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제목: Norwegian Wood 원제: ノルウェイの森 감독: 트란 안 홍 주연: 마츠야마 켄이치, 기쿠치 린코, 미즈하라 키코, 타마야마 테츠지, 코우라 켄고 제작사: 도호 영화사 배급사: 도키 엔터테인먼트 제작국가: 일본 등급: 19 상영시간: 133분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개봉일자: 2011년04월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norwood201
사랑을 앓고, 알아가던 스무살의 그때...
시놉시스
사랑을 알아가던 스무 살의 그때… 17살. 나, ‘와타나베’(마츠야마 켄이치)는 절친 ‘기즈키’, 그의 연인 ‘나오코’(키쿠치 린코)와 함께 항상 셋이 어울렸다. ‘기즈키’가 홀연히 죽음을 택하고 남겨진 나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19살. 도쿄의 대학생이 된 나를 ‘나오코’가 찾아온다. 매주 함께 산책을 하면서 서로 가까워지게 되고, ‘나오코’의 스무 살 생일날 우린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 후로 한동안 연락이 없던 ‘나오코’에게 현재 요양원에 있다는 편지를 받게 되고, 그 곳을 찾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내 사랑이 조금씩 확고해져 가는 것만 같다. 20살. 같은 대학에 다니는 ‘미도리’(미즈하라 키코)가 내 삶에 들어온다. 톡톡 튀는 성격의 그녀에게서 ‘나오코’와는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나오코’의 편지가 점점 뜸해지던 어느 날, ‘나오코’의 병세가 더욱 심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씨네21 리뷰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상실의 시대>
글 : 김용언 | 2011.04.20
20대를 거쳐오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한번쯤 들춰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상실의 시대>에 묘사되는 청춘의 혼란에는 어떤 보편성이 깔려 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이 세계는 나와 어울리는가 그렇지 않은가. 1969년, 와타나베(마쓰야마 겐이치)는 자살한 옛 친구 기즈키의 애인 나오코(기쿠치 린코)와 재회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나오코는 기즈키를 잃은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 무렵 발랄한 동급생 미도리(미즈하라 키코)가 와타나베에게 호감을 표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상실의 시대>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청춘들이 겪는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 단적으로 육체적인 접촉으로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기즈키와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한번도 젖지 않았던”) 섹스가 와타나베와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사실에 나오코가 되풀이 절망하는 점, 와타나베가 나오코의 요양소를 찾을 때마다 유사 섹스로 마무리되는 시퀀스는 나오코가 육체적인 불감증 환자처럼 다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이 경험하는 정신적인 불감증은 이상적인 사랑의 불가능성에 대한 절망뿐 아니라, 공동체에 쉽게 편입하지 못하는 어떤 특정한 인간형들이 경험하는 고통스런 불화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란 안 훙은 이들이 살고 있는 60년대라는 세계의 공기 자체를 아예 거세해버림으로써 ‘사랑의 고통’으로만 이야기를 축소시켜버렸다. 청결하고 팬시한 진열장 같은 화면 속에서 캐릭터들은 원작에서 맥락없이 그대로 옮겨온 대사들을 낭창낭창 읊조릴 뿐이다. 덧붙이자면 이 앙상한 러브 스토리 안에서 가장 부당하게 다뤄진 캐릭터는 미도리와 레이코다.
