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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세계일류'와 암스트롱의 고백 - 세계 일등의 후회│더불어 살자...

리차드 강 2009. 6. 24. 01:49

삼성의 '세계일류'와 암스트롱의 고백 - 세계 일등의 후회

▲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해 첫발을 내 딛는
순간.

자라면서 궁금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정말 그랬을까? 동화책과 미담성 이야기의 천편일률적인 결말은, 현실 앞에서 자연히 궁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직업 탓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해 전 삼성그룹이 로고를 바꾸면서 대대적으로 펼친 이미지광고 ‘세계 일류’ 광고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라는 헤드카피 아래,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발을 디딘 에드윈 버즈 올드린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였습니다.

광고는 시리즈로 계속되었습니다. 아문센에 바로 뒤이어 남극점에 도달한 뒤 전 대원이 비극적 최후를 맞은 스코트를 비교하면서도,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였습니다. 린드버그보다 2주 늦게 대서양을 횡단한 클래런스 챔벌린을 비교하면서도,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는 메시지는 반복되었습니다. 광고는 성공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1등만이 생존하고, 기억된다는 메시지는 1등을 꿈꿀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희망적 메시지가 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암스트롱의 달착륙 성공은 함께 목숨을 걸고 우주여행을 한 동료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점과, 아문센의 주도면밀한 성공 못지않게 죽어가면서까지 전 대원이 동료애와 인간적 위엄을 잃지 않았던 스코트 탐험대의 불굴의 정신을 기리는 사람들에게,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언어적 폭력’이상이었습니다.

누구나 찬탄해 마지않는 ‘1등’의 삶은 과연 만족스러운 것일까? 암스트롱이 달에 인류 첫 발자국을 디디며 남긴, “이 한 걸음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일 뿐이나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이라는 멋진 말만큼, 그의 이후 삶은 화려한 것이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사가 오늘 외신으로 전해졌습니다.

암스트롱 "최초 달착륙 명성 피해 많았다"

(뉴욕 AFP=연합뉴스) 인류 최초로 달에 안착했던 닐 암스트롱(75)이 유명세에 따른 피해가 상당했다고 회고했다.

은둔생활을 하며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아온 그는 6일 방송될 CBS의 <60분> 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첫번째로 달을 밟도록 선택되지 않았었다. 아폴로 11호 선장 역할이었다. 상황이 나를 첫번째 착륙자로 만들었다”며 “나는 그런 (명성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아폴로 11호에는 에드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등도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

1969년 7월 20일 암스트롱은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달을 밟았고, 그의 발걸음은 인류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게 됐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그 명성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이전과 달리 취급이 됐던 점이 가장 실망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친구와 동료들이 갑자기 우리를 몇달전이나 몇년전과는 달리 보고 달리 대했다”며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대부분 빼앗긴 것도 얘기했다. 암스트롱은 “나의 일이 상당한 시간과 출장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자녀들이 커가는 데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도 함께 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암스트롱은 부인이던 재닛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으나 94년 이혼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광고가 좋은 광고로 인정받는 나라에서는, 전세계에서 2등을 한 '빛나는 업적'도 즐거움보다 미련과 아쉬움의 표정으로 드러났습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고서도 침울한 선수를 한국 사람들말고 이해할 사람들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꼭 삼성의 ’세계 일류’ 광고 탓은 아닐 터이지만,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는 비단 기업연구소와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75살의 우주인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의 달착륙’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개인적 삶을 살았다고 술회한 것이, 꼭 ‘1등주의’가 비인간적이라는 반증이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암스트롱의 고백에서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는 있습니다.

출처 : 단순한 기쁨 http://blog.hani.co.kr/starry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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