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갈망

The Entombment of Chris│그리스도의 매장│명화로 보는 성서...

리차드 강 2009. 10. 3. 08:45

The Entombment of Chris

     

그리스도의 시신이 십자가에서 내려져 석관에 매장되는 장면은 오랫동안 성화의 주제로 그려졌습니다. <마태오 복음서> 27장 57~59절을 비롯하여 4대 복음서 모두에 그리스도를 매장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성화는 일찍이 10세기 라이헤나우파의 미니어처로 이미 표현되었는데요, 이것은 가장 오래된 시대의 비잔틴미술에서 딴 성화라고 합니다. 이 성화에서는 요셉과 니고데모 두 사람이 아마포에 싸인 그리스도의 시체를 바위산에 판 무덤에 앞에 안치하고 있습니다. 11세기 이후에는 이 장면에 성모 마리아가 추가되었으며, 다시 13세기 이후에는 그 밖의 인물들이 추가되어 <그리스도의 십자가 강하>나 <그리스도에 대한 애도>등의 성화와 융합된 모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Raphael The Entombment

1507 Oil on panel 184 x 176 cm Borghese Gallery, Rome

라파엘로(1483~1520)가 그린 <그리스도의 매장>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의 시신이 석관에 매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에는 십자가가 서 있는 골고다 언덕과 정원이 보입니다. 그리스도의 시신을 아마포로 감싸 옮기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요셉은 빌라도에게 청해서 그리스도의 시신을 뒤에 보이는 정원에 모십니다.

성서의 내용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사도 베드로와 요한도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방관자가 되어 아무일도 하지 않고 있죠. 특히 베드로는 두손 모아 기도라도 하고 있는 요한과는 달리 엉뚱한 곳에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도 내놓겠다고 고백한 제자였지만, 그리스도를 모른다고 세번이나 부인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죽은 스승을 위해 무엇을 하겠습니까.

Raphael The Entombment Detail

1507 Oil on panel 184 x 176 cm Borghese Gallery, Rome

갈릴레아에서부터 예수님과 함께 온 여자들도 뒤따라가는데, 그 중심에는 실신하는 성모 마리아가 보이네요. 실신한 성모는 아마 이 작품을 주문한 페루자 귀부인의 아들이 살해당한 것과 관련이 있을것입니다.

Raphael The Entombment Detail

1507 Oil on panel 184 x 176 cm Borghese Gallery, Rome

핏기 없이 축 늘어진 그리스도의 시신이 비통함을 더해 주고, 다섯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슬픔에 가득찬 막달라 마리아는 그리스도를 애달프게 바라보고, 그녀의 두손은 그리스도의 어깨와 손을 받치고 있습니다.

     

Adagio for Strings op. 11 - Agnus Dei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op.11

Samuel Barber (1910-1981)

Leonard Bernstein, cond.

Los Angeles Philharmonic Orchestra

 

     
     

Michelangelo Buonarroti Entombment c. 1510

목판 위에 유화로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미완성된 작품입니다. 오른쪽에는 성모 마리아가 그려지다 만 채로 있고 그 윗 부분에는 무덤은 그리기 위한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모의 손과 하체는 그리다가 말았다기보다는 채색이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남겨진 손의 형태로 보아 이미 정확한 묘사가 이루어 졌던 것 같으며, 상체의 완성도에 비해 급격하게 없어진 하체의 표현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리스도를 뒤에서 받치고 있는 성요한의 얼굴에서는 인자함과 엄숙함이 동시에 베어 있고 흐느적거리는 그리스도의 모습에서는 이미 영혼이 빠져나가 그 껍데기만 남아있는, 마치 종이장과 같이 가벼운 느낌 마저 듭니다.

Tiziano Vecellio Entombment of Christ 1523-26

16세기 베네치아 최고의 화가 티치아노는 78세가 되던 해 만토바의 곤자가의 의뢰로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소재를 빌려온 이 작품은 티치아노의 전 회화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이 작품은 서정성이 넘치는 베네치아 장려 양식의 대표작으로, 이후 수많은 화가들에 의해 모방과 찬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푸른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와 슬퍼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어린 요한과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리스도를 묻으러 가고 있습니다. 부유한 상인 아리마데의 요셉은 예수의 발을, 바리세인인 니고데모는 예수의 어깨를 붙잡고 있습니다. 색채에 깊게 매료되었던 티치아노는 이 작품에서 그리스도의 시신을 가장 밝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를 들고 가는 사람들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죽음의 비통함이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죽은 자에 대한 비통함이 여러 인물들 표정에 가득합니다. 특히 성모 마리아의 눈물은 강렬한 감정과 엄숙한 슬픔을 표현하는 놀라운 회화적 기법을 보여줍니다. 또한 검은 구름이 잔뜩 드리워진 화면으로 꿈틀거리는 인물들의 근육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분노하는 듯이 생생합니다. 그리스도의 발치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자국이라는 뜻을 가진 스티그마타(Stigmata)가 보이네요.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The Entombment 1602-03

