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티타곡에 관하여
J.S. 바흐는 1723년 5월경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로 임명되면서 새로운 시기에 드러선다. 그는 이때부터 1730년 전후까지 칸타타, 수난곡등의 작곡에 전념하였다. 1730년이후 부터 바흐는 세속음악 연주단체인 콜레지움 무지쿰에 관여하여 건반악기 작품을 창작하는데 정력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이 6개의 파르티타도 이 시기인 라이프찌히 시대(1723~1750)의 작품으로, 1731년 완결출간된 클라비어 연습곡 제1권에 들어 있는 곡이다. 물론, 이 작품들은 일시에 출간된 것이 아니라 1726년이후 부터 시간적 간격을 두고 출판되다가 31년에 한데 묶어 나온 것 이다. 이는 당시의 열악한 출판 환경탓 때문이라고 한다. 어쨋든 1731년에 출간된 6개의 "파르티타"는 "클라비어 연습곡집" 제1부 작품1로서 세상에 나왔다. 겉표지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라고 기재되어 있듯이 기분을 전환시키는 상큼함과 약동하는 아름다움은 각별하다. 그리고 이 파르티타곡을 “이태리 모음곡”이나 혹은 “독일 모음곡”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어지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는데, 그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영국 모음곡이나 프랑스모음곡과 대칭시키기 위한 발상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태리모음곡이라는 용어는 참신한 느낌을 다소 강조한 말인 것 같고 독일 모음곡이란 용어는 바흐에 의해 한 단계 정신적으로 격상된 음악상태를 염두에 둔 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바흐의 이 [쳄발로를 위한 6개의 파르티타]는 영국 모음곡이나 프랑스 모음곡에 비하여 그만큼 인기가 있지 못해왔다. 그래서 연주되는 기회가 적었지만, 두 모음곡이 따르지 못하는 형식상의 새로운 시도가 있으며, 음악적으로도 파르티타가 갖는 참신성과 높은 정신성은 다른 모음곡은 따를 수 없다 할 것이다. 파르티타의 아름다움이 위의 두 모음곡을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곡 이외의 곡을 자유로이 배치하여 모음곡의 묘미를 한껏 드높이고 있으며, 음악자체가 표출하는 서정적이고 상쾌한 정감은 투명하디 투명한 바로크 음악의 진수라고 본다. 요컨대, 이 파르티타 6곡은 건반 음악중에서도 예술성면에서 그 아름다움이 탁월하여 프랑스 모음곡(BWV 812~817), 영국 모음곡(BWV 806~811)과 더불어 고도로 양식화된 기악곡의 백미라고 보아야 할 것 이다.
한편 바로크시대에 음악가들에 의해 즐겨 작곡된 파르티타란 악곡형태는 원래 이태리어 "Partita"로 "변주곡"을 뜻하는데, 프랑스어로 "모음곡"을 지칭하는 "Partie"와 혼동하게 되어 독일에서는 파르티타가 "모음곡"을 뜻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파르티타는 역시 모음곡을 뜻하는 스위트(suite)라는 이름이 붙은 곡 보다는 약간 더 자유스러운 느낌을 준다할 것 이다. 결국 파르티타란 악곡은[모음곡 형식의 자유스런 실내 악곡]으로 보면 무난할 것 같다. 이러한 파르티타는 당시의 관례에 따라 표준적 춤곡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사용한다. 여기에서 표준이 되는 기본 춤곡은 알레망드.쿠랑트.사라방드.지그등으로, 이를 순서대로 배치시킨다. 그리고 알레망드 앞엔 전주곡을 부가하고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는 임의의 춤곡을 삽입배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쳄발로를 위한 6개의 파르티타]에서도 알레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를 기본적으로 배치시키고 있다. 다만 제2번 파르티타에서는 지그 대신 카프리치오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각 파르티타의 제1곡은 사실상 전주곡의 성격을 지니는 프렐류디엄(제1번), 신포니아(제2번), 판타지아(제3번), 프랑스풍의 서곡(제4번), 프리엠불룸(제5번), 토카타(제6번)를 각각 배치시키고 있으며, 사랑방드 뒤엔 미뉴에트(제1번, 제4번), 론도(제2번), 부를레스카와 스케르초(제3번), 템포 디 미뉴에토와 파스피에(제5번), 템포 디 가보타(제6번)등을 각각 배치시키고 있다. 또한 제4번, 제6번에선 쿠랑트와 사라방드사이에 아리아를 부가 배치시키고 있다.
