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국악)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슬기둥 (정수년 : 해금)

리차드 강 2009. 10. 29. 03:11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슬기둥 (정수년 : 해금)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 (삼성뮤직 1997)

슬기둥 Seulgidoong 1985년 / 대한민국

1. 그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곡:이준호)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겨울에 눈덮인 설악산의 밤을 지내고 동트는 새벽을 맞는 아름다움을 그린 해금 독주곡이다. 이곡은 원래“음악과 시와 무용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작곡된 무용음악“태양의 집”가운데 한 부분으로 만들어진 음악이었으나 곡의 완성도가 높은데다 정수년의 훌륭한 해금연주가 빛을 더하여 독주곡으로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신디사이저와 키타의 소편성 반주위에 해금의 독특한 색깔과 선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 곡은 연주자에게는 고도의 기량을 요구하지만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해금의 매력에 한껏 매료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해금은 현을 활대로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擦絃樂器). 서양악기의 바이올린과 비교된다. 또다른 동양의 찰현악기로 중국의 얼후(二胡), 일본의 고큐(胡弓)등을 들 수 있다.

민족음악학에서는 이런 악기들을 휘들족(fiddle family) 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이 악기를 해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변방의 유목민족인 해족(奚族)이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수년의 이 음반 속에서 해금은 이제 여러 의미로 거듭나고 있다.

아리랑, 진주유희, 한오백년, 그리움, 진달래... 그의 해금에는 우리네 맺힌 마음을 풀어주는[解] 따스함이 있다. 버거운 삶을 다독여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래서 해금(解琴)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슬픔을 해소(解消)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해금연주의 새로운 방향에 관한 해법(解法)도 제시하고 있다. 예전 거문고에 해탄(解彈)이라는 연주형태가 있는 것처럼, 정수년은 전통적인 선율을 그의 개성으로 '풀어서' 연주하고 있다.

정수년의 음악철학은 정심정음(正心正音)이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어린왕자' '기도' 등을 들었을 때, 이 세상 해금이 낼 수 있는 가장 깨끗한 소리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분명 기존의 해금정악이나 해금산조와는 다른 정서이다. 그는 아마 아이[亥]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되어서, 해금으로 낼 수 있는 청정한 빛깔을 그려내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순백의 도화지에 그린 그림처럼 눈이 시리도록 정갈하다.

그는 함께 저 넓고 먼 바다[海]로 여행하자고 속삭인다.

공(空), Walking in the rain, 여행길... 이 음악을 들으면서 땅에 사는 우리 인간들이 바다를 동경하는 마음 등을 읽을 수 있었다. 육지에 살고 있는 우리(人間, 現實)가 바다와 같은 존재(自然, 理想)를 그리는 것은, 희망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것일 것이다.

그는 해금을 통해 '바다처럼' 넓은 정서를 토해내고 있다. 그의 해금 속에는 무한한 우주와 같은 공간이 있거나, 아니면 길이나 넓이로 표현하기 힘든 공(空)의 세계가 있을지 모른다. 서예를 할 때 해서(楷書)가 기본이 되고, 또 해서를 잘 써야 모든 글씨에 능통할 수 있다.

정수년의 이 음반 속에는 해서와 같은 모범[楷]도 존재한다. 정수년식의 농현(弄絃)과 운궁법(運弓法)은 21세기 새로운 해금 음악의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한국적인 뉴에이지'를 지향하고 있는 이 음반은, 해금을 우리 곁으로 한결 가깝게 다가오게 해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살다보면 잊기 쉽거나, 또 잃어버리기 쉬운 귀중한 존재들을 나직하게 일러주고 있다. 그것은 자연, 순수, 환경, 전통과 같은 단어들이다.

중앙아시아의 평원이나 장터에서 들을 수 있었던 악기 해금, 또 격식 차린 연주회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악기인 해금, 그 해금이 정수년과 이 음반을 통해서 이제 자동차안에서 또 카페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이 음반이 한국에서 뿐 아니라, 북경에서 뉴욕에서도 들었으면 좋겠다.

출처 / 윤중강 (음악평론가)

정수년 Jung, Soo-Nyun

충청북도 영동, 정수년의 고향이다.
그 곳엔 넉넉한 모습의 감나무가 많다. 그리고 그 곳은 조선시대의 악성(樂聖)으로 통하는 난계 박연선생의 고향이다. 한국음악을 해야할 정기를 이미 받고 태어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의 음악 속에 늘 고향같은 푸근함이 있는 것은 그가 그 감나무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지 모른다.

정수년은 영동의 영신여자중학교를 거쳐 국립국악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해금을 전공했다. 정수년이란 인물과 해금이란 악기는 참 많이 닮아있다. 정수년의 목소리는 좀 낮고, 좀 느리다. 그렇다, 해금소리처럼 정감있다. 그 소리에는 정수년 특유의 관조(觀照)가 배어있다. 대상에 대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신중하게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그의 삶이고 그의 예술이라 할 것이다.

