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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바다’ 바흐에 빠지다. │ Culture

리차드 강 2011. 10. 28. 01:09

바흐의 발자취 따라

생가 그대로 보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바흐하우스

[세계일보] 2011.10.27

"바흐가 없었다면 신(神)은 그 권위를 잃었을 것"이라고 철학자 에밀 시오랑은 말했다.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를 만나러 가는 길에선 무신론자도 신의 입김을 느낄 만하다. "교회음악은 마음의 레크리에이션"이라며 교회음악에 헌신했던 바흐의 음악을 온전히 듣기 위해 바흐의 교회로 간다. 음악이라는 종교에 귀의하지 않을 수 없는 여정이다.

 

◆ 바흐를 듣고 보고 만지라, 음악의 요람 아이제나흐

바흐의 뮤직트레일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버스로 3시간여를 달려 아이제나흐에 있는 바흐 생가에서 시작된다. 재현, 복원, 참배로 이어지는 위인의 생가에 대한 고정관념이 부서지는 기분 좋은 경험으로 출발한다. 바흐의 생가(구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전시체험관(신관)을 잇대어 2개 동으로 완성한 '바흐하우스'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추구한 최선의 미학이다.

18세기 숱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을 만큼 고즈넉한 아이제나흐의 대자연과 고성이 어우러진 정경을 품은 생가에 서면 누구나 시간여행자가 된다. 악기에 의존하지 않고 작곡을 했던 바흐의 투박한 책상을 바라보다 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바흐를 듣고 보고 만질 수 있는 곳이다. 허공에 매달린 채 360도 회전이 가능한 투명 안락의자에 기대면 1인 음악감상실이 따로 없다. 바흐가 즐겼을 아이제나흐의 그림 같은 경치를 바라보며 헤드셋으로 바흐 음악의 바다를 유영한다.

     

독일의 작은 시골마을 아이제나흐에 있는 바흐하우스는 바흐의 생가를 보존한 구관 옆에 바흐의 음악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체험관(신관)을 나란히 잇대어 만들었다. 자신들의 음악적 전통을 현재화하는 문화강국 독일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을 것 같은 백미는 매일 열리는 연주회다. 당대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였던 바흐가 소장했던 쳄발로, 하프시코드, 오르간 등 바흐 시대 고악기들을 오르가니스트가 직접 연주·설명하면서 관객의 시계를 18세기로 돌려놓는다. 바흐하우스에는 바흐의 악보와 저서들도 소장돼 있다. 자신을 '음악적 성서 해석자'로 여기며 당대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저서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바흐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바흐와 루터. 동시대를 살았던 두 거인의 흔적은 그렇게 아이제나흐에서 조우한다. 바흐하우스와 3분 거리의 루터하우스, 루터가 호족으로 변장한 채 숨어지내며 라틴어로만 돼 있던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바르트부르크 성도 순례 코스다.

     

     

◆ 바흐음악의 용광로, 라이프치히

바흐음악의 요람을 떠나 국제적인 상업도시이자 대학도시 라이프치히로 간다. 바흐가 서거 전 27년간 머물며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웠던 곳이다. 스무 명의 자식을 뒀던 바흐가 생업으로 무려 27년간 칸토르(지휘자 및 교회음악 총책임자) 직을 맡았던 성 토마스 합창단이 내년이면 800주년을 맞는다. 성 토마스 교회는 바흐 창작의 용광로였다. 칸토르로 악기 레슨, 리허설, 연주회, 장례·결혼식 음악 준비, 칸타타 작곡 의무 등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b단조 미사' '마태 수난곡' 등 역사적인 작품을 남겼던 바흐의 모습은 음악천재이기 전에 우리네 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아이제나흐의 바흐하우스 앞에 우뚝 서서 관광객을 맞는 바흐 동상.

