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문화

The Martyred 순교자 : 김은국 지음 │ 정말 좋은 冊

리차드 강 2010. 9. 12. 05:25

The Martyred

 

영웅적 순교와 개죽음 사이, [생활하는 신학-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정용택  dawid99@hanmail.net

 

▲ 김은국 씨

재미소설가 김은국(金恩國, 미국명 Richard E. Kim, 1932-2009). 그는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해방 후 월남하여, 대학 재학 중에 한국전쟁에 장교로 참전하고, 제대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수의 대학들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나중에 성공한 전업 작가이자 교수로서 미국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바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1964년 발표된 The Martyred, 국내에는 이미 <순교자>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번역된 바 있다. 최근 도정일 교수의 재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을 꿰뚫고 지나가는 쟁점은 이렇다. 한국전쟁이 터진 날, 공산당에 의해 체포된 14명의 목사들 중, 처형된 12명(평양기독교의 지도자급 인물인 박목사를 포함한)의 최후, 그리고 그 가운데 두 목사(신목사와 한목사)만 살아남은 이유의 진실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후, 그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신목사, 이대위, 장대령, 고군목, 박대위 등) 사이의 의견대립이다.

1950년 10월 인천상륙전쟁의 성공 이후, 국군과 유엔군이 평양을 점령했을 때, 대학강사 출신의 이대위가 소속된 정치정보국은 전쟁초기 공산당에 의해 저질러진 잔악한 종교적 박해를 전세계에 폭로하기 위해, 일단 최후의 행적이 묘연한 목사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목사들의 죽음에 대한 조사가 완결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 조사의 책임자인 장대령은 12명 목사들의 죽음을 '영웅적인 순교'로 확정지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실무 책임자인 이대위는 장대령과 충돌하고, 이대위는 진실은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육군방첩대가 생포한 평양 비밀경찰 소속 정소좌는 그 목사들이 “살려달라 아우성을 치고, 자기네 신을 부정하고 동료들을 헐뜯다"가 “개처럼” 죽어갔다고 폭로한다.

 

 

개죽음 또는 순교

단지 두 명의 목사, 곧 한목사와 신목사만이 처형을 모면했는데, 소설의 초반부에선 두 사람이 살아남은 이유가 그들이 배신자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도록 묘사된다. 하지만, 결국 사건의 진실은 전혀 달랐다. 나머지 12명의 목사들은 순교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죽어갔고, 오히려 살아남은 신목사야말로 끝까지 고문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용기에 감탄한 나머지 공산당이 그를 살려준 것이다.

한편, 또 한 명의 생존자인 한목사는 죽은 박목사가 총애했던 젊은 목사인데, 처형 직전에 다른 목사들로부터 그들을 대표하여 기도해줄 것을 요청받았을 때 박목사가, “난 당신들을 위해 기도할 수 없어. 나를 위해서조차도 기도할 수 없으니까. 정의롭지 못한 하나님에게 나는 기도하고 싶지 않아!”(170; 214) 라고 외치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게다가 신목사로부터 그의 신앙의 비밀, 곧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고백을 들은 후, 한목사는 절망을 견디다 못해 끝내 실성했고, 공산당은 미쳐버린 그를 신목사와 함께 풀어준 것이다.

이처럼 목사 12인의 비영웅적인, 사실상 개죽음에 불과한 진상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정보국의 지휘관인 장대령은 원래의 계획대로, 이들을 순교자로 추모하는 합동예배를 강행한다. 그리하여 이대위와 장대령의 갈등이 심화되고, 그 사이에서 신목사의 행동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

이대위는 진실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신목사에게 순교자들에 관한 비참한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지만, 장대령은 신목사가 국군의 프로파간다를 위해 진실을 덮고 군의 계획에 협조해주기를 기대한다. 신목사는 처음엔 자신이 12명의 처형현장에 같이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결국 그곳에 자신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교인들로부터 배신자 ‘유다’로 몰려 고초를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교인들에게 순교자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평양을 떠났다가 돌아와서는 추도예배에 참석하고, 또 부흥회를 열어서 자신이 배신자라고 참회한 후, 죽은 12명의 목사를 순교자로 찬양한다. 왜 진실을 은폐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대위의 질문에 신목사는 이렇게 답변한다:

