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메리카인 (An American in Paris)"
<랩소디 인 블루>, <피아노 협주곡>으로 미국이 자랑하는 인기 작곡가로서 명성을 확립한 거쉰은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으나 바쁜 생활에 쫓겨 심신이 지쳐버렸다. 또한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고 음악의 길에 들어섰기에 음악적으로도 작곡기법에 정신적인 불안을 느껴, 바쁜 생활의 휴식 겸 클래식을 공부하기 위하여 1928년 30세에 처음으로 동경하던 파리에 갔다.
파리에 도착한 즉시 라벨과 스트라빈스키같은 대가들을 찾아가 작곡법의 공부를 위해 제자가 되고 싶다고 간청했을 때 라벨은 '일류 작곡가 거쉰으로 쟁쟁한데 무엇때문에 2류 라벨이 되고 싶어합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하며, 스트라빈스키 역시 당신의 작곡료 수입이 어느 정도 되냐면서 오히려 내편에서 제자가 되고 싶다면서 껄껄 웃었다는 일화가 있다. 거쉰의 뛰어난 재능을 알고 있던 이 두 거장들은 당신의 훌륭한 개성을 잃지 않도록 하시오, 자기의 개성을 스스로 펴 나가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거쉰은 파리의 공기를 만끽하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파리의 미국인>을 작곡하게 된 것이다. 초연된 얼마 후에 거쉰은 이 곡에 대해서 '이 곡은 내가 시도한 가장 현대적인 곡이다. 파리를 방문한 미국인이 거리를 지나면서, 거리의 갖가지 소음에 귀기울이며 조금이라도 더 프랑스의 모습을 느끼고 싶어하는 인상을 그리려고 하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이 곡은 재즈의 수법으로 쓰여진 표제적 요소가 매우 강한 일종의 독특한 교향시이며 미국인의 파리 구경같은 음악적 기행문이다.
거쉰의 음악적 특징은 블루스와 래그 타임, 유태음악 등의 요소를 고전 음악의 전통에 접목시킨데서 찾을 수 있다. 1928년 30세때 파리를 방문하여 체류하던 중에 작곡된 이 곡은 재즈의 독특한 감각과 선율적 특색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미국인이 본 파리의 인상을 랩소디 풍으로 구성한 유머러스한 곡이다.
초연은 같은 해 12월 뉴욕 필하모닉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작품의 구성은 <랩소디 인 블루>처럼 3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제1부 알레그로 그라찌오소는 현과 목관으로 나타나는 최초의 선율이 호기심에 차 두리번거리며 즐겁게 활보하는 미국인의 모습을 그리고, 자동차 경적같은 느낌이 유머러스하게 나타난다. 제2부 안단테에서는 블루스조의 선유로 향수에 젖은 듯 바이얼린 선율이 달콤하게 흐르다가 급전되면서 떠들썩한 춤곡이 된다. 이 제2부는 전곡은 통해서 가장 변화가 많고 매우 유쾌하다. 제3부 알레그로는 폭스 트로트의 명랑한 종곡으로 쾌활, 낙천적인 미국인의 성격을 그리면서 마지막에 제1부 서두로 돌아가 다시 자동차 경적과 즐거운 행진곡이 된다.
레코드는 번스타인의 연주가 이 곡의 특성을 잘 포착하여 샹젤리제의 큰 길을 활보하는 시골뜨기 미국인을 훌륭히 표출시키고 있으며 이만큼 뛰어난 연주는 드물다. 그 유명한 블루스 가락에서도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프레이징이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