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문화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리차드 강 2011. 1. 27. 03:54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김종철 /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출간일 1996년 9월 1일 202쪽 절판

     

책소개

산업사회 병폐와 개발 허구성 폭로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잡은 황량한 마을 라다크. 생활환경이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1천년이상 검소한 생활과 협동정신으로 건전한 공동체를 꾸려오고 있는 마을이다. 물질적으로는 빈약해도 아무도 가난을 불평하지 않았다... 이 책은 언어학 공부를 위해 라다크를 방문했다가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매료돼 장기 체류하게 된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의 '라다크' 현장 보고서다.

     

     

저자 소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Helena Norberg-Hodge

현대 산업사회의 토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등한 삶의 방식 실현에 필요한 원칙을 모색하는 데 헌신하고 있는 스웨덴 출신 여성학자이다. 또한 그녀는 ISEC (국제생태문화협회)와 ISEC의 자매단체인 라다크 프로젝트(The Ladakh Project)의 책임자로, 경제개발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적인 규모의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고국 스웨덴 및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공부했으며, 공식 전공은 언어학으로 MIT대학에서 촘스키오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유럽과 북미에서 환경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강연을 했으며, 1986년 흔히 '대안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스웨덴 바른생활재단 ‘바른생활상’을 받았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에 머물면서, 급속한 현대화에 직면한 가운데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생태적 보전을 유지하려는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오늘날의 환경과 사회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탐사하는 책『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97년 4월 11일 오후 부천역에 친구 만나러 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영풍문고에 들러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아직도 소장하면서 가끔 본다. - 백수재에서 어리버 리톤키호테

     

책 속으로

전세계를 통해 심리학에서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농사일에서 가정의 부엌에 이르기까지 삶의 온갖 영역에서 모든 생명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깨달음이 커지고 있다. 인간적인 규모의 삶과 보다 여성적이고 영성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실상 수천년 동안 존재해왔던 가치-자연질서 속에서의 우리의 위치, 우리 서로서로의, 그리고 우리와 지구 사이의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알아보게 하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p.197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생산과 소비의 증대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에 의해서 보증된다고 한다면, GNP와 같은 단순한 수량적 척도로써,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과 이웃과 자연에 대해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산업 문화는 일찍이 간디가 갈파했듯이 오늘날 인류에게 주어진 최대의 저주이며 질곡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헬레나-노르베리-호지는 이 저주에서 벗어날 길이-유토피아적인 꿈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현실 속에서-있음을 태양에너지 등을 이용한 라다크의 '적정 기술'의 여러 성공적 실험을 통하여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적정 기술'의 실천도중요하지만, 아마 그것보다 더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아직 구원의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의 진정한 원천은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있다는 이 책의 궁극적 메시지일 것이다.--- p. 201

우주는 끝없는 강과 같다고 한다. 그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것은 끊임없는 움직임속에 있다. 전체로서 강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말할 수 없다. 흐름을 멈추고 조사해볼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움직임 속에 있고 분리해낼 수 없이 얽혀있다.

타시는 또 '모든 것이 연기의 법칙하에 있습니다. 나가르주냐가 말했듯이, '관계를 통한 근원은 부처의 풍요롭고 심오한 보배입니다.'이 수준에서 우리의 범주와 구분, 이름 - '너'와 '나','정신'과'물질'- 은 하나가 되고 사라져버립니다. 우리가 견고하고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순간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공인 것과 똑같이 '자아'도 공입니다. 그것을 깊이 생각해보면 당신 자신도 주위의 모든 것의 한 부분으로 녹아버립니다. '자아'는 궁극적으로 우주 속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망상이 아마도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큰 장애물일 것이다.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은 끝없는 욕망의 순환으로 인도하고, 욕망은 고통을 가져온다. 분리된 자아와 하나하나의 사물...우주는 끝없는 강과 같다고 한다. 그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것은 끊임없는 움직임속에 있다. 전체로서 강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말할 수 없다. 흐름을 멈추고 조사해볼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움직임 속에 있고 분리해낼 수 없이 얽혀있다.

