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 - 클라리넷 협주곡
1784년 3월 18세기의 위대한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톤 스타들러(Anton Stadler 1753-1812)가 비엔나의 국립궁정극장에서 자선연주회를 가졌습니다. 그 연주회에 참석했던 슁크(Friedrich Schink)라는 작가는 스타들러가 그의 악기에서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또한 클라리넷이란 악기가 인간의 목소리를 스타들러처럼 그렇게 거짓말처럼 똑같이 흉내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경탄했습니다. 그 날 스타들러가 연주한 음악은 모짜르트의 화려하고 웅대한 "13개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K.361 "Gran Partita""였습니다.
모짜르트는 그 후 계속해서 스타들러를 위해 지금 감상하시는 클라리넷 5중주와 클라리넷 협주곡을 포함한 여러 개의 화려하고 뛰어난 클라리넷 곡들을 작곡했는데, 모든 클라리넷 연주자들은 스타들러에게 크게 감사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 능력과 모짜르트와의 남다른 친교로 인해 그 후 클라리넷을 위한 레퍼토리가 무한히 확대됐기 때문이지요.
스타들러는 오스트리아 지방의 음악 가정에서 성장했는데 나중에 클라리넷 연주자인 그의 형 요한 스타들러와 함께 비엔나에 정착해서 클라리넷 연주활동을 함께 합니다. 1787년에는 궁정 오케스트라에 고용되었는데 스타들러는 그의 형에 이은 제2 클라리넷 주자의 역할을 자주 맡았는데 그건 그가 클라리넷의 저음 파트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타들러 형제는 또한 뛰어난 바쎗 혼(Basset Horn 저음 클라리넷) 연주자였는데 모짜르트는 그들을 위해 이 초승달 모양의 클라리넷을 위한 많은 곡들을 작곡했습니다.
스타들러와 모짜르트의 관계는 처음에는 순전히 음악적인 이유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는 친한 친구사이로 발전합니다. 스타들러의 커다란 결점은 돈이었는데 모짜르트로부터 끊임없이 돈을 빌려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우정은 손상 받지 않고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모짜르트는 목관 악기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금관 악기를 더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목관 악기 들은 너무 삑삑거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모짜르트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플롯,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등 거의 대부분의 목관악기를 위해 다양하고 아름다운 작곡을 하여 오늘날 널리 연주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클라리넷 협주곡은 클라리넷의 아름다운 음색을 충분히 살린 곡으로 모짜르트가 죽기 두달 전인 1791년에 작곡되었습니다. 모짜르트의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이면서 마지막 협주곡으로, 모짜르트의 육필 악보는 전해지지 않는데 원래 바쎗 클라리넷이나 바쎗 혼을 위한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일반적인 Bb장조 클라리넷이 아닌 A장조 클라리넷으로 연주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에 완성된 때문인지, 곡에 스며 있는 맑고 고운 슬픔이 듣는 이의 가슴에 더욱 절실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2악장 Adagio 가 특히 유명한데, 1986년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7 개 부문을 수상한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 와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주연의 영화 "Out Of Africa"에서 주제곡 (Dana Winner가 부른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으로 삽입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Out of Africa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광활한 아프리카 하늘을 가르는 자유인의 비행
시드니 폴락이 감독하고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현대 영화의 흐름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웅장한 감정의 깊이를 지닌 작품이다. 아프리카의 풍광이 직접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숨막힐 듯 아름다우며, 등장 인물들의 열정과 모험은 문학적 깊이를 지닌 대사와 더불어 지난 시대의 삶의 너비와 깊이를 체험하게 하는 공감을 준다. 풍경과 인간을 함께 담아놓은 스크린- 그 압도적인 크기의 매력에 반할 만한 영화인 것이다. 또한 웅장한 스펙터클의 정점에는 광활한 아프리카의 창공을 가르는 장쾌한 ‘비행’이 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덴마크 백작부인 카렌(메릴 스트립)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꾸리는 이야기다. 카렌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사랑했으나 농장이 불타고 꿈이 사라지면서 덴마크로 돌아갔으며 다시는 아프리카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곳에는 사라진 농장에의 꿈뿐만 아니라 평생 다시 경험하지 못할 만큼 사랑했던 남자를 저 세상으로 보낸 추억도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카렌이 이삭 디네슨이란 이름으로 출간했던 회고록을 각색해 만들어졌는데 많은 감독들이 이 이야기에 탐을 냈으나 워낙 문학적 격조가 높아 영화로 만들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정복과 소유의 서구 문명 거부한 두 주인공
때는 제국주의가 기세를 올리던 20세기 초. 카렌은 브로어 남작과 일종의 계약결혼을 맺기로 한 후 목장을 경영할 계획으로 아프리카에 온다. 카렌은 브로어가 자기 재산을 늘려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브로어는 그저 사냥에만 관심이 있다.
