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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돼 - 한영애│My Favorite Song

리차드 강 2009. 4. 8. 12:36

말도 안돼 - 한영애

 

 
 
말도 안돼 - 한영애
(작사, 작곡:한영애)
 
끝도없는 변명 자꾸 늘어만 가지
서로의 가치기준 어디에다 팽개치고
너몰라라 나몰라라 눈 귀막고 따라가며
플라스틱 세상 풍선만 불어대네
세상이 변했으니 어쩔수가 없다고
변하는 건 당연해 어떻게가 중요해
지키고 버티는 건 어른들이 할 일인데
세상은 남들이 아니라 자기자신 인걸
왜 몰라
말도안돼 말은되지 말도안돼 말은되지
말도안돼 말은되지 말도안돼 말은되지
 
그래도 희망은 너와내가 손잡은
사람에게 걸수밖에 희망은 언제나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있게 마련이지
공허한 약속들 자꾸 반복만 되지
처음과 선택함이 중요한 걸 모르면서
빨리빨리 서두르고 기다리지 못하고서
플라스틱 세상 풍선만 불어대네
말위한 말공해 정말 필요치 않아
머리따로 마음따로 실천하지 않으면서
사랑해 사랑해 사랑 사랑 사랑해요
마음은 닫아두고 빈소리만 질러대지
말도안돼 말은되지 말도안돼 말은되지
말도안돼 말은되지 말도안돼 말은되지
그래도 희망은 너와내가 손잡은
사람에게 걸수밖에 희망은 언제나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있게 마련이지
     

말도 안돼

한영애 작사/작곡
한영애, [1993 best live 我.友.聲] (1993) 수록

guitar : 신대철, 신윤철
keyboards : 김효국, 황수권
bass : 송홍섭
drums : 배수연
chorus : 류금덕, 남준봉, 성윤용, 김혜진

producer : 송홍섭, 한영애

Introduction

당시 많은 매체에서는 그녀의 3집을 두고 '탈(脫) 언더그라운드'라는 타이틀로 소란을 피워댔다. 대마초 사건 등으로 신촌 블루스가 와해되었고 한 팀이기도 했던 김현식은 고인이 되었으며 그것은 '언더 문화' 하면 상징물처럼 떠올려지던 포크 세대들의 잠식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므로.

사실상 당시 연극적인 콘서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던 그녀에게 의식이나 저항의 모티브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블루스 가수로서 터를 확실히 잡은 후 뭔가 색다른 것을 찾아 좀이 쑤시던 그녀가 발표한 <말도 안돼>는 강한 록 계열의 시도로 세인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노래를 한 편의 시로 형상화하는 작곡가 한돌의 작품인 '조율'의 웅장한 코러스와 기승전결의 착실한 단계를 밟아나간 곡 진행은 차라리 감동적이라는 표현이 옳다. 앨범 중 고전적 발라드 풍의 애절한 사랑 노래로 사랑을 받았던 '이별못한 이별'은 강하고 록적인 분위기에 뭉뚱그려진 본작의 숨겨진 백미다.

70년대 중후반 4인조 포크 보컬 그룹 해바라기의 일원으로 등장한 한영애는 하나의 앨범이 얼마나 절대절명의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꿰뚫어 보았다. 블루스를 탑재하고 86년 벽두에 나온 그의 첫 솔로 앨범과 <누구없소>에서 <바라본다>까지 숨막히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아로새겨져 있는 88년의 두번째 앨범에 이어 4년만에 발표된 이 앨범에 이르도록 그는 완전연소의 비등점에서 불타 오를 때까지 침묵에게 소리를 양보하는 집요한 견인주의의 작은 성채를 쌓는다.

어느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년에 한장씩의 '판'을 소모적으로 내놓아야 하는 스타시스템과 음반산업계의 강박관념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송홍섭의 베이스, 박청귀와 신윤철의 기타, 배수연과 김민기의 드럼, 정원영의 키보드의 도움을 받으며 한영애는 그의 음악적 출발점인 모던 포크와 비상의 교두보 역할을 한 블루스에 기반한 그 특유의 록과 두터운 발라드의 실타래를 올올히 풀어 낸다.

한돌이 제공한 <조율>을 통해 그는 김현식도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통찰력과 보컬 카리스마의 결합을 일구어 내고 그의 첫 앨범의 대부인 이정선으로부터 선사받은 <이어도>의 여백을 그의 선배보다도 더 깊게 형상화한다. 그러나 이 앨범의 백미는 역시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오로지 자신에 의한 첫번째 노래 <말도 안돼>일 것이다. 이 노래에는 그가 걸어온 모든 음악의 스타일과 이상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세상이 변했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변하는 건 당연해 어떻게가 중요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그의 고집인 것이다.....

