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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코르셋’ 벗어던진 독일 강들

리차드 강 2011. 9. 2. 18:42

‘콘크리트 코르셋’ 벗어던진 독일 강들

130여 년간 콘크리트와 석벽에 갇혀 있던 이자르 강 뮌헨 시 8km 구간이 ‘자연’을 되찾았다. 11년에 걸친 자연화 복원공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시사IN [206호] |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 2011.09.02

 

The Isar is a river in Tyrol, Austria and Bavaria, Germany.

"후라! '콘크리트 코르셋'으로부터 강이 해방됐다!" "빼앗겼던 이자르 강의 옛 모습이 되살아났다." "강이 노래하는 생명의 여울물 소리가 들린다." "'물의 아우토반'에서 자연 하천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130여 년 동안 콘크리트와 석벽에 갇혀 있던 이자르(Isar) 강의 뮌헨 시 8㎞ 구간 수로가 11년 동안의 긴 자연화 복원공사를 마치고 자연 하천으로 되돌아온 8월6일, 강변에 모인 뮌헨 시민 6만여 명이 쏟아낸 탄성이다.

이날 이자르 강변에서는 자연화 복원공사를 자축하는 성대한 축하행사가 열렸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직선화되어 운하나 다름없던 강의 물줄기가 구불구불 흐르는 자연 하천의 옛 모습을 되찾은 기쁨에 젖었다. 이들은 밤늦도록 강변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강이 들려주는 생명의 노래인 여울물 소리에 흥겨워했다.

복원공사로 다시 살아난 이자르 강의 자연스러운 물줄기와 넓어진 둔치.

강 되살리기 공사의 모범 사례

'이자르-재자연화'(Isar-Renaturierung)라 불리는 이자르 강 복원공사 계획에 따라 뮌헨 시내를 흐르는 강 구간 공사가 완료된 뒤 이자르 강은 옛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강물이 흐르는 강 중앙에 모래섬과 자갈섬이 새로 생기고 강변의 석조 계단과 산책길, 잔디밭과 모래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 세월 인공 구조물인 돌과 콘크리트로 조성된 강둑에 둘러싸여 직선화됐던 강이 '콘크리트 코르셋'에서 완전히 풀려나게 된 셈이다. 최종 구간 공사가 마무리된 강은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강물이 마치 시골 들판과 산골을 흐르는 물길 같았다.

     

이자르 강 재자연화 공사 모습.

마티아스 융게 뮌헨 수자원관리국 대변인은 "130여 년 동안 홍수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강바닥을 준설하고 강을 직선화한 뒤 강변을 콘크리트로 발라놓았던 이자르 강이 이전으로 복원된 것이 바로 이 모습이다"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또 "(강을 복원함으로써) 환경보호는 물론 홍수도 막고 수질도 개선하며 시민들에게 쾌적한 여가 공간도 제공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자르 강 재자연화 공사는 강을 되살리는 복원공사의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뮌헨 시내를 관류하는 강 길이가 총 8㎞에 이르는데, 이 중 6㎞는 일찍이 복원공사를 완료했고 나머지 2㎞에 대한 공사가 올여름 최종 마무리된 것이다. 이곳은 뮌헨 시 중간 지대인 그로스헤세로헤어 철교와 도이체스 박물관 사이 구간에 해당한다. 휴식을 즐기기에 최적지라는 평가를 듣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자르 강 뮌헨 구간 재자연화 공사는 올해 들어 속도를 내 지난 7월 말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8㎞ 구간에 든 공사비는 총 3500만 유로(약 525억원)로 주 정부가 55%, 뮌헨 시가 45%를 부담했다. 1988년 뮌헨 시의회 결의로 공사 계획이 확정된 뒤 긴 조사와 준비 기간을 거쳐 1995년에 최종 성안됐다. 공사가 본격 시작된 것은 2000년이다.

     

'물의 아우토반' 없애는 데 11년 걸린 까닭

'이자르 플랜'이라고도 불린 강 복원공사는 우선 홍수의 원인이던 직선화된 물줄기를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그동안 빈번한 준설로 강바닥이 깊이 파인 곳을 자갈과 흙으로 메우고, 강 기슭을 강화한 콘크리트와 돌벽을 허문 다음 평평한 돌과 자갈, 모래를 깔아 강변 침식을 방지했다.

 

도나우,·엘베,·베저 강 등도 복원 공사 중이다.