카렌이 부딪치는 것은 브로어의 무관심뿐만이 아니다. 이곳 아프리카에서 유럽인들, 특히 백인남성들은 자기네만의 왕국을 꾸리고 있었다. 백인 남성 다음엔 백인 여성이 있고 그 다음엔 흑인들이 있으며, 서구 문명사회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이 왕국에서 백인들은 엄격하게 위계화한 사회 질서를 즐기고 있었다.
분방하고 관대한 기질의 카렌은 그런 사회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흑인들의 삶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네들 앞에 군림하려고 들진 않았다. 한 흑인 소년이 상처를 방치해 다리가 썩어 가는 것을 본 카렌은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그 소년에게 병원에 가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무엇이 남자다운 용기인지를 차분하게 설득한다. 훗날 그 소년이 자기 요리사로 들어와 유럽식 대신 아프리카식 요리를 고집할 때도 카렌은 명령하고 타박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 정신을 흡수할 만한 용기와 관용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렌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백인의 문화, 발달한 서구 문명의 혜택을 받은 귀족부인의 교양이다.
카렌이 사랑에 빠지는 데니스는 다르다. 그는 카렌만큼 굉장한 문학 애호가이자 교양인이지만 서구 문명인의 우월감이 없다. 아프리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해서 먹고 사는 타고난 자유주의자이자 모험가인 데니스는 흑인들에게 백인의 글을 가르치려 하는 카렌에게 점잖게 충고한다. “흑인들에게 글이 없는 게 아니오. 그들에게도 글이 있어요. 다만 쓰지 않을 뿐이지. 그들에게 표현할 언어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데니스는 심정적으로 흑인들에게 더 가까이 닿아 있다. 백인들이 정복하고 소유하는 문명이라면 흑인들의 문명은 그런 소유가 끼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그런 문명이다. 영화의 한 대목에서 데니스는 말한다. “우리가 모두 뭔가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지요. 단지 스쳐 지나갈 뿐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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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실은 자유·영원의 사랑
그렇기 때문에 데니스는 카렌을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이길 거부한다. 카렌은 커피 농장을 꾸려 흑인들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고 데니스는 이곳 저곳으로 사냥을 다니다가 스쳐 지나가듯 카렌의 집에 들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비슷한 영혼을 지녔다. 카렌과 데니스는 아프리카에 지배자로 온 다른 백인들의 자리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 있다. 영화 초반, 두 사람이 처음 입맞춤을 나눴던 신년 전야의 파티에서 그런 두 사람의 기질과 딱딱한 외부 사회의 분위기는 잘 대비된다.
두 사람이 막 입맞춤을 나누고 감정을 교환하려는 찰나에 누군가의 선창으로 영국 국가가 합창으로 불러지고 자리는 숙연해진다. 그곳은 감정의 자유로운 교환과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격식을 강조하고 이윤 추구에의 욕심을 세련된 문명의 예절과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감추고 있는 정글이었던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데니스는, 레드포드 특유의 나르시시즘이 풍기는 분위기가 사라진 아주 담백한 인간상이다. 그는 천의무봉의 유랑자 기질을 지닌 남자이며 어느 것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스스로 자유롭고 싶어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구속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데니스의 기질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비행기. 데니스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황홀경에 빠지고 결국 스스로 경비행기를 구입해 카렌을 태운다.
“언제 조종을 배웠죠?”라고 카렌이 묻자 데니스는 말한다.
“얼마 전에.”
두 사람이 함께 탄 비행기가 아프리카의 하늘을 날 때, 카메라가 비상하는 두 사람의 눈 높이에서 따라가며 하늘의 풍광과 저 밑의 아프리카 대지를 비추는 장면은 장관이다.
그리고 감동의 절정에서 하늘로 손을 들어 마주잡는 두 주인공의 손짓은, 태고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할 듯한 아프리카의 자연과 하늘과 함께 영원으로 이어질 사랑을 느끼게 한다. 대지 안에 자기의 안식처를 정하지 않았거나 정하지 못한 두 자유인의 영혼의 심상을 비추는 근사한 이미지이다.
카렌과 데니스 두 사람은 결국 맺어지지 못하지만, 끝내 남아 있는 느낌은 한때나마 두 사람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영원히 비상할 듯이 보였던 그 비행의 순간이다.
그것은 대지에 발을 붙이기를 거부하고 자유인으로 살고 싶어했던 두 인간의 무구하지만 덧없는 희망의 아주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인 것이다.
<김영진 /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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