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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하고 싶다, 살고 싶다 │ 아주 불편한 이야기

리차드 강 2012. 4. 1. 04:07

아주 불편한 이야기

어떤 어머니는 오열합니다. “아들의 자위를 도와준 적이 있다.”
다른 어머니는 고민합니다. “어린 딸의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고민한 적이 있다.”

장애인 당사자의 고통은 더합니다. “총각으로 죽으면 억울해, 억울해.”
성교육을 거부하는 장애인은 말합니다. “결혼하면 안 된대요. 나 같은 애가 나오니까….”
이렇게 긁어 부스럼이 될까 부모도 장애인 자녀의 성교육을 꺼립니다.

그러나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도 미치도록 하고 싶다.”
그러나 부모의 항변이 따릅니다. “결혼하고 섹스해서 아기가 생기면 국가가 돕겠느냐.”

장애인의 성과 사랑, 당신이 눈길을 피하고 싶었을 금기의 문을 엽니다.
사회가 방치한 그들의 권리에 대한 얘기를 시작합니다.

〈한겨레21〉829호엔 장애인 224명이 심층조사에 참여한 한국판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가 담겼습니다. 설문에서 장애인 10명 중 9명은 ‘성생활이 충분하지 않다’고 고개를 젓습니다. “이론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장애인 부모의 피 끓는 이야기, 장애인이 직접 둘러본 유럽의 장애인 성 서비스 견문록도 있습니다.
※기사 본문은 금요일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장애인도 하고 싶다, 살고 싶다 [2010.10.01 제829호]

지적장애·뇌성마비·척수손상 224명 대상 심층조사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는 말한다… ‘만족군’은 10.3%에 그친 장애인의 성생활 실태 A부터 Z까지

 

» 장애인도 하고 싶다, 살고 싶다. 일러스트레이션/ 장차현실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문정희, <응>)

성이 그렇다. 제일 평화롭고 뜨겁게 숨 쉬자는 것이리라. 하지만 장애인은 묻지도 답하지도 못한다. 이들의 성(적 욕구와 권리)은 부정되거나 금기시될 뿐이다. 장애인의 숨 쉴 권리를 부정하거나 쉬쉬하는 것은 누구이고, 숨 쉴 권리는 어떻게 박탈되는가?

답을 찾기 위해 <한겨레21>은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성적 소외가 큰 지적장애· 뇌성마비·척수손상 장애 성인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작은 표본집단의 평균치일 뿐이다. 장애 정도, 결혼 여부, 성별, 연령 등에 따라 성은 극간에서 생동한다. 통계로 다 들춰낼 수 없는 장애계의 절망은 그래서 넘친다. 편집자

» 표1. 뇌성마비 미혼 그룹의 성행동 실태

받자마자, 전화기는 통곡하고 있었다. “아들만 결혼시켜주면 뭐든 합니다. 죽는 날까지 뼈가 으스러지도록 며느리를 업고 다닐게요.” 최부암 상담소장(한국장애인문화협회)은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턴가 아들이 “결혼도 할 수 없는데, 여자랑 한 번만 자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얘기, 그래서 결국 아들의 자위를 어머니 제 손으로 해주기 시작했다는 얘기…. 여인은 결국 오열했다. 대화가 30여 분 끊겼다. “그런데 아들이 점점 더 긴 거, 점점 더 자극적인 걸 요구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억눌림 끝에 성욕 자각 못하기도

석 달에 걸쳐 5차례 전화 상담이 이어졌다. 아들은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장애 아들 때문에 외도를 한 남편과 이혼한 여인에게 자식은 전부였던 모양이다.” 차마 지면에 담을 수 없는 사정까지, 25년 넘게 장애인의 고충 상담을 도왔던 최 소장에게도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여인은 “이런 얘길 친구한테 하겠어요, 친척한테 하겠어요? 이렇게라도 고민을 얘기하니 (속이) 뚫리는 것 같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더는 상담소를 찾지 않았다. 2008년 여름이었다.

당시 37살이던 아들의 심정을 가늠하기 어렵다. 성욕을 저주한다 하여 사라질 리 없고, 장애를 원망한대서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그 아들만 그러할까? <한겨레21>이 설문조사로 파악한 장애인들의 성생활 실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표1 참조).

일단 ‘본인의 성생활(성관계 횟수 및 만족도 등)은 충분한가’라는 질문의 답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전체 결론과 함께 앞으로 고려해야 할 장애·성별·결혼 여부 등에 따른 특성을 보여준다.

전체 224명 가운데 ‘매우 충분하다’고 한 이는 단 5명(2.2%)이었다. 기혼자 63명의 답이 포함된 수치다. ‘충분한 편’은 18명이다. 함께 ‘만족군’으로 묶으면 전체의 10.3%다. 반면 37.5%(84명)가 ‘매우 부족하다’거나 ‘부족한 편’이라고 말한다. ‘보통’이 48명으로 최다였고, 46명이 ‘모르겠다’고 했다. 나머지 23명은 답변을 거부했다. 10명 가운데 9명꼴로 ‘당신의 성생활은 충분한가’란 물음에 주저하거나 고개를 저은 셈이다.

장애 유형별로 보면, 척수손상 장애인의 63.8%(44명)가, 뇌성마비는 33.3%(23명)가 불만(매우 부족 또는 부족한 편)을 토로했다. 지적장애인은 24.6%(17명)였다. 척수손상 쪽에선 ‘매우 부족하다’(37.7%·26명)는 답변이 두드러졌고, 뇌성마비는 ‘보통’(34.8%·24명), 지적장애에선 ‘모르겠다’(47.6%·30명)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척수손상·뇌성마비 장애인(응답 135명)의 경우 기혼·미혼을 따로 조사했는데, 미혼 응답자는 84명 가운데 55.1%(43명)가 불만을 드러냈다. 기혼·미혼 전체의 불만족군(49.6%)보다 비율이 훨씬 높다.

정리하자면 척수손상-뇌성마비-지적장애 순, 미혼남-기혼남-기혼녀-미혼녀 순으로 만족도가 낮다. 하지만 그 역순으로 성 생활의 여건이 좋다는 말은 결코 못 된다. 장애인의 성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했던 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지적장애나 뇌성마비의 경우, 주변에서 억눌리거나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없어서 (욕구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지적장애인은 세 장애 유형 가운데 불만족군의 비율이 가장 적지만, 아래에서 살펴보듯, 성폭력 노출이 가장 심한 그룹이기도 하다.

