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즈, 블루스

Dear Old Stockholm - Paul Chambers

리차드 강 2008. 1. 9. 20:13

Dear Old Stockholm - Paul Chambers

Bass on To (1957)

Paul Chambers (1935-1969)

Track. 4 - Dear Old Stockholm

     

Paul Laurence Dunbar Chambers, Jr. (1935 - 1969)

잼은 만남이다. 하지만 그 만남은 체험하고 경험하고 향수하고 표현하는 감정을 음악 속에 담는다. 그 과정을 통해서 서로를 격려하고 고무하고 발전하며 궁극에 가선 합일을 이루다. 잼이라는 만남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인간적인 교류의 장이다. 재즈는 기본적으로 만남이다. 그런 점에서 폴 챔버스(Paul Chambers)가 기타의 케니 버렐(Kenny Burrell), 피아노의 행크 존스(hank Jones), 드럼의 아트 테일러(Art Taylor) 등과 교류한 Bass on Top 은 잼이라는 만남의 가장 이상적인 차원을 보여준다.

폴 챔버스. 1937년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69년 뉴욕에서 타계한 이 뮤지션은 모던 재즈의 엄청난 인재들 틈바구에서 고고하게 베이스를 연주햇으며 그 정치하고 세련된 감각은 그를 이내 톱의 위치에 오르게 했다. 앨범 제목 그대로 당시 그는 정말로 베이스에 있어서는 톱 이었던 것이다.  아마 우리는 그의 사이드 맨 시절을 먼저 기억할 것이다. 제1기 마일즈 데이비스 쿼텟에서의 활동, 소니 롤린스와 아트 페퍼 등의 음반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했던 것들.... 특히 마일즈와는 찰떡 궁합 어어서 그가 클래시컬하게 음 하나하나를 가려서 불 때 풀은 조용히 뒤편에서 아름다운 배음을 깔았던 것이다.

 

 

해설

█ 소개

-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저명한 재즈 매거진 스윙저널이 선정한 재즈 100년사 최고의 베이스 & 드럼 리더작 대망의 1위 앨범.

- 오리지널 리니어 노트와 24Bit 리마스터링 그리고 5곡의 보너스 트랙이 수록된 한정반.

- 재즈 역사상 가장 풍부한 베이스 소리의 걸작이자 베이시스트의 리더작을 평가할 때 반드시 손꼽히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필수 명반!

- 세계 최초로 ‘89년에 소개되었지만 현재는 절판된 초 희귀작 ‘Chambers Music’에 수록되었던 5곡의 보너스 트랙이 추가로 수록. (존 콜트레인, 케니 드류, 커티스 플러 등이 참여)

- 도시바 루디 반 겔더(RVG) 96Khz/24Bit 오리지날 마스터를 사용하여 궁극의 사운드와 음질 구현.

- 원판에 수록된 저명한 재즈 평론가 로버트 레인의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와 한글 변역판 그리고 재즈 비평가 김현준의 새로운 라이너 노트를 수록하여 더욱 높은 소장가치를 선사합니다.

█ 뮤지션

Paul Chambers (Bass), Kenny Burrell (Guitar), Hank Jones (Piano), Art Taylor (Drums)

█ 앨범 해설

스물 두 살의 나이에 결핵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지미 블랜튼은 “베이스의 최고수”라는 특별한 위상을 점유했던 인물이다. 저명한 듀크 엘링튼 밴드에 재직했던 길지 않은 시간 (1939-41) 동안 그는 리듬 악기로만 받아들여지던 베이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달았고, 이를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관악기 같은 차원의 솔로 악기로 격상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지미 블랜튼이 남긴 솔로 연주들은 그의 천재성을 입증한 놀라운 결과물이었으며, 이후로 등장한 모던 재즈 베이시스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었다. 오스카 피티포드, 퍼시 히스, 찰스 밍거스, 레이 브라운, 웬델 마샬, 밀트 힌튼, 알 맥키본 그리고 조지 듀바이비어 등의 베이시스트들은 폴 체임버스가 재즈계에 등장하기 전까지 지미 블랜튼의 길을 따랐던 탁월한 연주자들이었다.

