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생각하면 눈..

잊혀져가는 정겨운 우리 것들 | 우리것 좋은것

리차드 강 2005. 2. 22. 17:59

잊혀져가는 정겨운 우리 것들

[오마이뉴스 정현순 기자]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옛것이 생각나고 그리워질 때가 있기도 합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잊혀져 가는 옛 것을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오늘 시계를 거꾸로 한번 돌려봤습니다.

 

▲ 오래전 즐겨쓰던 생활자기
ⓒ2004 정현순

오래 전에 부엌에서 많이 쓰던 그릇들입니다. 투박하긴 하지만 왠지 정겨움이 묻어나지요. 요즘은 예쁜 그릇도 많고 외국에서 수입한 그릇도 많이 쓰고 있긴 하지요.

 

▲ 지게와 그옆에는 가마솥
ⓒ2004 정현순

지게는 짐을 등에 얹어 지는 운반 도구입니다. 우리 민족이 발명한 우수한 연장이라고 합니다. 조상들의 지혜는 생활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가마솥도 정겨움을 더 합니다. 구수한 숭늉이 생각도 나고 밥 위에 얹어 놓고 쪄먹던 감자, 고구마, 시루떡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도 하네요.

 

▲ 바가지
ⓒ2004 정현순

바가지. 요즘은 플라스틱 바가지에 밀리고 있지요. 여러 용도로 쓰는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지요.

 

▲ 쌀을 담아두던 뒤주
ⓒ2004 정현순

뒤주. 주로 쌀을 담아두고 보관하는 나무로 만든 쌀통입니다. 머릿속으로 한번 상상해 보세요.

 

▲ 구유, 쟁기
ⓒ2004 정현순

주로 돼지나 말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그릇. 쟁기는 농작물을 재배할 때 쓰는 도구라고 합니다.

 

▲ 풀무
ⓒ2004 정현순

제가 알기론 풀무입니다.

 

▲ 항아리위에 질그릇 시루
ⓒ2004 정현순

항아리 위 시루. 제가 어렸을 적엔 장독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지금 이런 정경을 보기가 힘들지요. 이 풍경도 참으로 그리워지는 풍경입니다. 장독대 옆에는 집집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봉숭아꽃이 있었구요. 깊어가는 여름 밤이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던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 연자방아 큰돌
ⓒ2004 정현순

연자방아 돌입니다. 여러 경험을 하고 살아 왔지만 슬기로운 우리 조상님들의 생활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예전에 발동기가 없던 시절, 곡식을 한꺼번에 많이 찧거나 빻을 때 마소의 힘을 이용한 방아라고 합니다. 연자매라고도 한답니다.

 

▲ 지붕위로 올라온 굴뚝
ⓒ2004 정현순

굴뚝.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공급하고 연로에서 나온 연기나 가스를 하늘 높이 뿜어내는 구조물. 집집마다 연탄을 사용할 때 굴뚝에 연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아 가족들이 연탄가스에 중독되는 집도 많았지요. 저도 수도 없이 경험했답니다.

 

▲ 추억의 잡동사니
ⓒ2004 정현순

뒤주 위에 어린아이들 고무신, 짚신, 참빗, 주판이 눈길을 끕니다. 몇 년 전엔 아이들 머리에 이가 생겨 참빗을 사려고 했지만 없어서 고생 꽤나 했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도 약을 사용하지도 않고 머리 이를 잡아내는 지혜가 우리 조상들에게는 있었답니다. 참으로 대단하지요.

여러분들도 옛날 생각이 조금은 나지요. 저도 이 정겨운 풍경을 찍으면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을 했습니다. 지금 힘들고 지치셨다면 오래 전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옛날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편한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알게 될 겁니다. 앞으로 2세대가 더 흐르면 이런 것들이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가끔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네요. /정현순 기자

 

고향집 가세 - 정태춘(음반 / 무진)

 

내 고향집 뒷뜰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담 너머 논둑길로 황소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음, 난장이 채송화 피우려
음, 푸석한 스레트 지붕위로 햇살이 비쳐 오겠지
에헤 에헤야, 아침이 올게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담 그늘의 호랭이 꽃
기세 등등하게 피어나고
따가운 햇살에 개흙 마당 먼지만 폴폴 나고
음, 툇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음, 뚝딱거리는 괘종 시계만
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게야, 텅 빈 집도 아득하게
에헤 에헤야, 가물어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 집 장독대의 큰 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음,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음,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에헤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마루 끝 판장문 앞의 무궁화
지는 햇살에 더욱 소담하고
원추리 꽃밭의 실잠자리
저녁 바람에 날개 하늘거리고
음, 텃밭의 꼬부라진 오이 가지
음, 밭고랑 일어서는 어머니
지금 퀴퀴한 헛간에 호미 내던지고
어머니는 손을 씻으실 게야
에헤 에헤야, 수제비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마당에 쑥불 피우고
맷방석에 이웃들이 앉아
도시로 떠난 사람들 얘기하며
하늘의 별들을 볼게야
음, 처자들 새하얀 손톱마다
음, 새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고
음, 새마을 모자로 모기 쫓으며
꼬박꼬박 졸기도 할게야
에헤 에헤야, 그 별빛도 그리워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어릴적 학교길 보리밭엔
문둥이도 아직 있을런지
큰길가 언덕위 공동 묘지엔
상여 집도 그냥 있을 런지
음, 미군부대 철조망 그 안으로
음, 융단같은 골프장 잔디와
이 너머 산비탈 잡초들도
지금 가면 다시 볼 게야
에헤 에헤야, 내 아버지는 그 땅 아래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19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