정수년의 음악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유능제강(柔能制剛)'이 아닐까? 그것은 또한 해금이라는 악기의 속성과 통하는 것일 것이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나즉한 듯 하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에너지,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역시 실내악단 '슬기둥'을 통해서였다.
명 연주로 꼽히는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음악을 통해 해금과 국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들을 아직도 만나게 된다.

KBS국악관현악단의 해금수석을 지낸 그는, 1999년 KBS국악대상에서 현악연주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문화부에서 주는 '올해의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그는 국립 한국예술 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서,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964 충북 영동 출생
 1982 국립국악고등학교졸업
 1986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1998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원 졸업
 KBS국악관현악단 해금수석 역임
 목원대, 추계예대, 한양대, 용인대, 수원대 학부 및 대학원 강사역임
 KBS 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 및 특별연주 협연 및 독주
 국립국악원 선정 차세대 명인무대 협연
 수원시립교향악단 및 서울심포니 협연
 일본, 미국, 러시아 해외공연
 해금 독주회 2회 개최
 현 슬기둥 실내악단 단원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출처 : 마음의 향기

 

Introduction (슬기둥...)

신(新) 국악 운동의 선두주자슬기둥은 전통음악의 현대화 작업을 통하여 국악의 대중화를 주도해 온 대표적인 중견 실내악 단체이다. 지난 1985년 국악계의 미래를 짊어질 신세대 연주자 9명으로 창단하여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뛰어난 연주력과 개성있는 음악적 감각으로 현대인의 정서에 맞는 전통음악의 멋과 향기를 선사해 오고 있으며 독창적인 레파토리 개발을 통해 그들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음악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창단 당시 작곡가 김영동과 함께 국악가요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 방송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국악과 양악의 접목을 통한 실험적인 음악들을 과감히 시도해 국악 대중화의 방향을 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동안 300여회의 공연과 8장의 음반발매를 통해 발표된 슬기둥의 음악은 그 자체가 대중국악, 혹은 생활국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으며 사물놀이와 더불어 국악의 대중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으며 국악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 오고 있다.

슬기둥의 대표곡인 산도깨비, 소금장수 등은 초등학교의 음악 교과서에 수록되어 어린이들의국악 교육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슬기둥을 표방하는 젊은 후학들에게 슬기둥 음악은 절대적인 표본이 되고 있다.

또한 슬기둥의 멤버들 대부분이 대학교수와 관혁악단의 지휘자나 악장등으로 활동, 국악계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국악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준호, 원일, 푸리, 공명등 신세대 스타들이 모두 슬기둥을 거쳐감으로써 국악계 스타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창작연주곡을 비롯한 국악가요, 국악동요, 무용음악등 여러 분야에 걸쳐 그들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슬기둥은 국악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자료 : http://www.tcmusic.co.kr/]

그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정수년 해금 Live

해금

해금(奚琴, Haegeum)은 서양의 피들과 유사한 대한민국의 전통 현악기.

막대모양의 목과 속이 빈 나무 공명상자 그리고 2줄의 비단 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무릎위에 수직으로 올리고 연주자가 활을 이용해 연주한다.

특징

해금은 중국 전통 (당나라) 악기인 호금(胡琴/비파/줄이 2개) 계열의 악기와 유사하며, 호금의 일종인 얼후(이호/二胡/南胡) 같은 악기가 대한민국에 유입되면서 해금으로 재탄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남관이나 "광둥음악"에서 줄이 2개 짜리가 들어가는 "2현 악기"가 사용되었던 것처럼, 고대 해금이 중국 전통 악기와 상당히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줄(현)이 4개인 소해금은 현대적으로 개량된 "피들(바이올린)"로 현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1. 해금의 역사

- 중국 요하(遼河) 상류 북방의 유목민족인 해족(奚族)의 현악기가 중국에 전래되고, 중국에서 당·송나라 이후 속악(俗樂)에 쓰이던 것이 한국에는 고려시대에 들어와 향악에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악학궤범(樂學軌範)에 당나라 악기로 소개하면서도 향악에만 사용하고 있음을 밝히었고 고려사 악지(樂志)에도 향악기로써 소개되고 있다.

