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의자놀이" 작가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 冊

리차드 강 2012. 8. 7. 22:26
     

공지영 “쌍용차 관리자들, 노동자들에게 의자놀이 강제”

     

 

르포르타주집 ‘의자놀이’ 내

소설가 공지영씨(49·사진)가 작가가 된 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르포르타주를 냈다. 공 작가의 펜끝이 향한 곳은 77일간의 파업과 22명의 죽음을 낳은 ‘쌍용자동차’다.

6일 출간된 책 제목은 <의자놀이>(휴머니스트).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가져다놓고 노래가 멈춘 순간 재빨리 의자를 차지하는 놀이처럼,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이 ‘의자놀이’를 강제하고 있다는 뜻에서 제목을 붙였다. 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 작가는 “<도가니>의 장애아 성폭행 문제와 마찬가지로 쌍용자동차 문제에도 상류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대의 두 남매, 4만원의 통장 잔액, 150만원의 카드빚 청구서를 남긴 채 13번째 희생자가 된 노동자의 사연을 접한 뒤 공 작가는 르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구상해둔 5권의 소설이 있는데다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은 그였지만 “이 감정을 쓸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1970년대에는 전태일 한 명의 분신으로 수많은 사람이 각성했지만, 지금은 전태일 100명이 죽어도 보도조차 되지 않을 듯한 끔찍한 사회를 고발하고 싶었다.

<의자놀이>에서 공 작가가 특히 비판적으로 보는 집단은 대형 회계법인이다. 지연, 학연으로 긴밀하게 엮인 몇 군데의 대형 회계법인들이 쌍용자동차의 위기를 과장해 정리해고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공 작가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 문제가 사회에서 여론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 작가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바보같다”고 말했다. 옥쇄 파업을 벌이던 그때도 요즘처럼 무더위가 이어졌고 2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 단전·단수를 실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공장에 있던 작은 발전기를 물을 긷거나 불을 밝히는 데 쓰지 않았다. 오히려 차량 도장용 페인트를 굳게 하지 않는 데 사용했다. 파업 종료 6일 만에 차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노동자들의 이 같은 행동 덕분이었다. 노동자들은 공 작가에게 말했다. “우리는 파괴하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고 일하기 위해 싸웠다.” 공 작가는 이 대목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집필은 쉽지 않았다. 세상을 뜬 22명 노동자의 귀신이 작가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공 작가는 “수도원에서 사온 초를 다 태우고, 가톨릭 성가를 틀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옥쇄 파업을 하던 노동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초각성 상태’에 빠진 적도 있다. 3일간 깨어 하품 한 번 안 하고 글을 쓰기도 했다.

금속노동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의 아내는 3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울기만 했다. 공 작가는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 감이 오는데 문자로 써놓고 보니까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기도 했다”며 작업의 어려움을 전했다.

“원고료를 받지 않으면 일기도 쓰지 못할 정도로 노회”하다고 말하는 공 작가지만, <의자놀이>의 인세는 전액 쌍용차 노동자를 위해 기부한다. 출판사도 수익금을 가져가지 않는다. 공 작가는 “<의자놀이>는 100여명의 헌신과 희생에 의해 출간됐다. 난 그들의 노력을 정리한 사람에 불과하기에 내 이름으로 책이 나와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글 백승찬·사진 김문석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의자놀이" 작가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책소개

공지영이 이야기하는 또 다른 도가니!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저자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의자놀이』.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의 해고 발표 이후 시작된 77일간의 뜨거운 파업의 순간부터 22번째 죽음까지 작가적 양심으로 써내려간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간사냥과도 같은 경찰의 진압으로 파업이 끝나고, 어제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일했던 동료들이 의자에서 쫓겨난 자와 의자를 잡은 자 두 편으로 나뉘게 되기까지의 잔혹한 의자놀이와 연이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죽음의 그림자가 이토록 깊게 드리운 것인지 생각해보고, 우리 모두의 의자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볼 기회를 전해준다.

(출판사 서평)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의 해고 발표와 뒤이은 77일간의 옥쇄파업. 파업은 인간사냥과도 같은 경찰의 진압으로 끝나고, 어제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일했던 동료는 오늘, 의자에서 쫓겨난 자와 의자를 잡은 자 두 편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쫓겨난 자도 남은 자도 살았으되 죽은 자일 뿐 웃는 자는 결국 1%의 그들이었다. 이제 전쟁 같은 의자놀이는 끝났지만 쫓겨난 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22명의 연이은 죽음, 그들은 왜 유서 한 장 없이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이 잔혹한 의자놀이와 연이은 죽음에 대해 작가 공지영은 “쌍용자동차는 또 다른 도가니”라고 말한다. 고통과 죽음이 전염병처럼 번질 것 같아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죽음의 그림자가 이토록 깊게 드리운 것일까.