타시는 또 '모든 것이 연기의 법칙하에 있습니다. 나가르주냐가 말했듯이, '관계를 통한 근원은 부처의 풍요롭고 심오한 보배입니다.'이 수준에서 우리의 범주와 구분, 이름 - '너'와 '나','정신'과'물질'- 은 하나가 되고 사라져버립니다. 우리가 견고하고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순간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공인 것과 똑같이 '자아'도 공입니다. 그것을 깊이 생각해보면 당신 자신도 주위의 모든 것의 한 부분으로 녹아버립니다. '자아'는 궁극적으로 우주 속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망상이 아마도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큰 장애물일 것이다.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은 끝없는 욕망의 순환으로 인도하고, 욕망은 고통을 가져온다. 분리된 자아와 하나하나의 사물의 개념에 집착함으로써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어떤 것을 찾고 구하려 애쓰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던 것을 얻자마자 그것이 지닌 빛은 사라지고 우리는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린다. 만족은 드물고 순간적이다. 우리는 영원히 좌절 속에 있다.   p.81

우리는 아직 하늘에 닿아보려고 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다시 내려오고 있다. '그 위는 텅 비어있어.' 라고 말하면서.

게롱 팔단, 마을의 모임에서, 1990년--- p.162

사람들이 개발과정의 한가운데 서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체적인 조망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관계되어 있다.--- p.145

'당신들은 언쟁을 하지 않습니까? 서구에서 우리는 늘 하는데.' '마을에서는 안해요. 아니, 하더라도 정말로 몹시 드물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 참 우수운 질문이네요. 우리는 함께 사는 거예요. 그 뿐이죠.'--- p.

갈수록 서구문화는 정상적인것, 유일한 방식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점점더 많은 사람들이 경쟁적이고 탐욕스럽고 자기 중심적으로 되어감에 따라 이러한 성향들은 인간 본성 탓으로 돌려진다. 그렇지않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의 지배적 사고는 오랫동안 우리가 본래 공격적이고 , 다원주의적 투쟁에 영원히 갇혀있다고 가정해왔다.

사회를 조직하는 방법에 관련하여 이러한 관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우리가 선이나 악의 내재성을 믿든 믿지 않든간에 인간본성에 대한 우리의 가정은 우리의 정치적 이념의 밑에 깔려있고 따라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제도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 p. 9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유명한 그녀가 인생의 진짜 호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생태 환경 연구가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인터뷰

16년간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에서 활동했고, 또 다른 18년간 세계적 생태학자로서 자연 친화적 삶을 강조하며 살아온 그녀가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무려 34년을 느리고 불편하며 소박하게 산 그녀가 말하는 진짜로 럭셔리한 삶은 이렇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이하 호지)를 아는 이들은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를 동시에 생각한다. 씻는 것, 자는 것이 하루만 불편해도 어서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고산병에 속이 울렁거리는 곳에서 그녀는 무려 16년을 살았다. 그곳에서 느낀 감동과 소회를 담은 책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는 전 세계 50개 언어로 번역돼 지구촌 곳곳에서 읽혔고, 책의 출간과 동시에 그녀는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되었다. 올해는 그 책이 발간된 지 17년이 되는 해다. 1년 중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고작 4개월뿐인 라다크에서 보낸 세월을 계기로 호지는 생태학자로 다시 태어났다.

라다크 방언을 공부하기 위해 오른 유학길에서 언어학 대신 생태학으로 전공을 바꾼 셈이다. 이제 그녀는 전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고, 로컬 푸드 운동을 촉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다. 문명과 조금 거리를 두지만 자연 친화적이고 공동체적인 삶 속에 미래가 있다는 것이 ‘호지 생각’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사회 곳곳에 충분히 스며들지 못했다.

흔히 ‘깊고 느린 생물학’이라 일컫는 생태학(생물과 환경, 함께 생활하는 생물과의 관계를 논하는 과학)에, 자연과 우리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좋은 말’에 사람들은 그저 막연한 찬성과 동조로 느리게 화답했다. 그럼에도 그 지난하고 아득한 길 위에서 그녀는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다. 그 안에 개인과 인류의 ‘진짜 럭셔리한 삶’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세계여성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호지는 바쁜 일정을 쪼개 <럭셔리>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음까지 넉넉한 진정한 부자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가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였다.