» 표2. 지적장애인의 성적 권리 침해 경험 / 표3. 성적 권리 신장을 위해 필요한 조처

 

실제 성생활 만족도는 조사보다 처참

최근의 성행동, 즉 가장 근래에 성욕을 해소한 방법(복수응답)에서도 같은 맥락이 확인된다. 척수손상의 경우 ‘연인·배우자와 성관계(28명)-포르노 사이트·잡지 등 이용(18명)-없음(10명)’을 차례로 꼽았다. 반면 뇌성마비는 ‘연인·배우자와 성 관계(25)-자위(12)-없음(10)’ 순이다. 지적장애는 ‘없음(13)-포르노 사이트·잡지 등 이용(13)-부모·선생님 등과 고민 상담(11)’으로 이어졌다. 제 성욕을 점수(10점 만점)로 매겨달라는 질문에도 지적장애 쪽은 평균 5.16점으로 최하였다. 전체 평균은 5.66점이다.

척수손상 장애인의 성행동은 상대적으로 왕성하다는 이야기인가? 비장애와 견주면 어떤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최근의 성행동을 묻는 질문에 무응답만 전체 53명(23.7%)이었다. 상당한 비중이다. 전문가들은 △내밀한 성 관련 질문이란 점 △경험하지 않은 데 대한 소극성 등으로 ‘무응답’을 해석한다. 설문 답변을 톺아봐도, 본인과 무관한 질문일 경우 대개 답변을 건너뛰는 경향을 보였다. 성경험이 없을 때 성욕 점수를 ‘0점’으로 매기거나 비워둔 경우 등이다. 실제 상황은 훨씬 더 부정적일 공산이 크다.

앞서 ‘성생활은 충분한가’란 질문도 마찬가지다. ‘모르겠다’와 무응답이 전체의 28.1%다. 게다 다양한 ‘보통’들이 존재한다.

♀ 보통 1: 40살. 뇌성마비. 미혼. 교제 경험 한 번도 없음. 성욕 10점. 연애 욕구 5점. 연애 욕구 불만 10점. 최근 한 달 사이 성관계 0회. “정서적·육체적으로 사랑을 나누기 대단히 어려움”, “장애 때문에 성욕 자체를 억누름”, 최근 성행동 “없음”.

♀ 보통 2: 30살. 2005년 척수손상 발생. 2009년 결혼(배우자 비장애인). 성욕 5점. 최근 한 달 사이 성관계 1~2회. “장애 때문에 배우자가 성관계를 거부한 적이 있음”, 최근 성행동 “무응답”??.

♂ 보통 3: 26살. 뇌성마비. 미혼. 교제 중(상대는 뇌성마비). 과거 1회 연애 경험 있음. 성욕 8점. 성적 욕구 불만 5점. 최근 한 달 사이 성관계 1~2회. “성욕이 해소되지 않아 성매매를 이용한 적이 있음”, 최근 성행동 “연인과 성관계”.

최근 성행동의 시기도 함께 물었는데, 한 달 이내가 대다수였으나 1~7년까지 산개했고 그래서 아득했다. 이들의 나이가 궁금할 것이다. 20대가 53명, 30대 79명, 40대 65명, 50대 이상 16명, 미상 11명이다.

꼭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설문 응답자들은 같은 장애를 지닌 이들에 비해 사회활동이 대단히 양호한 편이다. 장애인 전반의 성적 소외, 성 만족도, 성행동 등 실태는 통계치보다 상상 이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구근호 소장(뇌성마비)은 “장애인의 사회활동 폭이 늘면서 조금씩 많아지고는 있지만, 연애를 하는 장애인은 여전히 20~30명 중 한 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적 소외가 성적 피해로

지적장애인 박명수(가명)씨도 이성 교제 경험이 전무한 30대 총각이다. 성 상담·교육을 진행하는 지난 8주 동안 그토록 냉담하고 무관심할 수가 없었다. 강사로 나섰던 김명실 제나가족지원센터 원장은 ‘결혼과 임신’이 주제였던 마지막 강좌 때서야 이유를 알았다. 박씨가 처음 말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요, 내가 결혼하면 나 같은 애가 나오니까 안 된대요. 그래서 나는 이런 교육이 필요 없어요.” 서울의 한 발달장애인 복지관에서 마주한 외마디 절망에 김 원장은 한참 말을 잃었다. 올 상반기 일이다.

김 원장은 성교육 자체를 반대하는 부모도 적잖이 만난다. 한 전문가의 말마따나 “특히 지적장애의 경우,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몸이 커가는 걸 외면하고 싶어한다. 교육을 하려 하면 왜 가만히 있는 아이를 들쑤시냐고 한다.” 실제 지적장애인(응답 60명)에게 성적 권리 침해 사례를 묻자, 46.7%(28명)가 “성적 욕망을 드러내거나 해소하려다 부모, 선생님, 형제 등으로부터 혼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표2 참조).

하지만 이들은 눈앞에서 성장한다. 가릴 수 없다. 비장애인과 다를 게 없다. 만화가 장차현실씨도 발달장애 딸(21)을 두고 있다. 딸이 17살 때 제 방에서 자위하는 걸 처음 보았다. 2년여 전부터 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10대부터 40대 남성까지 무분별할 정도로 “잘생겼다” “좋다”며 관심을 드러냈다. 지적장애는 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남의 의례적 행위조차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차현실씨는 딸의 첫 자위 때 “기분이 좋더냐”고 물어본 뒤 “사람 없을 때 해야 한다, 문을 닫고 해야 한다”고 일렀다.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감정을) 숨길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마음도 모른 채 좋다고 하면 미움을 살 수도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 마’가 아니라 ‘어떻게 하라’다. 물론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장애 정도에 따라 내용도,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전해진다. 초기 일주일에 두세 번 하던 딸의 자위는 이제 한 달에 한 번 남짓으로 줄었다. 눈치를 채기 어려울 정도다. 막무가내로 노골적인 감정 표현도 줄었다.

장차현실씨는 “성을 억누르고 차단하는 것보다, 힘들지만 길을 터주고 알려줘야 삶의 모든 판단을 스스로 하고 자립할 힘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아주 중요한 행복권을 박탈했을 때 더 큰 부작용이 분명히 올 거라고 믿는다”.

