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 '사랑'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아예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한도 없이 천년이라도 떠들 수 있는 그런 말이다.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 그것은 안벽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영원하신 하느님의 '존재' 그 자체이다.
2 우리는 자유시간을 선고받은 처지다. 그 시간을 보다 생산적이고 인류를 위해 발전적인 것으로 만들 방법들을 고안해내지 않으면 그것은 도피와 마약, 술과 인성의 타락으로 표출될 것이다. 끔직한 저주가 될 것이다. 강 위의 배가 바람의 힘으로 나아가는 건 당연하지만, 그 바람에 밀려 가지 않으려면 강의 힘을 조종해서 노를 저어야만 하는 것이다.
3 어릴 적부터 이미 그렇다. 두 힘이 자석처럼 우리를 잡아당긴다. 한쪽 힘은 내가 우상숭배라 부르는 것 쪽으로 부추겨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나, 나, 오직 나뿐이야." 다른 힘은 나눔 쪽으로 부추긴다. 이런 충동들은 어른이 되면서 한층 심해진다.
4 명백히 미완성인 세계 속에서 인간이 사랑하지 않거나 혹은 조금만 사랑하기로 선택하여 스스로를 자신의 무의미한 고독을 숭배하는 어리석고도 비극적인 사람으로 만든다면 그는 어쩔 수 없이 파괴자가 되고, 세계를 망치는 자가 되며, 그 세게 또한 병든 머리를 가진 몸처럼 되고 만다.
5 인생 활용법은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것, 다시 말해 나보다 앞서 나보다 덜 행복한 이웃을 보살피는 것임을 알라.
6 믿는 건 사는 것이요, 사는 건 사랑하는 것이요, 사랑하는 건 가장 고통받는 자를 '먼저 보살피는 것'이다. 하느님의 모습은 세속적인 것 안에 있다.
7 우리가 자유를 보듬을 만큼 충분한 사랑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자유를 중히 여긴다고 말하길 그만두자, 사랑이 빈곤을 없앨 수 있도록 자유가 사랑에 종속되지 못할 때, 빈곤이 참으로 자격미달인 그 자유를 파괴하는 걸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8 권력으로 하여금 여론을 신경 쓰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이라면, 과반수라는 숫자의 노예가 되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맹점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들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는다.
9 인간에게는 사랑을 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없다. 인간이 자유로운 건 사랑을 하기 위해서이다.
10 우리가 사랑을 하려면 자유로워야 한다. 자유가 없는 곳에 '사랑'이 있을 수 없으며, 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랑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11 자비롭다는 건 단지 베푸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의 상처에 상처받았고, 또 상처받는 것이다.
12 인생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우리가 배우길 원한다면 말이다.
13 금세기는 그 어는 때보다 프란체스코 성인과 같은 분을 기다리고 있다. 삶이 돈보다 가치 있으며, 사람이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기에 앞서 베품임을 행동으로 보여줄 분이 말이다. 그때가 되면 '기쁨'과 '평화'라는 말이 현실이 될 것이며, 제 의미를 되찾게 될 것이다.
14 분노는 받은 사랑을 드러낸다.
15 내가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왔기 때문에, 내가 사는 것도 그 큰 사랑에 사랑으로 보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내게는 나의 운명을 환수할 수단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16 전사회적 규모의 자선의 양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17 친구들이여, 모든 사람에게 정의가 돌아가게 하려는 배려야말로 삶에서 가장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것임을 결코 잊지 말라.
18 세상의 모든 돈으로도 결코 인간을, 그것도 서로 사랑하는 인간을 만들 수는 없음을 누가 알지 못하랴. 서로 사랑하는 인간들만 있다면 모든 걸 만들 수 있다. 행복도, 진정한 평화도, 꼭 필요한 돈까지도.
19 모든 사람을 항상 사랑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이미 천국을 항해 걷는 것이다.
