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갈망

유럽,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 - 황상근 신부 │ 칼럼

리차드 강 2013. 3. 12. 07:11

유럽,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

 

황상근  |  editor@catholicnews.co.kr

 

위 사진은 글과 관련없음 (리차드강)  

 

몇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도보 순례 길을 홀로 걸었다. 20여 일 동안 가는 곳마다 성당을 찾아가 미사참례를 하였다. 대부분 성당에서는 열 분 남짓한 노인들이 참여하였고 주일에도 거의 빈자리가 많아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귀국하는 길에 네델란드의 어떤 가정에 초대를 받아 방문하였다. 오래 전에 한국 방문을 하였을 때 알게 된 사람이다. 60대 초반의 부인인데 장애인 학교 교사로 살아왔다. 온 가족이 태어나면서부터 성당에 다니며 봉사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좋은 종교 서적이나 교회에 대한 잡지 기사를 읽고, 교회에 헌금은 하지 않지만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등 자선은 더 많이 한다고 했다. 형제가 5남매인데 최근에는 언니 한 분만 성당에 나가고 두 오빠도 안 나간다고 했다.

큰 오빠는 80평생 열심히 다니던 성당을 금년부터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나라에는 사제들이 거의 노인들인데 그나마 노인 사제들도 없어서 폴란드, 멕시코 등 제3세계 나라에서 사제들이 와서 본당사목을 한다. 그런데 이 사제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도 크지만, 교회나 신앙에 대한 관점이 네덜란드 신자들과 달라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박홍기

어떤 신부들은 로사리오 기도와 성수 물을 강조하고, 여자가 제대에 올라가지 말라고 말하는 등 옛날 교회 모습으로 돌아가는 태도에 그곳 사람들의 거부감을 샀다. 교회법이나 교황청의 권위를 내세우는 발언도 신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주일이면 노인 신자들이 성당에 조금 모였었는데 외국 신부들이 부임하면서 그나마 나오던 신자들 중에서도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곳 신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오는 사제들이 성당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신앙을 이끄는 데 회의적이다.

함께 앉아 있던 그분의 언니도 한마디 했다. 그분 본당에서는 성당주보를 매주 3000부씩 가정에 보내지만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70여 명뿐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성당주보 보내지 말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교회에서 삭제하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연세 많은 노인 사제들이 여러 곳을 다니며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지만 사제들이 워낙 적어서 한 달에 한두 번 미사를 하고 신자들이 모여 말씀의 전례를 한다. 그때 사제직을 떠난 사람들이 평신도로서 강론을 하고 성체를 분배하기도 하는데 의외로 신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사제직을 떠났지만 장애자 집에서 일하는 사람 등 좋은 일에 종사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내가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게 되는 주된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사회적인 여건 등 다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웃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교회에 대한 실망과 화나는 일들을 이야기 한다고 했다. 수년 전 교황청에서 그곳에 추기경을 임명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교구장으로 있던 주교를 임명하였다. 네덜란드 교회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나이도 많고 너무 보수적이라 사람들의 실망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구장들을 임명할 때도 거의 보수적인 사람을, 그곳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을 임명하였다. 네덜란드 교회가 너무 진보적인 성향이 있어서 교황청에서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한 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매스컴에 많이 나오고 사람들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교황청에 대한 비판적 기사나 금융비리, 미국을 비롯한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사건들도 TV 등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거리 곳곳에 텅텅 비어있는 어마 어마한 교회 건축물들도 교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 밖에도 세상이 모두 빠르게 민주화 되고, 소통을 중요시하면서,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고 있는데,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교황청에서 각 지역 지도자를 임명하고,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다고 한다. 그는 하느님이나 복음 말씀은 좋지만 교회에서 희망을 볼 수 없고 오히려 반 복음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하였다.

한국에서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아 씁쓸했다. 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황상근 신부 (인천교구 원로사목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2013.02.20

     

     

※ 황상근 신부는 1969년 12월 사제로 수품된 후 덕적도 및 답동본당 보좌와 강화ㆍ백령도ㆍ도화동ㆍ십정동ㆍ부평2동ㆍ삼정동ㆍ장기동ㆍ제물포본당 주임으로 사목했다. 또 1984년부터 8년 동안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전국 지도신부를 맡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헌신했다. 황 신부가 1989년 출간한 「벽돌 없는 학교」는 가톨릭노동청년회 교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울러 사회ㆍ정치적 혼란기인 1970~80년대부터 지금까지 민주화와 사회정의, 인권운동에 앞장서왔으며, 2009년부터는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를 맡아 경인운하와 4대강 개발사업 저지 등 환경보전에 힘을 모으고 있다.

황 신부는 특히 수품 이후 40년 동안 한 번도 보좌신부나 식복사를 두지 않았고, 평생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자신의 영명축일이나 서품기념일에는 홀연히 사라지는 등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는 검소하고 청빈한 사제의 모범으로 살아왔다. 황 신부는 본당 사목회의 간곡한 요청으로 가까운 동료 사제 몇 명만 참석한 가운데 17일 제물포성당에서 조촐한 은퇴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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