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좋은 정태춘

우리들의 죽음 - 정태춘│ 정의와 평화의 노래

리차드 강 2009. 4. 9. 11:41

우리들의 죽음 - 정태춘 (with노래를 찾는 사람들)

7집 - 아, 대한민국... (1990, 삶의 문화)

정태춘(鄭泰春, 1954년 10월 10일 ~ )

A.3 - 우리들의 죽음

 

우리들의 죽음

작사.작곡.노래 정태춘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은 나간 사이, 지하 셋방에서 불이나 방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다섯 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 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 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구조로 돼 있다."

(노래)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 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 세상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 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 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 저기 옮겨 붙고 훨, 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훨

(노래를 찾는 사람들 - 독백)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방문은 꼭 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우린 그렇게 죽었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 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 안고 떨기 전에,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 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어푸러지기 전에,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에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야,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 나온 시골의 고향 마을에서도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 갈 수만 있었다면...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 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둥이.
몸둥이를 두고 떠나지만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 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 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리 다시 하늘 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이제, 안녕... 안녕..."

Credits

작사,작곡.편곡 : 정태춘
코러스 편곡 : 이은진
풍물 : 극단 현장, 풍물패 "만판", 권재은
노래, 반주 : 정태춘과 예울림 노래꾼들 그리고 여러 반주패 동지들
진행 : 김영준
녹음 : 정도원, 박주익
사진 : 김승근

기획, 제작 : 삶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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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략 -

‘박은옥’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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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운동을 통해 사회운동에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그는 삶의노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러한 음악운동의 성과를 모아 새로운 음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새노래들과 이전에 공윤심의에 걸려 음반화 하지 못했던 ‘인사동’등을 다시 심의에 넣는다. 그 많은 작품중 심의에 통과한 것은 고작 ‘황토강으로’ 뿐이었다. 당시의 공윤심의 종합의견은 다음과 같다.

- <개작) 버섯구름의 노래; 본 작품은 남북통일, 평화, 핵전쟁의 관념물들이 마구 뒤섞여 무엇을 뜻하는지 식별할 수 없으므로 개작하시기 바람.
인사동; 본 작품은 실재 특정 상가 지역을 지나치게 비방, 비하 묘사하고 있으므로 개작 바람.
형제에게; 지나치게 강조된 부정적인 내용을 순화 개작 바람.
어허, 배달나라 광영이여;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치우쳐 의미 연결이 모호한 부분과 극단적으로 투쟁을 강조한 내용을 순화 개작 바람.
우리들의 죽음; 어떤 가정의 부주의가 우선된 불행한 사태를 굳이 이념적인 사회문제로 결부한 것은 대중가요로 부적당하므로 전면 개작 바람. 끝.(『정2』, pp.176~177. )

예상한 바 그대로였다. 그리고 불법음반을 냈다. 그와 ‘공윤’과의 공식적 법정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 중략 -

이 앨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잘 걸고 넘어지는 곡은 ‘아! 대한민국’과 ‘우리들의 죽음’이다. ‘무슨 보고서인가?’, ‘이 노래는 예술적 승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곡’이라는 식의 반론을 항상 제기한다. 이러한 의견제기는 매우 근시안적인 해석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들은 아예 ‘정태춘’의 음악에 대해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리얼리즘을 하나의 -부정적의미에서- 형식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주장은 리얼리즘이 여러다양한 형식중 가장 낙후된 형식의 형태로 인식하는데서 오는 해석적오류라 생각한다. ‘우리들의 죽음’ 최루성인 것은 나역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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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출처 : http://koreanrock.com/

     

     

[아! 대한민국 ''90]

- 정태춘의 불법음반 ‘아, 대한민국…’을 처음들었 때의 충격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걸죽한 입담과 지독한 풍자, 놀라운 실험정신과 날카로운 도전의식으로 충만한 그 음반이 ‘불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성세대와 기득권의 울타리에 조그마한 흠이라고 갈세라 전전긍긍하는, 낡고 고리타분한 미의식의 수호자들이 그렇게 엄청난 저항과 공격석의 미학을 곱게 용납할 리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우리의 오랜 싸움도 바로 그런 낡디낡은 윤리학과 체제수호의 미학이 쳐 놓은 견고한 그물망을 뚫고 새로운 가치와 미학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자는 싸움이 아니었던가.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은 그 싸움의 과정에 쏘아 올려진 가장 위력적이고 날카로운 화살이었고, 가장 환하게 빛나는 불꽃이었다.

‘아, 대한민국…’이 햇수로 7년 만에 마침내 ‘불법’의 딱지를 떼고 당당히 우리를 찾아오게 된 것은 단순한 ‘복각’이나 개인적인 ‘기념’의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오랜 싸움이 만들어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문화사적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80년대 전 역사를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쉽게 괄호쳐 버리는 세태 속에서 정태춘의 걸걸한 목소리는 문득 우리를 수년전의 그 뜨겁던 가슴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리고 어느틈엔가 투박한 세상사에 휩쓸리면서 펑퍼짐해져버린 우리의 의식을 날카롭게 찔러온다.

시대착오라고? 정말 그렇게 믿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정태춘의 노래들을 가슴으로 음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신문을 저 깊은 행간까지 다시 한번 천천히 들여다 보라고 권하고 싶다. 철거현장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아이들만 남아 있던 집에서 불이나고, 기만과 협잡분열과 억압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실, 그것이 과거의 일일 뿐인가?

정태춘은 기존의 가치와 신념이 송두리채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던 저 90년대초, 혼돈의 시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좌절,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함께 모두어 이 노래들을 토해 내었다. 그런 까닭에 그의 목소리는, 지금의 차분한 시각에서 보면 더러 목에 힘이 들어가 있거나 지나칠 정도로 호흡이 가파르거나 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요즘의 호흡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해도 시대착오와는 정녕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것이야 말로 지금 우리가 다시 한 번 보듬이면서 미래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아야 할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다. 이 음반의 역사적인 복원이 단순히 검열 철폐의 기념비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새롭게 시작해야 할 ‘새로운 노래와 삶의 미래’를 향한 출발로서 새겨져야 하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 (1990년 10월 불법(?)음반으로 나왔던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음반이 1996년 6월 공윤의 사전심의 폐지로 인해 합법(?)음반으로 나왔을 때, 문화평론가 김창남씨가 쓰신 앨범 해설지임. 이 글보다 더 잘 쓸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실었다.)

     

     

이 노랠 접한게 91년 지금부터 15년 전이다. 일반 음반매장에서 구입할수 없었던 시절 구로공단내의 사회과학서점인 "공단서점"에서 테입을 구입했다. 이 음반은 공개적으로 발매되지않고 공윤심의 윤리위원회에서 통과되지않고 있었으므로대학가나 공단지역 운동단체, 사회과학서적등을 취급하는 여러곳에서 암암리에 팔리고 있었다. 너무 많이 들었지만 첨에 들었을때는 울면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지금도...또 그때의 심정으로 이곡을 튼다.
 
좀더 마음을 다잡고 살려고
좀더 낮은 곳을 내려다 볼려고
좀더 없어도 용기내서 살려고
좀더 힘들어도 참으려고
 
오늘도 하루가 길어질것 같다.

2005-10-10 백수재에서 어리버리 돈키호테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