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통일

만나야지요 - 김현성│My Favorite Song

리차드 강 2009. 4. 15. 17:03

만나야지요 - 김현성

2집 사랑의 편지 (DMR 1998)

김성현

10. 만나야지요 (작사,곡, 편:김현성)

 

만나야지요 한세상에서
우리의 동해바다 아직 푸르고
함경도 평안도 고향 말씨 그대로 남아있듯

만나야지요 만삭의 기쁜 노래가 가득하게 바람 맞으며
금강산 묘향산 봉우리에
꿈 많은 조각구름 얼굴을 알아 볼 때

만나야지요 하나의 길로
그 길에 아이들 동무 되어서
무궁화 진달래 동산에서 꽃들이 만발할 때
꽃사태 눈부시네

- <만나야지요> 전문 김현성 작사,곡,노래 -

     

Introduction

김광석이 다시 부른 '이등변의 편지'를 만든 김현성의 두번째 앨범.
포크풍의 그의 노래는 한편의 시를 듣는 마음이다. 포크계에서 역시 포크다운 노래를 부른다는 김현성을 만나보는 것도 가을의 느낌을 한층 더할 수 있을듯 하다.

     

김현성

학력 -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졸업 ('84)

프로필
대학 입학과 동시에 노래모임 '단기 4312년의 길에서 만난 소리패' 활동. ('이등병의 편지 창작)
'90 겨레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선정 (전인권, 김광석 노래)
'92 노래동인 '종이연' 창단, 윤도현등의 가수 배출
(김현성 1집과 종이연 1집 발매)
'93 예당음향 레코드사 제작팀장 역임
'94 전인권 BAND 활동
'96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상설공연 '창작과 실험' 총감독 & 음악감독.
'97 포크그룹 '혜화동 푸른섬' 창단
'97 첫 시집 <그대 어서와 그리움 나누고 싶다>출간
'98 현재 노래모임 '혜화동 푸른섬'의 리더로 인디 레코드사 '푸른섬'의 공동대표이며 한국민족음악인협회의 부설 음반기획사 '까치호랑이'의 음반사업팀장을 맡고 있다.

'김현성' 의 음악 활동
종이연 (1992)  with 엄태환, 윤도현, 이상호, 임대호, 주형섭, 채희준

     

     

꽃처럼 만나야 한다

김현성 [blueisland@hananet.net]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나고 이제 바야흐로 꽃피는 봄날이다.  보리 싹은 싱싱하게 겨울을 잘 이겨낸 용사처럼 푸르다. 남쪽 바다에서부터 불어왔을 봄바람이 맑은 파도소리를 들려주듯 머릿결을 흔드는 3월. 봄기운이 더딘 북녘 땅에도 곧 훈기 있는 바람이 손에 잡힐 때이다.

두 해 전, 나는 8.15 민족대회 공연단의 일원으로 몇몇 가수들과 평양에 갔었다. 이미 TV와 이런저런 매스컴을 통해 그 쪽의 상황은 익히 알고 있는 터라, 평양 순안공항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마치 예전부터 보아왔던 착각을 하게 했다. 가는 곳마다 서있는 동상이며 붉은 글씨로 넘치는 구호들. 가끔 지나는 그곳 사람들에게 우리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면 그 사람들도 쑥스러운 듯 입을 가리며 답례를 해왔다. 평양시내는 자동차가 많지 않아서 공기가 매우 맑다. 하늘도 한참이나 멀리 내다보일 만큼 쾌적하다. 우리가 묵었던 대동강변의 양각도 특급호텔 36층에서는 대동강 전체가 보이는 듯 했다.

평양은, 1970년대 초 남쪽의 어느 살림살이가 재현된 것 같은 모습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도로변의 즐비한 아파트들도 자세히 보면, 창문을 비닐로 막아 놓은 모습도 보인다. 오랫동안 벽면의 칠이 벗겨진 채로 있었던 듯, 그래도 창가에는 예쁜 꽃이 심어진 화분이 8월의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준다.    

다음날, 우리는 평양의 남문(우리의 남대문 같이 생긴)앞에서 북쪽의 공연단과 함께 특별공연에 참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나야지요 한세상에서/ 우리의 동해바다 아직 푸르고 / 함경도 평안도 고향 말씨 그대로 남아있듯 / 만나야지요 만삭의 기쁜 노래가 가득하게 바람 맞으며 / 금강산 묘향산 봉우리에 / 꿈 많은 조각구름 얼굴을 알아 볼 때 / 만나야지요 하나의 길로 / 그 길에 아이들 동무 되어서/ 무궁화 진달래 동산에서 꽃들이 만발할 때 / 꽃사태 눈부시네

- <만나야지요> 전문 김현성 작사,곡,노래 -

노래를 부르는 내내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이렇게 한 시간여 만에 올 수 있는 평양이었던 것을. 남이며 북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그리운 만남인가. 

그날 내내 울적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양각도 호텔스카이라운지에서 일행과 함께 대동강 맥주에 취해 먼 불빛이 자꾸만 흔들렸다. “만나야지요 한 세상에서 ....”

