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Tetra 1집 - 열대어 1979
1회 해변 가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홍익대 캠퍼스 밴드인 블랙 테트라의 독집 음반이다. 아니 엄밀히 본다면, 팀의 계보는 홍익대의 캠퍼스 밴드에서 내려오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참여한 멤버들로 따져본다면, 기타를 맡은 김정선과 드럼의 오승동은 홍익대 학생이 아니었으므로, 홍익대 캠퍼스 밴드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 소개한 활주로의 음반과는 다르게, 블랙 테트라의 음악은 정통적이고 직선적인 락 음반이 아니라, 다소 말랑 말랑하고 '가요'풍의 곡들로 이루어진 음반이다. 다시 말해서 활주로의 음반에 수록된 음악들은 락 그룹의 반주 없이 부른다면, 다소 허전하고 무언가 빈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곡 들인데 반해, 블랙 테트라의 곡들은 악기 없이 그저 손뼉만 치며 따라 불러도 가능 할만한 그런 곡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반 전체를 들어 보면, 당시 일반적으로 불리웠던 가요들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훵키(Funky)한 느낌의 연주 때문이다.
특히 A-3의 도입부나, B-1, B-3에서 보여지는 훵키한 연주는 향후 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곡들이다. 비록 노래가 있던 연주곡이건 간에 그 곡들이 가지고 있던 멜로디의 통속적임을 어쩌면 당시 기존의 락 그룹들의 메인 스트림이었던 -물론 메인 스트림이 락 그룹들이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휭키 사운드에 실었다는 사실은 그룹 내에 당시 클럽에서도 연주를 한 바 있는 김정선과 오승동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통속적이고 일반적인 멜로디에 이들만의 느낌을 부여하는 작업이 간헐적으로 시도된 음반이긴 했지만, 어쩌면 이 음반은 절반의 성공으로 보기 보다는 절반의 실패로 보는 편이 나을 듯 하다. 그 원인은 물론 음반사와의 관계에 의한 음반의 졸속 제작에도 있을 수 있으며, 팀 내 멤버들의 실력 불균형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노래 잘하는 노래 꾼 구창모의 목소리도 여기 저기 불안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어느 한곳 무리하지 않고 무난하게만 이끌어 나가는 음반 자체의 진행도 석연치 않은 부분중의 하나이다.
결국 이 음반은 향후 이들이 나아갈 방향만을 제시한 셈이고, 음반이 발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팀 구성원으로 또 한 장의 음반을 발표하게 된다. (월간 핫 뮤직 2004년 2월호)
text | 송명하 webmaster@conermusi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