글 : 김용언
씨네21 20자평
김혜리 가와세 나오미, 이와이 순지, 고레다 히로카즈가 했더라면? 때늦은 몽상 ★★ 황진미 전형적인, 그러나 유통기한 만료된 청춘 애로물 ★★★ 유지나 하루키를 읽지 않고 봤다면 더 나았을까? ★★★ 김용언 시대의 공기가 사라지니 남는 건 팬시 상품 ★★ 박평식 감성을 챙기고 시대를 놓치다 ★★★
네티즌 평점 및 20자평
기억 속 청춘은 언제나 과잉되어 있다. 그래도 부럽다 ★★★ mompig 원작보다 덜 해서 ㅠ.ㅠ 실망했어요 ★★☆ mslovesh 고상한 듯 하지만 몇몇 괜찮은 대사들만 남고 오히려 세속적인 ... ★★ joynwe 다 좋은데 나오코 외모가 영...미도리밖에 눈에 안들어온다 ★★★☆ atva 볼수록 더 희미해지는데...가물 가물 ★☆ x2joker 원작에 비해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나쁘진않았다 ★★★☆ kemiko21 원작과 또 다른 매력..마지막 진한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듯.. ★★★★☆ lemonade5 절제된 영상 원작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정말 지루하게만들었다... ★★ egyption11 아직 보진 못했지만 마츠야마 켄이치의 상실의 시대 정말 왕 기... ★★★★★ liona99 과연 원작에 충실히 잘 만들었을라나!!!! ★★★☆ kkkfmly77
피플: [Cine talk] 사랑을 상실하고 우린 어떻게 슬퍼할까
글 : 김용언 | 2011.04.19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상실의 시대> 영화화한 트란 안 훙 감독
“서른일곱살이던 그때, 나는 보잉 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로 시작하여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로 끝나는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셀러 <상실의 시대>는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한 시절을 극도로 아름답게 묘파하며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작품의 영화화를 계속 거부했고, 마침내 20여년이 지난 뒤에야 타국의 감독 트란 안 훙의 끈질긴 요청에 두손을 들었다. 트란 안 훙은 마쓰야마 겐이치와 기쿠치 린코를 캐스팅하여 <상실의 시대>를 완성했고, 너무 유명한 원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늘 그러하듯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지난 3월28일 트란 안 훙과 가졌던 화상 인터뷰를 전한다.
-<상실의 시대>를 읽은 건 언제였나. =1994년 프랑스어로 번역된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었다. 책을 막 읽었을 때의 신선한 느낌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었고, 그때부터 영화화에 대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하루키의 다른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상실의 시대> 편집 과정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스푸트니크의 연인>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태엽 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와 몇몇 단편집을 읽었다. 지금 일본에서 또 다른 영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데, 하루키의 소설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다.
-<상실의 시대>는 근사한 러브 스토리인 동시에 공동체 안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의 투쟁이기도 하다. 당신에게는 그 지점이 어떤 식으로 와닿았는가. =학생 시위 부분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관객에게 설명하기 힘들다. 그 당시 자유를 위한 투쟁이 있었고, 개인주의의 발현도 있었다는 것 정도만 표현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 남자가 첫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을 상실했을 때의 감정, 그 뒤 어떻게 회복하고 삶을 지속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시점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원작은 37살 남자가 과거을 돌이켜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한두 가지 내레이션을 제외하곤 현재의 청춘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나는 노스탤지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원작에서 매력적으로 느꼈던 점은 멜랑콜리의 감정, 어떤 것을 잃었을 때의 우울함이다. 과거를 좋은 기억으로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상처를 기념하듯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그때 그 시점에서 그가 얼마나 아프고 슬펐는지, 그 끈끈한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체험된’ 감정은 싫었다.
-영화에선 와타나베보다 나오코가 주인공처럼 여겨진다. =그 점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달린 문제라고 본다. 나의 첫 번째 디렉션은 와타나베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가장 많이 고통스러워하는 역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게 마련인데 나오코가 그런 인물이다. 반대로 미도리는 부드러운 역이다. 미도리가 미래의 아내라면 나오코는 독약 같은 문제적 여자다. 나오코는 아내가 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배경은 나오코의 요양소가 있는 초원이다. 소설 속 초원은 매우 고요한 이미지였는데, 당신이 그리는 초원은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같다. =음, 에밀리 브론테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웃음) 나오코의 고백 장면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로케이션 장소를 신중하게 찾았다. 긴장감을 주면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 둥글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공간. 우리가 찾아낸 초원은 에로틱하기보다는 관능적이었다. 대신 나오코의 고백이 매우 터프하고 격렬한 것이기 때문에 그 긴장감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매우 빠르게 부는 바람이 필요했다. 바람과 빠른 보폭의 걸음이야말로 관객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감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신적인 고통을 이야기하더라도 관객에게 육체적이고 실질적인 감각을 전달하길 원했다.
-원작에서도 60년대 유행하던 노래들은 매우 비중있게 묘사되는데, 영화에선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 외에는 대부분 독일 60년대 익스페리멘털 밴드 CAN의 음악을 사용한다.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레벨에서는 비틀스보다 CAN의 곡들이 더 강했다. 처음엔 도어스 음악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음악감독 조니 그린우드(라디오헤드 멤버이자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음악을 맡았다)가 CAN을 추천했다. 그가 옳았다. 도어스보다 덜 알려진 음악을 사용할 때 캐릭터의 진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유명한 곡들은 관객에게 저마다 사적인 경험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그건 영화 속 감정이 아니니까 피하고 싶었다.
글 : 김용언 사진 : 도키 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