가령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리라. 한 여성 지적장애인은 섹스는 늘 맞고, 그래서 아픈 거라고 생각했다. 추행과 폭행을 통해 ‘학습’한 성이 전부였던 까닭이다.

사회 적응도가 대단히 높은 한 지적장애 남학생(고 1)은 올 초 학교를 무단결석했다. “친구들도 무섭고 다 싫다”고 말했다. 같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지적장애 남성한테 성추행을 당한 뒤다. 울었다고 했다. “나중 나중에 너무 힘들어 엄마한테 얘기했다”는 그는 한참 뒤에야 심리치료를 받았다.

한 지적장애 여고생은 남자 교사 앞에서 제 치마를 들추기 시작했다. 학교가 뒤집어졌다. 성폭력에 노출됐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성폭력에 따른 부작용과 성에 대한 관심이 계통 없이 뒤섞여 발현됐다. 전문가들이 가족 상담을 요구했으나 부모는 거부했다.

지적장애인의 성적 소외는 성적 피해로 변질된다는 점에서 다른 두 장애 유형보다 특히 심각하다. 가해자는 복지시설의 원장이기도 하고 마을 이웃들이기도 하다. 무감해질 만큼 많이 들어온 이야기다. 악순환이다. “성적 발달이 부모나 돌보는 이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면, 장애 아이는 성적 욕구를 적절히 표출하는 수단이나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다.”(정진옥 성지작업활동시설?? 원장) 성적 가해자의 접근이 그만큼 쉬워짐에 따라 일탈적 성행동이 학습되기도 한다.

» 당산동 제나가족지원센터에서 발달 지적 장애 인형극 당원들이 성교육을 위한 인형극을 연습하고 있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여성 장애인, 이중의 소외

김명실 원장이 부모부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내 몸을 알 권리, 나를 표현하고 관계 맺는 것에 대해 알 권리를 부모가 빼앗으면 안 된다. 그러면 위험에 처해도 판단하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한다. 나아가 장애인도 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인권 옹호다. 그걸 무시하면 인권침해다.” 성적 자기 결정권의 인식은 불행해지지 않을 권리에서 행복해질 권리로 확장한다. 그런데도 여러 부모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섹스해서 아기가 생기면 국가가 돕겠느냐고 묻는다(관련기사 “날마다 자식의 욕구와 싸우는 엄마들” 기사 참조).

척수장애를 입은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욕구가 강해지면서 어머니가 자위를 도와줬다.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알게 됐다. 차라리 자신이 거들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그런 일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들은 절망하며 거부했다. 차마 남자에게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비장애계가 감당할 법한 시선을 장애계는 넘나든다. 깊은 절망 아래 대책없는 갈증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장의 구조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장애계가 감당할 법한 시선을 비장애계는 대개의 무관심과 관심 있는 자의 차별로 넘나든다.

배우자가 없어 성적 소외가 더 큰 뇌성마비·척수손상 미혼 그룹에게 성적 권리 침해 사례를 물었다(응답 74명·복수응답). 29.7%(22명)가 “주변에서 성욕은 인정하지만, 성적 능력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척수손상의 경우 70% 이상이 발기 장애를 겪긴 하지만, 지금은 재활 치료·보조기구 개발 등의 연구가 가장 많이 진척됐다. 장애로 인해 연인과 헤어졌다는 이도 19명이나 됐다. 14명은 아예 성욕조차 없으리란 시선에 고통받고 있었다. 3명은 성욕을 드러내거나 해소하려다가 주변의 면박을 당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남성들은 때로 성매매를 선택한다. ‘성매매 업소를 한 차례라도 이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뇌성마비·척수손상 장애인 119명 가운데 13명(기혼자 2명·10.9%)이 ‘그렇다’고 답했다. 성매매를 하는 이들의 내막은 이렇다.

42살. 척수손상. 미혼. 교제 상대 없음. 1차례 연애 경험 있음. 성욕 8점. 최근 한 달 사이 성관계 0회. 최근의 성행동과 시기 “7년 전 성매매”. 성생활 만족도 “매우 부족”.

40살. 뇌성마비. 미혼. 과거 4차례 교제한 적이 있음. 성욕 5점. 성적 욕구 불만 5점. 최근 한 달 사이 성관계 0회. 최근의 성행동과 시기 “지난 7월에 성매매”. 성생활 만족도 “보통”.

하지만 차별은 이곳에도 있다. 뇌성마비·척수손상 미혼 그룹에서 성매매를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던 이가 5명, “거부 내지 무시당할까봐 성매매를 하려다 참은 적이 있다”고 밝힌 이가 10명이었다. 주로 장애 남성들이 성적 소외의 대책으로 성매매의 합법화 또는 성 서비스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일 것이다.

절망의 갈증, 갈증의 절망이 남성 장애인에게만 있을 리 없다. 여성 장애인은 이중의 차별을 받는다.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 조항주씨는 “여성은 장애인으로서 ‘무성’으로 간주되는 1차 차별, 장애계 내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2차 차별이 있다”고 말한다. 성적 욕구가 있겠느냐는 것이고, 있어도 여성이 그러면 되겠느냐다.

40살 미혼의 최영희(가명·뇌성마비)씨는 소아마비 장애인 남성과 교제 중이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의 장애 때문에 성관계를 불쾌해하거나 불편해한다”고 말한다. 최씨가 성생활이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한 이유일 것이다. 최근 그가 택한 성행동은 ‘직접 자위’였다.

비장애인과 결혼한 이지숙(34·가명·척수손상)씨는 설문지에 이렇게 적었다. “나의 장애 때문에 남편의 성욕이 떨어지고, 혹시 나에게 나쁘게 적용할까봐 (잠자리를) 일부러 피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가진 잠자리는 1년 전이다.

“장애로 연인과 헤어진 적이 있다”는 김자영(25·가명·뇌성마비)씨는 자신의 성욕을 9점으로 평가했다. 남자친구도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최근 한 달 사이 6~10회의 성관계(애무 이상)를 가졌다. 그런데도 성적 욕구 불만을 10점으로 기입했고, “장애 때문에 성욕을 억누른다”고 토로했다.

» 설문 응답자들이 직접 성적 권리나 그에 대한 문제점을 적기도 했다. 한 번도 발설해보지 못한 은밀한 바람들일 수 있다.