반갑다. 외국 언론을 통해 호주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라다크에서는 살지 않는 것인가? 호주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고 호주와 영국, 라다크의 집을 오가며 살고 있다. 1년 중 7~8개월을 호주에서, 2~3개월을 라다크에서, 그리고 3~4주 정도는 강연이 많은 영국에 머문다. 개인적으로 라다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호주로 거처를 옮긴 건 남편의 병 때문이다. 남편은 15년째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다. 음식물에 함유된 중금속과 농약, 환경호르몬에 기생하는 박테리아가 체내에 증식하면서 생기는 병으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흔한 질병이다. 남편 덕에 나 역시 먹을거리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남편 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것은 정제된 탄수화물, 즉 밀가루와 설탕, 카페인이 많은 음식을 피하라는 것이었다. 남편과 함께 나 역시 의도적으로 이런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데 몸이 한결 건강하고 가벼워짐을 느낀다.

당신은 왠지 채식주의자일 것 같다. 과거엔 그랬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고기와 채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환경이 좋은 농가에서 방목을 통해 키운 고기만 먹으려고 노력한다. 초지에서 다양한 작물을 먹고 자란 소는 우리에 갇힌 채 사료만 먹은 소보다 훨씬 건강해 사람 몸에도 좋은 영양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육류를 적절하게 소비하는 것은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만약 육류 소비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농가가 타격을 받는다면 결국 힘들여 키운 소나 돼지를 버릴 수밖에 없고, 이는 전 지구적 낭비와 손실로 이어진다. 내 주변의 많은 채식주의자가 최근에 다시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 단백질 섭취 없이 채식만 한 이들은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키운 소나 돼지를 ‘행복하게’ 먹는 것이 채식만 고집하는 것보다 정서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훨씬 좋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는 스웨덴 출신으로 스웨덴과 영국 이중 국적을 갖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와 독일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 미술사를 공부했다. 1986년에는 제 2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 생활상(스웨덴 바른생활재단에서 수여)을 수상했다. 라다크에서의 생활을 계기로 생태학자로 변신한 그녀는 현재 에콜로지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 www.isec.org.uk)의 대표로 있다. 반세계화, 지역화, 생태주의를 위한 저술과 강연 활동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본인의 생각과 삶을 키운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자연과 가까웠던 유년 시절, 엄마의 사랑, 그리고 스웨덴의 여성 존중 문화라고 답했다.

당신 삶은 때로 자연 친화적이고 소박한 삶 쪽으로 너무 치우친 듯 보인다. 지나치게 통제되고 규율화된 삶인데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하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매우 행복하다. 요즘 내 행복의 근원은 남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오랜 기간 내가 강조하는 것은 로컬 푸드 이코노미Local Food Economy 프로젝트다. 자기 나라, 자기 고장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애용하면 지방 경제도, 소작농의 삶도, 도시인의 밥상도 훨씬 건강하고 풍족해진다는 것이 이 운동의 핵심이다. 많은 이들이 글로벌 경제의 논리를 당연한 듯 여기지만 이는 그야말로 세계화를 위한 이론일 뿐이다. 내 땅에서 난 건강한 먹을거리를 놔두고 굳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것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많은 이의 도움으로 이 캠페인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작한 농산물을 농부가 직접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 생겼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한다. 이러한 구매 행위가 소작농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농부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시인의 구매가 늘어나면서 농부들은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는 것의 가치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호주에도 파머스 마켓이 있어 나는 이곳에서 그날그날 필요한 싱싱한 먹을거리를 산다. ‘럭셔리한 삶’에서 먹는 문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건강에도 좋고, 신선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최고로 럭셔리한 삶이다. 농부가 땀 흘려 정성으로 키운 먹을거리가 식탁에 매일 오르는 것만으로 나는 큰 행복을 느낀다.

강연이나 저술 활동을 하지 않고 농부의 삶도 생각하지 않는, 집에서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궁금하다. 내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이 걷는 것이다. 산책로와 해변, 숲길을 걸을 때 정말이지 큰 행복을 느낀다. 남편 친구, 내 친구 몇몇이 모두 한데 모여 작은 연주회를 여는 시간도 즐겁다. 친구들에 비해 연주 실력이 부족해 나는 주로 노래를 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친구와 함께 노래도 한 곡 작곡했다. 곡명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미래를 꿈꾼다Dreming of walking distance future’! 산책하고, 자전거 타며(가능한 한 비행기는 타지 않는다. 너무 멀고 피곤한 일이니까) 햇볕과 바람 속에 하루하루를 산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새로 알게 된 몽골리안 송을 부르는 재미에 빠져 있다. 전통적 몽골 노래는 아니고 러시아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데 한 젊은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예찬하는 내용이다. ‘어머니 젖은 빙하 녹은 물과 같으며, 어머니 머리카락은 산 정상에 내린 눈과 같다….’ 대략 이런 내용인데 선율이 참 아름답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서구식 사고로는 절대 지을 수 없는 시적 가사다.