“젊은 친구, 그들이 진실을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소?”(103)

 

무신론자인 동시에 신실한 목회자

신목사는 자신의 피신 중에도 전쟁으로 인한 대중들의 고통과 불행을 계속 목격하게 되고, 마음을 바꾸어 진실을 은폐하는 대신, 자신의 새로운 진리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사실 전쟁 이전부터 이미 그는 무신론적 신앙으로 기울어지고 있었고, 전쟁을 겪으면서 인간의 고통의 무의미함과, 그 고통의 현장에 부재하는 신을 더욱 철저히 자각하게 된다.

“난 평생 신을 찾아 헤매었소.” 그는 소곤거리듯 말했다.
“그러나 내가 찾아낸 것은 고통받는 인간…… 무정한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뿐이었소.”
“그리고 죽음의 다음은?”
“아무것도 없소! 아무것도!”(255)

그런데도 왜 신목사는 다시 성도들 앞에 서서 목사로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일까? 더욱이 그는 중공군이 전쟁에 개입한 후, 전세가 역전되어 국군과 유엔군이 평양을 포기하고 남하할 때, 이대위를 따라가지 않고 평양에 남아 성도들을 돌보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그는 다시 평양에서 공산군에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되었고, 그의 최후에 대해선 여러 가지 모순된 소문들이 떠돈다.

신목사는 왜 무신론자인 동시에 신실한 목회자의 길을 계속 간 것일까? 여기서 이 소설은 진상을 넘어 진실에서, 다시 진실을 넘어 진리의 차원으로 주제를 옮겨간다. 다시 말해, 은폐되어 있던 소위 ‘순교자’들에 관한 ‘진상’(그들의 개죽음) 뒤에 숨겨진 종교의 진실(신의 부재와 고통의 무의미함)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소설은 그 진실 너머에서 작동하는 신앙적 진리(신의 존재와 구원이라고 하는 ‘위대한’ 환상의 가치를 긍정하는)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날 좀 도와주시오. 불쌍한 내 교인들, 전쟁과 굶주림과 추위와 질병, 그리고 삶의 피곤에 시달리는 이들을 내가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시오. 고난이 그들의 희망과 믿음을 움켜쥐고 그들을 절망의 바다로 떠내려 보내고 있소. 우린 그들에게 빛을 보여주어야 해요. 영광과 환영이 그들을 절망의 바다로 떠내려 보내고 있소. 우린 그들에게 빛을 보여주어야 해요. 영광과 환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고 하나님의 영원한 왕국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희망이라는 환상을 준단 말입니까? 무덤 이후의, 죽음 이후에 대한 환상을 주란 말입니까?”
“그렇소!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이오. 절망은 이 피곤한 생의 질병이오. 무의미한 고난으로 가득 찬 이 삶의 질병입니다. 우린 절망과 싸우지 않으면 안 돼요. 우린 그 절망을 때려 부수어 그것이 인간의 삶을 타락시키고 인간을 단순한 겁쟁이로 쪼그라뜨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목사님은요? 당신의 절망은 어떡하고 말입니까?”
“그건 나 자신의 십자가요. 그 십자가는 나 혼자서 짊어져야 하오.”
“용서하십시오. 목사님. 제가 목사님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255)

 

진실을 활용해 진리를 구현한다

참혹한 고통의 현장에 신은 부재했으며, 실상 인간이 당하는 고통엔 결국 아무런 형이상학적 의미도 없다는 것, 그것은 단지 이 사회의 현실적 역학관계가 만들어낸 폭력이자, 구조적 모순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 이 소설에서 이대위가 12명의 목사들의 죽음이 순교가 아니라고 말할 때, 대신에 그가 말하고 싶었던 죽음의 진실은 다름 아닌 전쟁의 결과물, 즉 “짐승 같은 국가들과 썩은 정치인들 사이의 눈먼 권력 투쟁이 빚어낸 구역질나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리일까?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 진실에 속한 것이다. 진리는 그 진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신목사처럼 그 진실을 은폐하고 교인들을 여전히 종교가 주는 희망으로 인도하는 것이 그에겐 진리이듯이, 또다른 조건과 상황 속에서는 그 진실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끝내 인간을 구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리인 것이다.

