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나는 Beethoven's Violin Concerto라면 거의 덮어놓고 좋아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이건 좋고 저건 아쉽다,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어자피 블로그라는 게 주관적인 공간이니까 그러려니, 하시길. 아무튼, 요즘 일부 클래식팬들 사이에서 뛰어난 외모로 인해 여신(?)으로 추앙받으면서 빠르게 떠오르는 Janine Jansen이 드디어 Beethoven에까지 손을 뻗쳤다 (Britten은 나로서는 별로 관심없고, 주의깊게 들어보지 않았다.) 일단 이 음반의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팀파니다. 어떤 음반이라고 여기서 딱히 꼬집지는 않겠으나 Beethoven Violin Concerto에서 팀파니 소리가 죽어있으면 정말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가 않는데, 이 음반에서 팀파니 소리의 크기도 크기지만 멀리서 퍼지는 울림이 굉장히 선명하다. 소위 말해 '들을 맛' 난다. 훌륭한 레코딩 엔지니어를 데리고 작업한 인상이다.
사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또 느낀 거지만, 폭풍처럼 몰아치는 Beethoven Violin Concerto를 들어보고 싶은데,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는 딱히 내 마음에 드는 음반이 없다. Sarah Chang & Colin Davis의 Tchaikovsky Violin Concerto 3악장을 들으면 정말 숨이 넘어갈 것처럼 몰아치는데 (이게 13살짜리의 연주라니!), 당연히 작품 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다소 파격적이더라도 빠르게 몰아치는 스타일의 연주가 늘 들어보고 싶었다. 사실 Janine Jansen에게 그런 스타일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듣고 나니까 그들의 훌륭한 연주와는 별개로 어쩔 수 없이 드는 아쉬움이랄까.

이 음반에서 보여주는 Janine Jansen의 연주 스타일은 굉장히 romantic한데 비해서 (특히 3악장에서 두드러진다), 오케스트라인 Deutsche Kammerphilarmonie Bremen 의 연주는 반대로 꽤나 시대 연주의 스타일이라는 게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많은 리뷰들이 그 점을 까는 것 같던데, 나에게는 별로 단점으로 와닿는 것 같지는 않고 '이런 스타일도 있구나' 정도의 신선함을 받은 정도.
Janine Jansen이 사실상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에 비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새 레코딩을 내어놓는지라, 어지간한 작품들, 특히 협주곡은 거의 다 섭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Janine Jansen의 음반을 거의 다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지금껏 내가 가장 즐겨듣던 음반은 Bach의 Inventions & Partita 였다. 연주자에 따라서 충분히 무겁게 가져갈수도 있는 작품인데 이렇게 사뿐사뿐, 하늘하늘 거리는 느낌이 날 수도 있구나라는 인상 때문에 자주 손이 간다.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나, 전작의 감명 때문인지 역시나 Bach의 Sonatas & Partitas가 아마 제일 기대되는 음반일 것 같다. Bach의 Vilolin Concerto도 마찬가지. 그건 그렇고, 나의 Julia Fischer님은 언제 Beethoven Violin Concerto를 내놓으실런지... 신보가 나오길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글 출처: ¡Hoy mejor que ayer, mañana mejor que ho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