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지상에서의 마지막 잔치 │ 방구들장 신부님 모친 소천날에...

리차드 강 2013. 12. 19. 20:11

지상에서의 마지막 잔치...

방구들장 신부님 모친 소천날에...

유무상통 마을...얘기만 들어도 기분 좋은 마을이다.

오늘 그곳으로 놀러가는 마음으로 간다.

남레오 형제님한테서 문자 한통을 받았다. 방구들장 신부님의 모친께서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는 문자. 향년 90세 . 더도 덜도 아닌 참 세상을 잘 사신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3남 4녀를 낳아 키우시고 세상 즐겁게 살다 가셨다고 하셨다.

     

오전에 박무형님에게 전화를 했다. 함께 가자고...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서 도저히 함께 못갈것 같았다. 그래서 좀 게으름 피면서 미적미적 하다 혼자 동서울 터미널로 갔다.

좌석 번호가 1번이다. 이게 행운일까? 운전기사 바로 뒷자석이다. 좀 불편할 것 같다...

유무상통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7시. 그곳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어두컴컴했는데 주차장에는 엄청 많은 차들이 있었다 조문객들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 모습이었다.

     
 

방 구들장 신부님께서 직접 상주가 되어 조문객들을 일일이 맞아 주시고 위로해주셨다.

     
 

어이구! 이렇게 멀리까지 와 주시고 힘드셨죠? 고맙습니다. 식당에가서 저녁 좀 드시지요..

     
 

바로 옆 지하 성당에서 고인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었는데 수원교구 신부님 세분이서 집전하셨다. (강론은 없었다. 근데 왜 없지?)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는데 난 이상하게 상가집 음식이 맛있다. 특히 상가집의 음식은 육계장이 나와야 제맛이다. 두그릇 먹고 싶었는데,,, 조문객들이 너무 많아서 꾹 참고 한 그릇만 먹었다. 소주 한병과 캔맥주 한캔...도 곁들여서..

     
 

조문을 마치고 식사중인 조문객들...이 식당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다 찍는데도 힘들어서 한쪽 구석만 찍은 것이다...t

     
 

 고인을 기억하고 기도하고 기리기 위한 상본

     
 

식사를 끝내고 집에 올라가려니 까마득한 밤이고 이곳으론 차도 안온다고 하여 1박 하기로 했는데 1층에서 앉아 있으려니 아는 사람도 없고 이상하게 눈치도 보이는 거 같고 해서 방신부님이 2층 찜질방에서 쉬라고 하셨다.

자는데 너무 더워서...자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9시에 자서 새벽 4시에 깨서는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 1층에 내려와서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들여다 보다가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이 눈에 띄어 7시 반 아침 식사할 때까지 탐독하였다.

     
 

오전 10시 장례미사에 맞춰 조문객들이 약 천여명 정도 모였고 신부님이 약 2백여분, 신학생이 약 50분,,, 성당이 꽉차서 못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1층 로비에 성당 제대를 카메라로 찍어서 빔프로잭트 영사기로 쏘아 보여주었고 의자는 약 5백여개를 놨는데 그것도 모자랐다. 미사는 수원교구 주교님의 주례로 시작되었다.

     
 

미사가 끝날 즈음 성당 안으로 직접 들어갔다. 조문객들에게 가족 대표가 감사함을 전하고 방구들장 신부님의 동창 신부님이 고인의 훌륭한 삶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직접 작곡 한 노래라며 천상병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귀천 이란 노랠 모든 조문객들 앞에서 큰 소리로 노래 했는데 성대를 다쳐서 8년간 목소리를 못냈다고 하시는데 매우 수준높은 성악가 정도의 노래 소리를 들려주셨다.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詩.

     
 

그리고 방구들장 신부님께서는 고인(어머니)이 시신을 가톨릭의과대학에 기증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잔치라고 하시며 미사에 참석한 조문객들에게 고인이 하느님 품으로 가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시신이 성당을 나갈때 모두들 박수를 쳐주시면 좋겠다고 하고 주교님께 허락을 받았다.

조문객들이 시신이 성당을 나가는 동안 박수를 치고 있다. 제대 한쪽에는

"가시는 님! 부럽습니다." 라는 문구가...써붙여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시신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엠블런스에 오르는데 딸들을 두분의 주교님께서 오셔서 위로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통곡 소리도 들렸다..

엄마!... 엄마!...흑흑흑...t

     
 

미사가 끝나고 조문객님들은 식당에 잔치국수가 차려져 있으니 드시고 가시라고 방신부님이 광고를 했다.

장례식장에...웬 잔치국수?

식당에 진짜 잔치국수가 차려지고 있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잔치국수..

뚝딱 한 그릇을 비웠다. 아침 식사한 지 얼마 안되는데 여하튼 맛있게 먹고 신부님께 인사도 못드리고 유무상통 마을을 나섰다....

다시 집으로...

오늘이 장례식날 이었나? 잔치날 이었나? 좋은 날 이었나? 나쁜 날 이었나?

아직은 나도 헥깔린다. 방 구들장 신부님의 뜻을 어이 알리오....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