 

정서적 사랑 욕구가 성욕보다 높아

장애인의 성적 권리 보완책으로 성 서비스 이용 합법화를 요구하는 논리가 장애계에서도 거칠게 논쟁되는 이유다.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 구자윤(남성·뇌성마비)씨는 “섹스 자원봉사나 성매매 합법화는 장애인의 성과 맞물린 이동권·교육권·취업권·사회참여권 등의 문제를 뺀 채, 욕구 해소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관련기사 “여성의 눈으로 유럽성서비스를 보다”기사 참조).

대개 ‘성·사랑·결혼’은 동행한다. ‘성욕’으로 인한 고통은 ‘사랑’에 대한 허기, 사회인으로서의 결핍에 가닿는다. “성행위는 단순한 육체적 또는 생리적 행위가 아니고 인간관계를 포함하는 사회적 행동”(신용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이란 관점이 잘 설명한다.

실제 뇌성마비 미혼 그룹에선 5명 중 3명꼴(28명·63.6%)로 현재 연애를 하지 못하거나 않고 있다. 27.3%(12명)는 평생 교제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욕구가 없는 탓은 아니다. 세 장애 전체 미혼 그룹(응답 155명)에게 정서적으로 사랑을 나누고 싶은 욕구를 점수(10점 만점)로 묻자 6.66점이 나왔다. 섹스보다 사랑이다. 이미 살펴본 장애인 전체의 성욕 지수(5.66점)보다 1점이 높다. 뇌성마비 6.79점, 척수손상 6.38점이었다. 지적장애인도 다르지 않다. 7.24점. 되레 가장 높다. 배우자가 없는 전체 미혼 그룹 장애인의 47.7%(74명)가 8점, 9점, 9.5점, 10점을 간절하게 눌러 썼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상담실로 걸려오는 하루 20건 남짓의 전화 중 9할은 “결혼하고 싶다”다.

대안을 살펴보자. 장애 당사자가 안다. 세 장애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82명(복수응답)이 “장애인의 성적 권리에 대한 일반 사회의 인식 개선”부터 요구했다. 시선만 바로 서도 좋겠다는 얘기다. “성 재활 의료 및 상담 서비스 지원 확충”(54명)이 두 번째다. 24명(여성 3명)은 “성 서비스 이용 합법화”도 요구했다. 지적장애 그룹에선 가장 많은 28명이 “전문가와 좀더 자유롭고 편하게 성 고민을 나눌 여건”을 바랐고, 15명은 “누군가가 성적으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표3참조)

구근호 소장은 비장애인의 성적 장애도 다양한데, 장애인의 성만 부각해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마뜩잖다. 신용호 소장은 이들의 주문에 국가가 대답해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보편적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데 일반적 성 장애도 문제지만 특히 장애인의 것은 신체장애로 비롯된 ‘2차적’ 성적 장애란 점에서 다르고 그 지점에 국가가 개입해야 할 여지가 생긴다.”

사실 국가야말로 오래전부터 이유를 알고 있다.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내용이다.

제29조 1항: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제29조 2항: 가족·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의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0조 3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성을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차별적 관행을 없애기 위한 홍보·교육을 하여야 한다.

도덕적 성교육을 넘어야

조항주씨는 당장 작고 구체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은 지적장애인을 위한 피임법과 러브호텔 이용법을 가르친다. “우린 지나치게 도덕적이다.” 관련 실태 조사나 연구 자체가 희박하므로 성 전문 연구기관도 요망된다. 지역 복지시설과 연계해 “장애 유형과 성별 등에 따른 맞춤형 성교육 서비스가 의무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본다(관련기사 “만나고 토론하고 사랑하라”기사 참조).

장차현실씨의 딸은 올해부터 인터넷에서 ‘섹스’를 찾고 있다. 지난해까지 ‘키스’나 검색한 게 고작이었다. “섹스가 어떤 거야?” 묻기도 한다. 반가운 변화가 선행했다. 지난해 가을 석 달 만에 몸무게의 15kg을 줄였다. “이성한테 잘 보이려고 제 몸에 신경 쓴 덕분이다.” 이제 딸은 “살 뺐는데 왜 남자는 안 생겨?”라고 묻고, 엄마는 “(섹스)해보고 싶어 죽겠지?”라고 놀린다.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온전히 신뢰하는 데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 적은 글귀는 명백하다. 거짓이 없다. 성적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한 여성 지적장애인(24)이 점수 대신 한 줄 문장을 남겼다. “남자친구랑 좋았다. 다른 사람과는 안 좋았다.” 또 다른 여성 지적장애인(24)은 설문 끝자락에 제 바람을 적었다. “남자친구랑 손잡고 놀이동산 가고 싶어요.”

다들 행복하고 뜨겁게 숨 쉬자는 것이다.

 

두 달 넘게 걸린 조사 과정

민감한 주제에 “선정적” 이유 거부도

지적장애·뇌성마비·척수손상은 장애인 가운데 성적 고충을 대표한다. 지적장애는 지능이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에 머물지만, 성적 발달은 비장애인과 같다. 뇌성마비·척수손상은 심할 경우 손발조차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뇌성마비 미혼 44명(여 11명·남 33명)과 기혼 32명(여 17명·남 15명-미상 3명 포함), 척수손상 미혼 40명(여 6명·남 34명-미상 3명 포함)과 기혼 31명(여 9명·남 22명)이 응해줬다. 지적장애는 모두 미혼으로 여성 33명, 남성 44명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한국뇌성마비복지회·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설문조사를 공동기획했다. 이들 단체와 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이 설문안 설계 과정에서 조언 및 감수를 했다. 지적장애인은 작업장에서 출퇴근하는 재가 장애인을 주대상으로 삼았고, 해당 작업장의 사회복지사가 설문 응답을 도왔다.