인간을 구원한다는 것, 인간이 주체적 자아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일에 있어, 이 세계의 고통에 의미가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는 ‘진실’의 문제는 사실 크게 보면 부차적인 사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신목사와 이대위는 진실을 활용함으로써, 진리를 구현하는 데 있어 서로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대위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곧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신목사는 달랐다.

그는 이대위가 생각하는 것(목사들도 인간일 뿐이라는) 이상으로 세계의 진실(신이 부재하며, 고통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깨닫는 데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진실 너머 진리를 실천하는 방식까지 깨달은 사람이다. 진실은 진리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다르게 경험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진실과 환상의 경계는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간의 역사적 경험과 성찰적 사유를 통해 밝혀진 진실은 엄연히 진실이다. 하지만, 그 진실의 차원을 넘어서 존재하는 것이 또한 진리이기도 하다. 신앙은 고통이라고 하는 진실(무(無))에서 출발하여 진리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물론 진실을 외면하고 얻어질 수 있는 진리는 진리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또 역설적으로, 진실의 가치가 드러나는 지점은 언제나 진리의 실천과정이다. 그렇기에 신앙은 여전히 포기될 수 없는 것이다.

 

구원이 없어도 여전히 구도적(求道的)일 수 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진리를 가르쳐준다. 이 소설에 따르자면, 비록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간은 여전히 진실할(truthful) 수 있다. 비록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간은 여전히 신실할(faithful) 수 있다. 비록 구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간은 여전히 구도적(求道的)일 수 있다.

아니 구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 구도의 열정은 더욱 솔직한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는 것을 넘어 ‘자신의 진리’, 곧 ‘이상한 형태의 사랑’을 실천하는 차원으로 나아감으로써, 신이 부재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지속가능한 신앙윤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가치가 있다.

 

정용택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연구원 2010년 08월 20일 (금)

글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원제: The Martyred
지은이: 김은국
옮긴이: 도정일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10년 6월 23일 발행
사양: 328쪽 | 137*203 | 신국판 변형 | 양장 
ISBN: 978-89-546-1147-3 
분야: 전집/선집,세계문학전집 
정가: 11,000원


도서소개

"이 작품의 분위기는 아주 엄숙하다. 그러나 이 책의 열정은
그 엄숙함의 거칠고 메마른 표면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있다." _ 필립 로스

『순교자』는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이다. 6.25전쟁 당시 평양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며 그 과정에서 겪는 신앙과 양심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실존과 보편적 운명이라는 세계문학적 주제와 연결시켰으며, 이를 추리소설적 요소를 이용해 풀어낸 흡입력 강한 수작이다. 1964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고,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경희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도정일이 기존 번역본의 오류를 수정해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며, 김은국 타계 1주기를 기념하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출간된다.

 

 

저자: 김은국 Richard E. Kim

193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평양고등보통학교에 다니던 중 남한으로 내려와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1950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6·25 전쟁이 터지자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들베리 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공부했고, 존스 홉킨스 대학교와 아이오와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여러 대학에서 영문학과 창작 강의를 하며 소설을 집필했다. 1964년 첫 소설 『순교자』를 발표해 미국 언론과 문단의 호평을 받았고 한국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심판자』 『뺴앗긴 이름』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2009년 6월 23일 매사추세츠 자택에서 암 투병중 7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도정일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시민운동가. 1983년부터 경희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이론교육을 담당하여 마르크시즘 문학론, 구조/기호시학, 정신분석시학, 해체론, 문화론 등의 현대비평이론들과 서사이론, 문학사상사, 신화론 등을 강의했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학, 문화, 사회에 관한 이론적인 글들과 평문, 사회문화 칼럼, 문학평론들을 활발히 발표했다. 저서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등이 있고, 역서로 『동물농장』『문화산업론』 등이 있다.