냉면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평양 옥류관의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대동강 푸른 물이 내려다보이는 옥류관 테라스에 잘 차려진 구수한 빈대떡과 냉면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봉사원 아가씨들의 살가운 미소 또한 기억한다. “냉면을 맛나게 먹으려면 사리위에 식초를 쳐서 드시라우요 육수에 식초를 쳐서 먹으면 안됩네다”

서울 마포의 을밀대라는 곳이 옥류관 냉면맛과 유사하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처음에는 심심한 맛이었다가, 계속 먹으면 깊은 맛을 알게 된다. 간혹 그 곳을 일부러 찾을 때면 일행들에게 옥류관 냉면 얘기가 고명처럼 푸짐하다.

사실 남쪽의 식당들은 조미료를 너무 많이 쓴다 싶다. 본래의 맛이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럽게 한다. 이미 길들여진 내 입맛은 평양에서의 첫 식사를 거북하게 만들었다.

모든 맛이 이렇게 심심해서 어찌 밥을 먹나 싶었다. 하지만 한 두 끼를 계속 먹으니 먹는 것마다 맛이 살아난다. 껍질 채로 먹는 사과 맛도 일품이다. 얇은 껍질에서 풍기는 사과의 향내는 모양보다 훨씬 좋다. 많은 추억 중에서 무엇인가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 또한 평생 간직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 맛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 얘기를 기억해내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순안공항에서 많은 그 곳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또 만납시다 우리민족끼리 통일합시다!” 귀에 생생하다. 헐벗은 북녘의 산이 내려다보이는 듯싶더니 비행기는 벌써 인천공항에 내린다. 마치 영화를 찍고 온 기분이다. 구리 빛으로 그을린 북녘 사람들의 얼굴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추운 겨울 무사히 보냈는지....

부러진 가지에서도 싹이 돋아 생명을 노래하는 3월, 대동강 둑에도 개나리가 피었으리라. 화사한 봄날, 남이나 북이나 모두 꽃처럼 만나야 한다.

- 2005 / 3 월간에세이 -

     

만나야지요 하나의 길로

난 8월 14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김포공항에는 더러 가보았지만 인천공항은 처음이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회’의 공연을 위해 평양행 대한항공 특별기를 탔다. 서해의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비행기는 이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채 한 시간이 못 되어서 평양 근교의 나지막한 산과 들이 보인다. 잘 정돈된 길과 집들이 보이고, 아! 여기가 정녕 북쪽의 평양이란 말인가? 가슴이 뭉클해진다.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저기 인민군이 있네!” “강가에 낚시하는 사람 좀 봐!”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보듯 모두 신기하게 내려다보았다.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이 내렸던 평양의 관문 순안공항에 내가 탄 비행기의 트랩이 내려지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녘동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저마다 손에 든 꽃을 흔들며 “조국통일!” “반갑습니다! 어서오시라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남녘의 동포를 반겼다. 8월의 뜨거운 햇빛으로 그을린 북녘동포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늘 보았던 친근한 얼굴처럼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익숙한 남쪽의 어느 도시를 지나는 것 같았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따라 늘어선 미루나무와 논과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20분 쯤 지나니 평양 시내로 버스가 들어선다. TV에서 보았던 대로 붉은 글씨로 써 있는 낡은 구호가 보인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사람들을 향해 있다. 인민복을 입은 사람들, 아기를 업고 어딘가를 가는 젊은 여인네와 여기저기 건물 보수를 위해 일을 하는 젊은이들. 짙은 선글라스가 유행인 것 같았다. 결코 화사하지 않은 평양. 하지만 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봐도 시원하다.

일정대로 평양에 있는 능라도에서 민족대회를 열고, 다음날 대성산 남문에서 남북 공연단의 합동공연이 있었다. 리허설을 위해 준비했던 노래를 한 자락 부르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만나야지요 한세상에서/우리의 동해 바다 아직 푸르고/함경도 평안도 고향 말씨 그대로 남아 있듯/만나야지요 만삭의 기쁜 노래가 가득하게 바람 맞으며/금강산 묘향산 봉우리에 꿈 많은 조각구름 얼굴을 알아볼 때/만나야지요 하나의 길로…”

모든 일정이 끝나고 다시 순안공항에 왔다. 3박 4일간의 일정 내내 안내를 맡아준 이들과 눈물겨운 인사를 건네며 평양을 떠났다. 점같이 작아질 때까지 손을 흔들던 북녘의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비행기는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여름을 보내며 나는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중 하나가 황석영의 『손님』이다. 6·25 전쟁 기간 중 북녘땅에서 벌어졌던 양민학살 사건을 소재로 다룬 소설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교감을 통해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는 과정이 현재 남북한의 상황을 말하듯 펼쳐진다. 책을 읽는 내내 아픔이 소나기처럼 꽂힌다. 역사는 그저 계절같이 지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것이다.

김현성 | 가수·작곡가. 1962년 출생.「이등병의 편지」「가을 우체국 앞에서」같은 노래를 작곡하고 이정하 시가집 음반『혼자 사랑한다는 것은』을 냈다. 시집『그대 어서 와 그리움 나누고 싶다』『가을 우체국 앞에서』, 산문집『오선지 위의 시인들』등을 펴냈다.

출처 : CJ - 생활 속의 이야기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