‘기타’라는 답변이 3분의 1을 넘거나 답변이 일관되지 않는 등 신뢰성이 떨어지는 응답자는 걸렀다. 그럼에도 조사의 정확성과 관련해 성 관련 설문이란 점, 지적장애인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선정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설문을 거부한 장애인 또는 단체도 있었고, 설문안이 이들의 성욕을 되레 자극한다며 경계하는 시선과도 자주 부딪혔다. 고작 2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작업만 두 달 넘게 걸린 이유며, 감히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라 이른 까닭이다. 더 정밀하고 폭넓은 조사는 이제 국가의 이름으로 이뤄져야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날마다 자식의 욕구와 싸우는 엄마들

사회가 방치한 장애인 성적 욕구와 날마다 싸우는 엄마들 인터뷰…
“이론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그들의 피끓는 항변

 

» 9월6일 서울 서대문 서울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모인 장애아를 둔 엄마 박문희, 김현희, 김현숙씨(왼쪽부터).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였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3명의 집단 대면 인터뷰와 3명의 전화 인터뷰로 장애아를 둔 엄마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론을 모르지 않았다. ‘금지보다는 자발적 통제를.’ ‘금지보다는 바람직한 충족을.’ ‘금지보다는 그들의 판단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현실은 달랐다. 학교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인 집을 찾아올 줄 모르는 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소변을 가리기 힘든 아이, 엄마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 몇 마디로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 그 ‘아이’가 언제부턴가 성기를 만지면서 놀기 시작하고, 잘생긴 남자를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스킨십을 하고, 몽정을 하고, 달거리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아이의 성장에 기뻐해야 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성욕은 의식주의 욕구와 분명히 달랐다. 가족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형제가 손을 놓았다. 아빠도 힘겨워했다. 아빠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푸념에 담았다. 올곧하게 버티는 건 어느 집이든 엄마뿐이었다. 그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엄마의 힘겨움을 아이가 알아차릴까 전전긍긍하고, 엄마를 이해해달라고 아이에게‘만’ 털어놓기도 한다. 인터뷰 가운데 “이론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잦았지만, 요구하는 도움의 형태는 제각각이었다. 사회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체념이 짙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려 했다. 그 고민들이 모여서 질문과 답을 이뤘다.

과도한 스킨십, 고민의 시작

“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 교사나 친구들에게 과도하게 성적 표현(스킨십 등)을 합니다.”

김현숙(46)씨는 지적장애 1급인 열다섯 살 딸을 키우고 있다. “뽀뽀를 끊었어요.” 그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이전에 생활습관을 고쳐보려는 노력에서였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칭찬이나 애정의 표시로 뽀뽀를 하고 안아주다 보니 아이가 나이가 들면서 대상과 관계없이 감사나 고마움, 친밀함의 표시로 과도하게 스킨십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은 새로 온 체육선생님의 성기를 갑작스럽게 만지는 일이 생겼다. 오빠의 친구한테도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을 알게 되면서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당장 그 행동을 자제시키고 의미를 알려주려고 노력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행동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려주려고 반복적으로 대화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길밖에 없다는 게 답답하다.

그나마 김씨의 딸은 여자아이여서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 같은 지적장애 1급인 남자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비슷한 경험을 한 뒤 학교를 옮겼다. 남자아이가 성기를 여교사에게 문지른 일이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사람을 교사로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가 성추행범으로 몰리느냐, 자기 욕망을 조절하면서 상대방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게 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요. 억울하지만 현실이에요.”

그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상처는 깊었다. 엄마는 “장애인의 성보다 장애 자체에 대한 이해가 더 먼저”라고 말했다.

▶ 전문가 조언: 어떤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상황을 섬세하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사춘기라는 상황을 이해시키고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 타인과 친하게 지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해야 합니다. 또 스킨십을 하고 싶은 경우 상대방에게 만져도 되는지 혹은 안아봐도 되는지를 물어보고 상대방이 ‘싫다’는 표현을 하면 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려야 합니다. 또 그런 행동의 상대방이 주변 사람인 경우 그들에게 “아이가 다시 그런 행동을 하려고 하면 ‘나한테 물어보고 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해달라”고 협조를 당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위, 금지보다 자기 통제 유도를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자위를 시작했습니다. 횟수도, 뒷처리도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박문희(54)씨는 지적장애 1급인 남자아이(19)를 두고 있다. 엄마의 청바지에 집착을 한다. 느낌이나 감촉을 좋아해서 엄마의 청바지를 입는 것을 좋아한다. “자위를 하는 것을 가족은 이해할 수 있는데, 친척집에 갔을 때 외사촌의 청바지를 만지는 것을 보면서는 남이었을 때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씨는 아들과 쉼없이 대화를 한다. 아들과 자위에 대해 얘기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반복적으로 들려준다. 아들은 자신의 습관을 단박에 고치지는 않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피해를 주지는 않고 있다. 박씨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순선(45)씨의 아들은 열여덟 살이다. 자위를 하지만 자발적인 통제가 어렵다. 아들은 자폐 장애를 지녔다. 자위를 하는 걸 보고 처음엔 놀라 금지하기도 했다. 오씨는 현재 복지기관에서 장애아를 둔 가족을 상담하는 역할을 할 정도로 이론적으로는 많이 아는 편이다. 현실은 쉽지 않다.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대개 야단을 쳐도 숨어서라도 꼭 하거든요. 그 시간에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제지를 해도 부끄러움을 잘 몰라서 의식을 치르듯 하죠. 다만 지금은 욕구를 줄이려고 운동을 하게 하면서 횟수를 줄이기는 했어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는 자폐의 특성상 아들이 혹시나 성교육도 자기만의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으로서는 운동을 하게 하면서 순간순간 제지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자연스럽게 해소시키는 게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오씨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했다.

“비장애인 아이들은 그냥 하는 것을 우리 아이들만 공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유난히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은연중에 우리 아이들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도 하고 있고요. 그게 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렵네요.”

▶ 전문가 조언: 자위에 관한 상담 사례는 비장애인의 경우에도 많습니다. 대처 방법이 크게 다른 것이 아닙니다. 당황해서 금지만 하면 반발하거나 자책감에 시달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은 그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 이유가 단지 심심해서인 사례가 많습니다. 운동이나 몰입할 수 있는 예술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스스로 적절하게 통제를 하면 통제력 자체를 칭찬하고 지지해줘야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고 자위 뒤 청결을 유지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합니다.

“변태로 오해 살까 걱정”

“성기를 드러내는 등 자꾸 노출을 하려고 합니다. 타이르지만 그때뿐입니다.”

배선이(55)씨는 손자를 키운다. 자폐아인 손자는 열다섯 살에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성기를 드러내놓고 거실에 누워있거나, 성기를 잡고 장난을 치는 등의 행동을 한다. “성적 표현을 확실하게는 못하지만 가족이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려고 할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노래를 불러준다든지 간질이죠.” 손자에게 행동의 제약을 가하면 땅을 치거나 고함을 치면서 과격하게 변하기도 한다. 특별히 대책은 없다. “일단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데, 막막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를 모두 가진 한 남자아이의 엄마는 노출하는 행동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가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다. “변태라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오해를 살까봐 그게 걱정이죠. 우리 아이는 선생님을 잘 만나서 선생님이 타이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는 않네요.”