목차

순교자 ………………………………………… 11

해설| 소설 『순교자』의 미스터리 ………… 313
김은국 연보 …………………………………… 321

편집자 리뷰

작품 소개

을유문화사 1995-15쇄

작가 김은국은 1932년 함경남도 함흥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평양고등보통학교를 다니던 중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가족 전체가 남한으로 내려와 목포에 정착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에 입대, 미군 사령관 아서 G. 트루도 소장의 부관으로 근무하다가 제대 후 1955년 트루도 소장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이오와 대학교, 존스 홉킨스 대학교 등에서 문학 및 창작 석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 강의와 소설 집필을 병행하던 그는 1964년 첫 소설 『순교자』를 발표했다. 전쟁이 일어난 지 14년, 작가가 한국을 떠난 지 9년 만의 일이었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만들어낸 열두 명의 "순교자"를 둘러싼 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추적해나가는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미국 언론과 문단의 관심을 끌었다. 작가 펄 벅은 "신앙을 갈망하는 데서 비롯되는 의혹과 고뇌를 다루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LA 타임스>는 『순교자』를 "위대한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20세기 작품군에 포함될 만한 작품"이라 칭하기도 했다. 『순교자』는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모아 미국 전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심까지 올랐다. 또한 김은국은 이 작품으로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1965년 고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연극으로 여러 차례 각색되기도 했다.

한국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실존과 보편적 운명이라는 "세계문학적"주제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순교자』의 의미는 새롭게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의 이념 대립이 만들어낸 열두 명의"순교자"
"죽은 자"들을 둘러싼"살아남은 자"의 진실 게임

이야기는 1950년 11월, 육군본부 정보처 평양 파견대의 장대령과 이대위가 6·25전쟁 직전에 일어난 목사 집단 처형 사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보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열네 명의 평양지역 목사들이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되었고, 그중 열두 명이 처형당했다. 살해된 목사의 숫자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지만, 그들이 죽어간 이유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을유문화사 2004.12.30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은 판이하다. 사건 해결의 책임을 맡은 장대령은 열두 목사들이 북한 괴뢰정권에 희생되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며, 진실은 외면한 채 그들을 영웅적이고 성스러운 "순교자"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사건을 정치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옳았어! 군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지. 그래서 안 될 게 뭔가? 우리의 대의명분을 모독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네. 누구든 빨갱이들을 유리하게 하는 짓은 내버려두지는 않겠어. (…)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그 배반자들과 배반당한 자들이 다 같이 빨갱이들 손에 죽임을 당했다는 거야. 우리가 강조해야 할 것도 바로 그거야."_ 본문 148쪽

그러나 이대위는 "우리의 선전 목적에 맞추기 위해 진실을 비틀 수는" 없다고 말하며, 진실은 그것이 추악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저 진실이기 때문에 밝혀져야 한다고 맞선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순교자"들과 함께 체포되었다가 살아 돌아온 신목사이다. 그가 열두 목사의 처형 현장에 있었다고 알려진 후, 장대령은 과연 신목사가 순교자들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낼지 관심을 보인다. 장대령과 신목사 모두 처형 현장의 진실을 감추려고 하지만, 신목사의 의도는 장대령과 전혀 다르다. 진실이 진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그들에게 필요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십자가를 지기로 결심한다.


참혹한 전쟁이 빚어낸 신앙과 양심의 갈등
"신은 과연 우리의 고난을 알고 있는가?"