1 호지의 거실. 친구들이 선물한 천과 그림,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소파 옆에 놓인 기타가 그녀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집은 어떻게 꾸며놓았나? 호주와 라다크, 영국 집 모두 전통적이고 목가적인 스타일이다. 영국 집은 농가를 개조한 것으로, 진흙을 구운 벽돌로 외부 골격을 만들었고 햇볕이 잘 들도록 통유리를 많이 썼다. 집 앞에 작은 정원도 있다. 집 안은 부탄과 라다크, 미국 인디언 친구들이 보내준 천연 소재의 천과 그림으로 꾸몄다. 비록 어마어마한 가격의 미술품이나 조형물은 없지만 나에겐 그 물건이 지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 부유하면 부유할수록 자연에 가깝고 독특하며 개인적인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합성 소재가 아닌 천연 소재로 만든 천, 대량생산한 물건이 아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공예품을 찾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으로 럭셔리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잘 만든 수공예품은 때로 턱없이 비싸다. 그렇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가 작은 공동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커뮤니티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은 몇몇 장인이 좋은 제품을 소규모로 생산하기 때문에 그 값이 비싸지만 지역 경제가 활성화돼 많은 기술자가 질 좋은 제품을 보다 많이 만든다면 점점 많은 이들이 ‘럭셔리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촉발된 ‘기계를 장려하는 사회’는 점점 더 많은 문제와 오염을 야기할 뿐이다.

도시에서 문화 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않고 럭셔리한 삶에 관해 단정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까? ‘진실’을 알기 위해 모든 것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새 날고, 물고기 헤엄치며, 계절별로 꽃이 피고 지는 풍경을 가까이에서 보는 삶이 더 여유롭고 행복한 것임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자연 친화적인 삶뿐만 아니라 도시 생활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한다. 그 결과 도시에 사는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산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한 재산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럭셔리한 삶의 또 다른 조건은 ‘시간’이다. 바쁘고 분주한 삶에서 행복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도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신선한 공기를 깊숙이 호흡하고, 운동을 하고, 춤을 추는 등 정신보다 몸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도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릴랙스’하는 마음가짐을 습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2, 3 그녀가 ‘오래된 미래’라 이야기하는 라다크의 모습. 1980년 대에 찍은 사진으로 현재 라다크는 과거와 비교해 부분부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당신을 속상하고 힘들게 하며, 울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나 경제학자조차 환경과 생태에 관해 위기의식을 갖지 못할 때 무척 속상하다. 최근엔 호주의 한 경제학자 때문에 많이 울었다. 그는 내게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이상향만 얘기하는 철학자”라고 말했다. 내겐 전혀 현실 감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30년 넘게 라다크와 부탄에 살며 그들의 자연과 커뮤니티가 문명에 짓밟히는 것을 직접 목격한 내가 현실 감각이 없다면 어느 누가 현실 감각이 있다는 말인가. 물과 토양, 종자는 점점 더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도심에서 사는 것 같지만 아직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농촌에 기반을 둔 삶을 산다. 경제구조는 날이 갈수록 엉키고 복잡해지며 자원 낭비는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데 이를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조금만 노력하면 자연과 인간이, 흙과 문명이 좀 더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이 ‘현실 감각 없는 것’으로 치부될 때 난 눈물이 난다.

행복한 삶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 당신이 강조하는 ‘라다크식 삶의 행복’이 모두에게 유효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이다. 하지만 내가 세계화에 반대하며 강조하는 지역화와 공동체적 삶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에게 중요하다. 세계화, 문명화와 더불어 도시는 점점 더 흉흉해진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챙기며 돌보는 우리의 원시적 정情과 삶은 도시에서 점점 쓸모없는 것이 되고 있다. 이렇듯 연대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삶이 각종 정신질환과 폭력, 상실감과 우울증을 낳는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은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이사를 총 여덟 번 한다고 한다. 좀 더 좋은 학교, 좀 더 투자 가치가 높은 집을 찾아 계속해서 이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한 개인의 인격 형성을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태어나 한 번도 따뜻한 포옹을 받지 못한 원숭이는 곧 죽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 안아주고, 더 사랑해주는 애정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경쟁 시대에는 그만한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다. 생태학은 우리 모두가 좀 더 오래, 좀 더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비단 라다크식 삶을 추구하는 자만의 것이 아니다. 가능하면 많은 지구인이 진정으로 럭셔리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 남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가슴 설레는 로맨스 이야기를 들려달라. 하하. 그것이 알고 싶나? 남편과 나는 한눈에 반해 결혼했다. 라다크에서 활동을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갔는데 운명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평소 나와 생각이 비슷한 남편은 변호사였음에도 라다크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관심사가 같았던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우리는 라다크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다. 변호사답게 문서 작성 능력이 탁월했던 남편은 개방과 투자의 압력에 라다크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리포트로 작성해 전 세계에 알렸다.