바흐는 이렇듯 표준적인 파르티타에 다른 곡을 추가 사용하고 있는데, 이 파르티타곡집은 바로크를 넘어서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디딤돌로서 고도로 승화된 모음곡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명칭이 부가된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나 보다도 자유스럽다고 할 수 있으며, 비슷한 외관의 영국 모음곡이나 프랑스 모음곡보다도 자유분방하다 할 것이다.
곡 해설
알면 도움이 될 파르티타 곡집에 대한 전제 지식
①프레루디엄/ 신포니아/ 판타지아/ 프랑스풍의 서곡/ 프레엠불룸/ 토카타
통상 모음곡의 제1곡을 장식하는 곡으로 주로 프렐류드, 프레앰불룸, 판타지아, 토카타, 리체르카레(바흐 음악중에서 음악의 헌정의 제1곡이 이것을 사용하고 있음)등이 사용되는데, 이 곡들은 모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다채로운 모양새를 가지는 즉흥성을 띠는 곡이다. 이 파르티타에서도 제1번에 사용된 프레루디엄이나 제2번의 신포니아(통상 이태리 풍의 서곡을 말함)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제4번의 우베르 튀르는 프랑스풍의 서곡을 말한다. 제6번 파르티타의 토카타는 16세기에 유행한 류트나 오르간의 즉흥곡을 말하는데, 바로크이후 건반악기를 위한 곡으로 정착하였다. 한손으로는 음을 지속시키면서 다른 손으로는 빠르게 즉흥적인 연주를 하는 방식을 취한다.
②표준적으로 사용되는 무곡들
알레망드는 독일 기원의 4/4박자의 무곡으로 중후하고 폴리포닉한 수법으로 작곡된 것이 많으며 템포는 알레그로와 모데라토사이의 적당한 빠르기의 속도를 지니고 있는 곡이다. 통상 여유롭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선율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사려깊은 느낌의 안정된 곡으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멜로딕한 성격이 특징이며, 어떤 곡들에서는 모음곡 전체의 전주곡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쿠랑트 는 빠른 속도의 춤곡을 말하며,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빠른 형식이 특징인 이태리식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약간 느린 형식의 프랑스식이다. 리드미컬한 느낌이 드는 무곡이다. 프랑스식이 다소 더 대위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 쿠랑트는 상쾌하고 명랑한 느낌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선율이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는 선율이 아름답다. 사라방드 (Sarabande)는 느리고 장중하고 위엄있는 스페인 계통의 무곡이다. 모음곡 중에서 느린 아다지오 악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그는 영국에서 유행한 춤곡으로 템포가 빠르고 리드믹한 무곡이며, 모음곡의 마지막 곡으로 피날레적 성격이 강하다. 모음곡 중 가장 기교적이고 흥겨운 느낌이 든다.
③그밖에 여기서 부가 사용되어진 것들
미뉴에트는 프랑스무곡으로 귀족적이며 우아한 느낌을 주는 다소 빠른 형태의 3/4박자의 춤곡이다. 부를레스카( Burlesca)는 장난스러우며 희극적인 느낌의 곡을 말하는데, 이 부를레스카는 스케르초, 카프리치오, 아리아 등과 더불어 춤곡이 아니다. 스케르초(scherzo)는 특히 베토벤이 미뉴에트를 대체하여 소나타, 교향곡 등의 제3악장에 채용한 3박자의 쾌활한 형태의 곡이다. 바로크 시대에는 경쾌한 오락적인 성악곡을 말하기도 했다. 파스피에 (passpied)는 프랑스 궁정에서 유행한 빠른 3/8박자 또는 6/8박자의 명랑하고 활발한 무곡이다. 카프리치오(capriccio)는 기상곡을 말하는데, 작곡가들이 유쾌하고 변덕스런 느낌의 작은 기악곡에 붙인 명칭을 말한다. 바로크시대의 카프리치오는 다른 종류의 곡보다 형식의 제약을 덜 받는 자유로운 푸가를 의미 했다고 한다. 론도(rondo)는 주제부 A 사이에 삽입부 B, C를 끼고 되풀이되는 형식의 악곡을 말한다. 아리아/ 에어는 성악곡에서 가창적 성격이 뚜렷한 부분을 말하는데, 18세기 이후 모음곡 속에 도입되어 무곡 이라기보다는 선율적인 요소가 강한 악곡이라는 형태로 쓰여지고 있다.
