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갈망

텅 빈 교회를 보면서 - 황상근 신부 │ 칼럼

리차드 강 2013. 3. 12. 10:56

텅 빈 교회를 보면서

황상근

암스텔담에 있는 화란 신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 시내에 30개 성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섯 성당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나라 지방도시에 있는 유학생 신부는 그 도시에 5개 성당이 있었는데 한 곳만 사용하고 두 곳은 성탄과 부활축일에만 사용한다고 한다. 빈 성당들은 전시관이나 복지시설 등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텅 빈 건물로 남아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구 몇몇 나라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천 년 이상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 문화, 관습 속에 깊이 뿌리내렸던 종교가 이렇게 최근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이다.

 

빈 자리 늘어나는 한국 교회에 새로운 대형 교회 건축 증가

한국에도 이러한 조짐이 이미 시작된 지 10여 년이 되었다. 예비자들은 많이 줄고, 반면에 교회를 떠나는 소위 냉담자들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서구 교회에서처럼 노동자들이 교회를 떠나고 그다음 지식인들이, 젊은이들이 떠나고 있다. 그리고 노인들 교회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에 크게 건축했던 건물에 빈자리가 많이 드러나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많아져 가고 있다.

 

 

    ▲ 명동 성당 ⓒ강한 기자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새롭고 큰 건물들을 많이 짓고 있다. 서울 명동 교구청 건물을 비롯하여 대구, 광주, 인천 등 여러 교구에서 수백억 원을 들어 성당이나 그 외 건물을 계획하고 있다. 명동성당에는 지하 4층 지상 10층의 건물을 짓는데 많은 반대를 받고 있다. 3년 전부터 문화재 위원회에서 성당의 문화재와 역사성, 민주화 성지 등 훼손한다고 신청을 번번이 보류했지만 교구에서는 여러 가지 수완을 동원해 허락을 얻어냈다. 문화재 위원회뿐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그런 건물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명동 성당의 건축물을 비롯하여 각 교구의 건축에 관한 결정이 많은 의견이나 토론을 통해 필요성이 도출된 것이 아니라 교구장들의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이 잘못된 4대강 사업을 추진하여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듯 성당의 많은 건축물도 일부 성직자들의 독선으로 신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교회는 이 사회보다도 더 복음 정신에 입각해서 청빈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위한 옳은 일에 하느님의 재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일반사회보다 더 비민주적으로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건축한 교회건물을 제대로 잘 사용하지 않고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큰 죄악이라고 말한다.

종교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예언자가 횃불을 손에 들고 성전 건물을 향해 급히 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예언자에게 왜 불을 가지고 성전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예언자는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사람들이 저 성전 건물에 더 정성과 희생을 바쳐서 성전을 태워버리려 한다고 했다.

 

"창고에 재물이 쌓이면 영혼이 가난해진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값비싼 건물이 필요하지 않아

교회 역사를 보아도 세상에 하느님 나라 건설, 복음 정신 구현에 노력하기보다는 힘이 생기면 성전건축에 힘을 쏟으며 많은 문제가 일어났다. 우선 성 베드로 대성전을 건축할 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났고 결국 교회분열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구약시대에도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고 다른 사업으로 백성에게 큰 부담을 주어 하느님 백성이 모여 불평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20여 년 전 전국 평신도 협의회 대표들이 우리나라 교회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때 대부분 참석자가 교회건축이라는 대답을 하였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교회였다. 가난한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교회에 나와 공동체를 이루었다. 당시에는 교회에서 크고 값비싼 건물도 짓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담도 별로 주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사람들이 교회에 많이 나오면서 화려하고 큰 성전이나 건물을 많이 건축하였다. 자연히 신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주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소외되고 교회를 떠났다.

“발전할 때에 멸망의 씨앗이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창고에 재물이 쌓이면 영혼은 가난해진다”라는 말도 있다.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재물이 쌓이고 힘이 생기면 그것을 사람들은 참된 복음화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명예나 욕망을 위해 쓰는 경향이 강하다.

진리를 추구하는 교회 역사에서도, 한국 교회 현실에서도 이런 세속적인 과오를 보는 것 같다.

황상근 신부 (인천교구 원로사목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황상근 신부는 1969년 12월 사제로 수품된 후 덕적도 및 답동본당 보좌와 강화ㆍ백령도ㆍ도화동ㆍ십정동ㆍ부평2동ㆍ삼정동ㆍ장기동ㆍ제물포본당 주임으로 사목했다. 또 1984년부터 8년 동안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전국 지도신부를 맡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헌신했다. 황 신부가 1989년 출간한 「벽돌 없는 학교」는 가톨릭노동청년회 교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울러 사회ㆍ정치적 혼란기인 1970~80년대부터 지금까지 민주화와 사회정의, 인권운동에 앞장서왔으며, 2009년부터는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를 맡아 경인운하와 4대강 개발사업 저지 등 환경보전에 힘을 모으고 있다.

황 신부는 특히 수품 이후 40년 동안 한 번도 보좌신부나 식복사를 두지 않았고, 평생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자신의 영명축일이나 서품기념일에는 홀연히 사라지는 등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는 검소하고 청빈한 사제의 모범으로 살아왔다. 황 신부는 본당 사목회의 간곡한 요청으로 가까운 동료 사제 몇 명만 참석한 가운데 17일 제물포성당에서 조촐한 은퇴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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