는 이미 사랑받고 있는 가수다.

가끔 출연한 텔레비전에서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와 졸린 듯한 모습이 참 심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위에 덧붙여지는 아름답고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새로운 공간감을 만들며 아름답고 편안한 전원의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사람들이 잠든 밤 반짝이며 뜬 별 아래로 지붕 위로 물 흐르듯 잔잔히 흐르는 그의 목소리는 어쩌면 나팔꽃의 슬로건인 작게, 낮게, 느리게와 많이 닮아 있다. 거기에 아름답게, 아무도 슬프지 않게를 첨가해준 가수 유익종.

늦은 점심이었는지 무척 우악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피우는 그의 눈은 사십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린 토끼 눈처럼 착해 보였다. 그런 그에게 불쑥 질문지를 내밀며 물었다.

 

―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작업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청취자들의 귀는 무방비 상태로 열려져 있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할 경우가 많은 검증도 되지 않은 외국의 랩이나 확산되는 십대들 중심의 음악은 듣는 이에 따라서 공해와도 같을 수 있다. 어떤 제동이나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인들과 작곡가, 가수들이 만나 벌이는 이런 작업들을 듣고는 매우 기뻤다. 모두들 뜨기 위해, 돈벌기 위해, 개인에만 너무 바쁜 요즘의 대중문화 현실에 나팔꽃의 이런 작업은 참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업들은 속도감에 경도된 우리의 대중문화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일종의 문화운동적 딴지걸기라고 본다.

노래는 곡도 중요하지만 가사 역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시나리오가 좋아야 영화도 좋아지듯 가사가 좋으면 곡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작곡가에게도 곡을 만드는 데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것이고 가수 역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듣는 사람 또한 그 기준으로 따라오지 않겠는가. 소음이 난무하는 이 도시에 불어오는 한 줄기 맑은 바람이라 생각한다.

 

― 이번 나팔꽃 작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작곡가 백창우 씨와 김현성 씨의 권유가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선뜻 응했다. 물론 내가 한 일이라고는 가사와 곡에 노래를 부른 것뿐이었지만 그 몫만이라도 열심히 하고 싶었다.

 

― 이 음반에서 「또 기다리는 편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2곡을 불렀는데 가수로서 그 노래에 대한 느낌은?

한편의 동화 같은 너무 아름다운 가사였다. 거기에 붙여진 곡도 내 목소리로 소화해내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목소리에 그 가사의 느낌을 살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 이번 음반 12곡 중 개인적으로 어느 곡이 제일 마음에 드는지?

굳이 내가 불렀기 때문에서가 아니라 음반 제목으로 뽑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세상 사람들이 정말 아무도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널리 알려지고 불려졌으면 좋겠다. 특히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다는 시 구절은 내 자신이,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 이번 나팔꽃에서 부른 정호승의 시 「또 기다리는 편지」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은 그동안 유익종 씨가 불러왔던 가사들과 분위기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참 잘 고른 곡이라 생각하는데 자신이 선택했는지?

백창우 씨의 권유였다. 나의 분위기와 시를 잘 아는 백창우 씨의 안목이라 생각한다.

 

― 시를 써본 적이 있는지?

작사 자체가 시가 아닌가.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사랑은 외로움이니」 「안녕 내 사랑」 같은 노래들은 곡을 떼어놓고 읽어도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 주로 유익종 씨의 노래를 듣는 층들은?

내 노래에는 알다시피 빠른 템포가 있거나 흥겹지 않은 곡이 대부분이다. 그런 노래들을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서 부르겠는가. 고요한 밤, 혹은 잔잔함, 평온함이 필요할 때,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사람, 정신적으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이 즐겨 듣는 것 같다.

 

― 하루 일과는?

생활은 단순하다. 복잡함과 복선 같은 삶을 싫어하기 때문에. 오전 10시쯤 일어나고 미사리 쉘부르에서 낮 1시에 고정으로 노래하고 KBS 제2라디오 뮤직 카페라는 프로그램을 오후 4시에서 6시까지 진행하고 그리고 저녁 때 다시 미사리로 돌아가 노래하며 지인들과 만난다. 자주 만나는 친분이 있는 가수들은 강은철, 이태원, 채은옥, 남궁옥분 등이다. 가끔 그들과 술 한잔 하다 집에 들어가 노래를 만들거나 컴퓨터를 들여다보다가 새벽 3시에서 4시경 잠든다.

 

― 계획 중인 음반이나 콘서트 같은 것은?

가을쯤 기획 음반을 선보일 생각이고 음반 출시 후 대극장에서 3∼4일간 공연할 예정이다.

 

― 나팔꽃의 운동에 적극 참여할 생각은?

음악 쪽에서 이 모임을 주도해나가는 사람들이 백창우 씨와 김현성 씨라고 본다. 그 둘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고집도 있지만 고집 못지 않게 멋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 멋이란 혼자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위해 함께 갈 줄 아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만큼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을 줄 아는 안목도 있다.

우선 그런 그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팔꽃에서의 나는 내 몫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번처럼 내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에 노래를 부른다든지… 부르면 언제든지 참여하겠다.

 

80년대 초반에 해바라기라는 듀엣으로 지금은 이미 40이 넘은 사람들의 가슴을 달콤하고 감미롭게 어루만져주었던 가수 유익종. 그도 역시 40이 넘어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있다. 가장 훌륭한 가수는 10대 때 혹은 20대 때 반짝 좋아하고 마는 것보다 가수 자신의 노래가 팬들의 일생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유익종 역시 그런 가수다.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20대를 보낸 사람들이 40대가 되어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듣고 사랑하며 함께 가는, 그렇게 오래가는 가수.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