2. 해금의 형태

- 해금은 작은 울림통에 세로로 대를 세우고 울림통과 대 사이에 두 개의 줄을 연결하고, 그 사이에 말총으로 만든 활대로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해금의 초기 형태는 소고와 같은 공명통과 지판에 2현을 연결한 것과 같은 모양이었으며, 그 연주법은 참 대쪽을 두현 사이에 넣고 그것을 그어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3. 해금의 구성

- 해금의 구성원으로는 울림통과 주아, 원산, 현, 입죽, 활, 활줄 등이 있는데 해금의 구조를 보면 작은 통(筒)위에 약 66cm 가량되는 대(竹)를 세워 자루를 삼고 자루끝에 줄을 감는 주아(周兒) 두개에다 2줄을 얹는다. 그리고 이 줄은 원산(遠山)이라고 하는 바가지로 만든 괘로 통 옆 복판에서 고이고 말총으로 만든 활(弓)에 송진을 칠하여 줄을 좌우로 문질러 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

4. 해금의 재질

- 해금은 예로부터 금·석·사·죽·포·토·혁·목의 여덟 가지 재료로 만들어져 왔다.

금(金): 철 턱쇠와 입죽 속에 들어가는 철심을 만든다.
석(石): 옥돌 입죽과 통과의 접촉부에 장식으로 넣는 부분을 만든다.
사(紗): 명주실과 말총 명주실을 꼬아서 유현과 대현을 만들어 말총으로는 활줄을 만든다.
죽(竹): 참대 해금통과 입죽을 만든다.
포(抱): 박아지 원산을 만든다.
토(土): 송진 말총에 발라서 활줄과 해금 줄의 마찰을 크게 하는 역할을 한다.
혁(革): 가죽 활대와 활줄을 연결하는 데 사용한다.
목(木): 나무 활대와 주아는 보통 탄력 있고 굳은 나무를 사용하며, 울림통과 복판은
오동나무를 사용한다.

5. 해금의 음색

- 해금은 공명통이 작아 코가 막힌 듯한 음색이 난다. 해금의 음색은 음질이 밝지 못하고 쉰듯하면서 비성(鼻聲)에 가깝지만 그 음색이 이상하게 매콤한 매력을 지닌다. 어딘가 약간은 거친듯하면서 날카로웠던 음색이 해금의 매력이다. 해금의 가늘면서도 강한 소리는 폭넓은 농현 섬세한 주법 등이 조화되어 경쾌하면서도 은은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여 해금의 음색은 애절한 여자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듯 애절하고 가녀린 것이 특징이다.

6. 해금의 음력

- 해금은 비록 줄은 두개에 지나지 않으나 그 음력(音力)은 대단히 넓고 또 무슨 음이던지 자유자재로 낼 수 있다. 서양식으로 본다면 해금의 음력은 가온다의 단3도 아래인 A플랫에서 2옥타브 위의 A플랫까지이다.

7. 해금의 대표곡

- 해금은 우리나라 정악과 속악에 두루 쓰이는 합주악기이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산조곡을 연주하면서 독주로 연주하기도 한다. 현재는 다양한 연주 기법으로 창작음악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며, 고음해금과 저음해금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해금으로 연주하는 대표곡은 여전히 해금산조 (奚琴散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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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유입되어 궁중의 당악과 향악연주에 사용되는 한편, 이후 민속악 연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① 구조 및 제작법:구조는 공명통 위에 58㎝ 길이의 대나무를 연결하여 명주실로 만든 2현을 걸고 이를 활대로 마찰하여 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다.

주아를 꽂는 구멍과 아래 끝은 모두 은 또는 두석을 씌우거나 은사 또는 두석 실로 감아매고 산성, 즉 허현은 가는 가죽 또는 채승으로, 주아의 아래 2촌쯤에서 두 줄을 동여매어 만든다.

활대는 출단화목 또는 오죽· 해죽을 사용하고, 활시위는 말총으로 만든 다음 시위에 송진을 칠해서 줄을 마찰한다. 지금은 두 줄을 괴는 원산으로 예전과는 달리 박을 깎아서 쓰고, 말총 위 끝을 가죽으로 붙들어 맨다는 것이 ≪악학궤범≫과 다른 점이다.

② 조율법:현재의 조현법은 주아 아래로 두 줄을 붙들어 맨 끝으로부터 3, 4촌 아래에서 식지로 두 줄을 당겨 쥐고 조율한다. 이 때 중현과 유현은 완전5도의 간격을 유지한다. 즉, 중현이 황이면 유현은 임종이다.

③ 연주법:연주는 왼손으로 음정을 찾고 오른손에 쥔 활대로 줄을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데, 연주시의 음량은 두 줄을 괴는 원산을 이동시켜 음량을 조절한다. 즉 관현합주, 대풍류와 같이 큰 음량이 요구될 때에는 원산을 공명통 중앙에 세워 연주하며, 줄풍류·세악 또는 가곡 반주와 같이 작은 음으로 연주할 때에는 원산을 공명통 가로 이동시켜 음량을 작게 한다.