곡에 대한 설명(특히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의 음반에서 느낀 것들)
제1번 파르티타/ B♭/ BWV825
이 제1번 파르티타 B♭장조는 제1곡에 프레루디엄, 제5곡에 미뉴에트1.2가 배치되어 있는 곡으로 6곡의 파르티타 가운데 이탈리아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져 나오며 간결한 악상전개가 특징이다. 이 제1번이 표출하는 신선한 느낌은 샘물처럼 명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된다. 이곡을 듣노라면 기분의 상큼한 전환과 솟아오르는 희망의 약동감을 느낄수 있다. 자잘하게 부서졌다가 다시 모이는 곡의 전개가 마치 아침의 이슬처럼 상쾌한 음악이다. 각곡간의 대비감도 탁월하여 음악적으로 조형미가 두드러진다. 전6곡 가운데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기도 하다. 제1곡인 프레루디엄은 4/4박자로 섬세한 선율이 구슬이 부서지듯이 다가오는 곡으로 즉흥적이고 소탈한 뉘앙스를 발산한다. 제2곡인 알레망드는 16분음표의 움직임으로 곡을 시작하며 다소 신중한 느낌을 주는 곡이라 할 것이다. 제3곡인 쿠랑트는 경쾌한 리듬감이 인상적으로 와 닿는 곡으로 3/4박자의 곡이다. 제4곡인 사라방드는 안정감이 돋보이는 악장으로 통상의 사라방드처럼 숭엄함이 느껴지는 악곡이다. 전반적으로 화성적인 곡이다. 제5곡인 미뉴에트는 전반적으로 소박한 분위기가 나는 악장으로 화성적인 미뉴에트1과 대위법적인 느낌의 미뉴에트2가 서로 교차하고 있다. 마지막곡인 지그는 제3곡과 더불어 활기찬 정서를 대변하는 귀여운 곡으로 제1번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제1번 파르티타곡에 있어서 피아노로 연주된 굴드의 해석은 피아노와 쳄발로 연주를 통틀어 필적하는 연주가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제2번 파르티타/ c단조/ BWV826
이 제2번 파르티타는 제 1곡이 신포니아, 제5곡이 론도, 제6곡이 카프리치오로 되어있는 곡으로 전 6곡 가운데에서도 선율미가 가장 아름다운 파르티타라 생각된다. 다소 우울한 느낌을 담고있는 이곡은 진지한 음악적 흐름이 인상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쳄발로로 연주하면 근사한 곡이지만, 피아노 울림으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제1곡인 신포니아는 이탈리아식 서곡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그 음악의 전개양상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신포니아도 그라베 아다지오-안단테-알레그로 푸가로 짜여져 있으며 심각한 아다지오의 시작부분이 감정을 추스리게 한다. 중간 부분인 안단테에 이르면 곡은 매우 내성적인 성향을 띠면서 전개되는데, 그 선율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대위선율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2곡인 알레망드는 평온한 선율미가 인상적이다. 제3곡인 쿠랑트는 약간 격정적인 느낌이 들며, 제4곡인 사라방드는 감정을 천착시키는 영혼의 선율이라 할 정도로 그윽함을 풍기는 악장으로 제1곡의 중간 부분인 안단테를 변형시킨 느낌이 든다. 은밀한 속삭임처럼 차분한 선율이 일품이다. 제5곡인 론도는 가슴이 일렁일 정도로 흥겨운 리듬감이 특징이다. 다소 느리게 연주해도 멋있는 곡이라 생각된다. 이 론도는 쳄발로와 피아노를 통틀어 글렌굴드의 연주가 일품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곡인 카프리치오는 지그처럼 피날레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상큼한 감정의 전환을 느끼게 한다. 역동적이고 야성적으로 느껴지는 악장이다. 글렌굴드나 아르헤리치의 피아노연주와 발햐나 레온하르트의 쳄발로 연주 모두가, 이곡의 내면의 모습을 훌륭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제3번 파르티타/ a단조/ BWV827
이 제3번 파르티타 a단조는 제1곡이 판타지아, 제5곡이 부를레스카, 제6곡이 스케르초로 되어있는 곡으로 평온함이 도처에 느껴지는 곡이다. 단조조성을 갖는 곡이지만 전체적으로 외향적인 느낌을 주고 있으며 약간 역동적인 면도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 소박한 맛도 느껴진다. 곡의 말미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드라마틱한 전개양상을 띤다.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듯 무심하게 흐르는 가락이 세상의 근심을 잊게 할 정도이다. 제1곡인 판타지아는 말그대로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곡으로 나른함이 가득한 어느 일요일 오후처럼 여유롭다. 제2곡인 알레망드는 아름다운 선율의 흐름이 귀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악장으로 호소력이 매우 높다. 제3곡인 쿠랑트는 억눌린 감정을 터뜨리듯이 에너지가 충만한 악장으로 다소 동적인 느낌이 든다. 제4곡인 사라방드는 장식음을 사용한 선율의 전개가 감지되는 곡으로 다소간 평정을 지향하려는 뉘앙스를 전하고 있다. 제5곡인 부를레스카는 말뜻과는 달리 오히려 진지함이 곡에 스며있는 악장으로 흥겨운 템포감이 인상적이다. 제6곡인 스케르초는 앞의 제5곡보다도 훨씬 활기찬 선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진지함도 더 심화된 느낌이다. 마지막 곡인 지그는 앞의 두곡의 고조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하듯 다소 차분한 느낌을 전하는데 이점은 통상의 지그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든다.