새로운 “베이스의 최고수” 폴 체임버스는 1955년 말 뉴욕에 자리 잡았고, 남은 생애 동안 특히 마일즈 데이비스와 많은 연주를 벌였다. 완벽주의자인 마일즈 데이비스가 그를 고정 베이시스트로 지명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폴 체임버스의 뛰어난 테크닉, 그러니까 활로 긋는 주법이나 피치카토를 동원한 솔로 연주는 물론이고, 견고한 리듬 진행은 마일즈 데이비스 5중주를 클럽이나 스튜디오에서 연주할 때 최상의 음악을 연출할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탰다. 물론 폴 체임버스 자신도 마일즈 데이비스와 협연하며 많은 덕을 보긴 했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감성을 지닌 음악인이라 해도 매일 밤 그토록 위대한 음악인의 곁에서 자신의 깊은 음악적 재능을 썩히지 않은 채 연주에 임할 수는 없었으며,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하는 것이 바로 폴 체임버스였다는 사실을 언제든 음악 속에서 각인시켰다. 이제 그는 탁월한 솜씨의 테크닉을 보여주며 깊고도 넓은 음악성의 완벽한 연주자로 성장했으며, 우리가 눈여겨 볼, 아니 진정 귀 기울여 경청할 베이시스트로 자리 잡았다.

그의 특별한 재능을 눈여겨 본 것은 단지 마일즈 데이비스만이 아니었다. 폴 체임버스는 레너드 페더의 “Encyclopedia of Jazz Yearbook”에 실린 “음악인의 음악인들” 투표에서 “새로운 스타”로 뽑히는 영예를 누렸다. 차점자의 점수에 두 배 가까운 표를 얻었는데, 그를 지목한 음악인들은 제이 제이 존슨, 빌리 테일러, 마일즈 데이비스, 오스카 피티포드, 디지 길레스피, 퀸시 존스, 어니 윌킨스, 랜디 웨스턴, 쳇 베이커, 클리포드 브라운, 호레이스 실버, 콘티 칸돌리, 허브 겔버, 오시 존슨, 조지 월링턴, 프랭크 웨스, 프랭크 로솔리니, 그리고 카이 와인딩이었다. 폴 체임버스의 이름은 여러 레코드에서 발견된다. 블루 노트에서 제작된 그의 두 리더작(<Whims of Chambers> BLP-1534, <Paul Chambers Quintet> BLP-1564)은 물론이고, 케니 버렐의 앨범(BLP-1523, BLP-1543), 리 모건의 앨범(BLP-1541), 그리고 행크 모블리의 앨범(BLP-1540) 등이다.

이 앨범에서 단순히 관악기 연주자의 부재를 메우는데 머물지 않고 큰 역할을 해낸 케니 버렐은 그야말로 “기타의 최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처음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 발표한 앨범(BLP-1523)에 대해 다운 비트에서 냇 헨토프가 쓴 리뷰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음악적 개념이나 시간감각, 그리고 영혼이나 사운드 모든 면에서 케니 버렐은 두말 할 것 없이 젊은 기타리스트들 중 가장 돋보이는 인물의 하나다.” 그리고 냇 헨토프는 한 연주자의 능력에 대해 전체적으로 충분한 신뢰를 갖지 않는 한 그런 찬사를 쉽게 늘어놓는 이가 아니지 않는가. 1931년 7월 31일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케니 버렐은 베이스와 기타를 연주한 그의 형, 빌 버렐을 통해 처음 재즈를 접했다. 타드 존스와 토미 플래내건, 커티스 풀러 등이 포함된 지역 밴드에서 연주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고, 1955년 봄, 오스카 피터슨과 합류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를 떠났다. 곧이어 뉴욕으로 건너 온 그는 역시 디트로이트 출신인 폴 체임버스처럼 이곳에 남기로 결심했다.