이 작품은 카라바조의 작품으로 뚜렷하게 인정되는 작품 가운데서 가장 카라바조의 성향에 맞는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이 작품은 루벤스와 세잔을 포함해 서양의 거의 모든 화가들에게 회화의 기본적인 텍스트로 연구되어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흰 빛을 받은 그리스도의 모습은 오른팔을 늘어뜨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대 석관 부조에서 멜레아그로스(Meleagros)의 도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흰 천을 걸치고 있으며, 그 천은 오른팔과 함께 석판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나체와 거기에 모여 있는 빛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뚜렷한 대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The Entombment Detail 1602-03

이 작품에서 죽은 그리스도는 카라바조의 자화상입니다. 사실 르네상스 이후 성서 역사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그림에다 제 모습을 등장 시키는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붓의 능력을 빌려서 글로 전해지는 '진리'를 가시화하고, 과거의 사건에다 상상의 빛과 색채를 더해서 현재형으로 옮기는 화가는, 마침내 그림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이 체험한 기적을 증거하고 증언합니다.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The Entombment Detail 1602-03

17세기 평론가 벨로리는 죽은 이의 두 발을 모아 든 사람을 니고데모라고 보았습니다. 요셉은 상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의 오른손이 옆구리 창상에 닿아 있네요. 성모 마리아는 아들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다른 두 마리아는 눈물을 훔치거나 두 팔을 쳐들고 있습니다. 예수의 모습은 핏기 없이 파리합니다. 달빛이 그의 몸을 차갑게 훑어내리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차가운 돌판위에 서 있습니다.

카라바조의 제단화가 처음 키에사 누오바 교회의 예배소에 걸렸을 때, 수사들은 보는 이의 눈이 돌판 높이에 닿도록 그림을 걸었습니다. 교회에 들어가서 그림에 가까이 다가갔던 사람은 예리한 돌판의 모서리를 발견하고 흠칫 물러섰을 것입니다. 그리고 니고데모와 눈이 마주쳤을 것입니다. 그림을 올려다보는 보는 이에게 니고데모가 내려다보며 말을 건냅니다. 니고데모는 깍지 낀 두 팔을 내밀어 예수의 시신을 건네는 참이죠. 그렇다면 보는 이가 서 있는 곳은 돌판 아래 무덤 속입니다. 우리는 그림 밖 세상으로부터 무덤 속에 뛰어들어서 니고데모의 지시에 따라 시신을 건네받습니다. 시신을 내려 받는 보는 이의 자세는 그림 뒤쪽 두 팔을 치켜든 작은 마리아와 흡사했을 것입니다.

Peter Paul Rubens Lamentation (Christ on the Straw) 1617-18

바로크 미술의 거장이자 플랑드르 미술의 대가 루벤스가 그린 작품입니다. 루벤스는 여기서 그의 특유의 인체 표현과 함께 감정 표현으로 장면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죽은 그리스도의 육체와 그의 안면 표정의 일치, 그리고 후면에 있는 인물들의 비통한 모습은 자세와 표정의 일치를 또한 보이고 있습니다. 루벤스는 그림의 주인공인 그리스도를 화면 중앙부 전체에 두고 조명을 집중시켜 사자의 비참한 모습을 정면으로 비춰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면과 배후의 명암 관계는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네요.

이 작품은 안트베르펜 시장의 요청으로 성당 내부 제단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와 함께 세 폭으로 이어진 그림으로 루벤스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이며, 루벤스를 북유럽 최고의 화가로 확고한 명성을 구축하게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세폭의 제단화는 벨기에의 7대 보물 중 하나로 꼽히는 명작인데요,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는인간의 격정을 강렬한 명암법과 치밀한 대각 구도법을 바탕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에도 당당하고 영웅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고,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는 한층 무게가 있고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그리스도의 매장>은 비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Peter Paul Rubens The Entombment 1612

