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화의 가요

들꽃의 전설 - 조국과 청춘 │ 자살 금지 노래....

리차드 강 2010. 12. 22. 06:35
들꽃의 전설 - 조국과 청춘
조국과 청춘 5집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1996)
노래단 조국과 청춘 1992-
No.9 - 들꽃의 전설
 
한송이로 피면 작고 흔한 들꽃일 뿐 꽃 피고 또 져도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네
하지만 무리지어 피어나면 그 언덕을 뒤덮고 그 향기를 세상에 날리는 꽃
혼자서는 거대한 세상의 노예일 뿐 지쳐 쓰러져도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네
하지만 하나로 뭉쳐 일어셔면 온 세상을 뒤엎고 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우리들
피어나라 우리의 체념과 안락 그 두터운 껍질을 뚫고
피어나라 자신의 벽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일렁이며 파도처럼 해일처럼 몰아쳐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 가슴에 피어 줘 끝없이 그 향기로 새 세상을 그리도록
우리가 파도처럼 일어나서 온 세상을 뒤흔들고 이 땅의 주인이 되는 날까지
피어나라(분열과 이기심을 뚫고)
피어나라(체념과 안락을 넘어)
피어나라(저들의 억압을 뚫고)
피어나라(그까짓 절망에 쓰러지지마)
일어나라 민중이여
이 세상의 주인아
이 노래는 은유보다 가슴을 뒤흔드는 직설적인 노랫말과 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 존엄을 회복해야할 사람들 더불어 들꽃처럼 세상을 존엄함으로 뒤덮어가야 겠습니다.(보현)
음원 출처 : 노동의 소리, PLSong
     
     
끊임없는 변화와 실험의 마술사
연세대학교의 민중가요 동아리인 ‘울림터’에서 민중가요 활동을 시작한 유인혁은 예울림을 거쳐 꽃다지, 유정고밴드등에서 활동하는 동안 늘 새로운 음악적 경향을 실험하고 선보인 변화무쌍한 창작자였다. 여린 자신의 감수성을 노동자적 감수성으로 일치시켜가며 만든 <사람이 태어나>를 통해 궤도에 오른 그는 꽃다지의 입을 빌어 내놓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바위처럼>의 곡에서 밝고 경쾌한 리듬과 노랫말을 선보임으로써 90년대 중반 꽃다지가 민중가요 진영의 대표팀으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바위처럼>은 90년대초 조국과 청춘의 노래에서 등장한 긍정성이 가장 잘 발현된 노래로서 90년대 민중가요가 젊은이들과의 접점을 형성하며 유지되는데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볍고 톡톡튀는 발랄함이 돋보이는 젊은 세대들의 감수성을 반영한 <바위처럼>은 80년대 <광야에서>와 비교해볼 때 그 시대적, 정서적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꽃다지를 정리하고 개인활동을 시작하며 민중가요의 음악어법이 보다 다양해지기를 바랬던 그는 록적인 어법이 강한 곡들을 내놓으며 민중가요 진영의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그가 프로듀싱한 조국과 청춘 5집은 록어법을 전면화한 문제작으로서 당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엄밀한 음악적 평가보다는 학생운동의 조직적 진로에 대한 논쟁이 과도하게 결합되어 앨범의 진면목이 잘 드러나지는 못했지만 그 앨범은 유인혁의 송라이팅과 프로듀싱 능력이 가장 빛나는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에서 록에 맞는 가사와 곡, 연주를 잘 결합시킴으로써 민중가요와 록의 결합이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꽃다지 3집을 통해서는 모던 록에 도전했던 그는 2000년에는 정윤경, 고명원등과 함께 직접 유정고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그의 노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보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던데 반해 유정고 밴드에서 그의 노래는 오랜 활동속에서 지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거나 나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인식을 털어놓는 자아는 작가 자신을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작가와 같은 세대의 자기 의식이기도 했다. 민중가요의 엄숙함에서 벗어나 솔직한 자신을 내보이는 쪽으로 변모한 시도는 매우 소중한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늘 적극적으로 새로운 메시지와 새로운 장르를 도입하여 변화된 민중가요의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노력은 중단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과감하고 자유로울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