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상반기 평론가들이 주목한 13장의 음반에 선정된 음반.
1990년대를 맞이하며 한국의 사회운동은 급속도로 분화되었다. 이는 1987년 6월 항쟁의 부분적 승리에 기초한 김영삼 정부의 등장과 체제내 민주화의 일정한 진전을 가능하게 한 사회운동의 성장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전범으로 칭송되던 소비에트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평등세상의 꿈을 현실속에서 실현시키며 20세기를 진정 새로운 세기로 열어제꼈던 세기적 사건이 다만 한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것이다. 이후 체제의 근본적 변혁을 위해 투쟁하던 많은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였으며 이와 맞물려 열려진 합법공간의 신사회운동으로 이전해갔다. 그리하여,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으로 대표되던 한국 사회운동도 여성, 환경, 평화, 지역 운동등으로 자신의 외연을 확장하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나갔다. 굳이 소비에트의 좌절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발전에 따른 분화와 해체는 필연적이었다. 이제는 총력전 방식이 아니라 진지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1990년대 운동은 이전 시기의 운동과는 다른 방식의 역사를 개척해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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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거치며 민중가요 운동도 많은 변화를 겪었음은 물론이다.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과는 따로또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던 민중가요 운동은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1990년대 초반 각 지역과 부문별로 수많은 노래패가 건설되었으며 권진원, 김광석, 안치환과 같은 민중가요권 출신의 가수들이 공중파를 타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노래를찾는사람들이 주류공연계를 상징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당당히 입성하여 티켓 매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며 기염을 토한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 정태춘의 헌신적인 투쟁에 힘입어 음반사전검열제도가 철폐되고 한국 대중음악 역시 강산에, 서태지, 신해철, 015B등의 뮤지션들과 인디밴드들의 활동으로 풍성해지던 성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내외의 변화를 거치며 민중가요 운동 역시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화와 해체의 과정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1990년대 중반까지도 대체로 팀 중심의 활동에 기초해있던 민중가요 창작문화속에 개인창작자들의 출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꽃다지, 노래를찾는사람들, 노래마을등에서 활동하던 많은 창작자들이 솔로로 독립하여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또한 적지 않은 창작자들이 처음부터 솔로 활동으로 음악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사회운동의 발전과 분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팀이라는 집단적 활동으로는 자신의 음악적 욕구를 내밀하게 드러낼 수 없었던 상황에 기인한 것일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은 과감하게 솔로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민중가요의 음악적 폭은 더욱 넓어졌다. 이전과는 달리 자신의 개인적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개인 창작자들의 작품은 기존의 민중가요가 선보여온 질감이나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내용의 노래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박창근이 펼쳐오고 있는 음악작업은 특히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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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노래패 활동을 거쳐 대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박창근은 지역을 꿋꿋히 지키고 있는 지역음악인으로서의 존재감과 함께 민중가요계내에서 더 이상 잘 충원되지 않는 후배 가수라는 점에서 소중한 존재이다. 대학 노래운동의 쇠퇴와 맞물려 민중가요 진영으로 후배들이 잘 충원되지 않는 현실속에서 그는 민중가요계에서 솔로로는 거의 막내의 위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존재적 특성보다 더 특별한 것은 그의 음악이다. 1999년 독집음반 'Anti Mythos'를 냈을 때부터 그는 기존의 민중가요와는 확연히 다른 문제의식을 선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존의 민중가요들이 현실세계의 부조리나 권력의 문제에 접근할 때 대체로 계급적 관점이나 인간중심적 관점으로 접근했던데 반해 그는 자신이 본 세상 모습을 그저 진솔하게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는 어떠한 일관된 세계관으로 세계를 분석하는 것을 거부하였으며 다만 자신의 주변을 소년적 감수성에 담아 드러냄으로써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을 극대화시키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1집에 담긴 그의 노랫말은 다소 미숙한 듯 하였으나 소박한 진정성이 있었고 특히 김광석과 김두수와 김창완과 전인권을 뒤섞어놓은듯한 묘한 아우라가 있는 그의 탄탄한 보컬은 많은 선배 창작자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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