제 5번 파르티타 G장조 BWV 829
제5번 파르티타는 지극히 도전적이고 활달함을 담고 있는 곡으로 제1곡에는 프레엠불룸, 제5곡에는 템포 디 미뉴에토, 제6곡에는 파스피에가 배치되어 있다. 각곡간의 대비감이 전6곡 중에서 가장 탁월하며 음악적으로 조형미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약간 유머스러운 맛도 풍긴다. 골드베르그 변주곡과 같은 조성으로 6곡 가운데서 글렌굴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골드베르그변주곡과 d단조 협주곡(BWV1052)과 더불어 이 5번 파르티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진다. 굴드는 5번을 자신의 친한 벗처럼 곡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장난스러움과 신중함이 곡의 도처에서 보인다. 골드베르그 변주곡에서 보여준 것 처럼 굴드는 곡간의 대비감이 돋보이는 연주를 들여준다. 쳄발로연주를 들어 보면 풍성한 울림을 맛 볼 수 있으며 매우 화려한 맛이 느껴진다.
제4번 파르티타/ D장조/ BWV828
이 제4번 파르티타 D장조(BWV828)는 제1곡으로 프랑스풍의 서곡(ouverture), 제4곡으로 아리아, 제6곡으로 미뉴에트가 안배되어 있는데, 프랑스풍의 서곡을 첫머리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풍요롭고 비교적 중후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의 모습처럼 유유자적함을 담고 있는듯 하다. 제1곡은 그 이름답게 팡파르를 울리듯이 시종일관 당당함이 전해지는 곡으로 제6번의 서두인 토카타 다음으로 긴 편에 속하는 악장이다. 제2곡인 알레망드는 아주 부드러운 선율의 전개가 가슴깊이 스며드는 곡으로 협주곡의 제2악장의 느린 부분처럼 와닿는 곡으로 관조감이 느껴지는 우아한 선율을 가진 악장인데, 피아니스트나 쳄발리스트들에게 특히 어필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제3곡인 쿠랑트는 명랑한 악장으로 앞의 사라방드와는 대조되는 곡이다. 제4곡인 아리아는 제목에 부합하듯이 선율적인 맛이 느껴지는 귀여운 곡이다. 제5곡인 사라방드는 감정을 사색의 세계로 천착케하는 아련함을 담고있는 악장이다. 제6곡인 미뉴에트는 당당하고 기품이 넘치며 아취를 풍기는 다소 우아한 악장으로 차분함도 느껴지는 곡이다. 제7곡인 지그는 급격한 변화는 수반한 곡으로 통상의 지그와 비슷하게 국면 전환의 느낌이 어느 곡보다도 강하게 든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마치 한숨을 쉬는 듯하지만 곡이 진행되면서 점차 그런 분위기는 극복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화성적인 맛이 느껴진다.
제6번 파르티타/ e단조/ BWV830
이 6번 파르티타 e단조은 비탄의 정서를 담고있는 걸작으로 제1곡에는 토카타, 제4곡에는 아리아, 제6곡에는 템포 디 가보타가 안배되어 있다. 약간 어두운 느낌과 염세적인 뉘앙스가 곡전체을 지배하고 있다. 삶이 가져다 주는 비애를 쳄발로의 차랑차랑한 음색으로 듣는다는 것은 신선한 느낌일 것이다. 쳄발로라는 악기는 피아노와는 정반대의 기능을 담당한다고 본다. 피아노의 인간적이며 낭만적인 성격과는 달리 사물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표현하는데 쳄발로가 훨씬 나을수 있다는 것이다. 짐작컨대, 악기의 발전사의 이면에는 인간의 음악에 대한 목적의식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그시대 나름의 악기가 존재한다는 의미와도 맥을 같이할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사고는 오직 원전연주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근거로 될 여지는 다소 있지만, 쳄발로만 옳고 피아노는 안된다는 식의 2분법적 사고는 지양되어야 할 것 이다. 어쨋든 쳄발로에 의해 이 6번 처럼 낭만적 정신이 충만한 음악을 표현해 내는 것을 보면, 역시 음악은 시공을 초월한 공통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제1곡은 토카타라는 명칭을 갖고 있으며 전 6곡중에서 가장 긴 서두를 지니는 파르티타이다. 제2곡인 알레망드는 탄식조의 애잔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선율미가 최고인 음악이라고 생각된다. 제3곡인 쿠랑트는 잔잔한 파동처럼 경묘한 느낌을 전하는 곡으로 무심한 듯 선율이 귓전을 맴돈다. 마치 진주가 부서져서 가슴에 달라붙는 듯 감명을 준다. 제4곡인 아리아는 화려하고 경쾌한 뉘앙스를 주는 활달한 곡이다. 제5곡인 사라방드는 자조썪인 탄식같은 느낌이 드는 곡으로 비애미가 충만한 선율이다. 제6곡인 템포 디 가보타는 역시 가보트의 속성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기품과 생기가 돈다. 마지막곡인 지그는 4/2박자의 곡으로 다소 여유로운 느낌을 전한다. 제6번 파르티타를 피아노로 연주한 굴드의 첫번째의 녹음과 레온하르트의 쳄발로 연주는 단연코 압권이다.