그 아버지 바흐가 키워낸 성 토마스 소년합창단을 홈그라운드에서 만난다. 금요일마다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열리는 모테트 공연. 2유로(3200원)의 입장료만 내면(학생·어린이 무료) 누구나 평등한 교회 좌석에서 변성기 이전 소년들의 순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교회 제단 앞에 있는 바흐의 무덤과 매일 팬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을 배경으로 소년들이 노래한다. 연주 중 자신의 파트가 아닐 때면 하품을 참거나 서로 쿡쿡 찌르는 등 장난기 많은 소년들의 모습은 내한공연 무대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기로 가득했다.

성 토마스 학교에서 만난 기숙사감 겸 라틴어교사인 토랄프 슐체는 "토마스 합창단은 9세에서 19세까지 98명의 멤버가 바흐 시대처럼 기숙사생활을 한다"면서 "한국과 일본 공연은 물론 지난해 호주, 뉴질랜드, 남미 공연까지 다니고 올해는 홍콩 페스티벌에도 참가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라이프치히 무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 토마스 교회 소년합창단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의 모테트 연주예배, 토요일 오후 3시의 모테트와 칸타타 연주예배, 일요일 오전에 열리는 예배용 성가공연을 통해 성장한다. 특히 토요일 공연에선 바흐 시대 전통 그대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화음을 들려준다.

라이프치히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초 상임 지휘자를 맡았던 멘델스존에 의해 바흐를 재발견하고 '음악의 아버지'로 격상시킨 곳이기도 하다. 왕립이 아닌 민간 오케스트라로는 최고인 25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된 공연장을 다시 짓도록 동독 정부를 설득해 1981년 재건됐다. 1900석 규모의 새 게반트하우스는 오페라극장 규모에 필적하는 '오케스트라 전용극장'이다.

사면의 객석이 불꽃처럼 무대를 에워싼 게반트하우스에서 지난 6일 열린 '베토벤 9번' 연주회는 '다이너마이트'였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리카르도 샤이의 지휘 아래 흘러나오는 관악기의 시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포효는 연주가 듣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것임을 일러주는 듯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10명의 기자들이 사방팔방의 객석에 흩어져 감상했다. 객석에 따라 음향의 고저와 편차가 느껴지지 않도록 고르게 반사된 설계 효과는 명불허전. 이구동성으로 찬탄을 쏟아냈다. 상임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최고의 공연장이고 20여개국의 연주자들이 모여 있지만 악기 사용이나 연주에 독일 전통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목요일 저녁임에도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수준 높은 매너는 독일인들에게 클래식 연주회가 일상임을 알려준다.

라이프치히의 바흐박물관과 그라시 뮤지엄(악기박물관)은 무뎌진 청각을 가다듬기에 좋은 곳이다. 바흐 시대 오케스트라 편성 그대로 악기별 음향을 들을 수 있는 방, 허공에 매달린 파이프에 귀를 대면 바흐의 어쿠스틱한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공간, 바흐의 필적이 살아 있는 자료와 악보 등을 터치스크린으로 편집해 볼 수 있는 전시관 등 현대적 테크놀로지로 재현한 바흐 왕국이다.

     

바흐하우스에서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코너. 허공에 매달린 채 360도 회전이 가능한 투명 안락의자에 기대어 헤드셋을 꽂으면 완전하게 바흐 음악의 바다로 '도피'할 수 있다.

     

◆ 드레스덴, 언제 어디에나 음악이 있다

옛 동독지역의 문화적 자부심을 확인하는 여정은 드레스덴으로 이어진다. '유럽의 테라스'라 불리며 독일의 문화수도 역할을 했던 드레스덴이다. 그림 같은 엘베 강변을 배경으로 1945년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들이 구 동독정부 아래서 방치됐다가 재건의 물결에 휩싸여 있는 풍경을 목도할 수 있다.