④ 연주곡:고려시대에 유입된 이후 궁중음악의 향악과 당악에 두루 사용되었는데, 특이한 점은 연주법이 관악기처럼 지속음을 내기 때문에 현악기이면서도 반드시 관악에 편성되어 왔다는 것이다. 해금은 독주 악기로서 큰 각광을 받지 못하다가, 20세기 이후 산조음악의 성행과 때를 같이하여 독주곡인 해금산조의 탄생을 보게 되었다.

퓨전을 위한 끊임없는 시도는 적어도 우리 전통음악을 풍요롭게 하는 데에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부분의 우리음악 작곡자들이 기실 이러한 뒤섞음에 능통한 분들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본인들이 이런 주제 넘는 말을 들으면 허허, 어처구니없어 할지 모르지만, 황병기, 백대웅, 박범훈 선생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좀더 분명한 형태로 '경계선 넘나들기'(crossover)를 시도하고 있는 김수철, 김영동, 황의종, 그리고 '슬기둥'이나 '어울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사실 문리가 나고 나면 뒤섞음이 뒤섞음으로 보이지 않고 언제 경계를 넘었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법이지요.

그들이 일궈내고 있는 풍성한 음의 세계를  한번 가늠해보시지요. 우리 음악은 레퍼토리가 빈약한 게 사실이라는, 참으로 게으른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지 마시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잠깐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신 분이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큰 음반매장을 찾아가 보시지요. 유행음악 몇 개를 진열해 놓고 근근이 가게 세 내기도 버거워하는 집 근처의 조그만 음악사 말고요. 그것도 시간이 아까워 싫다면 인터넷에라도 들어가 '국악'을 검색해 보시지요. 아니면 제가 예로 든 위 작곡자들 관련 사이트를 뒤져보던가요.

우리의 전통음악을 근간으로 한 퓨전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한오백년>을 첼로로 연주하는 식은 조금 철지난 것이라 할 수 있고요, <첼로와 장고를 위한 도드리>와 같은 것은 좀더 진전된 뒤섞음이라 할 수 있겠지요. 거꾸로 비발디의 <사계>를 가야금삼중주로 편곡 연주하는 형태의 뒤섞음도 가능하며 우리 전통악기와 서양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곡의 창작이라는 본격적 퓨전도 있을 수 있겠지요. 김수철 씨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작업들이 활발하게 진척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보내드릴 곡은 바로 그러한 본격적 퓨전음악의 좋은 예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해금과 거문고의 대가로 알려진 전남대학교 김영재 교수가 작곡한 <적념>(寂念)이라는 곡입니다. 원래는 해금과 기타를 위한 곡인데 오늘 보내드리려는 것은 이것을 다시 독일 작곡가 페터 쉰들러(Peter Schindler)가 해금, 첼로, 하프시코드를 위하여 편곡한 것으로 <<정>>(Jeong)이라는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해금의 매력과 첼로의 장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수작입니다. 뒤에서 들릴 듯 말 듯 어우르고 있는 하프시코드의 연주도 '조용한 생각' 혹은 '조용한 마음'의 분위기 조성에 안성맞춤이고요. 물론 원곡의 매력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 곡은 연주회용으로 인기가 드높아 여러 형태의 악기조합이 시도되었습니다. 해금과 소금, 해금과 피아노, 해금과 신시사이저 등. 그 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피아노와 해금의 만남입니다. 이 연주가 주는 풍요로움은 원곡의 그것보다 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용한 마음' 혹은 '속념(俗念)을 떠난 적정(寂靜)한 생각'이라는 뜻의 제목이 함축하는 분위기는 쉰들러의 편곡이 더 잘 살려주고 있는 듯합니다. 원곡에서 느낄 수 있는 "해금의 장난스럽고 쾌활하게 뛰놀며 응석을 부"리는 모습을 이 연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해금의 매력은 정수년 씨의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에서 절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줄밖에 없으면서도 슬픈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처럼 장난기 어린 소리도 자유자재로 낼 수 있다니 신기하기조차 합니다. 흔히 깡깡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악기는 애통절통한 소리를 내는 아쟁과 더불어 우리나라 찰현(擦弦, 줄을 활로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악기의 쌍두마차라 하겠습니다.

앞서 이질적 문화의 뒤섞임에 의한 새로운 문화의 탄생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해금도 그러한 예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악기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이었던 호족(胡族) 중에서 해(奚)라는 부족이 즐겨 연주하던 악기였답니다. 그것이 고려말기 몽고족을 통해 날라리 곧 호적(胡笛)과 함께 소개되어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지요.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염려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이를 핑계로 타문화에 대해 무조건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기중심을 확실하게 하고 정체성을 분명하게 견지하고 있다면 다른 문화의 충격을 새로운 문화 창조의 활력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해금과 서양식 찰현악기인 첼로의 오묘한 조화, 그 어울림에 취해 막바지 불볕더위 잠시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해금과 기타, 해금과 피아노의 화음도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이종민의 음악편지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 중에서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