매끈하고 록적인 조율, 자기 목소리의 발아

이 앨범은 대중적으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2집 [바라본다] 이후 4년만에 발표된 앨범이다. 이전의 앨범들과 달리 이번 앨범은 동아기획(많은 앨범들이 서라벌에서 발매되었다)이 아닌, 서울음반에서 발표되었고 송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다. '송 스튜디오'는 사랑과 평화와 위대한 탄생을 거친 송홍섭이 설립한 스튜디오인데, 송홍섭은 한영애의 2집에 이어 이 앨범에서도 프로듀서를 맡아 그녀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런데 한영애가 실력파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메카라 알려졌던 동아기획을 나오게 된 이유는 알 수 없다. 자신의 빛을 더 발하고 싶은 한영애의 바람일 수도 있고, 2집의 성공을 발판으로 좀 더 대중적인 앨범을 만들고 싶은 송홍섭의 야심찬 희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 참가한 세션은 지금은 원더버드의 기타리스트로 더 유명한 신윤철과 당시 록 밴드 H2O의 드러머였던 김민기, 재즈 아티스트 정원영 등으로 전작에 비해 록적인 느낌이 두터워졌다.

앨범의 첫 곡인 "말도 안돼"는 한영애 최초의 자작곡으로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곡이다. 특히 코러스가 속삭이는 "말은 되지"와 한영애가 잘라 끊는 "말도 안돼"가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이 이채롭다. 포크, 블루스, 록에서 국악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는 그이기에 이 곡도 정확히 장르를 꼬집어 낼 수 없어 그의 작곡이 누구에게 큰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은 너와 내가 손잡은 사람에게 걸 수밖에"란 가사에서 그 특유의 낙관적인 철학도 돋보인다. 이 곡과 함께, 2집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그동안 잘 여문 창법 속에 가장 잘 계승한 곡은 한돌의 곡 "조율"이다. 후일 그의 라이브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는 "조율"은 주술적인 그의 이미지와 잘 매치가 되는 곡이다. 포크적인 작곡과 록적인 편곡이 묘하게 어긋나 독특한 느낌을 주며, 아기자기하고 섬세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담은 노랫말은 이전에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곡이다. 2집까지 포크, 블루스, 록을 성공적으로 자신의 레파토리로 감싸 안았던 한영애는 이번 앨범에서 정원영이 작곡한 "부서진 밤"을 통해 재즈도 성공적으로 소화해낸다. 이 곡 때문에 앨범이 새로운 분위기가 난다면 앨범이 실험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멋진 그대여"때문일 것이다. 재즈 풍의 스캣-동화 속에 나올 법한 오르골 스타일의 멜로디-동요풍의 가창 부분-오르골 스타일의 멜로디로 연결되는 독특하고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이 곡을 작곡한 이영재는 한영애가 연극을 할 때 알게 된 인연으로 만났는데, 곡 자체가 연극을 보는 것처럼 시각적인 심상을 준다.

이후 B면에 수록된 곡들은 1970년대 해바라기 시절에 함께 했던 이정선과 이주호의 곡들이다. A면 곡들의 새로운 시도와 탈속적인 분위기에 비해 B면의 곡들은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고 통속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문제는 노랫말과 멜로디보다는 곡의 질감에 있다. 매끈하고 깔끔한 소리를 위해, 이정선과 이주호 곡 특유의 질감은 거세되고 여백은 압축과 함께 손실되었다. 앨범 전체적으로 입혀진 매끈한 소리들은 위 두 곡뿐 아니라 앨범 전체 사운드의 특징이다. 이는 2집의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좀 더 주류적인 앨범을 만들겠다는 컨셉트 하에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으나 가령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에 윤도현 밴드의 기타톤으로 입혀놓은 것처럼 감성과 소리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이 앨범의 가장 큰 단점이다. 또한 A면의 곡들에서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카리스마를 B면의 곡들이 약화시켰다는 것 역시 이 앨범에 대한 아쉬움인데, 발표 당시 가요 앨범들이 일관된 컨셉트보다 개별 곡들의 우수성에 치중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는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대일 것이다. 1995년에는 전곡을 한영애가 작사하고, 이병우와 한영애가 작곡한 4집 [불어오라 바람아]를 발표하는데, 이 앨범에서는 3집에서 부족했던 일관성과 3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한영애의 자아가 잘 드러난다.

출처 : 이정남 yaaah@dreamwiz.com | contributor  20030730

 
한영애 3집 말도 안돼 / 서울음반 (1992)
한영애 (2001- 현재)
Track.01 - 말도 안돼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