또 한 명의 미시간 태생인 행크 존스는 뉴욕을 새로운 고향으로 삼은 뒤 수없이 많은 솔로이스트들을 더없이 행복하게 했다. 그의 연주 스타일과 반주하는 방식은 흡사 토미 플래내건을 연상시키는데, 편안한 서정성을 지닌 채 가장 타당한 방법을 써서 솔로이스트들에게 연주의 방향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피아니스트이다. 그야말로 “음악인의 음악인”이란 표현이 매우 적절한 경우라고나 할까. 지적이고도 감동적인 진행을 선보이는 그의 솔로 연주는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겨준다. 1918년 7월 31일에 태어난 행크 존스는 블루 노트의 역사에 작지 않은 발자취를 남긴 타드 존스와 엘빈 존스의 큰형이다. 그는 1950년대 들어 중서부 지역 사람들의 급격한 이주가 이루어지기 몇 년 전인 1944년 뉴욕에 왔으며 다양한 계열의 연주자들과 활동해 왔다. 립스 페이지, 앤디 커크, 빌리 엑스타인, 엘라 핏츠제럴드, 존 커비, 베니 굿맨, 콜맨 호킨스, 하워드 맥기, 케니 클락, 돈 바이어스, 지지 그라이스 등 그 어떤 음악인들과도 좋은 호흡을 과시했다.

1957년 뉴욕 재즈 페스티발에서 진행을 맡은 잭 라제어가 “드럼의 예술”이라 칭한 아트 테일러는 정말이지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 연주자이다. 모던 재즈에서 가장 돋보이는 드러머 중 한 사람인 아트 테일러에 의해 비로소 “드럼의 예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현재 재즈 랩 5중주의 멤버인 그는 1929년 4월 6일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버드 파웰을 비롯해 콜맨 호킨스, 루 도날드슨, 마일즈 데이비스, 소니 롤린스, 아트 파머 등 많은 이들과 협연했다. 내친 김에 이 앨범은 폴 체임버스에게 솔로 연주를 위한 보다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을 특기하고 싶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를 포함한 그 어떤 베이시스트도 이 만큼의 분량을 허락받지 못했으며, 나아가 여기에서 들을 수 있는 (대단히 즐길만한, 그리고 비록 당신이 베이스를 연주할 수 없다 해도 매우 교육적인) 그의 솔로 연주는 결국 지미 블랜튼이 남긴 연주들과 더불어 수집가들의 관심을 자극할 만큼 높은 가치를 얻었다고 확신한다. 

앨범의 앞면은 애처롭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자아낼 차원은 아닌 ‘Yesterdays’로 시작한다. 폴 체임버스는 세 코러스가 진행되는 동안 풍부한 감성을 지닌 채 활로 연주하는데, 행크 존스와 아트 테일러의 신중한 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케니 버렐은 섬세하고 어여쁜 느낌의 연주로 맛을 더한다. 그 무엇보다 활을 다루는 폴 체임버스의 재능은 대단히 놀라운데,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그가 평균 이상의 베이시스트임을 알 수 있다. 코우세비츠키에 비견할 수 있다고나 할까. 물론 재즈계에서는 당할 자가 없다. 말끔한 느낌의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는 손가락을 튕기며 박자를 맞출 만한 템포로 리듬을 탄다. 폴 체임버스, 케니 버렐, 행크 존스, 그리고 다시 폴 체임버스의 순으로 솔로 연주가 진행된다.