20 이 세상 그 누가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허기를 채울 만큼 무한히 사랑받기를 어찌 감히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저 '함께 있는 것', '같이 있는 것' 만이라도 생각하자.
21 우리가 사랑하는 살마들을 존중하며 진정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임을 기억하자. 그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아파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는 것임을 말이다.
22 사랑은 함께 나누는 것이 본질임에도 효율성이 가장 큰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항시 있다. 나는 그를 사랑해. 내일을 위해 그에게 낙원을 만들어주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난 전제군주가 되겠어. 전제군주들은 자신들이 사랑을 이름으로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폭정은 사랑하는 행위를 파괴하는 버섯이다.
23 반항은 참으로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악 앞에서, 힘없고 억눌리고 착취당한 자 앞에서 분노하지 않는다면 구원이란 있을 수 없다. 마음속으로. 사랑이신 하느님을 불러 만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24 솔직해보자! 이런 저런 방법으로, 이런 저런 순간에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의지와 이성을 전적으로 거역해서건, 그저 예기치 않은 반사적 행동에서건,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게끔 통제된 내적 동요에서건 간에......, 조금 더 솔직해보자! 우리와 같은 피부색과 얼굴 특징을 갖지 않은 낮선 이방인이나 타인을 대할 때, 그리고 그 사람이 가난할 때 우리 안에서 혐오감이, 혹은 은밀한 두려움(이 두려움이 어찌 곧 적의로 발전하지 않겠는가)이 솟아나지는 않았는가?
25 자유로운 인간의 상징, 그것은 사랑하는 인간이다.
26 눈물을 통해서일지언정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기쁨이다.
27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이 너무도 많고 부유한 사람도 너무 많다. 나눔이 절실하다.
28 사랑은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린 것이 아니요,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에 달린 것도 아니요,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달린 것도 아니다. 사랑은 내게 사랑받음으로써 나를 사로잡는 것에 달렸다.
29 본질적으로 인류는 신자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비신자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과 고통받는 사람들과 더불어 투쟁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후자의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고 그들과 더불어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투쟁한다.
30 나는 함께 나누는 사회를 꿈꾸며 이를 위해 싸운다.
31 나는 사랑하고 베풀고 나누는 법을 배울 행운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생각한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그보다 더 좋은 으뜸패가 어디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다 그만 타인들을 잊고 말지 않는가.
32 삶의 근원이신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33 살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눈 경험들이 우리의 정신을 형성한다.
34 "하느님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라고 청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간단하게 대답하고 싶다. "사람을 사랑하시오!......, 고통을 받게 될지언정, 너무도 불완전할지언정 진심으로 사랑하시오."
35 우리가 믿음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누구나 자신의 이웃을 사랑할 수 있으며 또한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우리는 오직 사랑 위에서만 무언가를 건설할 수 있다.
36 중요한 것은 인간들이 존재하며, 그 존재들이 사랑할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다면 인간의 미래는 희망적일 것이다.
37 이동과 소통 수단이 빨라져 우리는 모든 걸 할 수 있다. 모든 걸 알도록 선고받은 우리는 자신의 삶을 완수하기 위해 사회의 균형에 반드시 필요한 나눔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8 인생은 우리가 부여하는 색채들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가꾸는 것은 우리의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사랑을 듬뿍 담는 것이다.
39 언젠가 한 어린 소녀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교리에 대해 설명해주신 걸 듣고 나니 하느님이 인간에게 자유를 준 건 실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가 없었더라면,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강요되는 법에 복종해야 했더라면 그 많은 범죄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에요." 그러자 소녀의 엄마는 이렇게 딸을 이해시켰다. "그래, 그랬더라면 아마 악은 없었겠지. 하지만 너는 널 사랑하는 엄마를 갖지도 못했을 것이고, 너도 엄마를 사랑할 수 없었을 거야."
