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펌

9.11 회상... │Recollection

리차드 강 2009. 6. 16. 16:46

9.11 회상...

     

<불타는 WTC 2001>

출처 : 은유를 위하여...

     

9.11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화염이 피어오르는 광경을 지켜볼 때만해도 여느 화재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육중하고 우람하던 110층 건물 하나가 일순간 무너져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을 때, 나는 아직 그안에 있을 많은 얼굴을 떠올렸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직원들... 매일 아침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인사를 주고받던 사람중에 누군가가 아직 그곳에 있을텐데...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양파링을 듬뿍 집어주던 그 까까머리 키큰 친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혹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상실감이 다가왔다. 빌딩이 무너지자 여기저기서 여인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옆에서 기관총을 난사할 것 같은 공포감이 나를 휩싸고 지나갔다. 그리고 나중을 위해 몇장의 사진을 휴대하던 디카에 담았다.

9.11 이후 미국사회를 바라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행운이었다. 그들의 반응은 나의 경험과 예측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1. 지각했는가?

9.11 이후 만난 한국사람들의 나에 대한 최고의 관심사는 당연히 ''어떻게 살아났는가?''였다. 평소보다 출근이 조금 늦었다고 응답하면 그들(친척, 친구, 동료할 것 없이)의 반응 "지각했구나"였다. 실제로 지각했는지에 관한 사실 확인도 없이 그렇게 단정지으며 출근을 늦게 한 것에 대한 책망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살아난 것이야 다행이지만 지각했었군'' 이것이 대표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살아난 것으로 충분했다. 출근시간 따위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면 안전을 위하여 일찌감치 퇴근을 종용하는 사무실의 분위기를 보고 나서야 그들에게는 일보다 당연히 생명이 중요한 가치임을 알게 되었다.

2. 책임자가 누구지?

누가 잘 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 지 궁금했다. 언론에서 책임자 추궁에 열을 올려야 할 텐데. 방송의 어느 구석을 살펴봐도 책임자에 관한 얘기는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다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몇년이 지난 후 조사위원회에서 정보분석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 전부가 아니었나 싶다. 적어도 그 사회에 300년전 한 도시를 휩쓸었던 마녀사냥은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들은 ''Bush is my President.''라고 외쳤다. 적어도 언론은 그런 지지자들을 보여주었다. 복구가 우선이었고 이를 수행할 정부에 대하여 국민들은 강력한 지지와 협력을 보내주었다.

3. 어용 언론?

언론은 너무도 정부에 충실했다. 감시자로서의 제4의 정부가 아니라 지지자, 해결사, 통합자로서의 제4정부의 역할을 수행했다. 나의 짧은 영어실력을 감안하더라도 동네북처럼 두들겨대는 언론의 행태는 볼 수가 없었다.

당시 여비서와의 스켄들로 언론으로부터 조롱을 받던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순식간에 영웅이 되어 있었다. 방송은 줄리아니의 발표와 요청사항을 충실하게 시민에게 전해주고 지지를 보내주었다. 믿을 수 없은 강력한 협력관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누가 잘못했지?''라는 나의 습관적인 의문에는 대답해 주지않고 위기의 해결에만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4. 자원봉사

자원봉사의 위력은 대단했다. 구호품, 성금, 노력봉사 그리고 애도 모든 국민들이 적어도 이 중 한가지에 참여하는 것을 보았다. 알라바마주, 일리노이주, 유타주 할 것 없이 며칠씩 차를 몰고 달려온 자원봉사자가 한 둘이 아니었다. 맨하탄 서편,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에 가까운 제이콥 센터(뉴욕의 COEX)가 자원봉사와 구호 및 복구 물품의 분배기지가 되었다.

이 부분에 언론은 당연히 충실이 도움을 주었다. 어떤 인력이 복구에 모자라는 지, 어떤 방법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해야 하는 지, 충분하여 필요없게된 물품과 인력은 어떤 것인 지 자세한 정보전달을 담당해 주었다. 물론 그렇게 빠른 정보전달을 할 수 있는 것은 언론 특히 방송밖에 없었다. 

5. Unsung Hero

그리고 그들은 9.11의 복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영웅이라 불렀다. 상층부에서 지휘를 맏고 있는 사람들만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불 끄러 빌딩에 들어가 순직한 수많은 소방관은 물론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경찰, 공무원, 음식 배달원, 자원봉사 모두 그들은 영웅이라 불렀다. 이름을 일일히 말할 수 없으니 unsung hero(무명용사)라고 불렀다. 당시 unsung hero는 항상 귓전에 울리는 버즈워드였다.

그들은 서로 영웅이라 부르며 서로 영웅이 되어 있었다. 험담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6. United We Stand

''뭉치면 산다.'' 다소 유치해 보이는 구호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 맨하탄을 다니는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성조기가 매달려 있었다. 피부색과 상관이 없었다. 직업과 상관이 없었다. 심지어 할렘가 길거리에서 마약 파는 친구들이 모두 성조기 판매상으로 돌아섰다는 말이 들릴 정도였다. 2002년 붉은악마 티셔츠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들이 정부에 그렇게 지지를 보내는 것은 정부가 또는 국가가 자유를 지켜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내가 만나던 26세의 젊은 친구는 징병을 하면 당연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미국이 가진 최고의 가치는 자유이고 국민은 그 자유를 지켜주는 정부에 지지를 보냈다.

9.11을 직접 경험한 나는 우리 사회가 보다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협력 문화가 두텁지 못한 것이 항상 안타깝다. 반목과 남의 탓에 너무 익숙해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도 해 본다.

참여정부는 우리에게 훌륭한 기회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회를 노무현 깎아내리기에 허비해 왔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는 조중동 만이 아니다.