찰리 파커 원작의 ‘Chasin' the Bird’에서는 모든 연주자들이 솔로 연주를 벌인다. 기본에서 출발하여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탈을 드러내는 폴 체임버스의 움직임 속에 케니 버렐이 곡의 테마를 연주하며 서막을 열고, 행크 존스가 자신의 성품을 드러내듯 가볍게 리듬을 유지하는 느낌으로 뒤를 잇는다. 케니 버렐이 다시 진행을 주도하는가 싶더니 아트 테일러의 연주가 이어지고, 곧이어 케니 버렐과 폴 체임버스가 곡의 테마로 회귀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Dear Old Stockholm’은 (스웨덴의 민요인 이 곡은 이미 마일즈 데이비스가 BLP-1501 레코드에서 ‘Yesterdays’와 함께 녹음함으로써 재즈 레퍼토리에 포함됐다.) 앨범의 뒷면 첫 곡인데, 내가 볼 때 이 뛰어난 작품에서 가장 자극적인 해석이 드러난 곡이다. 폴 체임버스와 행크 존스 사이에서 케니 버렐이 주된 역할을 맡은 이 곡은 모든 솔로 연주가 밝고 조화로우며 테마 멜로디에 기초한 양상을 띤다. 원곡의 핵심인 슬픈 느낌의 정서를 살리면서 여러 차례 브레이크가 시도되는데, 솔로가 진행되는 중간이나 솔로와 솔로 사이에서 브리지와 같은 역할을 하며 범상치 않은 징조를 불러일으킨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연주의 종료를 알리는 신호로 종종 사용했던 ‘The Theme’은 두 말할 것 없이 폴 체임버스에게 익숙한 곡이 아닐 수 없다. 활로 연주한 그의 솔로는 스윙감에 젖어 풍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데, 순간적으로 케니 버렐의 날렵한 연주를 이끌어낸다. 행크 존스의 연주가 다시 그 뒤를 잇고, 곡을 마무리하기 전 폴 체임버스와 아트 테일러는 소절을 주고받으며 흥을 돋운다. 예쁜 느낌의 ‘Confessin'’은 마치 공연의 앙코르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폴 체임버스의 솔로가 있고, 행크 존스의 짤막한 연주가 이어질 때 나머지 세 사람은 서로 도와가며 리듬 연주를 맡는다. 녹음을 마치기 전 아트 테일러가 “체임버스, 대단하군!” 하고 내지르는 외침이 전체 앨범의 뛰어난 성과를 집약하는 인상이다.

이제 사람들은 폴 체임버스에게 “베이스의 최고수”라는 이름을 붙인 뒤 잔뜩 과장된 말로 이 글을 마치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대신 이런 제안을 하면 어떨까. 앨범을 들으며 당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을 떠올릴 것.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도 쉽게 그 말들이 피어 오르리라.

- 로버트 레빈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

김현준 옮김

 

<BASS on TOP>에 대한 어떤 새로운 시각

진정한 고전의 향취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작품을 손꼽을 때 우리는 1950년대와 1960년대 블루 노트나 프레스티지, 그리고 리버사이드나 임펄스 등의 레이블에서 제작된 수많은 걸작들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물론 냉정히 말하자면, 현재 유통 중인 반세기 전의 작품들 중 지금 거론한 레이블의 앨범들이 그래도 다른 제작사에서 만들어진 앨범들에 비해 보다 풍성한 재발매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당시에도 마이너 레이블이었고 현재는 희귀 LP로만 만날 수 있는 작품들 중 깜짝 놀랄만한 가치를 지닌 앨범이 어찌 없겠는가. 그만큼 유통의 실태는 우리의 재즈 듣기에 부지불식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폴 체임버스의 1957년 앨범 <Bass on Top>은 재즈 팬들이 베이시스트의 리더작을 얘기할 때 반드시 짚어내는, 두 말할 필요 없는 필수 명반이다. 대다수의 비평가들도 그 가치를 의심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 음악 외적인 상황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더해왔는데, 다름 아닌 유통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제는 영미권에도 출시돼 있지만, 한동안 재즈 팬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일본 Toshiba-EMI 제작의 CD로만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종종 아날로그 사운드를 선호하는 이들은 LP 한 장에 10만 원 이상, 일본 제작본인 경우에도 최소 5만 원 정도의 값을 아무 주저 없이 지불하곤 했다. 음악적으로 이에 상응한 가치를 지닌 앨범들이 대부분 재발매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Bass on Top>에 대한 제작사의 홀대 아닌 홀대는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모르긴 해도 이번 국내 발매 역시 그런 상황 속에서 한결 더 큰 주목을 받지 않을까.