40 은하계 전체를 두고 볼 때, 너무도 작기만 한 행성을 잠시 거쳐 가는 미미한 존재들인 우리가 없었더라면, 보잘것없이 작지만 자기숭배를 하거나 사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자유를 지닌 이 존재들이 없었더라면, 그렇다. 우주는 무의미했으리라.
41 "물론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전부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말을 어떻게 해요!" 라고 언젠가 누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들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말해야만 한다.
42 "나는 믿습니다."에 다름 아닌 사랑의 행위에 이르기 위해 우리들 각자가 택하는 길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나는 안다.
43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세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인간의 세상은 작아졌고, 지구의 몇몇 지점은 포화 상태가 되었으며, 이제는 어디를 가도 모두가 모든 걸 볼 수 있다. 이 마지막 사실은 처음 두 가지 사실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가장 결정적인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 세상은 더 이상 잠들지 못한다. 세상의 반쪽은 베고픔에 잠들지 못하고, 다른 반쪽은 굶주린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들지 못한다.
44 50년 전부터 소외는 사라지기는 커녕 현대 사회의 끈질긴 특징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보다 정의로울 수 있도록, 모두가 제자리를 찾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오늘날 세상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신념이다.
45 인간의 마음에는 두 가지 충동이 있다. 대개 적대적인 그 충동들은 너무도 자주 적대적으로 드러나, 우리는 그것들이 원래 상반된 것이요, 서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고 기꺼이 믿는다. 두 충동 가운데 하나는 인간을 느닷없이 분노에 사로잡히게 하고, 다른 충동은 조심스레 품어야 하는 선(善)을 열렬히 갈구하게 만든다.
46 말과 현실을 깨끗이 닦는 것, 그것들을 뒤덮고 있는 먼지와 노화의 껍질을 벗겨내는 것, 그것들이 지닌 순수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 그리하여 행동하는 인간들이 명료한 생각을 가지고 행돌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여러분의 할 일이다......
47 우리는 양편으로 나뉘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이는 그 어느 쪽도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언쟁의 쟁점으로 삼고 있으면서 말이다.
48 한편에는 전문가들과 기술자들의 지식, 다른 한편엔 대중의 상식에서 나온 모든 순박한 표현들(영광이나 절망에 사로잡혀 내지르는 헛소리나 경멸 섞인 회의주의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끊임없이 되풀이된 강한 요구로서 나온 마들), 이들이 균형을 이룰 때, 건전한 사회를 창출하는 이 유일한 원천이 균형을 이룰 때에야 '정치'가 세상 곳곳에서 인간을 설계할 수 있다. 모든 권력은 그것이 큰 수단들을 가질 만큼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되는 순간 곧 눈이 멀고 만다. 그리하여 대중의 고통에 대한 구체적 이해와는 너무도 멀어진다.
49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가혹하게 처신하는 태도는 긍정적인 대답과 평화를, 그리고 '앞과위를 향해' 나아가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참된 행보를 창출하고, 용기를 북돋우고, 불을 밝혀준다.
50 우정은 행복의 순간들뿐만 아니라 엄청난 고통의 순간들도 함께 나누게 한다. 중요한 것은 함께 나누고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고, 서로를 부축하는 것이다.
51 장차 이 시대의 역사에서 철학을 끄집어낼 사람들은 현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로서,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오늘날 엄청난 위기가 소위 '선행'이라 불리는 온갖 행동들을 잠식하고 있음을 틀림없이 부각시키게 될 것이다.
52 제 아무리 자유롭다는 민족일지라도 오랫동안 주거지 없이 자유로운 상태로 남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53 행동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첫째로 해야 할 일은 장막을 걷어서 대중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는 것이다.
54 모든 인간적 사랑에는 고통이 뒤섞여 있다.
55 종종 나는 말을 함으로써, 행동을 함으로써 생각들이 명료하게 떠오른다고 주장한다. 내 경우에는 생각이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행동은 하나, 돌, 셋 점차 축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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