제7번 파르티타(?)/ 프랑스풍의 서곡을 갖는 파르티타 b단조(BWV831)
바흐는 1731년에 출간한 클라비어 연습곡 제1권 이후, 1735년에 제2권을 출간 하는데, 이 제2권에 들어있는 곡이 본곡인 [프랑스풍의 서곡을 갖는 파르티타 b단조(BWV831)]와 이탈리아 협주곡 F장조(BWV971)이다. 이 파르티타는 표준적인 형태의 파르티타와 달리 자유로운 무곡의 배치가 더욱 다채롭다. 구체적으로 보면, 알레망드가 생략되어 있으며 말미에 역동적인 에코를 넣어 곡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제1곡인 프랑스풍의 서곡도 그 길이가 아주 긴 곡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파르티타의 이름이 ‘프랑스풍의 서곡’으로 불려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 이다. 6개의 파르티타곡이 비교적 관례를 중시하여 정형성을 중시한 반면 이곡은 기악적인 면을 더욱 내실화한 듯하다. 선율미와 역동적인 리듬감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곡이다. 다만, 곡의 전체 분위기는 6개의 파르티타에 대한 연장선에 있다고 보여진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곡은 제7번 파르티타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이 파르티타는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원한 선율이라고 생각된다. 억눌린 감정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파르티타는 골드베르그 변주곡에 필적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음악이라고 보고싶다. 이 곡의 구성은 ①서곡 ②쿠랑트 ③가보트1.2 ④파스피에 ⑤사라방드 ⑥부레1.2 ⑦지그 ⑧에코(메아리)로 되어 있다. 제1곡의 진지한 선율이 심적 동요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각 무곡은 파도를 타듯 점차 심화되어 나가는데, 곡의 리드믹컬한 움직임과 잘 조화를 이룬다. 사라방드에 이르면 다소 진정을 되찾은 듯, 곡은 반전을 이루는 것 같다. 사라방드이후 부터는 어느 정도 감정을 추수리는 듯한 느낌이며, 말미의 에코에 이르면 극히 다이나믹한 선율로 끝을 맺는다. 가슴에 쌓인 무거운 짐을 하나씩 훌훌 내 던지듯이 강하게 음악적으로 어필한다. 이 곡의 피아노 연주로는 드믈지만 굴드의 것(소니/ 프랑스 모음곡 담긴 앨범에 수록)이 존재한다. 글렌굴드의 기름기 뺀 무덤덤한 연주는 적적하지만, 리드미컬한 운치를 풍기는 음악을 들려준다. 쳄발로의 풍성함대신 굴드는 특유의 재치와 드라마틱한 템포운용으로 사색적인 색채의 아름다운 선율을 보여주고 있다. 굴드의 연주도 본질적으로 기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의 음악이 질리지 않는 이유는 기교가 기교로 느껴지지 않도록 처리하는 명석한 프레이징에 있다고 본다. 다른 연주자들이 그를 따를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 이다. 굴드는 곡에 불어넣은 낭만적인 기교조차도 바흐의 음악을 모호하게 만들지 않는 재주를 지닌 보기드문 기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흐음악에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전도사라고 보아야 할 것 이다. 굴드의 연주이외에는 피아노 연주가 극히 드믄 것 같다. 쳄발로 연주로는 ①삶의 진한 체취와 순수함이 돋보이는 발햐 ② 아련함을 잘 표현한 블란디느 베를레 ③역동적인 리듬을 강조한 크리스토퍼 루쎄등의 연주가 있다.
글: BACH2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