강 가운데 곳곳에 돌을 깔아 빠른 물살을 여울물로 순화하고 강변과 강 중간에 모래톱과 자갈섬을 만들어 물의 흐름을 지그재그로 변형해 물살을 감속시켰다. 종전에 수로 형태였던 '물의 아우토반'을 물줄기가 굽이도는 자연 하천으로 되살린 것이다. 강변 잔디밭은 낮게 다듬고 강폭을 늘려 홍수 예방도 꾀했다. 강변에 돌계단과 모래사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여가에 활용할 생활 공간도 확대했다. 이 때문에 8㎞라는 짧은 구간 공사를 하는 데 무려 11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철저하게 작업했다.

다니엘라 샤우푸스 프로젝트 담당 책임자는 이자르 강 플랜의 효과를 "홍수 예방과 자연 복원 및 보호,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공사 기간에 생태계 복원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바이에른 낚시연맹 회장인 세바스찬 하우프란드 박사는 "현재 총 26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어 이자르 강은 낚시꾼들의 낙원이 됐다"라며 즐거워했다. 또한 철새가 강에 되돌아오면서 생명과 활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자르 강 복원공사 효과에 신바람이 난 뮌헨 시는 강변에 새로운 카페와 맥주가든, 생물관·전시장·공연장, 낚시터와 수영장, 물놀이장 등 각종 편의 시설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시 당국은 내친김에 이자르 강이 흐르는 뮌헨 구간의 북부 구역에 대해서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재자연화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이자르 강은 오스트리아 '티롤 알프스'의 카르벤델에서 발원해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서 도나우 강으로 합류하는 295㎞ 길이의 강으로, 이 중 263㎞가 독일 땅을 흐른다. 물살이 빠르고 계절에 따라 수량 증감이 심해 장마 때 홍수가 잦자 1888년부터 강둑 공사를 시작했다. 1910~1920년에는 콘크리트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파는 공사를 해 강을 직선화 수로로 만들었다. 이렇게 되자 오히려 유속이 빨라지면서 강바닥의 흙과 모래가 쓸려 내려가고 지하수 유속이 덩달아 세져 강변의 식물·농산물이 고사하는 등 피해가 늘고 홍수가 잦아졌다. 늦게서야 그 원인이 강을 직선화한 데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130여 년이 지난 2000년부터 뮌헨을 통과하는 구간의 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 공사를 시작했다. 뮌헨 수자원관리국의 클라우스 아르체트 국장은 '130여 년 동안 강에 채워졌던 코르셋을 풀어준 공사'라고 비유한다.

이자르 강처럼 현재 독일에서 자연 복원화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강은 도나우·엘베·베저 강 등 여러 곳에 이른다. 유럽연합(EU)이 2000년부터 '수자원 관리지침'을 회원 국가에 내려 모든 강의 자연화 복원 및 개량공사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준설로 강바닥이 깊어지면서 강의 유속이 빨라지고 지하수 유속 또한 덩달아 세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강의 직선화 공사로 인해 홍수를 막기는커녕 조장했던 경험을 통해 '강물은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뮌헨 시는 이자르 강변(위)에 각종 편의 시설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dialmformetcalfe.

     

이처럼 뼈저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복원공사이기 때문에 이자르 강의 재자연화는 외국에서 강 복원공사를 배우러 오는 모범 사례가 됐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강 관리국이 이자르 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8월6일 공사 완료 축제에 로스앤젤레스 강 관리국이 축하객을 파견했다. 세계 각지의 강 공사 전문가들이 뮌헨을 찾는 것은 이처럼 이자르 강의 역사를 '강 살리기'의 반면교사로 삼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강 죽이는 '거꾸로 공사'

한국의 4대강 사업 책임자들 또한 뮌헨을 찾는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이자르 강 복원공사는 접근 방식에 근본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벌이는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파헤치고 강을 직선화하며, 보를 만들고 강변을 시멘트와 석축으로 쌓아 강둑을 높임으로써 수질을 개선하고 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겠다는 취지의 공사다. 이자르 강에서는 8㎞에 불과한 구간을 원상으로 되돌려놓는 데 무려 11년이 걸렸다. 634㎞에 이르는 4대강 공사는 2년 안에 공사를 마무리 짓겠다며 속도전을 펴는 중이다.

이자르 강 재자연화 공사는 130여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강바닥의 과도한 준설은 강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안겨주며 콘크리트나 석벽은 홍수를 방지한다는 '치장'에 불과하고 오히려 홍수를 더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달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인공 구조물의 굴레로부터 강을 '해방'시켜 원상으로 되돌려준 사업이다. 하지만 4대강 공사는 이자르 강과는 반대로 자연을 파헤쳐 인위적으로 강에 구조물을 덧씌우는 '거꾸로 공사'이다.

