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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못 올 순간' 구럼비의 정령이 찍은 사진 │ 제주 강정

리차드 강 2012. 3. 12. 17:03

'다시 못 올 순간' 구럼비의 정령이 찍은 사진

     

     

'구럼비'는 제주 바닷가에 서식하는 '까마귀쪽나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구룸비'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요, 이 때문에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바닷가의 용암 너럭바위는 '구럼비 바위'라 불리고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흘러나온 용암과, 바다에서 솟구친 바위가 하나가 된 지형을 이루고 있는 이곳의 길이는 무려 1.2킬로미터, 폭은 넓은 곳이 150미터입니다. 엄청나게 크기도 할 뿐 아니라, 바위 가운데 용천수가 솟아나 바위 습지를 형성한 특이한 모습을 이루고 있습니다.

10년 전, 유네스코는 서귀포 앞바다 일대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멸종 위기에 있는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층층 고랭이, 남방큰돌고래 등이 살고 있는만큼 보전가치가 높다는 이유였습니다.

     

     

이곳이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부가 전투함 20여 척과 15만 톤 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해군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소송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심까지 끝난 소송의 결론은, 풀어 설명하면, '절차적으로 일부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돌이킬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구럼비 바위를 폭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 어제부터 강정에 울리기 시작한 폭발음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 소식이 전해진 뒤 7일 하루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사진입니다. 눈부신 구럼비의 풍광과 바다를 향해 홀로 선 남성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요. 물론, 어제 이 사진을 본 많은 분들은 사진 속 남성을 보며 애잔함과 무력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은 분은 영화감독 정우철 씨라고 합니다. 사진 속 남성은 미국인 매튜 호이 씨이고요. 강정마을에 들른 호이 씨의 카메라로 다시 못 올 이 순간을 잡아낸 정 감독은 '구럼비의 정령이 찍은 사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말보다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올레길의 고즈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사이렌 소리와 화약 냄새만 남은 그곳의 현실은, 도도하게 한 자리에 서서 인간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연 앞에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지 않던가요.

이틀째 발파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이 시각, 정 감독은 강정마을에 있다고 합니다. 이제 그가 담아낼 강정의 모습은 예전과는 전혀 다르겠지요. 그래도, 이 사진 속 남성의 여린 어깨에서 읽을 수 있는 작은 희망처럼, 오늘의 강정에서도 치열한 삶의 소중함을 담아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속 인물인 매튜 호이 씨는 아직까지는 공모전의 공식적인 수상자로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그 공모전의 명칭은 - 지난 1월에 발표된 -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제주 제3회 국제사진공모전' 입니다. 한 번에 흘려 읽기에는 숨찬 공모전의 이름처럼, 제주는 그렇게 아름다운 곳입니다.

글 출처: SBS 한승환 기자: 2012-03-08

     
세상에는 일곱가지 죄가 있다. - 마하트마 간디
     

1. 노력 없는 부
2. 양심 없는 쾌락
3. 인격 없는 지식
4. 도덕성 없는 상업
5. 인성 없는 과학
6. 희생 없는 기도
7. 원칙 없는 정치

There are seven sins in the world:
Wealth without work,
Pleasure without conscience,
Knowledge without character,
Commerce without morality,
Science without humanity,
Worship without sacrifice and politics without principle.

(Mahatma Gandhi)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프롤로그에 실린 짧은 글.

구름이,
구럼비에,
    비를 뿌릴 때


후회, 앞에서 서성거린다
몰랐더라면, 차라리 만나지 말았더라면

좋았던 기억이,
초라한 사진 몇 장 속에서만 나풀거릴 수밖에 없을 때,
사진은 감옥이 된다, 기억을 가둔다.

어떤 구럼비는 이미 부서졌다
어떤 구럼비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있다’가 ‘있었다’가 되어가는 시간

머리를 쪼개보면 나오는 꾸불꾸불한 뇌에 거무스름한 물감을 입힌다
그것을 수만배 확대하고, 단단하게 굳혀, 바닷가에 앉힌다
구럼비는 딱 그렇게 생겼다.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검은 돌의 물결

군인들이 동원한 굴착기가 구럼비를 부수고 있다는 비명들이,
문자로 날아들 때, 비참하게도 비명은 침묵 속에서 읽힌다
들리지 않고 읽힌다. 그러므로 나도 읽었다
우리는 비명을, 통곡을, 읽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의 아이가 남의 아이와 뒤섞여, 어느새 우리 아이들이 되어,
구럼비에서 뛰어놀고, 헤엄치고, 작은 손에 할망물을 받아 마시던 기억이,
그 새까맣게 탄 콩알같은 얼굴들이, 사진 안에 있다
나는 그것들과, 그들을 사진 안에 가뒀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었기에....
하지만 만나지 말았더라면

예쁜 것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추한 것을 바라본다
뇌가 부서지고 나면, 우리는 읽는 것도 멈춰야 하리

글 출처: 싫어증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