▶ 전문가 조언: 노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특이행동에는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런 행동의 이유는 하기 싫은 무언가를 시킬 때, 심심할 때, 반항하고 싶을 때, 상대방을 거부할 때, 관심을 끌고 싶을 때 등 개별적이어서 사례로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의사소통이 힘들수록 그런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그것도 안 된다면 다양한 변수를 두고 하나씩 소거해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비장애 아이가 6살을 넘어서면서 겪게 되는 부모와의 힘겨루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 정도는 더 심해집니다. 다만 그런 행동을 통제만 하지 말고, 상황을 이해하고 아이 스스로 행동을 조율하거나 협상 뒤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차만별 성교육, 임신·육아는 무대책

“장애가 있는 딸이 생리를 시작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나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엄마들은 성교육 무용론을 말하기도 했다. 특히 딸을 가진 부모는 더했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성교육이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엄마들은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천차만별인 점도 꼬집었다. “어떤 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성관념에 차이가 많이 난다. 비장애아만 성교육을 하는 학교도 있다.” 일제히 목소리를 모은 것은 성교육 뒤의 일이다. 성교육만 하고 실제로 성생활을 누렸을 때 뒤따르는 임신·육아 등의 문제에는 전혀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김운자(45)씨는 “나는 다른 부모들과 좀 다르다”는 말로 운을 뗀다. 지적·지체 장애 등 중복 장애가 있는 열다섯 살 딸은 현재 생후 10개월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 김씨는 딸이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결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 손님이 오면 그리로 기어 가거나 무릎을 베려 하는 모습을 보면 딸도 여성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성적인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기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부족한데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성폭력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죠. 아이의 자립을 생각하면 좀더 자유롭게 행동하게 하고 그 의미를 차분하게 얘기해줘야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안전을 더 생각하게 돼요.”

지적장애 1급인 딸을 키우는 한 엄마는 아이의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고민한 적이 있다. “자신의 몸도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는 아이가 이성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성교육도 해봤어요. 아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성생활과 양육의 기쁨도 누려야겠지만, 우리 딸의 미래에 엄마인 나 혼자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이라면 성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엄마는 본인이 딸의 인생 전부를 책임질 수 없을 것임을 잘 안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딸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더 잘 안다. 극단적인 생각은 거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수술은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1년에 20회 정도 방과후 활동으로 성교육을 시킨 박문희씨는 장애아를 키우는 주변 엄마들 가운데 상황이 나은 편이다. 박씨는 아들이 원한다면 가정을 이뤄주고 싶은 바람도 있다. 아들은 중학교 동창이던 친구를 사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런 아들이 얼마 전 “(돌보기 힘들 테니)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가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회적환경이 갖춰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뤄질 거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가정을 꾸리는 것은 현실 여건상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적장애 2급인 딸을 둔 김현희(46)씨는 “우리 아이들이 만든 가정을 다시 우리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는 생각을 하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조언: 장애아가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언어적 표현이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대화를 하면서 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시작은 성기 명칭부터 정확하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몸에 대한 변화를 아이들은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몸의 명칭부터 올바르게 이해시켜야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긍정적 성 관념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성희롱·성추행·성폭행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해를 입을 수도, 입힐 수도 있으니 성교육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특히 딸이 장애가 있을 때 성교육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정이나 거부 의사 등 자기 표현을 가르치는 것과 함께 성폭력 피해 예방과 대처 방법까지 다양한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발달장애 학생인 경우 상황에 따라 교수 방법이 다르니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도움말: 사단법인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 김명실 센터장

 


 

만나고 토론하고 사랑하라

성교육, 이동권 보장, 인터넷 토론, 교제 모임…
성매매가 금지된 상황에서 장애인의 성적 권리 보장할 한국적 대안 만들어야

 

» 둘 다 지적장애인인 이 부부는 복지시설 ‘평화의 집’에서 만나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2005년 가약을 맺었다. 하상균 사무장은 “부부 생활을 하면서 훨씬 더 성격이 밝아지고 삶에 대한 뿌듯함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 시설엔 부부들을 위한 방이 따로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최근 들어 젊은 장애인들이 결혼에 성공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얼마 전에도 친하게 지내던 남성 척수장애인에게서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달라는 반가운 부탁을 받았다. 물론 기쁜 마음으로 주례를 맡았다. 휠체어를 타고 당당하게 입장하는 신랑과 행복해하는 신부의 모습이 다른 어느 커플보다 아름다웠다.

성교육 하면 뒷감당 어떻게 하냐고?

누군가에겐 낯선 풍경일지 모른다. 장애인에게도 성적 욕구가 있다는 사실조차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장애인의 성이라니, 배부른 소리 하네”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그러니 ‘장애인도 인권을 가진 사람이며, 따라서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적 욕구를 누릴 권리가 있고 사랑하고 결혼할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조차 꺼내기가 쉽지 않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비교해 사랑과 결혼, 성 문제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 말이다.

장애 유형에 따라 정부와 사회, 주변 가족, 장애 당사자가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미혼 지적장애인의 경우부터 보자. 필자가 독일에서 만난 장애인 성전문 심리학자인 샌포트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성을 외면하고 억누르면 남성은 폭력적이 되고 여성은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대로 이들에게 적절한 성교육을 해주고 이성을 만날 기회를 주면 이들 스스로 자신의 위생과 외모를 관리하게 되면서 폭력적 성향과 우울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지적장애 아동에게 성교육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경우가 많다. 지적장애 아동의 부모나 교사들은 ‘나중에 성장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 성을 알게 됐을 때 어떻게 뒷감당할 것인가?’라는 우려를 많이 한다.

장애 아동에게도 비장애인 아동이 접하는 만큼의 성지식을 얻도록 교육해주는 게 옳다. 지적장애인이 드러내는 대표적 성 문제가 있는데, 남성은 공적 장소에서 성기를 노출하고 여성은 손쉽게 성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성교육과 행동수정으로 교정이 가능한 문제다. 중요한 건 지적장애 아동을 돌보는 교사나 부모들의 성인식 변화가 더 시급한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교육도 확대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인을 결혼시켜도 되는가라는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적장애인들끼리 결혼하도록 돕는 기관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이루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장애 가족과 주변의 인식 전환이 절대적이다.