신목사를 처음 만난 날, 이대위는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목사님의 신 ― 그는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이 고난을 알고 있을까요?"_ 본문 37쪽

인간이 종교를 갖는 것은 자신들의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에게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왜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인가? 신앙인으로서, 신도들을 이끄는 목자로서 살아온 삶을 뒤흔드는 이 질문에 신목사는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며 깊은 고뇌에 빠진다.

을유문화사 1990.09.01

불의와 절망, 수난, 죽음은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이다. 이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정의가 있는가? 그 비참한 운명 앞에서 무력하고 무의미한 인간 존재는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순교자』가 파고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작가 김은국은 신목사의 목소리를 빌려 응답을 갈음한다.

"나는 인간이 희망을 잃을 때 어떻게 동물이 되는지, 약속을 잃었을 때 어떻게 야만이 되는지를 거기서 보았소. (…) 희망 없이는, 그리고 정의에 대한 약속 없이는 인간은 고난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 희망과 약속을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다면 (하긴 이게 사실이지만) 다른 데서라도 찾아야 합니다."_ 본문 271쪽

"인간을 사랑하시오, 대위. 그들을 사랑해주시오. 용기를 갖고 십자가를 지시오. 절망과 싸우고 인간을 사랑하고 이 유한한 인간을 동정해줄 용기를 가지시오."_ 본문 283쪽


이 책에 쏟아진 찬사

The Martyred by Richard E. Kim
(Hardcover - Jun 1964)

보기 드문 걸작이다. 하나의 사건을 소재로 신에 대한 인간다운 믿음의 보편성을 표현하고, 신앙을 갈망하는 데서 비롯되는 의혹과 고뇌를 다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김은국은 바로 그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_ 펄 벅

『순교자』는 도스토옙스키, 알베르 카뮈의 문학 세계가 보여준 위대한 도덕적, 심리적 전통을 이어받은 훌륭한 작품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_ 뉴욕 타임스

이 이야기는 신랄하면서도 사색적이고 추리소설처럼 교묘하게 전개된다.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으며 품위 있는 작품. _ 새터데이 리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마지막으로 절규할 때처럼 절망에 빠진 기독교인의 신앙과 고뇌를 다룬 작품. 그림을 그리듯 치밀하게 쓰인 김은국의 소설은 인간의 정신적인 시련의 과정을 포착해냈다. _ AP

『순교자』의 재발견에 관한 나의 이 짧은 보고서에서 내가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김은국의 이 소설이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어떤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보편적 운명에 관한 "세계문학적" 주제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소설 『순교자』의 큰 업적이라 생각한다. _ 도정일(옮긴이, 문학평론가)


줄거리

6·25전쟁 직전 평양에서 열네 명의 목사가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그중 열두 명은 총살당했고, 살아남은 자는 단 두 명뿐이다. 1950년 11월, 국군의 평양 입성 후 육군본부 정보처 평양 파견대의 장대령은 "나"(이대위)와 함께 열두 명의 "순교자"들에 관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생존자 중 한 명인 신목사를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목사는 그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며 대답을 회피한다.
목사 살해 사건을 정치 선전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던 장대령은 살해된 열두 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규정하고 추도예배를 계획한다. 그러던 중 신목사가 자신이 열두 목사들의 처형 현장에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사건 관련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순교자들에 관한 진실과 목자로서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신목사는 마침내 굳게 닫았던 입을 여는데……

글 출처 : 출판사 문학동네 홈페이지에서...

     

Mozart : Requiem in D minor, K.626

모차르트: 레퀴엠 라단조 K.606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1. Requiem (Introitus) - 전곡연주

 

     

Marie McLaughlin, soprano

Maria Ewing, contralto
Jerry Hadley, tenor
Cornelius Hauptmann, bass

Bavarian Radio Chorus
Bav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Leonard Bernstein, conductor

Original Release Date: July 20, 1989
Release Date: August 15, 1989
SPARS Code: DDD
Label: Deutsche Grammophon
Copyright: (C) 1989 Deutsche Grammophon GmbH, Hamburg
Total Length: 58:40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