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갈망

70m 상공서 틈틈이 화살기도 바쳐 - 타워크레인 여성기사 백순애 마리아씨"

리차드 강 2009. 10. 7. 08:48
타워크레인 여성기사 백순애 마리아씨"
70m 상공서 틈틈이 화살기도 바쳐
보기드문 '혹서'다. 다들 산으로, 강으로 피서를 떠난다. 하지만 주위엔 땀을 훔치며 열심히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이들이 더 많다.
 70m 상공, 3.3㎡(1평) 남짓한 조종석에서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타워크레인 작업을 '하느님 소명으로' 받아들이며 땀 흘리는 백순애 마리아씨의 미소가 싱그럽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조종석 안에서 꽃 길러
귀를 찌르는 공사 소음이 잦아든 한강변 ㅈ아파트 건설현장. 지상 70m, 아찔한 높이 타워크레인이 강바람에 1m쯤 휘청 흔들린다. 그 꼭대기 '지상의 방 한 칸'이 백순애(마리아, 39, 서울대교구 미아3동본당)씨 16년 일터다.
3.3㎡ 남짓한 조종석에서 그는 하루 10시간을 버틴다. 요즘 같으면,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조종석은 3면이 다 유리여서 30℃를 넘기기가 일쑤다. 그럼에도 지상에 있는 동료들과 수시로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며 보통 1t(1000㎏)짜리 건자재를 옮기는 작업이다보니 더위보다도 작업 각도를 맞추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생사가 오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60㎝가 될까 싶은 단구지만 그는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손발만 의지해 70m를 오른다. 가장 높이 올랐을 땐 139m도 올라간 적도 있다. 원래는 7~8분이면 거뜬히 오르지만, 사방 공사 현황과 정확한 작업지점을 숙지해야 하기에 보통은 15분쯤 걸리게 마련이다.
조종실은 두 사람만 들어가도 꽉차는 독방이다. 물론 조종실엔 조종석과 레버, 라디오, 무전기가 있지만, 외로움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하루 종일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하는 극한의 외로움에 그는 작업을 하지 않을 땐 라디오에 귀를 기울인다. 또 흙을 가져다가 조종석 한 켠 화분에 꽃씨를 심고 밑에서 마실 물을 올려주면 물을 주며 키운다.
기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벗이다. 출퇴근 땐 차분하게 묵주기도를, 조종석에선 틈날 때마다 화살기도를 바치며 힘을 낸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소명으로 주셨냐며 하느님께 따지기도 하고 투덜거릴 때도 많다.
믿지 않는 이들과 달라야
여성이 일하기에 무섭고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천성인지 몰라도 처음 탈 때부터 무섭지가 않았다"면서도 "처음엔 우악스런 건설현장 분위기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오래 일하다보니 갈수록 힘들어지고 조심스럽다"고 고백했다. 같은 일을 하는 남편(김윤철, 예비신자, 39)과 두 아들도 큰 힘이다. 가톨릭노동장년회(CWM)에서 활동하기에 그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안전하게 작업을 하려고 한다.
타워크레인 기사가 되기 전 그는 남대문과 동대문, 청계시장 등지서 9년간 재봉틀을 만졌다. 그러던 중 1992년,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선배에게 "너한테 딱 맞는 일이다"며 소개를 받은 게 타워크레인 기능사였다. 한 중견건설업체 직업훈련원에 들어가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기중기 기능사2급 자격증을 땄다. 곧바로 평촌신도시 건설현장에 투입됐고 지금까지 성실하게 살아왔다.
지난해엔 타워크레인 국가면허제가 생기고 단체협약이 체결되며 상황이 좋아졌지만, 그러기까지 '생사를 내걸고도' 퇴직금은커녕 상여금, 월차휴가 한 번 없이 150만 원에서 200만 원 남짓한 비정규직으로 살았다.
그럼에도 그는 "믿지 않은 이들과는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는 소명으로 이 여름을 산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평화신문 2008. 07. 27발행 [9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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