다음으로 척수손상, 뇌성마비, 뇌졸중 등 신체장애를 겪는 이들은 지적 능력이 정상이며, 성적 욕구도 비장애인과 같이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대개 성 파트너가 없어 고충이 크고,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독립영화 <핑크팰리스>에는 48살 뇌성마비 장애인이 출연해 “숫총각으로 죽으면 진짜 억울하다, 억울해”라고 부르짖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자신의 평생 소원이 섹스 한 번, 아니 키스 한 번만이라도 해보는 것이라는 장애인을 주변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동하면 사랑하게 된다

성적 욕구의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면, 일부 선진국에서 시도되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장애인 전용 성매매 업소인 ‘핑크팰리스’, 네덜란드에서 젊은 여성이 장애인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성매매 서비스 형태인 ‘플렉조그’, 독일에서 이루어지는 ‘섹스 마사지’ 등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들 나라에서는 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충돌할 수밖에 없어 대안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많다.

해외 선진 사례는 많지 않다. 가장 선도적이면서 논쟁적인 독일과 네덜란드도 장애인 성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한 지 이제 겨우 10년이다. 네덜란드는 민간의 성서비스 이용을 합법화하지만, 정부의 금전 지원은 없다. 그곳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장애인의 성은 복지의 문제가 아닌 웰빙의 문제”라고까지 말한다. 외견상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건, 무엇보다 유럽 등지에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특별히 크지 않은 탓처럼 보인다. 장애를 얻은 뒤에도 자연스레 직장과 지역사회에 복귀한다. 그 틀에서 연애하고 결혼도 하게 되는 여건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처지와 문화를 고려한 우리만의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가령 성적 욕구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미혼 장애인들이 욕구와 성 관련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쏟아놓을 수 있는 장을 인터넷상에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같거나 다른 고민들을 서로 드러내놓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상담자가 적절한 상담과 정보 제공을 해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또한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자위행위 방법과 자위행위 기구(성인용품) 사용을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것도 대안이 되겠다.

미혼 장애인의 결혼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돼야 한다. 이는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 신장과 맞닿아 있다.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이동권 보장은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된다. 휠체어를 타거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라도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거듭 전동휠체어 보급, 장애인 콜택시 확충 등 이동권 지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의 참여가 용이한 여러 프로그램이 제도적 차원에서 개발돼야 한다. 독일의 장애 기관에서 제공하는 ‘에로틱 워크숍’은 ‘섹스 동행자’라 불리는 섹스 서비스 제공자와 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캠프다. 저녁엔 장애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돈을 지불하고 사실상의 ‘성매매’를 하게 되지만, 전 단계는 이성과 만나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함께 춤도 추는 등의 워크숍이다. 이를 그대로 이식할 순 없지만, 우리식의 이성교제 모임, 성교육 모임 등이 복지시설·병원 등에서 다채롭게 고안되고 행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도 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동권만큼이나 장애인의 고용 문제도 본질적이다. 경제적 안정은 주변에서 결혼에 성공한 장애인의 공통점 가운데 대표적이다. 선진국과 우리의 간극도 여기서 크게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미혼 장애인들이 이성 친구를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적 욕구가 해결되며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 성공하는 세가지 비결

이 때문에 당사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국립재활원에서 미혼 장애인 성 재활교육에 꼭 포함시키는 ‘결혼에 성공하는 세 가지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애를 가족이나 상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휠체어에 탄 자신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는가? 장애를 받아들일 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 둘째, 열정을 쏟을 일을 한 가지씩 찾아야 한다.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컴퓨터를 하든, 공부를 하든, 신앙생활을 하든 뭐든 좋다.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 이성 친구를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게 된다. 셋째,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야 한다. 아무리 매력이 출중하고 준비된 이라 하더라도 집에만 있으면 결혼할 수 없다. 동호회, 자원봉사, 스포츠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만 머물던 장애인이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은, 직접 사람과 대화하고 관계하면서 얻어질 수밖에 없다. 장애 당사자들의 노력 없인, 사회의 인식 개선도 더디기만 할 것이다.

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재활의학과 전문의

 


 

여성의 눈으로 유럽 성 서비스를 보다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이 돌아본 유럽의 장애인 성 문제…
세심한 서비스 있지만 남성·성기·이성애 중심은 한계로 남아

»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이 지난 6월 독일의 ‘장애인 자기결정 연구소’(ISBB)에서 진행하는 ‘에로틱 워크숍’을 참관했다. ‘섹스 동행자’라 불리는 성 서비스 제공자와 장애인이 어우러져 대화와 춤, 마사지 등을 나누며 제 몸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캠프 뒤 장애인이 원하면 돈을 지불하고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장애여성공감 제공

국내에서 장애인의 성적 권리 담론은 2005년 일본 책 <섹스 자원봉사>가 번역되면서 비로소 공론화됐다. 책은 장애인의 성적 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인 성 구매 제도(공창제)와 섹스 자원봉사 등을 소개했다. 장애계에선 찬반의 파장이 컸다.

2007년 장애 청년들이 직접 네덜란드와 독일의의 장애인 성 서비스 실태를 둘러보기도 했다. 장애인 대상의 성 서비스가 일반적 ‘매매춘’과 비슷하다는 점, 네덜란드 장애인 상대 성노동자의 경우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뇌성마비·척수마비 등 장애인 고객의 욕구에 맞춰 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등이 특징적으로 전해졌다.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은 지난 6월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독일·노르웨이·덴마크의 장애인 성 서비스 기관, 장애단체 등을 방문했다. 장애인 고객을 받고 있는 탄트라 마사지 업소, 성노동자 권리옹호 단체, 장애여성 단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이 포함됐다. 성 서비스 담론을 중심으로 국내에 소개된 해외 사례를 여성적 시각에서 살펴보기 위함이다.