루벤스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는 그리스도와 함게 4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제자 요한, 막달라 마리아와 성모 마리아의 이복 자매인 클레오파의 마리아이죠. 모두 그리스도의 십자가 형장을 지키고 있던 인물들입니다. 장소는 골고타 언덕 근처,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자신이 죽으면 묻히려고 미리 준비해 놓은 동굴 무덤이지요. 무덤 주인 대신 그리스도의 주검이 안장 직전에 있습니다.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그리스도의 몸의 푸른빛과 옆구리 상처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선명한 대조를 보입니다. 무덤 위로 내려온 한 줄기 빛이 그리스도의 주검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네요. 루벤스는 이 성령의 빛에 감싸인 그리스도의 주검을 통해 죽음은 끝이 아니라 구원의 시작임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주검을 맨손으로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에 잠긴 표정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그리스도의 이모 클레오파의 마리아도 슬픔에 반쯤 혼이 빠진 듯한 표정이고, 성모 마리아 뒷편에 있는 막달라 마리아는 아직도 굵은 눈물을 떨구고 있습니다. 수의로 그리스도를 감싸안고 있는 요한은 빨게진 눈을 하고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탁으로 성모 마리아를 양 어머니로 모시게 된 요한은 상주로서 성모 마리아와 함께 그의 주검을 직접 염하게 되지요.

Daniele Crespi The Entombment 1620s

물론 우리는 그리스도의 시신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독교 전승의 발전 과정에서 시신 처리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시신 처리와 관련된 장면은, 그랬기를 바라는 기대와 상상 속에, 적절한 매장의 모습으로, 심지어 왕족에게나 해당하는 매장의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 이런 전승은 계속하여 점점 위엄을 갖추게 되고 정교하게 다듬어졌습니다. 전승이 발전됨에 따라, 예수의 매장은 적의 손으로부터 친구의 손으로 옮겨갔고, 부적절하고도 황급한 절차로부터 충분하고도 완전한 절차로 손질이 가해졌습니다.

사실 예수가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에 의해 매장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비역사적입니다. 만약 그가 어떤 식으로든 매장되었다면, 그는 친구들이 아니라 적들에 의해 매장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돌을 캐내어 만든 무덤이 아니라, 죽은 고기를 먹는 동물들이 예수의 몸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얕은 무덤에 묻혔을 것이죠. 이것은 불유쾌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결론입니다.

Giotto di Bondone Entombment 1320-25

     

그리스도에 관한 다큐멘터리 논란

2007년 예수의 무덤이 발견됐다라는 주장을 담은 TV 다큐멘터리가 공개발표되어 전세계에 논란을 가져왔습니다. 월드 디스커버리 채널, 영국의 채널 4, 캐나다의 비전, 이스라엘의 채널 8 등 전세계 주요 방송이 2007년 3월 4일, 그 다큐멘터리를 일제히 방영했지요. 다큐멘터리 '예수의 매장 동굴(The Burial Cave of Jesus)'은 영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이스라엘 태생의 캐나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심차 야코보비치가 3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입니다. "세계적인 고고학, 통계학, 고대문자, DNA 전문가들의 수년간 걸친 연구에 근거한 것"이라고 제작자들은 밝혔죠.

당시 보도 자료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방영 직전 26일 뉴욕 도서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북새통이었습니다. 300여명의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캐머런 감독은 "동굴 무덤이 예수의 가족의 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유골함 내 사체의 DNA 검사 결과 예수와 막달레나 간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와 이들이 부부 사이일 확률이 크다"고 강조했죠. 다큐멘터리의 소재는 1980년 예루살렘의 탈피요트 지역에서 발견된 동굴 무덤입니다. 2000년 된 이 동굴 안에는 10개의 관이 있었습니다. 이 중 6개에는 "요셉의 아들 예수," "마리아," "예수의 아들 유다" 등의 비문이 새겨져 있었죠.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은 '마리아'가 막달라 마리아를 가리키고, '예수의 아들 유다'라는 문구는 예수가 아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무덤을 발견해 연구해 온 이스라엘의 고고학자들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아모스 클로너 교수는 "무덤에서 발견된 이름들은 예수 가족의 이름과 비슷하지만 예수의 관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죠. 교수는 또 "이러한 이름들은 기원전과 기원후 1세기 무렵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이들 이름이 흔한 것들이라도 온 가족의 이름이 이처럼 정확히 일치할 확률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7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매장>을 다른 작품들을 소개하다 또 딴 곳으로 이야기가 세버렸군요. 어쨋든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주장 맞다면 예수는 부활 후 승천한 것이 아니며 막달레나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기독교 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주장입니다. 뭐...고대 무덤이 예수의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고고학 분야의 대발견이지만, 진위 확인 때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벌어지겠지요.

글, 이미지 출처 : 봉주르! 초롱이의 그림박물관

     

El Greco The Entombment of Christ 1560

Master of Flémalle Seilern Triptych 1410-20

Master of Flémalle Seilern Triptych (detail) 1410-20

Raffaello Sanzio Entombment 1507

Simone Martini Entombment 1335-44

Rogier van der Weyden Entombment of Christ 1450

Sandro Botticelli Lamentation over the Dead Christ c. 1495

Petrus Christus The Lamentation 1450s

Tintoretto Entombment 1592-94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