전후 파괴됐다가 시민 모금으로 2005년 축성된 아워레이디교회를 음악팬의 순례지 1순위로 추천하고 싶다. 바흐가 오르간 연주를 했던 이곳에선 거의 매일 세계적인 연주단체와 솔로이스트들의 협연무대가 이뤄진다. 8일 오후 베를린필하모닉의 수석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악단의 협연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바흐와 헨델을 연주하는 오보에 사운드가 교회의 드높은 '하늘(천장)'로 울려퍼질 때 관객들 사이에서 '오! 고저스(gorgeous·아름다운)'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비발디를 연주하는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쾌하고 날렵한 연주는 검객의 명승부를 연상시켰다.

마지막 밤,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극장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숱한 명작 오페라의 초연 무대였던 곳이다. 한국인 성악가 김우경이 주역 가수 리카르도로 출연하는 젬퍼 오페라단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가 공연 중이었다. 첨단 무대 테크놀로지와 시적인 연출력이 돋보인 '가면무도회'는 또다시 전통의 현대화라는 키워드를 확인시킨다.

오페라극장을 빠져나와 엘베 강변의 갈매기떼가 허공을 배회하며 내는 합창을 듣는다. 발을 딛고 선 곳이 지상인지 천상인지 모호해진다. 낮에 들렀던 바그너 박물관(로엔그린 하우스)의 기억을 떠올린다. 도시와 작곡에 지친 바그너의 영감을 회복시켜 준 것도 드레스덴의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했다. 그래, 이 길에서 더 행복해질 순 없다 해도, 확실한 건 내 안의 불행이 감소됐다는 사실이다.

아이제나흐·라이프치히·드레스덴(독일)=김은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Bach St. Matthew Passion BWV244

Erbarme dich mein Gott

바흐 마태 수난곡 39곡 BWV244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Bach, Johann Sebastian 1685-1750

Kozena Magdalena, Mezzo Sop.

     

 

Kozena Magdalena, Mezzo

Conductor : Marek Stryncl

Performer : Magdalena Kozena
Orchestra : Musica Florea Orchestra
Label : Deutsche Grammophon

BWV244 Matthew Passion 39 Aria Magdalena Kozena

     

애잔한 알토 영창 '나의 하느님 불쌍히 여기소서(erbarme dich mein Gott)

아,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눈물로 보아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앞에서 애통하게 우는 나의 마음과 눈동자를
주여, 보시옵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Have mercy, Lord, on me,
Regard my better weeping,
Look at me, heart and eyes
Both weep to Thee bitterly
Have mercy, Lord!

Erbarme dich, Mein Gott, um meiner Zähren willen! Schaue hier, Herz und Auge weint vor dir Bitterlich.

지금 듣는 노래는 알토 아리아,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다. 영화 '이중간첩'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왔던 음악이기도 하다.

베드로가 예수를 세번 부인하고 곧 닭이 운다. 베드로는 예수의 말이 떠올라 밖에 나가서 통곡한다. 뒤이은 노래는 합창이다.

"나는 당신으로부터 떠났습니다. 당신 앞에 돌아 왔나이다. 아들의 희생, 고뇌와 죽음의 고통이 당신과 화해시킨 것입니다. 나의 죄를 부정하지 아니하나 당신의 은총과 자비는 끊임없는 나의 죄보다 크나이다."

마태 수난곡은 신약성서의 《마태복음》 26~27장에 기록된 예수 수난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음악작품. 1829년 3월 11일 베를린에서 멘델스존의 지휘로 바흐 사후에 처음으로 연주되었다. 크게 I, II부로 나뉘며 총 68곡으로 되어 있다. (신전집 편성). 두 개의 합창이 사용되며, 코랄에서는 두 합창이 4부로 겹친다. 그리고 flute, oboe, 현악기, 통주저음 및 sop, alto, tenor, bass solo가 사용된다..수난곡(Passion Music)이라고 함은 마태오, 마르코, 요한같은 복음서 저자들의 복음에 따라 그리스도의 수난을 표현하는 음악을 말한다.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