무척 낭만적이다. 그런데 자녀 얘기는 어떤 매체에서도 읽은 적이 없다. 우리 둘은 오랫동안 아이를 갈망했다. 내 나이 44세 무렵에 아이를 가졌는데 안타깝게도 유산되고 말았다. 라다크의 고도高度가 아이에게는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유감이다. 화제를 바꾸자. 당신은 라다크를 세계화로부터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신의 그러한 노력을 라다크 사람들은 고마워하는가? 그렇다. 내가 처음 그곳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나를 비난하던 젊은이가 몇몇 있었다. 그들 눈엔 내가 라다크의 발전을 막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결국 바뀌었다. 그들은 공부를 위해 인도 델리로 유학을 떠나 도시 생활을 하게 되면서 경쟁과 스트레스가 마음의 평안을 해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제 그들은 예전의 라다크가 진정한 파라다이스였음을 안다.
라다크를 도와주는 당신의 행위 자체가 그들의 삶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라다크의 변화를 막으려 그곳에 간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라다크 방언을 공부하던 나는 어느 순간 수백만 달러의 투기 자금이 유입되고, 개발 계획이 난립하면서 라다크의 전통과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마을에 폭력 사태가 난무했고, 사람들의 자긍심은 떨어졌다. 무작위 개발만이 행복한 삶의 대안이 아님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당신은 오직 생태와 자연환경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는 당신의 꿈,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이 있는가? 내가 언어학과 더불어 미술사를 전공한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비록 컨템퍼러리 아트는 아니지만 예술에도 관심이 많다. 한때 나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수공예 주얼리가 잘 어울리는 의상을 디자인하고 싶다. 진정으로 럭셔리한 의상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요즘 패션은 너무 빨리 변한다.
만약 할리우드의 레드 카펫 같은 화려한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의상을 입겠나? 의상은 무조건 나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적이고 모던한 의상을 고르진 않을 것이다. 음, 올드 & 뉴의 퓨전이 될 거다. 잔잔하고 소박하되 멋스러운.
세계여성포럼 연사로 초청돼 서울에 왔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여성관에 대해 들려달라. 경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여성은 태생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자연과의 연결 의식이 강하다. 반면 경제 구조와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는 약하다. 하지만 우리 가족,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 잘 살고, 더 행복한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경제 원칙과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다. 경제 시스템을 훤히 꿰뚫고 있을 때 우리의 말과 감성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이면 62세가 되는 호지의 허리는 꼿꼿했고, 눈동자는 생기가 있었다. 많이 갖지 않고, 대단한 호사를 누리며 살지도 않지만 그녀는 잘 먹고 잘 사는 듯했다. 그녀는 인터뷰 도중에 신발을 벗어 소파 한쪽에 가지런히 두었다. 집에서도, 정원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맨발로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호지는 만약 10억 원이 생긴다면 자연 친화적인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를 전하는 짧은 영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고 싶단다.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에도 그녀는 “우리 주변에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 플라스틱 조각이 바다로 흘러들어 이를 먹는 돌고래나 물고기를 죽인다는 얘기를 들으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는 물론 나로 인한 작은 영향까지도 챙기고 신경 쓰는 마음, 그것이 ‘호지식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근간이다.

기자/에디터 : 정성갑 / 사진 : 박성일
취재 협조 세계여성포럼 사무국(789-1602) | 촬영 장소 협조 W워커힐 호텔(465-2222)

 디자인하우스 (2008년 12월호) ⓒ Design.co.kr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 ..... 강은일

1집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 (2003 서울음반)

강은일 姜垠一 Kang, Eun-Ill (1967 - ), 해금

Track 5. 오래된 미래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