장애 여성은 섹스보다 관계를 원한다

우선, 성적 권리 문제에서 남녀차는 있는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마디를 독일 방문길에서 들었다. 마티아스라는 장애 남성이 전해준 “장애 남성은 섹스를 안 하는 것보단 나쁜 섹스가 낫다고 하고, 장애 여성은 나쁜 섹스를 하기보단 안 하는 게 낫다고 한다”는 말이다. 마티아스는 베를린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격의 기관인 ASL에서 ‘섹시빌리티’(Sexybility)라는 자조 모임을 결성해 장애인 간 성 정보 교환과 토론을 지속하고 있다. 모임에서 장애 남성은 주로 성노동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업소의 접근성에 관한 경험을 나누기 원하고, 장애 여성은 성적 두려움을 없애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는다고 한다. 장애인 대상의 성 서비스가 이미 이뤄지고 있는 독일에서도 이렇게 남녀차는 갈린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성적 권리에 대한 논의는 지나치게 장애 남성 중심적이다. 장애인 성과 관련된 책과 영화에서 주체로 등장하는 이는 장애 남성이며, 이들의 시각과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성적 권리의 박탈을 설명하는 기준과 근거가, 때로 비장애 남성의 성적 향유 방식 내지 사회적으로 특별히 허용되는 남성 일반의 성문화가 되곤 한다.

하지만 장애 여성의 입장은 다르다. 성적 권리보다 성적 착취와 폭력의 대상이 되는 문제를 먼저 제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 서비스를 통해 (성기 중심적) 섹스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안전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권리나 인권침해·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에 대한 요구다. 성적 권리를 이야기하는 주체의 문제로, 여성의 권리가 덜 주목받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일부 국내 장애인들에게서 주목받는 독일의 장애인 성 서비스 기관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서비스는 대부분 성구매 형태를 띤다. 독일은 2002년부터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여서 장애인이 성구매 과정에서 어떻게 차별받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독일에는 성적 치유를 목적으로 장애인 성 서비스에 개입하는 ‘장애인 자기결정 연구소’(ISBB) 같은 기관도 있었다. 이른바 ‘에로틱 워크숍’을 통해 남녀 ‘섹스 동행자’가 장애인에게 성 상담과 치료, 섹스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결국 돈을 매개로 성이 제공되고 서비스 과정에 ‘성제공자’라는 타인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성매매라는 시각이 있다.

우리는 독일에서 장애를 가진 레즈비언과 소녀를 위한 장애여성조직 ‘바이버네츠’(Weibernetz)를 만났다. 이들은 장애인 성 서비스에 대해 장애인이 제 몸을 긍정하면서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면서도 섹스 행위 자체는 성매매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을 대상화할 위험이 큰 성 서비스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나 덴마크는 더 단호했다. 덴마크여성협회는 장애인의 성 보조기구 구매를 포함해 섹스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섹스 자체를 권리로서 확보하는 것엔 반대한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만난 잉거마리 교수(장애학)는 “장애인의 성적 만족을 위한 요구가 성서비스 제공자들(의 권리)을 더 취약한 상황으로 몰고, 장애인 스스로도 성적 권리의 범주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두 나라는 성구매는 불법이나 성판매는 합법이다.

현재 성 서비스 담론의 핵심은 중증장애 남성의 성적 욕구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고, 누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장애인은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반드시 타인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전제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장애인의 성적 권리가 다른 이들의 권리 혹은 다른 측면의 권리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가? 옳은 답을 찾기 위해선 비장애·남성·이성애 중심으로 구성된 성적 만족의 각본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주체성을 의심하고 대상화하는 다른 복지 서비스처럼 장애인의 성이 또다시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아야 하는 무엇’이 돼버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말이다.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독일 장애인 성 서비스 단체 ‘자기결정 연구소’ 소장 인터뷰

“‘섹스 동행자’가 우리를 구제하는 건 아니다”

» 설문 응답자들이 직접 성적 권리나 그에 대한 문제점을 적기도 했다. 한 번도 발설해보지 못한 은밀한 바람들일 수 있다.

독일의 ‘장애인 자기결정 연구소’(ISBB·www.isbbtrebel.de)라는 기관은 장애인의 성적 욕구와 관련된 고민을 상담해주고 이성과의 교제 방법 등도 000000 . 소장인 로타 샌포트 자신도 30여 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다. 이곳에서 상담 과정의 하나로 2박3일간 열리는 ‘에로틱 워크숍’ 때는 에로틱한 글을 읽거나 포르노그래피를 보고 ‘섹스 동행자’들과 만난 뒤 원하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비용은 장애인이 지불한다. 샌포트 소장을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장애인 자기결정 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나.

1996년 장애인을 대상으로 섹스 상담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50여 명이 개인적으로 우리의 ‘섹스 동행자’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며, 이 가운데 75%가 지적장애인이다. 우리 프로그램은 성적 서비스에 누군가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만 빼면 모든 면에서 전통적 성매매와 다르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게 가장 힘들다. 우리가 엄청난 복지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대안 사창가’가 아니라, 장애인들의 ‘성적 해방’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운영 성과는.

무엇보다 상담을 받은 장애인의 삶의 질이 높아진 게 중요하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장애인이 더 주체적으로 되고 자신감이 높아지고 자기 비하가 줄어들었다. 장애인도 성적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인간적 권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대중이 받아들이게 된 것도 성과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나.

정부는 우리 연구소가 방해받지 않고 운영되도록 허용한다. 경제적 지원은 없는데, 우리가 독립적 기관으로 남기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애인단체들과 언론이 우리를 이상적으로 도와준다.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비슷한 서비스가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프로그램이 비윤리적이라는 논란은 없나.

처음에는 조용히 일을 시작했고 안정적이지도 않았지만, 일부의 공격에 대응하는 데 자신을 얻게 됐다. 이제 독일에서는 보수적인 일부 부모들의 단체를 빼고는 누구도 우리 프로그램을 ‘비윤리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머나, 이제 장애인까지 섹스하기를 원하는구만”식의 반응도 일부 있지만,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해소시키려는 우리의 용기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더 많다.

섹스 서비스 제공자에게 특별히 교육하는 게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자신의 행복을 결정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라는 사실이다. 섹스 서비스 제공자는 우리를 도와주지만,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주도하지 않고 장애인이 행위의 주체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게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떤 사회적 분위기가 연구소 프로그램이 가능하게 만들었나.

장애인이 개인적으로 얼마나 발전했고, 사회로부터 얼마나 사회·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자기 확신을 갖고 있는지 알리려고 노력했다. 독일에서는 40대 이상이 성생활에 새로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등 성생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와 성매매 여성의 협조가 독일에서는 합법적이라는 점도 프로그램 정착에 도움이 됐다.

장애인의 성적 욕구 해소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장애인 스스로 이런 과정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사랑, 깊은 관계, 만족스러운 섹스는 누구도 사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다. 우리 연구소가 만족스러운 섹스를 팔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인간이 어떻게 그것을 얻을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가르쳐줄 뿐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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