77일간의 뜨거운 파업의 순간부터 22번째 죽음까지 작가적 양심으로 써내려간 공지영의 쌍용자동차 이야기 《의자놀이》. “국민이 용산에 대해 국가에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작가에게 무언가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듯이, 오늘 우리가 쌍용자동차 사태를 묵과한다면 또 뒤늦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의자를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작가 공지영)

1963년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나왔다.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세상의 변화와 여성의 현실을 투시하는 섬세한 문학적 감성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주목받아왔다.

     

공지영 “쌍용차는 또다른 도가니…날 고소하라”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다룬 르포 <의자놀이>를 낸 작가 공지영씨는 “쌍용차 문제를 글로 써내지 못하면 다음 소설에 필요한 감정을 끌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 책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지영 르포 ‘의자놀이’ 출간

“쌍용차 사태는 한국사회의 또다른 ‘도가니’ 입니다”

“법원·검찰같은 사회 상류층 침묵의 카르텔 확인
대형회계법인들, 노동자 죽음 대가로 호의호식
자산손실 부풀려 해고…내가 틀렸으면 고소하라”
인세·수익금 전액 기부…1권 사면 4200원 후원꼴

“쌍용자동차 사태는 이 사회의 또다른 ‘도가니’입니다. 이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는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 같았어요. 제 아이들이 취직한 회사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태는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가 2009년 쌍용차 노동자 2646명의 정리해고와 77일 동안의 옥쇄파업, 경찰의 강제진압과 뒤이은 해고노동자 및 가족 22명의 죽음을 다룬 르포 <의자놀이>(휴머니스트)를 발표했다. ‘의자놀이’란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의자를 먼저 차지해야 살아남는 놀이를 가리킨다.

책 출간에 맞추어 6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나온 공씨는 “쌍용차 사태의 전모를 알게 되었을 때 머리에 떠오른 두 단어가 ‘유령’과 ‘의자놀이’였다”고 말했다. “유령이라는 것은 해고의 주체라 할 자본의 실체가 모호해서 허깨비를 상대로 싸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의자놀이는 똑같은 노동자들을 의자를 차지하는 자와 의자에서 쫓겨나는 자로 나누는 자본의 잔인한 속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의자놀이>는 작가가 쌍용차 해고노동자 부인의 자살과 뒤이은 노동자 자신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남매의 소식을 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심리 치유 센터 ‘와락’을 운영했던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 이창근 전 쌍용차 노조 기획실장, 송경동 시인 및 노동 전문가들의 증언, 신문·방송 등 언론 보도를 토대로 삼아 사태의 전모를 재구성하면서 그 핵심에 도사린 문제를 들추어낸다.

지난 5일 새벽 만기출소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 사망한 해고노동자들에게 술을 올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씨는 “<도가니> 때와 마찬가지로 쌍용차 사태 배후에도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같은 우리 사회 상류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회계법인들은 ‘손상차손’을 터무니없이 부풀림으로써 쌍용차의 부채비율을 천문학적으로 높이고 그럼으로써 대량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손상차손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낡아가는 유형자산의 가치하락에 따른 손해액을 뜻한다. 책에 따르면, 쌍용차 건물의 손상차손 누계액은 2007년 약 23억원에서 2008년 약 2000억원으로, 구축물 손상차손은 같은 기간 8600만원에서 375억원으로, 기계장치 손상차손은 8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폭증했다.

공씨는 “대형 회계법인들은 노동자들 죽음의 대가로 호의호식하고 있는 셈”이라며 “내 주장이 틀렸다면 회계법인들이 나를 고소해서라도 법정에서 진실을 따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회계조작 의혹은 사실무근인 명백한 오류라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심사와 법원 판결에서 확인된 사안”이라며 “무엇보다 손상차손 문제는 정리해고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의자놀이>의 한가운데에는 노동자들의 옥쇄파업과 용역을 앞세운 경찰의 잔인한 진압 장면이 자리잡고 있다. 일당 23만원을 받고 동원된 용역들의 무자비한 ‘인간사냥’, 고무총과 전기충격기 테이저건 사용, 발암물질 디클로로메탄이 포함된 헬기의 최루액 살포, 찜통 같은 농성장에 당국이 취한 단전·단수 조처 등 참혹하고 비인간적인 당시 상황이 긴박하게 전해진다. 작가는 “이런 급박하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확보한 소형 발전기를 이용해 불을 밝히거나 물을 끌어오는 데 쓰지 않고, 도장공장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하는 데에 썼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며 울먹였다.

<의자놀이>는 초유의 재능기부 방식으로 출간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 공씨는 자신의 인세(책값의 10%)를 모두 쌍용차 해고노동자 후원 기금으로, 출판사 역시 수익금 전액을 내놓기로 했다. 정가 1만2000원인 이 책 한 권당 작가는 1200원을, 출판사는 3000원을 기부하는 것이다. 독자가 <의자놀이> 한 권을 사면 작가 인세와 출판사 수익을 합해서 4200원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후원 기금으로 내놓게 되는 셈이다.

책 출간을 기념해 그룹 들국화가 18일 북콘서트를 여는 것을 비롯해 정혜신 박사와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 공연 기획자 탁현민 교수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북콘서트도 마련될 예정이다.

최재봉 김경락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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