어느새 우리의 음악 환경은 디지털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 앨범이 LP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폴 체임버스의 풍성한 베이스 연주를 만끽하기에 아날로그 시스템이 적격이라는 재즈 팬들의 여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디지털을 버린 채 과거로 회귀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전적인 모던 재즈를 아끼는 사람일수록 베이스 소리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앨범처럼 그의 베이스 연주를 만끽하기 좋은 작품도 없을 것이며―생전의 그는 모두 9장의 리더작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수록된 곡들의 구성 상 그의 솔로 연주는 앨범의 성과를 논할 때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물론 여기에서 폴 체임버스의 연주가 워낙 뛰어난 덕분이지만, 사실 이러한 곡 구성은 전체적인 앙상블을 생각할 때 그다지 권할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 역사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만에 하나 함께 한 연주자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일말의 아쉬움을 느꼈거나, 술주정뱅이로 잘 알려져 있던 그가 녹음하던 당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면, 역사는 가장 풍부한 베이스 소리의 걸작을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

<Bass on Top>에 대한 재즈 팬들의 애정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1956년 녹음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레스티지 레이블의 <Workin'> 등 넉 장의 앨범과 컬럼비아 레이블의 <Round About Midnight>은 정확히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 꾸준히 애청되는 작품들인데, <Bass on Top>처럼 리더를 맡은 상황이 아닌 세션 연주자로 참여했을 때 폴 체임버스가 또한 얼마나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라 하겠다. 비평가에 따라서는 이 작품보다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한 협연에 더 큰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 당시 가장 인기 있던 편성인 트럼펫-색소폰 퀸텟의 전통 속에서 폴 체임버스의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본다. 물론 까다롭기로 소문났던 마일즈 데이비스 역시 문란한 생활 습관을 제외하고 폴 체임버스의 연주에 불만을 토로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생애(1935~1969) 동안 9장의 리더작을 녹음했다는 것도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흔히 리더급의 연주자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더더욱 말이다.

국내에서 발매된 이번 CD에는 <Bass on Top>에 실렸던 곡들 이외에도 폴 체임버스의 또 다른 앨범 <Chambers' Music>에 수록됐던 5곡이 추가됐다. <Chambers' Music>은 1989년에 CD로 출시됐지만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데, 색소폰 4중주로 연주된 ‘Dexterity’, ‘Stablemates’, ‘John Paul Jones’, 그리고 피아노 트리오로 녹음된 ‘Visitation’은 1956년 알라딘 레이블에서 녹음된 곡들이며, 피아노 없이 관악 파트의 앙상블이 좋은 ‘High Step’은 한 해 전인 1955년 트랜지션 레이블에서 녹음된 곡이다. ‘Visitation’은 많지 않은 폴 체임버스의 창작곡인데, 전체적으로 추가된 이 곡들의 가치는 역시 1950년대 중반 당시의 존 콜트레인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직 솔로의 진행 자체는 거친 면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애틀랜틱 레이블에서 남긴 여러 명연들을 떠올리게 할 만한 그의 톤은 이미 완성기에 접어들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국내 재즈 팬들의 입장에선 바로 이번이, <Bass on Top>을 가장 편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그동안 이 작품에게 쏟아졌던 찬사를 생각한다면 되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앨범은 재즈 마니아들은 물론 모던 재즈의 향취를 이제 막 깨닫기 시작한 초보자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교과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폴 체임버스가 이 앨범에서 선보인 베이스 연주를 하나하나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그 흥미로움은 더할 나위 없다.

- 김현준 2006 -

출처 : 강뮤직 Kang & Music

 

Dear Old Stockholm- Miles Davis & John Coltrane

Round About Midnight (1955)

Miles Davis & John Coltrane

Track. 6 - Dear Old Stockholm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