''말도 안되는 니가 대통령이 되다니! 어디 잘하나 보자''하는 것이 조중동류의 태도였고,

''뽑아주었으니 한 번 잘해봐. 내가 지켜볼께''하는 정도가 지지층의 주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정도의 지지로 잘 해낼 정부가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강력한 독재정권 뿐일 것이다. 지지와 협력없이 민주적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국민이 만든 정부라면 국민이 함께 책임을 나눌 각오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에게 독재권력이 주어졌을 때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권력을 나누어 가진 모두가 함께 협력하여 가꾸어 가야 한다.

     

리플들...

 6시10분 newyorker님 권유에 용기를 얻어 기억을 정리하였습니다.
순전히 기억에 의존한 부족한 글입니다.  2006/01/20 04:34 
 
 newyorker 감사합니다. 추천. 2006/01/20 04:42 
 
 6시10분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나도 추천...아참 내글이구나... 2006/01/20 04:47 
 
 화분 당시 긴박한 상황이 다시 기억나는군요. 가장 가까운 상황에 계셨는데 정말 그 때 충격이 크셨겠어요. 암튼 하느님이 보우하사 살아남으셨군요.

911 당시 뉴욕시장이었던 사람 이름이 기억안나네요. 당시에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엔 없는데 저 사람 참 괜찮네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요. 잊었지만 아랍계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를 자제해 달라는 발언을 했었던 것 같은데...   2006/01/20 06:46 
 
 rlatjdfuf 정말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나는 지금에서야 미국을 경험하고 있지만 쓰신 것처럼 미국인들의 이런 장점은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전부터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요즘 소박한 의미에서의 미국론을 올리고 있는데 님께서 남긴 꼬리말을 보고 글방에 들렀다가 좋은 의견이어서 온전한 공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2006/01/20 06:49 
 
 6시10분 rlatjdfuf님/ 미국식 이름 읽기가 너무 어려워요... 김성렬이 헐 좋아요...ㅎㅎ농담입니다. 공감해주시니 반갑습니다...
저로선 배울게 많은 나라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6/01/20 07:31 
 
 6시10분 화분님/ ''쥴리아니''요... 대머리... TV에 줄기차게 나타났죠...
브리핑하고, 요청하고, 호소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뉴욕시장 뒤에는
항상 파타키 뉴욕주지사가 서 있었어요... 그 모습도 저에겐 낫설었던 기억입니다. 도지사가 시장이 말하는 뒤에서 들러리선 것 같은 모습은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었지요... 2006/01/20 08:35 
 
 땡글아빠 좋은 글입니다. 2006/01/20 10:00 
 
 6시10분 땡글님 땡큐...땡글님 환영파티에 못가서 지금 배알이 하고 있는거 아시죠?
 2006/01/20 10:04 
 
 6시10분 어라 한겨레 인터넷에 걸렸네요... 손님이 많아졌어요...ㅎㅎ
독자님들 댓글 달아 주세요...^^ 2006/01/20 10:54 
 
 글쎄요..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미국의 중심인 뉴욕이라 그런 거 아닐까요..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미국남부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06/01/20 11:08 
 
 6시10분 글쎄요님/ 그렇군요... 워낙 큰 나라니 지역마다 사정도 참 다르더라구요...
뉴욕은 미국인들의 자존심과도 연결되어 있었겠군요... 2006/01/20 11:12 
 
 동굴 안과 밖의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저는 미국의 한 면목을 보여주는거라 생각합니다. 안에서는 이렇게 좋은 모습이었겠지만 밖에서는 잘못한 놈들을 찾아 혈안이었고. 그 결과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라크 민중들에게 폭탄을 드리 부었지요.

결국 밖에 적을 만들고, 안에서는 서로 영웅이라고 치세워주는 .. 염증나는 부자집의 모습이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네요. 내유외강은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모범이 될 수 도 없구요. 2006/01/20 11:21 
 
 6시10분 동굴님/ 좋은 지적이십니다.
미워도 좋은 점을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2006/01/20 11:25 
 
 최홍석 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에 대한 찬성 여부 반대를 떠나 아마 나라도 그런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했다면 초일류 강대국의 하부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모습에 심정적으로 압도될 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2천년 전의 로마를 기억하는 우리의 모습도 같이 오버랩 됩니다.
찬란한 로마 제국의 역사 뒤에 수 많은 전쟁과 약탈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일류 역사 상 가장 오랜 기간 제국을 유지했던 그들 제국 경영술과 통치술, 그리고 방대한 유적들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한 가지 님의 글에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미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동의하지만
그러한 전략적 개방성이 우리를 미국처럼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생각해 보면 과연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이로운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입니다. 2006/01/20 13:05 
 
 eunice 저도 911 두달전에 동생을 방문했다가 그 곳을 관광했었는데요..당시 동생도 같은 업계의 모르는 사람이지만 집을 제공했다더군요. 동생의 예전 보스도 조찬모임을 하고 출근 길에 이 일을 당했다는 얘기도 생각납니다..우연이지만 911 날짜 자체가 이멀젼시합니다.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신 점들을 접하게 해주신 글 감사^^  2006/01/20 13:52 

 6시10분 최홍석님 댓글 감사합니다. eunice님 그곳에 다녀오셨군요... 새로운 빌딩은 착공했는지 궁금해지내요... 2006/01/20 18:51 
 
 겨울종소리 님의 지적대로 우리는 우리가 애써 만든 기회를 스스로 차고 있습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 2006/01/20 18:53

     

Valse triste Op.44 중 내사클 3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Jean Sibelius 1865-1957

Valse triste Op.44

 

Contrabbasso Jorma Katrama
Piano Margit Rahkonen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