강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내버려두어야 수질도 좋아지고 홍수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야 생명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이자르 강은 보여준다. 이자르 강변에 서면 강을 살리는 길이 어느 방향인지 보인다.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 ⓒ시사IN.

     

독 이자르강 인공둑 허물자 홍수 줄고 생태계 ‘활기’

선진국 댐·보 없애 한국과 대조
수질 악화·홍수피해 되레 심해지자 ‘재자연화’
10년 조사뒤 10년 공사 시민 ‘1급 휴식처’ 변신

[한겨레] 박경만 기자 2010. 3. 30

» 20세기 초 제방을 쌓아 직선 수로로 바뀌었던 이자르강의 8㎞ 구간이 21년 동안의 복원 사업을 거쳐 자연하천으로 돌아갔다. 백사장과 여울이 되살아난 이자르강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강수욕을 즐긴다. 임혜지 박사 제공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 위에 수십 마리의 고니떼가 따스한 봄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바로 옆 은빛 모래밭에서는 시민들이 옷을 벗어젖힌 채 일광욕과 강수욕을 즐기며 느긋하게 오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한없이 평화로운 이 풍경은 150년 전 만든 콘크리트 인공제방을 걷어내고 원래의 자연하천으로 돌아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시 이자르강의 최근 모습이다.

이자르강은 뮌헨을 통과해 도나우강으로 유입되는 총 길이 289㎞의 하천으로, 20세기초 독일은 홍수 등 기상 재해를 막기 위해 강을 직선 수로로 바꾸고 인공제방을 쌓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질이 점점 악화되고 지하수는 고갈됐으며, 홍수 피해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홍수란 강물이 굽이굽이 돌며 주변의 낮은 지대로 물이 넘쳐 흐르면서 그 위력이 줄어드는데, 완충지대가 없는 직선 수로는 피해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 이자르강의 복원 전과 복원 도중, 복원 후의 모습(위부터). 뮌헨시 누리집.

콘크리트 제방으로 물길을 가둔 일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뮌헨 시민들과 시민단체, 시 의회 등은 1989년 수로를 뜯어내 원래의 자연 하천으로 바꾸는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에 착수했다. 뮌헨시는 289㎞ 가운데 우선 8㎞를 복원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결합된 조사단을 만들어 10년 동안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기간을 거친 뒤, 2000년부터 3단계로 나눠 2010년에 완공한다. 8㎞를 복원하는 비용으로 약 3000만유로(458억원)가 소요됐다. 634㎞에 이르는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단 4개월만에 끝내고 22조원이 넘는 거대한 사업을 2년만에 완성하겠다는 한국 정부와는 사뭇 다른 신중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직선 수로에 갇혔던 강물이 원래대로 굽이굽이 돌아 흐르면서 여울과 모래밭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 주변엔 인공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조차 포장하지 않는 상태로 강둑 위에 조성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로만 가득 찼던 콘크리트 수로를 뜯어내자 강변의 자연이 되살아나 뮌헨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됐다. 뮌헨의 이자르 강변에 사는 독일 거주 동포 임혜지 건축가는 “아직 복원되지 않은 인공 수로 쪽에는 사람이 드물지만 여울과 모래밭으로 되살아난 강변에는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찾아오고 있다”며 “자연 하천은 완공 직후 들이닥친 역사적 대홍수도 훌륭하게 막아냈다”고 말했다.

뮌헨시와 뮌헨시 수자원국은 이자르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공로로 독일수자원협회(DWA)가 2007년 제정한 ‘하천발전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단체 게올린데는 “작은 조약돌과 모래로 이뤄진 섬이 생겨났고 강이 생명을 되찾았다”며 “이제 이자르강은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반겼다.

지난해 이자르강을 탐방한 심우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강살리기 사례’ 보고서에서 이자르강 복원의 주요 성과로 △홍수 때 피해 줄임 △유속을 낮춰 제방과 하상의 침식 막음 △취수시설 보호와 발전시설 안정에 기여 △여울과 백사장 등을 시민들이 활용, 다른 지역으로 가는 휴가자 줄임 △생태계 복원, 생물 다양성 증진 등을 꼽았다.

최근 <강은 살아있다>라는 책을 펴낸 환경운동가 최병성(47) 목사는 “유럽의 자연하천 복원사업은 원래의 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제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며 “만약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여 여울과 백사장을 없애고 수로를 만든다면 우리 후손들은 나중에 이를 자연하천으로 돌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예산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목사는 또 “정부는 유럽이 100년 전 시도했던 사업을 당장 멈추고 수중보와 제방에 갇힌 한강을 새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건강한 강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 한겨레 (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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